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어우러진 한일 장애우들의 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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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 장애우운동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지난 5월14일부터 18일까지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열렸던 제4회 한일장애인국제교류대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일본 ‘차별과 투쟁하는 공동체 전국연합’(이하 공동련)이 공동 주최한 이 행사는 불국사 인근의 경주 코오롱 호텔에서 4박5일 동안 47명의 일본 참가자와 79명의 한국 측 참가자 등 모두 1백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대회는 지난 해 서울 개최에 이어 올해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한국의 경기불황으로 올해에도 한국에서 열리게 됐다. 그러나 처음으로 지방인 경주와 대구를 중심으로 개최돼 지방 장애우복지의 현실을 둘러보며 한국과 일본간 그리고 서울과 지방간의 뜻 깊은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특히 이번 대회는 지난해에 비해 하루 길어진 일정만큼 보다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돼 한일 양국 장애운동이 한 단계 높게 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심도 깊게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4일 진행된 기념식에서 대회장인 김병하 교수(대구대 특수교육학과)는 “참다운 공동체적 사회 건설은 진정한 인간중심 사회의 건설을 의미하는데 한일장애우가 한 자리에 모여 담론과 어울림을 통한 교류 체험을 하는 것은 공동체적 이상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실험장”이라고 대회 의의를 설명했다.
올해 1월 ‘차별과 투쟁하는 공동체 전국연합’의 새로운 의장에 선출돼 방한한 가도와키 켄지 씨도 대회사를 통해 “일본 장애우 운동은 차별에 대해 항의·반론하고 교섭을 행하는 것을 통해 장애우들의 요구를 말하고 그 확보하는 활동을 14년간 행해 왔으나 이러한 요구가 구체적인 정책 결정과정에 반영되지 않는 장벽을 만나 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정책 결정에의 길을 양국의 현 상황을 서로 교환하는 것에서부터 찾아 활발한 의견교류와 구체적 성과를 낳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명예대회장인 김성재 이사장(한신대 교수)은 이날 환영사에서 “14일 오늘 시민단체장과 김대중 대통령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에바다 재단비리와 같은 시설비리문제 해결에 정부가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대통령에게 요구했으며 앞으로 연구소도 이와 관련한 시설비리고발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정부부터 장애우고용 2%를 준수해줄 것과 여성장애우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또 “한국은 국가위기사태라는 이름 하에 장애우 인권이 위협받고 있는데 일본 역시 이미 경험했거나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고 할 때 이번 대회가 한일 양국의 상호협조와 우정을 기반으로 장애우복지 증진에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박윤호 대구대 총장과 임진출 국회의원도 축사를 통해 성공적인 대회개최를 축원했다.
기념식에 이어 여장을 푼 참가자들은 두 번째 날 한일 양국의 장애우운동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에 참석했다. 하루 종일 열띤 토론으로 인해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 저녁 시간에는 한국의 각종 춤사위가 어우러지는 문화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또한 셋째 날에는 대구지하철과 만승자립작업장, 대구 곰두리공판장, 대구대 기숙사, 네 팀으로 나뉘어 각각의 시설을 둘러보고 저녁시간에는 각 방문팀별로 각국의 상황을 비교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넷째 날인 17일에는 두 팀으로 나뉘어 불국사를 비롯, 천마총, 경주민속공예촌등을 둘러보는 관광일정으로 채워졌다. 이날 저녁에는 또 각국 참가자들이 서로의 장기를 선보이는 친선의 밤 행사를 함께 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일본은 정신지체인의 피아노연주 및 합창을 준비해 많은 이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고 한국 측에서도 연구소에서 자원활동중인 베씨 욘손 씨(아이슬랜드)의 기타 연주를 시작으로 끝없는 노래자랑이 이어져 흥을 돋궜다.
18일 아침 둘째 날 세미나와 토론과정을 통해 한일 양국 실무자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성명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대회의 모든 일정을 끝내고, 오전 7시 30분경 공항을 향해 떠나는 일본 참가자들을 배웅하는 한국 참가자들은 아쉬운 석별의 시간을 나눴다.
한편 이번 대회 참가자 중에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승정사의 혜진 스님과 작은예수회의 윤석인 수녀(지체장애), 가톨릭 원주교구의 백학현(지체장애)등 종교계에 적을 둔 참가자들이 전례 없이 많아 크게 눈길을 모았다. 이들은 17일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자체적으로 모여 종교의식을 갖기도 하면서 각 종교 간의 장애우 복지현황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번 교류대회는 지금까지 열렸던 3회 대회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 관심사인 양국의 장애우 운동을 주제로 토의를 한 뜻깊은 대회였다. 특히 한국 개최 사상 처음으로 지방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돼 앞으로의 지방순회개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대회 기간 중 열린 실무자 회의를 통해 다음 내년 5회 대회는 일본 오사카 개최가 결정됐다.
또한 이제까지 진행경과와 대회 개최의 성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다음 대회 개최 시에는 전 참가자에게 배포하기로 했다. 아울러 교류국 간의 폭을 필리핀등 아시아 다른 나라로 확대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전 준비기간을 갖고 이천년 이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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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가간 풀뿌리 교류를 제안한다!
1.우리는 장애우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장애우의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막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의 어떤 처사도 반대한다. 특히 한국에 있어서 장애우 의무고용제를 폐지하자는 기업가들의 주장은 사회적 연대 책임을 저버린 처사로 우리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한다. 그리고 일본에 있어서는 올해 장애우 법정 고용률이 상향될 예정이지만 현재 기업 측은 고용확대에 대한 자세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는 양국 정부에 장애우고용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한다. 2.우리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의 경제 위기가 아시아 장애아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아시아의 경제 위기가 극복될 수 있도록 장애우들도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대신 경제 위기로 인해 장애우들의 삶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아시아 각국 정부와 국민들이 노력해줄 것을 촉구한다. 3. 양국 장애우는 자립된 생활을 희망하고 있고 또한 그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 국가에서 장애우정책을 세울 때 장애우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우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정책결정시스템을 만들어 가도록 양국 정부에 제안한다. 4. 우리들은 북한이 현지 겪고 있는 식량위기에 대해 한일 양국의 정부 및 국민들에게 인도적인 지원을 요청한다. 또한 양국 정부는 아시아의 영원한 평화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나아가 군사비를 삭감해 아시아 소외계층의 복지에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요구한다. 5.우리는 지금까지 4회의 한일 장애우 풀뿌리 교류의 성과를 바탕으로 아시아 각국의 장애우들의 대해서도 이와 같은 풀뿌리 교류를 권장해 나갈 것을 결의한다. 또한 우리는 한일 상호 장애우의 법률, 제도 생활 등의 비교연구를 정리하여 이를 양국정부와 국민에게 알려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한일 양국 정부나 국민에게 보다 좋은 장애우 정책의 제안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을 결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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