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결정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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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교류대회 두 번째 날에는 한일 양국의 ‘장애우운동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해에는 교육과 장애여성 부문까지 포함된 4개의 주제별 토론이 진행되었으나 올해는 고용과 사회 환경 및 정책, 2가지 주제를 놓고 보다 심도 깊은 토론의 자리를 꾀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한다.
복지적 마인드에서 산업적 마인드로 무장 제안
15일 열린 한일교류대회 정책토론회에서 먼저 ‘IMF 구제금융시대의 장애우 취업의 현실과 해결노력’을 주제로 발표한 다운센터 성희선 원장은 “단적으로 다운센터에 4월 한 달 동안 두 차례나 도난사고가 발생해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정신지체장애우들의 3달치 임금으로 모아놓은 71만원이 없어지는 등 각박해진 세태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성 원장이 털어놓은 현장에서의 IMF 체감사례의 서곡에 불과할 뿐이었다. 다운센터 뿐만 아니라 서울경인지역 복지관 보호작업장마다 물량이 완제품을 분해했다 다시 조이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 실정이고 여기 저기 수소문해 거래선을 소개받으려고 애쓰거나 심지어 부도업체를 복지관 안으로 끌어들여서야 보호작업장을 가동하고 있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전경련은 장애우의무고용제 폐지를 건의해 더욱 보호작업장 관계자들의 마음을 쓰라리게 한 바 있다.
최근 활발했던 지원고용프로그램 덕분으로 취업했던 정신지인체들이 적지 않게 다시 되돌아오고 있는데 평소 15명 내외를 넘지 못하던 다운센터 훈련생 모집에 25명이 몰렸고 그 가운데에는 재훈련생이 적지 않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운센터에서는 기관간 공동대처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12개 기관에 설문지를 급히 보내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 결과 7개 기관에서 취업시킨 훈련생이 해고되어 돌아오고 있고 나머지 5개 기관 중 4개 기관은 취업이 전혀 안되고 있다고 답했다.
작업장 가운데 다행히 작업을 전혀 못하고 있는 기관은 한 곳도 없었지만 5개 기관은 작업물량이 부족해 자주 작업 활동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7개 기관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물량 확보에 늘 신경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가운데 기술을 가진 고학력 구직자들도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구직상담창구에 밀려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방안으로 장애우시설 직업훈련 담당자 46명 가운데 30명(65.2%)은 ‘관계기관의 공동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와 추진이 더 필요하다’고 답했는데 이는 정부가 의무고용제를 철저히 지키도록 해야 한다(15.2%)거나 공단이 보다 취업지 개발에 힘써야 한다(15.2%)는 대답 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또한 취업능력이 있는 중증장애우의 취업을 성사시키기 못하는 까닭은 업체개발이 안되었거나 업체개발 노하우와 전략이 부족해서라는 답변이 많았다. 이렇게 정부와 공단을 더 이상 믿지 못하고 기관간의 자구적인 공동대응에 더 크게 의지하는 실무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반영되고 있다.
따라서 성 원장은 IMF를 헤쳐 나갈 문제해결의 열쇠를 “인식개선을 위한 환경변화와 고용다변화를 위한 직업개발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제의했다. 또한 기존의 복지적 마인드에서 산업적 마인드로 재무장해 21세기 유망직종을 파악하고 장애우들도 시대가 요구하는 하이테크 인력을 키워갈 수 있는 체제로 전반적인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우선 현장실습은 위한 업체개방과 취업 담당자들에게 업체 출입이 제도적으로 자유롭게 보장되고, 직무조사를 통해 새로운 틈새업종과 장애종별에 따른 고부가 가치적 직종이 개발될 수 있도록 장애우 고용 환경을 바꾸어 가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학교에 장애우고용 요청 시도
한편 일본 측 발표자로 나온 마쯔바 사꾸찌 씨는 일본의 장애우고용의 현재와 앞으로의 정책이라는 포괄적인 주제로 발표했다.
마쯔바 씨에 따르면 일본의 인구 1억2천만 명 가운데 장애인구는 4백90만 명인데 구직등록자는 41만5천명에 달하나 실제 취업을 한 경우는 30만5천명 수준이라고 한다.
1960년에 장애우고용 관련법이 제정되었는데, 정신지체인 한 사람을 고용하면 지체장애우 2명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도 88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직업안정소와 같은 곳에 구직 등록되어 있는 정신지체인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복지적 고용형태로 취업해 있는 경우 95년 현재 전국 1천3백44개소의 복지공장 형태의 수산소에 5만7천여 명이 고용돼 있고, 국내 보호작업장과 같은 4천여개소의 소규모 수산소에는 약 7만 명이 고용돼 있다. 이 소규모 수산소는 세탁업이나 빵공장이 주류를 이룬다.
마쯔바 씨는 이러한 장애우 고용 상황에서는 새로운 시각과 가치기준의 변혁 속에서 고용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며, 예를 들어 “자위대원을 입대 후에 일정 기간 복지직에 근무시켜 세금의 낭비를 평화적인 복지비용으로 환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증장애우에게는 고용지원과 작업지도, 생활지원제도를 마련하여 작업보조를 위한 인원도 1대1로 고용하고 그 비용은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엄중한 주의와 함께 그 명단을 공개해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립을 포함한 각급 학교도 장애우를 고용하고 이를 위해 학교의 시설이나 설비 등을 정비할 것을 마쯔바 씨는 제안했다. 또 행정기관도 사업에 의한 취업처 개척과 각 행정기관에서 소용되는 물품들을 복지적 작업장으로부터 우선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시설들을 해체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우선 재고용할 수 있도록 국가예산의 구조를 변경하여 지원하고, 고용부문의 인권보호를 전담하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마쯔바 씨는 지적했다.
새로운 복지정책 내용 규정에 관심 가질 터
오후에는 사회 환경과 정책을 주제로 하여 한국 측의 발표가 먼저 진행되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신용호 부장이 연구소의 활동을 중심으로 ‘한국 장애우복지정책 형성과정과 장애우의 참여’라는 제하의 발표를 진행했다.
신용호 부장은 “매년 계속되는 장애우차별 사례를 철폐하기 위한 장애우 당사자들의 노력이 89년 10월 장애인고용촉진법, 장애인복지법 양 법안 쟁취를 위한 전장애인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통해 보다 본격적으로 추동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장애인복지법의 경우 개정 과정에서 ‘심신장애자’라는 명칭과 중증장애우의 생계보전방안이 쟁점이 되었는데 ‘장애인’이라는 법적 개념을 얻어내기는 했으나 장애연금에 대한 요구는 생계보조 수당의 수준에서 그치고 말았다.
장애인고용촉진법의 경우는 입법 당시 정부는 의무고용률 1%를 고집했으나 2%를 끈질기게 요구함으로써 시행령에서 2%를 따낼 수 있었다. 또 입법 결과 기업 부담금이 최저임금의 60%, 대상기업 근로자 수는 3백인 이상으로 규정됐지만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공대위는 줄기차게 각각 100%와 1백인 이상을 요구했다.
또한 93년 기존의 특수교육진흥법을 ‘장애인교육에 관한 기본법’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방침 아래 폭넓게 진행된 장애우 교육권 확보 싸움은 결국 특수교육진흥법의 개정을 가져왔다.
조기교육 의무화와 시군구에 특수교육심사위원회를 상시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연구소의 요구는 중등까지의 의무화와 시도 비상설치 수준에서 그쳤으나 10만 명에 가까운 서명운동과 학부모, 특수교사, 법률 전문가 등을 참여시킨 점은 오늘날도 장애우 교육권 운동에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고 신 부장은 평가한다.
가장 최근엔 97년 3월 제정된 ‘장애인 노인 임산부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연고소가 ‘장애우 접근권 확보의 해’로 규정한 94년 이래 활발히 추진한 제정운동의 결과이다. 그런데 이 법의 경우 이행강제금 5천만 원 이하, 기존 건물의 유예조치, 일반 차량의 장애우 전용주차장 주차 시 벌금 20만 원 등이 규정됐으나 연구소는 이보다 더 강력한 이행강제금 1억원 이하, 기존건물 소급적용, 전용주차장 주차 시 50만원을 요구한 바 있다.
신 부장은 “장애우와 장애우 단체들의 노력으로 이제 적어도 형식적인 면에서는 장애인복지의 대체적인 모양이 갖추어졌다”고 지적하고, 연구소는 장애우복지정책의 새로운 내용 규정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측은 사이또 겐조 씨가 일본의 장애우정책이 형성되고 있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현재 일본의 법안 제정은 정부 제안의 관료 입법이 중심으로 6백69:2백89(89~95)로 의원입법은 제출건수 자체가 적다. 총리부에 장애우시책추진본부를 설치하여 본부장이 총리대신으로 각 성청을 통괄하고 있고 총리부내에 별도의 장애우담당실을 설치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각 부처 산하에는 별도의 심의회 설치가 다양하게 되어 있는데, 장애우단체 중에는 일본신체장애우단체연합회(일신연)와 전일본의 손을 잇는 육성회, 전국 정신장애우가족회연합회의 3개 단체가 심의회 위원을 보고 있고 후생성이나 자민당과의 관계가 두텁고 장애우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한다.
사이또 씨는 “이제 후생성 중심 체제를 타파하여 의원입법을 통한 장애우 관련법 제정활동을 활발히 하고 지방분권이 활발한 만큼 자치체제 독자의 정책입안부터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한편 시민단체도 관주도를 벗어나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움직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제발표에 이어진 결의토론과정에서 일본의 시민단체와 장애우단체의 재정모금 방법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에 대해 사이또 씨는 “비영리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NPO 지원 법안이 제정과정 중에 있는데 일본 사회복지법인은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이 있으나 정부 지원은 후생성의 관리를 받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따라서 일본의 공동련은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정부 기관에서도 재정적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작업장 나름대로도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재정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례입학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도 던져졌다. 일본 발표자측은 “공무원 채용에는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지만 특례입학제도는 장애우 스스로 차별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정신지체인에게 대학을 자유롭게 입학할 수 있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소개하며 “궁극적으로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학력중심의 사회 분위기를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종합토론 시간에는 지원고용의 향후 대안에 대한 부분과 통합교육의 기본 이념이나 실제 전개내용, 중증 장애우 취업 대책 등을 주제로 심도 깊은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대회 마지막 날까지 이 같은 주제들을 놓고 곳곳에서 즉석토론이 벌어지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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