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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 엄마 못보셨나요?"

[도연아, 어디있니] ③ 사회가 버린 서울시립병원의 장애아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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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가다가,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마실을 나섰다가 홀연히 사라진 사람들이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접수된 실종 건수가 1만7천470건이고, 이 중에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과 관련한 실종건이 1만4백6건에 달한다고 한다.

<함께걸음>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지적장애나 발달장애,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사라진 장애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과연 이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나 있는 걸까.
<함께걸음>이 이와 관련해  '인터넷 함께걸음' 창간 기념 기획으로  연재한다.


사라진 158명, 어디에?

혹시 버스정류장, 지하철, 대합실 등 공공장소에서 실종된 사람들의 사진과 옷차림새, 보호자 연락처 등이 적힌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전단지를 본 적이 있는가.
혹시, 기억하는 얼굴이 있는가.

이 전단지를 뿌리는 사람들의 애끊는 마음과 달리, 사람들은 관심이 별로 없다. 가는 길이 바쁘기도 하고, 전단지를 봐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것 같아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에 실종된 장애인(지적장애, 발달장애, 정신장애만) 중에서 158명이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2006년 11월 현재 기준).

이들은 장애 때문에 주변 이웃들의 도움이 없으면 돌아오기 힘들다. 실종신고 후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보면 이 상황이 잘 드러난다. 신고 후 1시간 내 발견율을 비교해 보면, 8세 미만 비장애 아동 61.6%고, 지적장애인은 14.4%다. 그리고 24시간 내 발견율은 비장애 아동이 97%이지만, 지적장애인은 겨우 63.3%다(2006,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사라진 158명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실종된 지적장애인과 관련한 흉흉한 사건들이-정신병원이나 부랑인 시설에서 몇 년을 살다가 찾았거나, 노예처럼 일하다가 발견됐다는 등의 소식은 한 해에도 몇 번씩 신문지상을 오르내린다- 많아서 찾는 사람들의 가슴을 더 애타게 한다.

<함께걸음>도 연고자가 없는 지적장애인들이 떠돌다가 보호를 자처한 사람들에게 학대 받은 사건들을 보도한 바 있다.
지하철에 놓고 온 물건도 찾는 시대인데, 도대체 왜 이 사람들은 찾지 못하는 것일까.

무연고자는 돈이 된다?

 
 


이와 관련한 현 체계는 우선 경찰청이 신고 접수와 수사를 하고, 각 지자체는 무연고 아동 등 신상카드를 복지시설에게서 접수받아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보내며, 실종아동전문기관은 이를 자료화 하고 보호자 상담이나 사후 관리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실종아동전문기관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찰들이 무연고자를 경찰 전산망에 입력하지 않고 그냥 시설이나 병원에 입소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일선에 있는 경찰이 저지르는 실수는 실종된 이들을 평생 무연고자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작년 7월 보도됐던 우 모씨(46, 지적장애)가 그러한 예다. 실종 3년 만에 가족을 만난 우 씨는 그동안 전남 신안군 김양식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다 발견됐는데, 가족들은 실종 당일 신고를 했으나 경찰이 전산망에 등록을 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복지시설이나 정신병원 등이 무연고자의 신상카드를 제공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그간 보도에서도 많이 드러난 부분이다. 이들이 무연고자를 기초생활보호대상자나 의료보호대상자로 만들어 돈을 챙긴다는 의혹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비밀이다.
가족들이 제보를 받고 해당 복지시설이나 정신병원 등에 가도 얼굴조차 확인할 수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 그나마 2005년 제정한 ‘실종아동 등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때문에 사회복지시설이 무연고자들의 신상카드를 제공하지만, 병원은 아직 의무 사항이 아니라서 입원한 무연고자들의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도 실종된 이들을 찾기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한다.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이들을 가족이 버린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행려자 등으로 오인해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
최근 실종 13일 만에 경기도 과천 야산에서 발견된 한 지적장애인도, 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아, 아사 직전 상태에서 간신히 구조돼 가족을 만났다는 기사가 났다.

가족이 아무리 이들을 찾는다고 해도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형국이라 분명 한계가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작년 말 ‘실종아동 및 실종 장애인 찾아주기 종합대책’을 마련, 현재 시행 중이다. 결과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위에서 지적한 문제 상황을 복지부도 알고 있는데, 과연 이 대책으로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이후 관련 기획기사가 이어집니다.

 
ⓒ전진호  


병원과 시설을 오가는, 버려진 장애아동들

위와 같이 가족이 백방으로 찾는 실종 장애인이 있는 반면, 우리 사회에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버려져 잊혀진 사람들도 있다.
<함께걸음>은 전국에서 버려진, 장애가 있거나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는 아동들이 장기 치료를 받는 서울시립아동병원(이하 시립병원)을 찾아갔다.

1948년에 보건병원으로 시작한 이 병원은 1978년 양재동에서 시립병원으로 자리 잡아 지금에 이른다. 시립병원 이창순 사회복지사는 “버려진 아동들은 관할구청이나 지자체를 거쳐 장애가 없으면 시설로, 병이나 중증 장애가 있으면 이 곳으로 온다. 그리고 여기서 치료가 끝난 아이들은 다시 시설로 간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에는 약 2백여 명의 장애아동들이 있는데, 아이들 중 50%가 연고자가 없다고 한다. 시설 아동도 20%나 된다고. 따져보면 입원한 아동 중70%가 가족과 떨어진 아이들인 것이다.

 
ⓒ전진호  

아동들은 대부분 중증 장애나 희귀난치성 질환과 지적장애가 같이 있어서 거동이 불가능하며, 대소변 처리는 물론 식사나 가래 뱉기조차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입원한 아동 중 80%가 침대에서 꼼짝도 할 수 없는 아이라고 한다.

아동들은 치료를 받으며, 아침 먹고, 목욕하고, 점심 먹고, 낮잠 자고, 간식 먹고, 저녁 먹고, 잔다. 매일 그렇게 산다. 이 아이들에게 시간은 별 의미가 없다. 어제가 오늘이고, 또 내일이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는 “아이들의 장애나 질환이 중해, 워낙 손이 부족한 형편”이라며 “책을 읽어주거나 음악을 들려주면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사실 먹이고 씻길 일손 구하기도 벅찬 실정.”이라고 밝혔다.

 
ⓒ전진호  


병원에서 만난 철수(가명,6세)는 머리만 자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다. 철수는 2003년 유모차에 실려 있는 채로 버려졌다고 한다. 유모차 안에는 철수의 생년월일과 별명이 적혀 있었다고.

윤구(가명, 생후 1개월)는 작년 겨울, 길거리에 비닐봉지에 넣어진 채 버려진 아기다. 아기 울음소리를 고양이 소리로 들은 할머니가 발견해, 목숨을 건졌단다. 외형상 장애는 없지만, 워낙 저체온증으로 입원한 터라 행여나 싶어 여러 검사를 하는 중이라고 한다.

선천성 기형 때문에 버려진 초롱이(가명, 6세). 초롱이은 그동안 머리 수술이 무려 4번이나 받았다. 병원에서 만난 초롱이는 무엇 때문에 속이 상했는지 내내 울먹이고 있었다.

 
ⓒ전진호  

은경이(가명, 6세)는 구순구개열 때문에 버려졌다. 은경이는 카메라를 향해 브이를 그리며 활짝 웃었다. 수술 경과가 좋은 은경이는 곧 보육원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이 사회복지사는 “장애나 질환이 점점 더 중증인 아동들이 입원하고 있다. 사실, 복지시설 은 생활인 수에 따라 지원금 등을 받기 때문에 웬만하면 아이들을 받지만, 지원금보다 더 투자를 해야 하는 중증 장애아동들은 수용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립병원에 입원한, 연고자가 없는 장애아동들은 버림받고 잊혀져, 병원과 시설을 전전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경찰의 실종아동찾기 전산망과 연결되어 있지도 않다.

 
ⓒ전진호  

이 아이들에게,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병원을 나와 다른 삶을 살 기회는 거의 없다. 그리고 병원에는 서른 살이 넘은 무연고자 중증 장애인들이 6명이나 있다. 아마 이들은 죽어야 병원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시설도 마다하는 이 장애아동들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행히 병원 측은 최근 버려져 입원하는 장애아동 수가 줄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와 관련한 인식이 나아지고, 장애수당이나 장애아동부양수당 등이 생기면서 생긴 추세란다.
그러나 중증 장애아동들을 감당하기 어려운 가족들은 여전히 많다. 이 아이들이 병원이나 시설로 내몰릴지,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을지 여부는 정부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현실적인 대책을 시행하느냐에 달렸다.


* 함께걸음은 ‘정신지체’를 ‘지적장애’로 씁니다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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