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경감을 통한 계층간 위화감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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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은 이번 호부터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나란히 싣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최근 교육계에서 논란이 되고있는 유아교육법 제정 문제입니다.
유아학교는 교육복지형 학교
우리 나라 유아교육 현실은 학원, 선교원, 놀이방, 어린이집, 유치원 등 시설의 난립, 학부모의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 0~2세 영아보육의 저조, 3~5살 유아의 2개 부처(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중복관리로 인한 정부의 예산낭비와 행정상의 마찰, 교육기회의 불평등으로 인한 계층간의 위화감, 과도한 원아모집 경쟁, 학부모의 시설 선택 혼란, 교사의 교류․경력 인정 및 상위자격 취득 문제, 관련단체․학계간의 알력 등 구조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지난 50년간 역대 정부가 경제성장과 개발 이데올로기 하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인 장애우와 노인을 비롯한 취학 전 아이들의 보호․교육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방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유야 교육은 개혁되어야 하며, 그 방향은 수요자인 아이와 학부모의 요구에 맞추어 ‘가까운 곳에서, 질 좋은 보호․교육을,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시간까지’ 제공하는데 있다.
50년만의 정권교체로 탄생한 ‘국민의 정부’의 김대중 대통령은 50년간 방치한 유아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유아교육법’ 제정을 통해 개혁하겠다고 대선공약으로 약속했다. 여당인 국민회의도 대선공약 실현을 위해 ‘유아 교육법안’을 국회 교육위에 상정해 놓은 상태이며, 6월 초 정책위원회 산하에 ‘유아교육법 제정 정책기획단’을 만들어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유아교육계혁의 골자는 ‘유아교육법’을 제정하여 만 3~5살 유아는 교육부 관할의 유아학교에서 담당하고, 만 0~2살 영아는 보건복지부 관할의 영아보육시설에서 담당하도록 현행 ‘영유아 보육법’을 ‘영아보육법’으로 개편함으로써 유아교육체제를 정비하고 점진적 재정지원을 통해 공보육․교육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유아교육법’ 제정은 다음 몇 가지의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 교육체제를 재구성하는 획기적인 일이다. 유아교육을 독립시켜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및 평생교육과 함께 한국교육의 중심축으로 삼고, 유아교육에 투자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으로 되어 있는 현행 교육3법 체제에 ‘유아교육법’과 ‘평생교육법’을 제정하여 교육5법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둘째, ‘하드웨어로서의 기존 하교’ 개념을 넘어서 ‘소프트웨어로서의 새로운 학교’ 개념의 도입니다. 유아교육법에 의한 유아학교는 3~5살 유아의 건전한 보호․교육과 보호자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지원하는 반일제, 시간연장제, 종일제, 야간제, 24시간제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복지형 학교’로서 학부모가 운영시간과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셋째, 영아보육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유아교육법’ 제정은 ‘영유아보육법’을 ‘영아보육법’으로 개편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영아보육법’에 의한 영아보육시설을 부모가 취업, 직업훈련, 질병, 학업, 정기적 사회봉사 등으로 인해 영아를 보육하기 어려운 경우에 국한(선별주의 원칙)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육교사 인건비 전액을 지원함으로써 저렴한 비용부담으로 운영되는 보육시설이다.
예산은 충분히 확보 가능
넷째, 여성인력의 사회․경제발전에 기여한다. 여성 인력의 사회․경제적 활용의 걸림돌이 바로 아이 키우는 문제이다. 0~2살 영아보육과 3~5살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적 지원체제의 구축은 2세 국민의 건전 육성과 여성인력의 지속적 활용 및 기업의 생산성 증대에 기여하는 필수적인 장치이다. 영아보육과 유아교육의 공보육․교육체제가 제대로 정착되어 여성인력의 사회․경제적 활용이 원활하게 되면 연간 GNP 3% 포인트 이상의 경제성장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고, 이 분야 자체에서 수십만 명의 여성고용 창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다섯째,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경감되고, 계층 간의 위화감이 해소된다.
학부모들의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의 출발점이 영아보육과 유아교육 분야이다. 시장경제에 맡겨져 학부모들의 경제사정에 따라 보호․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심각한 상태로 계층간의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조기교육 열풍 속에서 연간 2조 1천억원의 사교육비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아교육법과 영아교육법이 제정되면, 현재 월 30여만원의 영아보육비가 15~20만원으로 경감되고, 법정 저소득층 자녀는 반액으로 보호․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2005년까지 5살 무상교육이 100% 시행되며, 추수 4살, 3살로 확대되는 기반이 조성된다.
이 외에도 국가가 취약계층인 취학전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어려움을 지원한다는 것은 21세기 교육복지국가의 초석을 마련하는 일이다. ‘유아교육법’이 제정되면, 모든 영유아 관련 시설들은 유아학교나 영아보육시설 중 어느 한쪽을 선택․전환하여 수요자인 아이와 학부모의 요구에 맞춰 선의의 서비스 경쟁을 하면 된다. IMF 사태로 소요예산을 우려하지만, 보건복지부는 98년 1천30억원 예산으로 현재 11만 8천명의 영아보육에 교사인건비 전액을 지원하고도 충분하며, 교육부는 98년도 약 1천6백억원의 공립유치원 예산 이외에 약 1천5백~2천억원의 예산을 추가 확보하면 된다. 이 금액은 교육부 예산의 1%미만이므로 자체 예산절감이나 조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불행하게도 ‘유아교육법’ 제정의 걸림돌은 예산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부의 고질적인 부처(보건복지부) 이기주의와 기득권층과 이해 당사자들의 반대이다.
개혁은 반대세력을 극복하고 나아가는데 있다. 유아교육개혁은 작은 개혁이고, 쉬운 개혁이지만 그 효과는 4백만명 아이들과 8백만명 학부모, 나아가 온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실상 큰 개혁이다.
글/ 임재택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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