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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시설은 운영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우인권유린으로 지탄받는 청암재단

본문

 
 
 

청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

 

사회복지 노조, 시설비리 척결의 주춧돌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장애 역사상 이슈화 되었던 시설의 문제는 살펴보면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시설 운영의 족벌화 및 대형화 시설 생활인에 대한 폭력, 감금, 노역 등 인권 유린 정부보조금 및 후원금, 수익금에 대한 횡령 및 착복이 그것이다.

그리고 비리 의혹을 받은 장애 관련 시설들이 이렇게 공통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는 이유도 간추려 볼 수 있는데 복지 관련 시설 운영자들이 시설을 하나의 개인 사업으로 생각해 시설운영으로 돈을 벌고자 하기 때문이며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서 대형화하려는 추세이며 시설 생활인에게 지속적인 협박과 회유, 폭행, 강제 노역을 강요해도 생활인들이 외부와의 소통이 한정되어 있고, 장애 등으로 인해 폭력에 대한 항거능력이 부족해 외부로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폭력적인 상황이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운영자의 욕구대로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 복지 제도의 허점과 시설 생활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 또한 시설의 위와 같은 작태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함께걸음에서 취재한 청암재단도 위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장애계에서 이러한 시설문제들에 대해 대응하는 방법이 조금씩 조직화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 사회의 시설 문제는, 현 시설들의 특성상, 시설과 관련된 사람들 그러니까 직원이나 자원봉사자, 시설 생활인 등의 고발로 드러나지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따라서 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시설의 비리와 인권유린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힘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내부 고발자들이 시설의 비리를 폭로하면서 해고 등의 개인적인 위기 상황을 혼자 감내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신변의 위험은 물론 생계까지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아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최근에는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뭉쳐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그 예로 이번 청암재단 노동조합과 성람재단 노동조합(함께걸음 2004.08.)이 그렇고, 2003년의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96년의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함께걸음 1996.12)가 그러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홀트 노조(함께걸음 1997.02)도 맥락을 같이 한다.

또한 시설 관련 노조가 민주노총 공공연맹의 산하 조직화하는 추세이다.
사실 현재 사회복지계의 노동조합은 조직력이나 영향력이 일천하다. 사회복지 관련 노조도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는 시설의 비리나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시설의 비리를 폭로하는 관련자, 특히 사회복지사 등의 직원들은 소속기관을 상대로 조직적인 싸움을 해 본 경험도 거의 없다.

따라서 이들은 시설의 횡포에 조직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절감했고, 단체교섭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민주노총의 조직력과 대응력과 힘을 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암노조의 경우, 익명의 제보로 인해 비리가 폭로되고 그 후에 노조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재단의 비리 의혹에 대한 분노를 체계적으로 조직해서 단순한 우발적인 폭로에 그치지 않고 치밀한 준비를 했다.
사전에 증거확보를 하는 것은 물론, 사안들을 몇 차례로 이슈화해서 사회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관련 구청에 천막농성을 시작하기도 했다. 어쨌든 시설 비리에 관한 문제 해결에는 사회적 압박이 중요한 만큼 이러한 청암노조의 활동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앞서 성람노조나 청암노조의 경우 고발자들이 부당해고에 맞서 시설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 노조에 대해 사회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회복지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회 풍토 때문이다. 그저 좋은 일하는 사람으로만 바라볼 뿐, 전문가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러한 시선은 사회복지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인내와 희생만을 강요하며 봉사자로써의 역할만을 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사회복지 역사 속에서 이러한 상황은 계속되어 왔으며, 이에 익숙한 사회복지 종사자들 또한 노조에 대해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은 소속기관의 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 노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단이나 시설장과의 싸움을 위해 노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이러한 상황은 사회복지노조의 초보적 단계로 여겨진다.
사회복지 노조들은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천사표 사랑과 봉사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복지 문제를 구조적으로 풀어가려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이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자신 권익을 스스로 지키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다.

최근 그동안 활동하고 있던 사회복지 노조들이 힘을 모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사회복지 시설 민주화와 공공성 쟁취를 위한 전국 연대(가칭)’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는 청암재단 노조, 성람재단 노조,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 등 그동안 시설의 비리 의혹을 규명하고 민주화 활동을 해왔던 단체들이 모였다고 한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사안별로 만들어진 사회복지 노조들이 정보 공유와 연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시설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사회복지 노조.
이들이 과연 우리 사회에 암초처럼 뿌리 박혀 있는 시설의 인권유린과 비리에 맞서는 첨병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이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비겁한 꽁수 쓰지 말고,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쳐라

반면에 이렇게 사회복지 관련 노조들의 활동이 조직화되자, 시설 측 대응 또한 치밀해지고 있다.
사실 시설 비리 의혹은 운영자의 불인정은 물론 그것을 증명하기도 쉽지 않고, 시설 운영자들이 지역사회의 유지인 경우가 많아서 실형을 받은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 청암재단 관련 사건은 문제가 터지자마자 원장이 바로 시인, 구속되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청암 노조 측은 비겁한 ‘꽁수’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노조 측은 원장이 이사장의 사위인데, 이사장과 아무런 상관없이 독단적으로 모든 것을 했을 리 만무하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원장 선에서 사건을 속히 진화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또한 재단 측은 이사진을 교체하라는 노조의 요구에 부응(?)해 원장, 이사장 등 이사들을 올해 1월 1일 전격교체 했다. 그러나 진지한 고민 없이 임시방편으로 꾸민 이사진들이라 아직 등기조차 못하고 있다고 한다. 1월에 취임한 조 모씨 이사장은 2월에 다시 하 모씨(경실련, 전 대구경실련 상임집행의원, 전 대구시의원)으로 바뀌었고, 구청 측에 해고통지서를 받은 임원 4명은 아직 유임인 상태다.

어쨌거나 현재 재단 측은 이를 무기 삼아 노조가 원하는 대로 운영진을 교체했으니 더 이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노조 측은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시설의 이사진들이 검찰 수사도 안한 상태에서 이렇게 모두 전격적으로 교체됐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이사진을 교체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바꾸었느냐가 핵심이지 않는가. 우리는 재단의 전 운영자들과 연결고리가 없는 민주적인 이사를 선임하거나 완전히 다른 법인에 위탁되길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권오일(에바다학교) 교감도 “청암재단은 에바다와 복사판인 사건이다. 에바다도 사건 터지자마나 이사진 교체됐었다. 그리고도 이사들이 계속 바뀌어, 사건 후 1년 뒤에는 당시의 이사진이 한 명도 없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단순히 얼굴 바꾸기 식의 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청암재단 운영진이 빨리 물러났던 것은 잔머리(?)를 쓴 것 일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 교감은 “시설 관련 의혹들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반 인권적이고 악랄한 계획으로 만들어진 비리다. 세상이 아무니 변해도 장애우 시설 문제는 오히려 확대되고 재생산되고 있다. 이는 관할구청의 특단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수술이 필요한 사람에게 밴드 붙이는 것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라며 분노했다.

문제를 알면, 바로 깨끗이 해결하라

기자는 글머리에서 비리 의혹을 받았던 시설들이 어떠한 작태를 보였는지를 간추렸었다.
이렇게 유형과 원인을 추려볼 수 있다는 것은 시설비리가 비슷한 방식으로 같은 문제들이 오랜 시간동안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설 비리와 인권유린 문제가 되풀이 되는 것에는, 앞서도 지적했지만, 관련 공무원의 인식 수준과 현 복지정책의 허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정부보조금을 받는 시설의 경우 1년에 한번씩 감사를 받아야 한다. 청암재단도 설립된 지 거의 50년이 된 신고시설로써 매년 감사를 받는다.

관련 공무원들은 한정된 인원 탓을 하면서 제대로 된 감사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항변하지만, 정기 감사는 관할구청으로써 의무적으로 해야 할 업무다.

더구나 국민의 세금으로 주는 정부보조금이 아닌가.
시설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시설 운영자들 부자 되라고 퍼주는 돈이 아니다. 시설 생활인들을 위해 사용토록 지급되는 세금이다.
그러므로 정부보조금을 받고 있는 시설들은 시설장 개인의 것이 아니다.

청암 노조는 동구청은 물론 대구시와 청암재단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을 계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 예로 노조 측은 “작년 11월 8일과 11일 이틀 동안 동구청은 청암재단을 상대로 특별감사를 했던 것을 확인했다. 그 결과 재단이 직원들의 퇴직금 적립통장에서 1억3천여원은 횡령한 사실을 알고도 동구청은 묵인했다. 감사가 끝난 직후인 12일에 전혀 별개로 운영 있는 ㅊ보육원(전 이사장의 처 장 모씨가 운영)에서 1억 3천여원을 급작스럽게 송금한 것이 그 증거다. 동구청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도 돈을 채워놓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묵인해 준 것이다.”라며 동구청과 청암재단의 오랜 유대관계가 없이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 측은 재단이 1억이 넘는 보조금을 유령직원을 이용해 사실을 알고도 별 다른 조치 없이 환수만 했으며, 이렇게 적발된 사례가 있으면 다른 직원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것이 상식인데, 또 다른 임금횡령 의혹에 대해서 더 이상 조사하지 않는 것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친인척을 동원한 유령직원은 관련 구청이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색출 가능한 비리다. 그럼에도 명명백백히 밝혀내지 않고, 동구청이 이렇게 미적거리고 있는 속셈은 뭘까.

그리고 동구청은 함께걸음과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시하지 못했다.”는, 당최 뭔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한 동구청 사회복지과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감사 때는 특별한 장부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감사에서는 지적할 문제가 없었다”고 말해 특별한 장부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간접 시인하기도 했다.

청암 재단의 속사정이 이러할진대 동구청은 작년 사회복지서비스 우수 사례로 청암재단을 선출했다. 그리고 청암재단은 대구시 사회복지협의회가 개최한 대구시사회복지대회에서 복지상을 받기도 했다.

성람재단의 경우도 이 시설에 한 해 100억이라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종로구청 측은 “다 지난 일을 가지고 왜 자꾸 그러느냐, 그 문제들은 과거에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이 된 것들이다.”라며 문제를 무마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내부 고발자들이 시설의 비리에 대한 내용을 알았을 때 관련 공무원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들은 근무하면서 관련 공무원들이 어떻게 감사를 하고 돌아갔는지 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시설 비리를 부추기는 데에는 관련 기관들의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과 태도 뿐만 아니라, 복지 시스템의 헛점도 빼 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현재 시설 등록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다. 신고만 하면 누구나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관할구청에서 신원조회 등을 하기는 하지만, 이 절차는 그야말로 의례적인 것이라서 시설 비리로 실형을 받았던 사람이 다시 시설을 운영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다. 법인이나 재단이 시설을 운영할 경우 관련 이사진 구성원들에 대한 관할 구청의 검증 또한 통과의례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리고 동구청과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듯이 시설관련 부서가 일원화 되어 않으며, 또한 감사 결과 정부보조금의 횡령이나 착복 등의 문제가 드러났을 경우에도 예산이 삭감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보조금의 시설 생활인나 직원들의 인원수에 따라 금액이 좌우되기 때문이라는데, 이는 시설의 대형화를 부추기고 있는 모순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
지금까지 사회 이슈화 되었던 비리시설들은 대부분 장애관련 시설들이었다.
이는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장애우였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만일 이들이 장애가 없다면 요즘 같은 세상에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을 일삼고, 노예와 같은 강제 노역을 시키고, 심지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상에 오르지도 못할 음식들을 제공하는, 이러한 충격적인 만행을 저지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는 장애관련 시설 운영자나 이를 감시해야 할 정부기관들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우리 사회 복지 인식의 현 주소인 것이다.

시설은 운영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복지 시스템 상 선택의 여지조차 없이, 시설이외에는 갈 곳조차 없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아무리 버려진 사람들이라고 해도 한 사람의 국민인 이상, 이들도 인간으로써 행복할 권리가 있다.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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