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일본 활동보조 지원제도의 역사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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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에서 활동보조 지원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러면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에서 개호 서비스라고 부르는 활동보조 지원제도는 제도로 정착한지 오래됐고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는 일본 활동보조 지원제도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봤다.
올해부터 활동보조 지원제도 비용 삭감
일본의 활동보조 지원 제도 역사는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해에 일본 나가노현의 우에다 시, 등의 13개 시읍면이 가정 봉사원 파견 제도를 실시했다. 실시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을 위탁받은 지자체 사회복지협의회이며, 불치의 병, 상해 등으로 인해 주민이 가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1개월 이내의 기간 동안 가정봉사원을 파견해 주는 것이었는데 주로 노인들이 수혜 대상자였다. 1958년에는 오사카 시에서, 1960년에는 고베 시, 나고야 시에서, 1961년에는 도쿄도가 이 제도를 도입해서 시행했다.
일본의 활동보조 지원제도가 장애우에게 적용된 것은 1970년대다. 이때부터 장애우 중에서 생활보호대상자인 저소득층 장애우를 대상으로 주 2회 2시간에서 4시간 정도의 활동보조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80년도에 들어와서는 지원 대상자가 넓어져 저소득층 장애우 뿐만 아니라 소득이 있는 장애우도 활동보조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는데 단 소득이 있는 장애우는 약간의 서비스 이용료를 내야 했다. 이용료는 소득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가족들까지 합해서 연간 5-6백만엔의 소득이 있으면 시간 당 약 1백엔 정도를 이용료로 지불해야 했다.
90년대 들어와서 일본의 활동보조 지원제도는 변화를 맞는다. 먼저 장애우들이 자기가 추천하는 사람이 활동보조인이 되어야 한다며 제도 개선 운동을 시작했다. 그때까지 지자체에서 파견하는 가정봉사원은 5-60대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장애우들이 자천 활동보조인이라고도 불리는 장애우 자신이 선호하는 사람들을 활동보조인으로 인정해 달라고 지자체에 요구한 것이다. 이런 장애우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부 지자체는 장애우에게 동성 자천 활동보조인을 인정해 주는 쪽으로 제도를 바꿔 시행했다.
그리고 이 시기 또 하나 장애우들은 활동보조 지원제도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밖에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중증장애우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24시간 활동보조 지원 서비스를 요구했고, 이 요구도 받아들여져 동경도 다치가와 시의 경우 90년대 초반부터 24시간 활동보조 지원 서비스를 받는 쪽으로 제도를 바꿔 시행했다.
그러면 관심을 모으는 자립생활센터와 활동보조 지원제도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일본은 미국의 영향으로 70년대 말부터 자립생활운동을 시작했다. 자립생활운동과 활동보조 지원제도 확보 운동은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의 장애우들은 대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활동보조인을 구하고 동시에 지역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게 자립생활센터 설립 운동을 병행했다. 그 결과 그전까지는 활동보조 지원제도 파견 주체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었는데 90년대부터는 자립생활센터가 활동보조 파견서비스의 주체가 됐다. 자립생활센터의 주 사업이 활동보조 서비스 인력 파견과 장애우들의 권리 옹호로 자리매김된 것도 이때부터이다.
한편 지자체가 활동보조 파견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지원비를 장애우 개인의 통장으로 입금한 것도 90년대부터다. 이때부터 장애우들은 활동보조인에게 직접 수고비를 지급했는데 이 제도를 통해서 일본 장애우들은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 당당하게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이 제도는 2003년 법에 의해 지원비제도가 생기면서 바뀌었는데 지금은 활동보조 지원제도 파견 사업소와 자립생활센터로 수고비가 입금되고 있다.
일본의 활동보조 지원제도는 2003년 지원비 제도가 생기면서 또 한 차례 변화를 맞게 된다. 그러면 지원비 제도는 뭔가, 간략하게 정리하면 서비스 이용자인 장애우가 활동보조인과 파견 기관을 스스로 선택해서 서비스를 받는, 즉 조치가 아닌 계약 관계로 활동보조 지원 서비스를 받는 것을 말한다. 덧붙이면 계약 관계의 활동보조 지원제도는 가령 지원비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는 복지 차원에서 행정기관이 장애우에게 이용시간과 이용 기관을 정해줬는데, 지원비제도를 시행하면서는 장애우 이용자가 행정 기관의 지시를 받지 않고, 본인이 양질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지정하고 선택해서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올해부터 활동보조 지원제도 비용 삭감
일본에서 장애우에게 활동보조인을 파견하는데 드는 비용은 국가가 전체 2분의 1을 대고 광역자치단체에서 4분의 1 그리고 기초자치단체가 나머지 4분의 1을 부담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우가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평균 시간은 지역에 따라 많이 다른데, 일본에서 활동보조 지원 제도가 제일 잘 시행되고 있다는 동경도내에서는 중증장애우가 평균 8시간에서 많으면 24시간을 보장받고, 다른 지역은 60% 정도가 평균 1시간에서 4시간 정도를 보장받고 있다. 24시간 활동보조인서비스는 동경도 외에 오사카 그리고 시가현, 나고야 시 등도 시행하고 있지만 평균 기초자치단체에 10명 내외에 그칠 정도로 숫자가 적다.
참고로 일본은 동경도가 장애우 복지가 제일 앞서 있어 장애우 수가 많다고 하는데, 동경도 다치가와 시의 경우 24시간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받는 중증장애우가 15명가량 이고, 장애우 한 사람에게 순수하게 지원하는 활동보조인서비스 비용은 우리나라 돈으로 한달에 2천만원 정도라고 한다.
덧붙이면 일본의 활동보조 지원 제도는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스웨덴, 덴마크 다음이 일본이라고 하는데, 스웨덴의 중증장애우 한 사람은 많으면 한 달 우리나라 돈으로 2천2백만원을 활동보조인서비스 비용으로 지원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은 4년여 전부터 전국적으로 40%의 정신지체 장애우가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하며 정신지체 장애우에게 지원하는 서비스는 가사 지원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외출 지원이다.
그리고 시각 청각장애우에게 지원하는 서비스는 외출지원이 대부분인데, 일주일에 10시간에서 100시간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고, 청각장애우의 수화통역도 활동보조인서비스로 인정해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단 장기 손상 등의 내부 장애우는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활동보조인서비스에 지원하는 구체적인 비용을 알아보면, 1시간에 평균 우리나라 돈으로 약 2만 원 정도라고 하는데 저녁 6시가 지나면 125%를 지급한다. 그리고 장애우가 지원받는 서비스에 따라 지원비를 다르게 지급하는데, 가사 외출 등의 간단한 서비스는 평균 금액을 지급하고 목욕 등 신체적인 접촉이 있는 서비스는 시간당 우리나라 돈으로 3만5천원 정도를 수고비로 지원한다.
이 비용을 활동보조인에게 전부 다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자립생활센터 운영비 등의 수수료를 제하고 활동보조인에게는 평균 시간당 1만4천원 정도를 수고비로 지급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활동보조인이 당당한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주일에 평균 40시간 활동보조인으로 일을 하면 연 평균 3백에서 4백만엔 정도를 벌 수 있고, 일본 회사원 연 평균 수입이 3백만엔이라고 하는데, 수입에서 뒤지지 않아서 현재 장애우 활동보조인으로 일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일본에서 장애우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려면 자격증 2급까지는 반드시 130시간 연수를 받아야 하고, 전문대학을 졸업하면 개호복지사, 즉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사 같은 자격증을 받고 일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활동보조 지원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재정이 필요한데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반발은 없는 걸까.
일본에서 활동보조 지원제도를 대폭 확대 시행하면서 이제는 수용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우들도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살려고 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막대한 비용 때문에 현재의 활동보조 지원제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제한해서 시행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만든 법이, 2년 전 제정하고 올해 4월부터 시행한, 자립지원법이다. 이 법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활동보조인서비스에 드는 비용의 일정 부분만 지원할 테니 나머지는 지자체에서 알아서 하라고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겼고, 장애우들이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이용할 때 10%의 이용료를 내게 하고 있다. 이 법을 시행하면서 활동보조 지원제도에 지원하는 정부와 지자체 비용이 평균 30% 삭감됐다고 한다.
일본의 한 중증장애우는 활동보조 지원제도가 없었으면 결혼하지 못했을 거라며 아내가 늘 내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면 누가 나와 결혼 하겠냐고 물었다. 이렇게 활동보조 서비스는 장애우가 부담이 되는 존재라는 인식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장애우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서비스인데, 일본도 비용 삭감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글 이태곤 기자 / 통역 김재근
도움말 노구찌 로시히로
이글은 일본 장애인차별과 싸우는 전국연합 동경대표 노구찌씨와의
인터뷰를 풀어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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