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 전동휠체어 환경 만들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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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체어 이용인구 1만2천 시대.
하지만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은 인도가 아닌 도로에서 각종 차량에게 위협받고 있다. 전동휠체어 이용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전동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제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 그래서 장애우들이 각종 사고 위험에 내몰리고 있는데, 그 상황과 문제점을 <함께걸음>이 짚어봤다.
전동휠체어는 보장구일까, 전동차일까?
전동휠체어, 어떤 사람은 의료보험상 보장구에 속하니 보장구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동력에 의해 도로에서 운전되는 것'이니 차마에 속한다고도 하는데, 헛갈려하기는 이용하는 당사자도 마찬가지. 현재 이용 중인 전동휠체어가 도로교통법상 보장구인지 전동차인지를 물으면 열에 아홉은 명확히 대답하지 못한다. 도대체 전동휠체어는 보장구일까, 전동차일까?
우선 답부터 얘기하자면 도로교통법상 전동휠체어는 차마(車馬)에 속하지 않는다. 즉 보장구란 얘기다. 경찰청 교통사고분석계 관계자는 "만약 전동휠체어가 차마로 구분이 되면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장애우가 전동휠체어에서 내려서 건너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지 않냐"며 "도로교통법 2조16항에 따라 전동휠체어는 '행정자치부령이 정하는 신체장애우용 의자차'에 속해 차마에서 제외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서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5월 30일, 아예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도로교통법상 보행자로 보는 신체장애우용 의자차를 의료기기의 기준규격에 맞는 수동휠체어, 전동휠체어 및 의료용 스쿠터로 한다(행정자치부령공고 제329호)"고 명시했다고. 따라서 전동휠체어 이용자는 도로교통법상 명백히 보행자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동안 교통사고가 발행할 때마다 벌어진 '보장구냐, 전동차냐'를 둘러싼 논쟁은 명확히 정리가 됐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바로 전동휠체어 이용자는 보행자임에도 불구하고 인도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 원칙상 전동휠체어 이용자는 보행자이기 때문에 도로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도로를 이용해 이동할 경우 범칙금을 부과할 수도 있고, 교통사고라도 나면 도로로 나온 보행자의 과실을 묻기 때문에 인도를 이용하는 보행자처럼 제대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알더라도 도로 이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거리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중 다수는 도로 가장자리로 이동하고 있었다. 커다란 버스 옆을 아무런 보호장구도 없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얼핏 보기에도 위험하기 그지없는데…,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인도로 다니지 않고 도로로 나오는 걸까?
인도 곳곳에 장애물,
"전동휠체어, 도로 이용 불가피"
"아직도 곳곳에 턱 때문에 올라가지 못하는 인도도 많지만, 설사 경사로가 돼 있어 인도로 가다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도로로 가게 되는 일이 왕왕 발생해요. 인도로 한참을 갔는데 길 중간에 계단이 있거나 노점상이 인도를 차지하고 있어서 더 이상 갈 수 없게 되면 황당하죠. 황당하지만 어떻게 해요? 그 지점엔 경사로가 없으니 다른 방법이 없죠.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도로로 그 곳을 지나가는 수밖에. 전동휠체어 이용 초기에 몇 번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면 아예 도로로 다니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7년째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는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이현주 간사의 말이다. 그는 전동휠체어가 건강보험의 보장구 지원품목이 되면서 많이 보급은 됐지만 전동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인도가 정비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도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심승보(40, 지체장애1급)씨의 도움을 받아 서울의 중심가인 광화문, 종로, 을지로, 서대문 등을 다녀봤는데 인도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어딜 다니든 2~3분마다 문제점들이 발견됐다. 우선 노점상이 인도의 반을 점령하고 있는데다, 인도 곳곳이 계단으로 끊겨 있거나 턱으로 막히는가 하면 장식을 하느라 깔아놓은 표면이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때문에 마치 자갈밭이라도 지나가는 것처럼 전동휠체어를 탄 심씨의 몸이 심하게 떨리기도 했다. 또 휠체어가 인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턱을 없앤 곳에는 자동차가 인도에 올라와 불법 주정차를 하는 바람에 정작 휠체어는 인도로 진입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도저히 인도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동휠체어가 지날 수 없을 만큼 좁은데 거기다 가로수까지 심어놓아 이미 최악의 인도로 유명한 청계천 인도 역시 길을 지나다 볼 수 있었는데, 실제 이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심씨와 동행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횡단보도였다. 지하철과 연결된 지하보도만 있을 뿐 사람 걸음속도로 20분이 넘게 걸어도 도통 어디에 횡단보도가 설치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역에 설치돼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하나뿐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면 왕복6차선의 넓은 도로를 무단횡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더라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차가 횡단보도를 점령하고 있어서 사람들과 곡예를 하듯 좁은 차 사이를 지나야하기 때문에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서울 중심가를 함께 다닌 심씨는 "현행 도로 구조는 자동차와 사람만 고려했지 전동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설계되지 않았다."며 "전동휠체어는 일반적으로 자동차보다는 느리고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빨라서 자전거전용도로와 같은 별도의 도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설교통부 도시교통팀 이상주 사무관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새로 만들어지는 도시는 이런 불편이 없도록 계획단계부터 교통약자의 이동을 고려하도록 했지만 기존 도시의 경우엔 인도의 관리주체가 모두 달라서 개선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국도보다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도에 많은데 중앙정부는 관할 지자체의 인도 개선에 대해 지원할 근거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관할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마련해야 해서 실질적인 개선을 끌어내기 어렵다고. 그는 "여러 가지 유인책을 계획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지자체 장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전동휠체어 교통사고 증가, 보호책이 시급하다
정부가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전동휠체어 이용자의 교통사고는 계속 늘고 있다. 게다가 아직 전동휠체어가 보장구라는 인식이 없기 때문에 사고처리 과정에서 제대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는 박현(32, 지체장애1급)씨는 올해 초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늦은 밤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에서 광나루역으로 가는 길에 인도 상태가 좋지 않아 도로를 이용하다 마주오던 차와 부딪힌 것. 이 사고로 박씨는 머리를 다치고 전동휠체어가 망가지는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사고처리에 나선 상대측 보험사는 박씨가 인도가 있는데도 도로로 내려왔고, 당시 차가 가는 방향과 반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역주행을 했다"며 80%의 사고책임을 물었다. 즉, 분명히 도로교통법상 보행자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는 사고처리 과정에서 도로로 나온 전동휠체어를 차로 간주해 자기과실을 물은 것이다.
지난 4월 말 최강민(32, 뇌성마비1급)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2호선 성내역에서 강변역 방향으로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최씨는 당시 주변에 횡단보도가 없어서 도로를 건너기 위해 도로변에서 정지한 채 기다리다 달려오는 차와 부딪혔다고. 이 때문에 전동휠체어가 완전히 망가지고 한달간 입원을 해야 할 만큼 크게 다쳤으나 사고처리에 나선 상대 보험사측은 최씨의 전동휠체어가 차의 진행방향과 달리 서있었다는 점을 들어 '역주행'이라며 30%의 사고책임을 물었다. 이 경우 역시 전동휠체어를 보장구로 보지 않고 차마로 간주해 과실을 물은 것이었다. 이 때문에 최씨는 감가상각까지 적용해 전동휠체어 본래 구입가의 절반밖에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사무국장은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사고처리 과정에서 보험사는 일단 전동휠체어가 도로에 있거나 역주행 방향이라고 생각되면 차로 간주돼 처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 보행자로 간주됨에도 불구하고 보험사에서 차마로 간주해 보상하는 이유는 회사측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사고처리는 민사 책임이기 때문에 큰 사건이 아닌 이상 경찰이 개입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고 보상을 하러 나간 보험사 직원은 영업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해석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보험사 직원이 일반적인 사고에 대한 교육은 받지만 전동휠체어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는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아는 범위 내에서 적용해 처리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며 "사고를 당한 본인이 보다 철저하게 알아보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라 올해 말까지 중앙정부 차원의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 초에 지방별로 이 지침에 따라 지방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5개년 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렇게 계획이 수립되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인도의 개선작업이 추진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문제점을 인지하고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인도를 다닐 수 있도록 정비하는 일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당장 위험천만한 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전동휠체어 이용자들 입장에서 볼 때는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알 수 없는 개선작업만 기다릴 수는 없다. 이들이 교통사고에 무방비 상태로 내몰리지 않도록, 도로로 나설 수밖에 없는 전동휠체어 이용자에 대한 보호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글 사진 조은영 기자
전동휠체어 교통사고시 이것만은 꼭 알아두자!
1. 우선, 사고를 당하면 아무리 가벼운 사고라도 치료를 받도록 한다.
사고로 인한 임상적인 현상은 의학적으로 24시간 이후에 통상 발생하기 때문. 사고를 가볍게 생각해 그냥 가라고 했다가 나중에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든 가해자의 인적사항, 연락처, 보험회사는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
2. 보상이 안된다는 보험사 말에 넘어가지 말아라.
보험사는 자기들이 만든 약관상 지급기준이 절대적 진리인양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법률상 인정되는 모든 손해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보상이 안 된다는 보험사측의 말에 현혹되지 말자. 예를 들어 휴업 손해도 80%만 인정하나 법원에서는 100% 전액 인정된다. 또 보험사의 경우 치료과정에서 들어가는 간병비, 특진비, 병실차액료 등 지급되지 않는 게 많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거의 인정되니 증거자료(사진촬영, 영수증, 소견서 등)를 챙겨두면 도움이 된다.
3. 보험사 직원이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꼼꼼하게 따져라.
대부분의 경우 보험사는 빨리 합의를 보려고 하는데, 이때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 보험사 직원의 말을 꼼꼼하게 따져볼 것. 그러다보면 보험사 직원과 싸우게 될 수도 있는데, 불만이 있으면 담당자와 계속 싸우는 것보다는 일차적으로 해당 보험사의 고객서비스센터에 민원을 접수하는 것이 좋다. 민원을 접수했으나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는 금융감독원에 이차적으로 민원을 접수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해당 보험사 직원에게 불이익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험사 직원을 이를 피하려고 노력한단다.
단, 택시, 버스, 트럭 등의 일반 보험사가 아닌 공제조합 형태인 경우에는 손해보험사보다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손해보험사의 경우엔 금융감독원의 제제를 받지만, 공제조합의 경우 건설교통부가 담당하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서 건교부에 민원을 넣더라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만약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더라도 마지막 순간에는 소송도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 두자.
4.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과실비율을 알아두자.
교통사고의 경우 상황에 따라 과실비율이 달라지지만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한 과실비율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는 대부분 도로로 주행하다 차량과 부딪히거나, 무단횡단을 하다 달려오는 차와 부딪히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무단횡단 중에 사고가 나면 일반적으로 50~60%까지 높은 과실을 묻지만, 횡단용 시설물이 없었다면 보행자 과실비율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통 일반도로의 경우 30% 본인과실 책임을 묻는 게 일반적이라고. 도로가 넓다거나 밤중에 무단횡단을 한 경우엔 보행자의 주의 의무를 더 크게 물어 과실비율이 늘어난단다. 따라서 밤이나 차선이 많은 큰 도로에서는 각별히 주의하도록 한다.
인도와 차도의 구별이 있는 도로에서 차도로 보행한 경우에는 보행자에게 20%의 본인과실 책임을 묻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인도 차도 구별이 없는 도로의 경우에는 도로 좌측단에 있을 때는 과실을 묻지 않고 도로 우측단에 있을 때만 10% 본인과실 책임을 지운다. 따라서 되도록 도로 좌측단으로 통행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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