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활동으로 복지마을 만들기에 접근
부장, 관장을 뺀 나머지 직원 18명 모두 노조 가입 주목받는 중앙대학교 부설 종합사회복지관
본문
노동조합에 대한 몰이해 심각
대부분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복지현장에서 참으로 신기한 곳을 발견했다. 관악구 신림동 마을 한 어귀에 위치한 중앙대학교 부설 종합사회복지관(이하 중대복지관, 관장 문성호). 물론 노-사 관계가 매우 우호적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곳이지만, 이렇게 당당한 목소리가 나올 줄은 몰랐다.
“노조요? 당연히 있어야죠. 노동자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다면 말입니다” 복지관 김학근 복지부장의 말이다. 그는 “현장에서는 전문성보다 노동자성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소규모 조직이다 보니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배제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현재 기관의 문제나 방향 등을 결정하는 인사권, 경영권 등을 모두 장이 갖고 있잖아요?
여기에 대해 시스템으로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노조가 아닌 듯 싶습니다.”라며 노조는 복지관이 민주적 운영구조를 갖게 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대복지관에는 부장과 관장을 뺀 나머지 직원 18명 모두가 노조에 가입해 있다. 물론 75년에 문을 열어 노조 설립신고를 한 것은 지난 해 3월, 그러니까 이제 1년을 막 지난 햇병아리 노동조합이다. 이제 시작인 셈이니 크게 갈등을 빚는 문제는 없다.
애초 설립 때부터 부장급을 비롯한 관장은 “그래, 사회복지 정책이 제대로 되려면 복지사들의 목소리가 필요하지”라며 당연히 노조를 인정하는 자세였다고 한다. 그래서 중대 복지관 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주 5일 근무나 연월차 휴가, 노조 활동을 인정받는다고 할 수 있는 전임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전임자가 있어야 제대로 활동다운 활동을 할 수 있겠지만 복지관의 상황 등을 고려해 일주일에 15시간 정도를 노조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를 통해 노조는 타 노조와의 연대활동과 복지정책 이슈와 관련된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현장에서는 노-사가 가장 첨예한 대립 지점을 보이는 인사위원회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신규 채용시 면접 단계부터 노조 지부장이 참여하게 되었는데, 권한을 침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해 노조를 더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다른 사회복지 기관과는 현저히 차이가 나는 태도다.
이에 대해 김학근 부장은 “처음에는 뭐 이런 것 까지…, 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들 이익이 되고자 하는 취지니 인정해야죠.”라며 당연시 한다. 분위기가 이 정도니 “그래서 다른 기관에 비하면 행복한 노조죠”라는 말이 노조원의 입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것이 아닐까.
김학근 부장은 최근 사회복지노조가 다시금 꿈틀거리고 있는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는 노사가 갈등으로만 치닫는 이유에 대해 “다른 기관에서 노조를 오만불손하다, 권한을 침범한다는 등 표현하는 것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공공의 것이라기보다는 사유재산으로써 조직을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는데, “노조를 동등한 파트너라는 인식이 결여된 총체적인 몰이해에서 비롯되는 것 아니겠냐”며 오히려 노조보다 더 강한 확신으로 대답한다. 노조원인지 간부인지 헷갈리는 대목이었지만 곧 그 의구심은 사그라졌다. 그는 승진하기 전에 97년 후반부터 산별노조를 지향하는 사회복지노동조합 준비위원회 모임부터 참여하고 노조를 설립하는데 결정적인 인물이었던 것이다. 노조결성과 동시에 승진이 되는 바람에 멍석 깔아놓고 노조활동은 한 번도 못했지만.
그는 정립회관 문제를 노사갈등으로만 치부하며 노조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장애계와 정부 측에 우려를 나타냈다. “노조도 고착화되어 있는 부분이 있어요. 간혹 경직되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도한 게 사실인데…, 패턴이 있는데 똑같은 틀로 적용해서는 안되겠죠. 그런데 중요한 건 현재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아직은 힘이 너무 약해요.”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럴수록 노조는 가장 민주적인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각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참여하면서 서로가 존중되는 구조여야 노조원들에게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공동체 삶 지향하는 노동조합
여하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노조를 사측이 아무런 근거 없이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사측은 “노조는 인정한다. 하지만 대정부 투쟁을 해라. 기꺼이 지원하겠다. 우리도 힘들다. 그렇게해서라도 복지예산을 증액시켜달라고 해라”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이에 대해 김학근 부장은 “사회복지노동자 1만 명에 상근 20여명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사측에서 사회복지사들이 기관에 주장하지 말고 정부에 요구하라고 한다면 그런 힘을 모을 수 있는 조직을 인정해주는 게 먼저겠죠.”라고 대응하며, 말로만 그럴 것이 아니라 선후가 어떤 것인지,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자세가 무엇인지 곰곰이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같은 사회복지 영역에서 일하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는 노조의 박종필 사무국장. 그는 노조 설립시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단체교섭을 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것과 연대활동과 교육을 통해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나와는 상관없다고 느끼며 살았던 많은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어 삶이 풍부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노조 때문에 ‘전체회의’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파트너로 인정된다는 것은 운영에 있어서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도 전체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통해 복지관 전체 운영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고, 누구나 자유로운 분위기속에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으니 더 창의적인 프로그램 계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중대 복지관에는 ‘지역사회운동팀’이 존재한다. 이 팀은 주민조직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공부방 등 미신고시설들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체계를 만들어 명실상부한 공동체적 삶을 구상하고 있다. 또 주민들이 관심을 갖는 학교 앞 주차문제 등도 실태조사를 통해 해결하는 등 주민들의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단지 ‘이런 프로그램 만들었으니, 오시오~’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신뢰를 주는 복지마을 만들기까지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대복지관이 노조의 존재로 훨씬 더 발전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시간이 더 필요한 듯 하다. 이제 1년이 지난 시점이니 앞으로 노조원들의 자기 인식은 더 확고해질 것이고, 객관적 환경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기에는 이른 지점이 있다.
또 여전히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그 조직 전체의 분위기가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 관계가 변화 발전할 지, 변질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서로를 인정하고 책임을 다한다는 구성원들의 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복지 현장에서 노조의 활동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중대복지관 구성원들이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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