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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일본 장애우 복지 어디로 가나

"일본은 장애우 복지를 포기했다"

본문

일본의 장애우 복지가 자립지원법 시행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일본의 자립지원법은 2년 전에 제정됐고, 올해 4월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의 특징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장애우가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체계의 일원화, 그리고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우 복지 서비스의 최종 부담을 진다는 점을 명시한 것, 그리고 장애우가 활동보조인 제도 같은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때 10%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것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장애우를 대상으로 106개 항목으로 된 설문지를 돌려 장애 등급을 새로 판정하고 있다.
일본 장애우들은 자립지원법 시행으로 서슴없이 일본 정부가 장애우 복지를 포기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자립지원법 내용 안에 있는 장애우 자기부담 10%가 일본 장애우들의 가장 큰 반발을 사고 있는 부분인데 지금까지 일본 장애우는 활동보조인 같은 서비스를 받을 때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립지원법 시행으로 10%를 부담을 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자립지원법은 일본 장애우들이 받고 있는 장애 연금도 수입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장애 연금을 받아 생활한다고 해도 복지서비스를 받으려면 10%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해서 일본 장애우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 자립지원법은 장애우들의 자립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우리나라 보호작업장 같은 장애우 작업장에 다니는 중증장애우의 임금을 두 세배 올려주겠다는 조항도 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보호작업장에서 지급하는 임금의 절대 수준이 작기 때문에 가령 5만원을 지급하는 중증장애우의 임금을 10만원 15만원으로 올려줘 봤자 무슨 의미 있겠냐는 것이 일본 장애우들 얘기다.
일본도 정부가 장애우 복지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지자체 재정 여하에 따라 장애우 복지 수준이 달라질 것이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복지부 생각대로라면 조만간 장애 등급 개편이 이루어질 전망인데 등급 개편이 결코 장애우 복지를 확대하려고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복지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시행된다는 점도 주목을 끄는 부분이다. 즉 장애 등급을 정교하게 세분화 하는 것은 장애우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만 제공해서 복지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을 일본의 예에서 알 수 있겠다.
이처럼 일본의 장애인 자립지원법 시행으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럼 지금 일본의 장애우 복지는 어디고 가고 있는가, 일본에서 오랫동안 장애우 운동을 해온 일본 "장애인차별과싸우는공동연합"의 사이또 겐조 사무국장을 복지진흥회 김정열 사무총장이 만나 자립지원법 시행으로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는 일본 장애우 복지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해 봤다.

복지, 공급자 중심의 복지로 바꿔 시행
김정열 : 자립지원법 시행으로 일본의 장애우 복지정책과 제도들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왜 이런 제도들이 시행되고,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다.
사이또 : 2년 전에 자립지원법이 제정됐고, 올해부터 이 법이 시행된다. 결론을 얘기하면 자립지원이라는 말은 듣기에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장애우에게 복지를 자기 비용으로 해라 이런 얘기다. 후생노동성에서 얘기하는 게 장애우에게 지운 비용 부담을 서비스 확대로 쓰겠다고 하지만 사실 정부 부담은 거의 없다. 일본 정부가 억지로 수입이 없는 장애우에게 자부담을 시키려는 것은 복지서비스는 부담을 해야 받을 수 있는 거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본다. 그리고 또 하나 자립지원법 시행으로 장애우 당사자들의 필요성에 따라 복지 서비스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장애 등급에 따라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게 됐는데, 장애 등급도 장애우 본인 의사에 따른 게 아니라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라 판정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자립지원법 시행으로 지금까지 정부가 책임지고 시행해 왔던 복지 가 아니라 이제는 장애우 본인이 시장에서 업체와 계약을 맺어 서비스를 받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즉 일본 정부는 복지국가를 완전 부정하고 복지 서비스를 시장속으로 밀어 넣었다.
김정열 : 일본 정부가 왜 장애우 복지에서 자기 부담 원칙을 세우고 복지를 시장 질서에 편입 시키려는지 그 이유는 뭔가.
사이또 : 제일 큰 문제는 결국 재정 문제다. 장애우에게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려면 지금 재정 아래서는 한도가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 입장이다. 그 배경에는 일본 경제가 국제 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회전체 틀을 바꿔야 한다고 일본 정부는 얘기하고 있다.
김정열 : 이런 식으로 가면 장애우 복지 서비스 질이 낮아질 것인가, 아니면 시장경제로 들어가면서 장애우 복지 질이 높아질 것인지 궁금하다.
사이또 : 지금까지는 장애우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한 축이 정부에서 위탁받아 사업을 하던 사회복지단체였다. 그런데 이제는 경제 논리로 이익을 추구하는 서비스 업체가 복지에 들어오기 때문에 장애우 복지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예를 들어서 노인들을 상대로 하는 개호보험을 보면 알 수 있는데 개호보험에 기업체들이 들어왔는데, 기업들은 이익이 있는 서비스만 제공하려고 하고 이익이 없는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복지에 기업체가 들어오면서 복지에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말이 도입되고 그래서 결국 당사자가 필요한 복지가 아니라 기업이 필요한 복지가 되는 주객이 바뀌는 공급자 중심의 복지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열 : 자립지원법은 말 그대로 일을 통한 복지에 중점을 둬서 일을 통한 장애우들의 자립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의도로 시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립지원법에 문제만 있는 건가.
사이또 : 정부 말만 들으면 그렇게 착각하는데, 처음 자립지원법 제정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암울했다. 물론 법 안에는 장애우 작업장 지원 같은 조항도 들어있다. 그러나 실제로 보니까 작업장 지원은 현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조항이었다. 현재 일본 보호작업장에서 장애우들이 받는 임금은 5천엔 정도 된다. 이 임금은 장애우들이 생활하기 해서 받는 임금이 아니라 용돈 수준이다. 후생성에서는 이 용돈을 두 배로 올려준다고 하는데 5천엔이 1만엔으로 늘어나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10만엔이나 20만엔으로 늘어나면 효과가 있겠지만 원래 용돈 수준으로 임금같지 않은 임금을 받고 있는데 용돈 수준의 임금은 아무리 늘어나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상황은 자립지원법으로는 원래 수입이 없는 장애우가 일해서 수입을 얻는다고 해도 결과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 할 수 있다.
김정열 : 결과적으로 일본은 장애우 복지를 포기했다고 보나.
사이또 : 분명하게 말하지만 일본 정부는 장애우 복지를 포기했다고 본다.

정부 대신 지자체와 민간단체 역할 중요해
김정열 : 다른 얘기를 해보자. 당신이 속해 있는 장애인차별과싸우는공동연합(이하 공동연)은 이탈리아의 사회적 협동조합을 벤치마킹해서 사회적 기업은 몰라도 사회적 작업장 도입과 실천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동연뿐만 아니라 일본 장애계나 일본 사회에서도 사회적 기업이나 작업장이 논의되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사이또 : 몇 년 전까지 사회적 기업과 작업장을 얘기하는 단체는 공동연 밖에 없었는데, 2년 전부터는 다른 장애우 단체와 작업장에서도 사회적 기업과 작업장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게 되고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대신 누가 복지를 맡을 것인지가 이슈화 되면서 사회적 기업이나 작업장 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다.
김정열 : 당신이 대표로 있는 장애우 작업장은 사회적 작업장인가? 그리고 어떤 조건이 사회적 작업장에 해당된다고 보나.
사이또 : 우선은 작업장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거, 그리고 작업장이 일반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 사회적 작업장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고, 그렇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위해 즉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작업장은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열 : 현재 일본에는 규모가 큰 작업장인 수산시설과 기업이 직접 고용대신 자회사를 세워 장애우를 고용하는 특례 자회사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작업장도 사회적 기업이라고 볼 수 있나.
사이또 : 수산시설은 다른 개념의 훈련의 장이다. 장애우가 비장애우에게 지도받는 입장이고 또 장애우가 용돈 정도의 임금을 받기 때문에 자립할 수 없다. 그래서 수산시설은 사회적 기업이 아니다. 또 특례 자회사는 모회사가 장애우와 함께 일하지 않기 위해 피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의 개념과는 전혀 안 맞다.
김정열 : 다시 한 번 묻겠다. 지금 일본은 장애우 복지 정책에 있어서 자립지원법이 중심에 있는 건가.
사이또 : 그렇다. 일본 장애우 복지정책의 모든 것이 자립지원법에 집약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법을 바탕으로 교육 고용을 다 연계시키려 하고 있다.
김정열 : 일본에는 자립지원법 외에 신체장애인법, 정신지체인 지원법, 고용촉진법, 장애인 기본법 등 여러 가지 법 들이 있는데 이런 법들과 자립지원법이 어떤 연관을 맺고 있나
사이또 : 장애인기본법은 이념이기 때문에 다른 역할은 없고, 구체적인 복지 정책을 정하는 데 있어서 자립지원법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장애우 관련 다른 법은 자립지원법이 있고 그 밑에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김정열 : 일본의 장애우 복지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사이또 : 지금 일본 정부는 보수 색깔의 자민당이 계속 장기집권하면서 자민당 정책으로 가고 있는데, 자민당이 민주당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집권 정당이 민주당으로 바뀐다고 해도 정책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 결국 복지가 정부에 대해 기대할 부분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민간 비영리단체에서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자민당은 시민단체를 싫어하고 민주당은 아직은 우호적인 것 같다. 그래도 민주당 정부가 되면 복지가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김정열 : 결국 시민의 힘으로 장애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들리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있나.
사이또 :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복지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민간이 따라갔는데, 이제는 정부가 복지재정을 못 대겠다고 하니까 지방자치단체와 비영리 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일본 장애우 복지는 정부 대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시민단체의 역할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열 :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편차가 심한데 가능한가.
사이또 : 그 지적에 동감한다. 지역에 따라 장애우 복지의 격차가 생길 것이다. 격차를 좁혀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정리 이태곤 기자
통역 기오카와 치하루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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