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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특집2] 활동보조인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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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인서비스를 제도화하라는 장애우들의 끈질긴 투쟁 끝에 복지부가 이를 권리로 인정하고 제도화를 위한 전담팀을 마련하면서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물론 예산이나 지급 대상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그러나 장애우에게 활동보조인서비스는 전동휠체어나 이동권만큼이나 중요한 삶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애우들의 기대는 높아져 가고 있다. 장애우들은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제도화되면 장애우가 더이상 가족에게 의존하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받으면 과연 장애우의 삶이 어떻게, 얼마나 달라지는 것일까?
<함께걸음>이 현재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우들과 그렇지 못하는 장애우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활동보조인서비스의 의미를 짚어 보았다.

시설을 박차고 나온 지영씨, 박정혁씨 부부
서울 제기동에 신혼집을 마련한 지영(39, 지체1급)씨는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설에서 생활했다. 지씨가 있던 시설은 비리 문제로 얼마 전 이사장이 유죄를 선고 받았을 만큼 문제가 많은 시설이었고, 지씨 스스로도 그런 문제를 절감했지만, 그땐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서 사는 일은 생각도 하지 못했단다.
그런 그가 지역사회에서 살아보겠다고 결심한 건, 같은 시설에서 생활하던 박정혁(36, 뇌병변1급)씨가 2003년에 먼저 자립생활 교육을 받고 시설을 나오면서부터다. 지씨는 박정혁씨를 보면서 시설 밖으로 나와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후, 2004년 5월 시설을 박차고 나왔다.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없었다면 시설에서 나올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시설에서 나오면서 가장 걱정했던 게 그 지점이었거든요. 생활비는 어차피 가족도, 재산도 없는 수급권자니까 어떻게 해본다고 해도, 전 장애정도가 심해서 활동을 보조해 줄 사람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아예 불가능하니까."
지영씨와 박정혁씨는 둘 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우라 시설에서 나오면서부터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받았다. 특히 지씨의 경우엔 왼쪽 손가락을 약간 움직일 뿐 혼자서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정도라 남들보다 많은 하루 6시간의 활동보조를 받고 있다. 지씨는 오전 9시에 활동보조인이 오면 아침식사 준비부터 시작해 식사와 청소를 하고, 유린백(소변주머니) 소독과 관장을 하는 등의 신변처리를 한다. 그리고 외출 준비를 하고 외출하기까지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는데, 이 모든 일을 하기엔 3시간이 빠듯하단다. 나머지 3시간은 동료상담 등 밖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7시부터 이용한다. 저녁을 준비해 식사를 하고, 목욕을 하고, 잘 준비를 하고 나서 지씨를 침대에 눕혀주는 것까지가 저녁에 온 활동보조인의 일이다. 그런데 목욕만 해도 1시간이 넘으니 저녁때 역시 바삐 움직여도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고. 밤에는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없기 때문에 10시쯤 활동보조인이 가고 나면 밤시간 동안 지영씨의 몸을 움직여 주는 일은 박정혁씨 몫이다.
"남들보다 많은 시간 서비스를 이용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해요. 사실 낮에도 활동보조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한정된 시간을 쪼개 활용하다보니 도움이 절실한 아침과 저녁 시간에 나눠서 이용하고 있는 거죠."
그러나 부부에게 더 큰 문제는 낮이 아니라 휴일이다. 부부는 주말마다 자원봉사자를 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현재 주말에는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자원봉사자를 구해야 하는데, 자원봉사자가 안정적으로 구해질 리 없잖아요. 자원봉사자를 구하지 못하는 때는 하루 종일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하고, 밥도 그냥 굶어야 하니까 꼭 구해야만 해요. 당장 추석이 코앞인데, 추석 연휴 때는 자원봉사자 구하기가 더 어려워서 또 어떻게 넘어가야 할지 고민이에요."

휴일마다 활동보조인 없어 고생해도
지역사회가 더 좋아
지씨는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시작단계라 아직은 불편한 점도 많고 자주 사람이 바뀌는데다 가끔씩 제대로 연결이 안 돼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지역사회에서 사는게 시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좋다고 했다.
"시설은 살 곳이 못돼요. 먹고, 싸고, 자고, 씻는 기본적인 것조차 원할 때 하지 못하고 정해진 틀에 맞춰서 해야 하죠. 그 때를 놓치면 밥도 굶어야 하는데, 그건 누가 봐도 인간다운 삶이 아니잖아요. 장애가 있어도 하나의 인격체인데, 그런 것들이 모두 무시된 채 다른 사람에게 삶을 철저하게 지배당하고 살아야 하는 삶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는 어서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제도화되길 소망할 뿐이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고, 주말이나 연휴 때도 지금처럼 불안하지는 않을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지영씨, 박정혁씨 부부 사례는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가 어떻게 탈시설로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렇게 시설을 나온 사람들은 지영씨 정혁씨 부부만이 아니다. 지난 5월호에 소개한 배덕민(40, 뇌병변1급)씨 등 아직은 손에 꼽지만 시범사업 기간에도 시설에서 나와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받으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센터마다 한두 명씩 늘고 있고, 시설을 나와 자립생활 체험홈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시설생활자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현재 시설을 나온 장애우들은 다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고 있고 스스로 "특급"중증장애우라고 할 만큼 장애가 심하지만 활동보조인을 활용하면서 지역사회에서 큰 무리 없이 살고 있다. 이는 현재 시설에서 살고 있는 장애우들도 활동보조인이 있으면 대부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직접 생활시설에 실태조사를 나갔던 사회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김정하 활동가는 "아직 시설에 있는 장애우들이 활동보조인서비스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시설생활자, 특히 뇌성마비장애우들의 경우엔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설명하고 "이런 서비스가 제공되면 지역사회로 나오고 싶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나오고 싶다고 대답한다."고 했다. 이는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제대로 자리 잡고 시설생활자들에게 홍보가 된다면 현재 시설에서 사는 장애우 중 다수가 지역사회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탈시설과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와의 관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활동가에 따르면 "활동보조인이 없어서 시설에서 나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시설생활자들이 입소하게 된 이유도 결국 활동보조인이 없어서 인 경우가 많다"는 것. 결국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제도화되면 장애우들이 애초에 시설로 들어가는 일 자체가 줄어들 거라는 말이었다.

하루 1시간 반으로 자립생활 불가능,
"시설로 가게 될까 불안하다"
실제로 이영애(41, 뇌병변1급)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시설로 가게 될까봐 걱정을 하고 있다. 사실 지역사회에서 살면서도 일생의 대부분을 집에서만 지냈다는 이씨는 제대로 앉을 수도 없고, 전동휠체어를 조작하는 것도 힘들어 다른 사람이 수동휠체어를 밀어줘야 이동이 가능한 장애우다. 한눈에 봐도 장애가 심해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집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서른일곱살에야 처음 알게 됐단다.
"지금처럼 야학에 나와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 건 2002년부터예요. 밖으로 나오면서 자립생활을 알게 됐고 2003년부터는 활동보조인서비스도 받기 시작했죠."
현재 그는 하루 3시간, 그나마도 일주일 중 야학에 가는 3일만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이용한단다. 이 때문에 아직도 부모님께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그래도 서비스를 받으면서부터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도, 제가 직접 옷을 고른 것도 그게 처음이었거든요. 부모님은 연세도 많으신 데다 안 그래도 힘든 부모님께 무언가를 부탁하는 게 미안해서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근데 활동보조인이 생기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갖고 싶은 것도 제가 직접 고를 수 있더라고요. 이젠 연애도 해봐야죠."
그는 그가 입고 있는 꽃분홍 스웨터 역시 자신이 직접 고른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러나 이씨는 이내 이런 웃음을 거두며 요즘 불안하다고 했다.
"어머니 연세가 거의 80세고 아버지도 70세가 넘으셨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형제들에게까지 신세를 질 수는 없으니까 독립을 하거나 아니면 시설에 가야하는데, 과연 내가 독립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요즘엔 자꾸 불안해요. 당장 집도 없고, 생계비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고, 활동보조인도 지금처럼 한 주에 3일, 한번에 3시간만 서비스가 되면 독립은 어림없거든요. 근데 정부에선 하루 1시간 반 정도만 준다고 하니까 정말 불안해요. 정말 시설엔 가고 싶지 않은데..." 이영애씨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

활동보조인서비스, 가족관계도 바꾼다
이런 고민은 비단 이영애씨만 하는 게 아니다. 형제들에게 신세를 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들은 크든지 작든지 다들 한번쯤은 한다고 했다.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인 양영희(41, 뇌병변1급)씨도 아버님이 폐암을 선고받으면서부터 독립을 결심했다고 했다. 안 그래도 그동안 어머니가 자신뿐만 아니라 아흔이 가까운 외할머니, 아직 장가를 가지 않은 막내 남동생에, 맞벌이 하는 여동생의 아이들까지 5명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고생하셨는데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결국 작년 8월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양씨는 지난 5월에 집에서 따로 독립해 나왔다.
"부모도 나이가 들면 자식 도움을 받게 돼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부모가 아니라 언니나 동생에게 가족의 주도권이 돌아가는데, 그 사이에서 제가 주체적으로 서지 못하면 자존감이 무너질 수밖에 없죠. 부모에게 용돈으로 10만원을 받는 것과 동생에게 1만원을 받는 건 그 느낌이 천지차이거든요."
그는 집을 알아보면서 함께 활동보조인도 알아봤고, 사회적 일자리를 통해 주 5일 하루 8시간씩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사회적 일자리이기 때문에 양씨의 활동보조인은 8시 반에 집으로 와서 출근 준비를 도와주고 양씨 일터로 함께 출근했다가 4~5시에 퇴근을 한다. 가사가 밀려있는 날은 활동보조인이 양씨의 출근 준비만 도와주고 집에 남아 가사 노동을 하기도 하고, 또 가끔 늦은 시간까지 활동보조가 필요하면 양씨가 미리 부탁을 하는 방식으로 시간과 일을 조정하고 있다.
그는 최근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받으면서 달라진 점으로 가족 관계를 꼽았다. 가족에게서 독립을 하니까 가족들의 대우가 달라지더라고.
"예전에는 가족에게 기대기만 하는 부담스런 존재 같았는데, 독립을 하니까 엄마가 전화를 해서 "보고 싶다"는 말을 다 하더라고요. 집에 가면 뭐라도 챙겨주려고 하고. 가족끼리 뭘 논의할 때도 달라요. 예전엔 논의에서 언제나 소외됐는데, 이제는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거든요."
양영희씨 사례는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장애우의 가족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다. 국가가 장애우에 대한 책임을 모두 가족에게 전가하기 때문에 장애우는 전적으로 가족에게 의지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장애우는 가족에게 부담스런 존재가 되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애우들이 가족의 일원으로 평등한 관계를 맺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런데 활동보조인서비스는 가족의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장애우가 주체적인 가족 구성원으로 서게 했다.

"가족 부담 덜고 싶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보조인서비스는 아직 시범사업 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시행하겠다며 전담팀도 마련했지만, 아직 대상이나 소요 예산조차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계속 어려움을 겪는 건 장애우와 그 가족이다. 남우섭(50, 지체1급)씨는 몸도 가누기 어려워 전동휠체어에 벨트로 몸을 고정해야 할 정도로 중증인 장애우. 그러나 남씨처럼 장애가 중증이어도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못 받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99년 사고를 당한 후로 무려 8년을 집에서만 생활했다는 남씨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일상생활을 아내가 돕고 있다고 했다.
"제가 사고 후 일을 못하게 돼 돈을 벌지 못하는데, 아내조차 절 돌보느라 일을 하러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자식들까지 있는데, 생활이 말이 아니었죠. 저 때문에 아내가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집밖에 나가보고 싶어도 말조차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가족에게 짐이 됐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2002년 그는 공동모금회를 통해 전동휠체어를 받으면서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내의 일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남씨보다 작은 체구의 아내는 그가 휠체어를 탈 때마다 그를 옮겨야 했기 때문. 65kg이나 나가는 그를 아내가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는 미안하다고 했다. 게다가 얼마전부터는 허리디스크까지 생겨서 더 힘들어하는데, 그게 꼭 자신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할 따름이라고. 그에겐 지금 당장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절실하다. 그래야 쉰을 코앞에 둔 아내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집 밖 활동도 훨씬 편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정신지체․발달장애아동,
활동보조인서비스 더 절실
대구에 사는 유향숙씨 역시 현재 중학교 2학년인 발달장애 자녀가 있지만 아직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누구보다 절박했기 때문에 지난 여름 대구시를 상대로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제도화를 요구하는 투쟁에도 참여했던 유씨는 대구시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얻어내고도 복지부에서 18세 미만 장애아동과 정신지체, 발달장애우를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바람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줄 알았다고.
유씨는 "18세미만 아동은 성인보다 손도 많이 가고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아야 하는 시기라 어느 때 보다 아동기가 중요해요. 그래서 다른 때보다 더 잘 챙겨야 할 시기인데, 우리 사회는 그저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돌릴 뿐이죠. 그러다보니 장애아동이 있는 가정마다 엄마들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장애가 있는 아이를 돌보는 데 매달리는데, 결국 그 바람에 다른 자녀들을 방치하게 되요. 게다가 장애아동은 조기교육이다 뭐다 해서 돈도 많이 들어가는데, 엄마가 아이에게 매달려 있어야 하니 돈을 벌 수도 없어요. 결국 궁지에 몰리다 버거워지면 아이를 시설로 보내는 거죠."
유씨 역시 도움 받을 사람이 없어서 둘째 아이를 임신한 몸으로 내내 아이를 따라다녀야 했단다.
"지금은 보조교사라도 있지만 예전엔 그도 없었어요. 학교에 가면 학교에서 지키고 있다가 학교가 끝나면 치료교육을 받으러 가야 하니까 하루 24시간을 꼬박 아이 활동보조를 한 셈이에요. 그렇게 하다가 둘째를 출산하는 동안엔 결국 가족 중 다른 사람이 아이를 챙겨야 했죠. 사정이 이러니 장애아동 부모는 아프지도 말아야 하는 거예요."
이런 부모들을 가까이서 지켜봐온 대구 함께하는부모회 김동희 활동가 역시 "활동보조인서비스이라는 것이 기존에 장애우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게 모두 전가했던 것을 권리로 인정해 사회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18세 미만 장애우라고 그 가족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면서 "자립생활은 18세 성인이 되면 갑자기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연습을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다고 지적했다.
또 장애유형에 따른 제한에 대해서도 "자기결정권은 모든 사람에게 있다. 정신지체인이나 발달장애우라고 해서 자신의 욕구가 없는 게 아니다. 다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복지부는 장애유형이나 연령에 따른 제한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소득기준은 남아있다. 유향숙씨는 "장애아동은 치료교육에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우리 아이도 한달에 70만원에서 1백만원에 가까운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200%가 넘는다는 이유만으로 활동보조인서비스 비용을 또다시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장애우가 있는 가정에서 드는 추가지출은 생각도 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대상에서 제외하면 저소득층에서 약간 벗어나는 가정만 이중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얘기였다.

정부, 돈이 더 들어도 시설 선택?
앞에서 소개한 사례들은 장애우 사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례들이다. 이들은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절실하기 때문에 이용해 본 사람이든 아니든, 한결같이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로 일어날 삶의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활동보조인서비스에 국고와 지방비를 합해 겨우 400억의 예산을 편성하겠단다. 복지부 "2005년 장애인실태조사"만 참고하더라도 현재 전국 장애우 수로 추정되는 215만명 중 35%인 75만명이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거의 혹은 대부분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사람만도 16%인 34만명에 이르는 데 말이다.
이 때문에 장애우들 사이에선 결국 예산이니 우선순위니 하면서 복지부가 꼭 활동보조서비스가 꼭 필요한 장애우들을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턱도 없는 시간을 제공하고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실시한다고 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취재도중 만난 한 장애우는 "본래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과정에서는 얼마나 활동보조가 필요한 사람인지 즉 장애정도를 가장 큰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정부는 자꾸 소득기준만 얘기하고 있다"면서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제도화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에게 집중된 부담을 사회의 책임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소득을, 그것도 장애당사자의 소득이 아니라 그 가족의 소득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결국 장애우는 계속 가족에게 부담스런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복지부를 비판했다.
사실, 복지부가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시설에 쏟아 부은 돈은 약 1천5백만원. 그러고도 올해 또다시 시설에 편성된 예산이 국고와 지방비를 합해 3천억원에 달한다. 한번 따져보자. 현재 정부가 시설에서 사는 장애우 1명에게 지출하는 비용은 국비와 지방비를 모두 합쳐 월 124만원 정도(민노당 "시설예산 대비 장애인" 자료 참고). 지영씨 부부의 예만 놓고 보면, 시설에서 생활할 때 이들에게 정부가 지출한 돈이 매월 248만원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지역사회로 나온 이 부부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건 생계비 80만원가량과 주당 5일 기준으로 지영씨 하루 6시간, 박정혁씨 하루 4시간씩 제공하는 활동보조인서비스 뿐이다.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80만원(시간당 4천원씩으로 4주). 결국 정부가 이들에게 지출한 총액은 약 160만원으로 정부 지출이 오히려 88만원 줄어들었는데도 당사자의 삶의 질과 만족도는 시설과 비교도 안될 만큼 높아졌다.
장애우에게 활동보조인서비스는 전동휠체어나 이동권만큼이나 중요한 삶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장애우으로 하여금 가족에게 의존하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할 것이고 이로서 장애우도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글 사진 조은영 기자
함께걸음 자료사진

작성자조은영 기자  blank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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