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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초점] 2002년까지 자판기 운영률 23%까지 확보

대통령 개선 지시로 기대 모아지는 매점 및 자판기 운영권

본문

  IMF 대량 실업 상황에서 매점 및 자판기 운영은 특별한 예산을 투여하지 않고도 1만명 정도의 장애우들에게 실질적 생활수단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더욱이 김대중 대통령도 매점 및 자판기 운영 실태에 대한 개선 계획을 보고하라고 복지부 장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장애우들은 예전보다 더욱 큰 기대를 갖고 있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이뤄지고 있는 조례제정 등의 활성화 방안을 알아보았다.

 

  지난 7월 김모임 복지부장관으로부터 장애우정책에 대한 보고를 받은 김대중 대통령은 장애우들이 자립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특히 매점 및 자판기 운영 실태와 계획을 보고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현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자판기, 매점, 신문가판대만 해도 전국에 1만6천3백25개소. 만일 제대로만 실행된다면 장애우, 노인, 모자가정 등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이 자립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 제도가 장애우들이 IMF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또 다른 걸림돌에 부딪치게 된다. 법적 근거가 장애인복지법상에 존재한다 하더라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애매모호한 형태를 띠고 있어 이에 근거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사항을 ‘조례’로 제정하는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여전히 장애우들에게 매점이나 자판기는 ‘남의 떡’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해야 한다’는 식으로 법 조항을 통해 강제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는 것이 복지부 담당자의 설명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매점 및 자판기 운영은 법체계상 상법상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국가나 지자체에서 강제력을 행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현재 조례가 제정되어 있는 곳은 서울을 비롯한 전남, 광주, 대구, 부산, 경기 6개 광역자치단체이다. 그렇지만 조례가 제정된 곳이 드물어 광역에서 관리하는 시설에만 해당될 뿐 기초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시설은 법 적용을 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일례로 지난 5월 MBC 9시 뉴스에 보도된 성남시의 경우처럼, 경기도에는 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있지만 자치권을 행사하는 성남시는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성남시는 관례대로 자판기의 대부분을 공무원 상조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심지어 10개 정도나 되는 자판기를 독식하고 있는 개인도 있어 ‘끼리끼리 해 먹는다’는 따가운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양태는 비단 성남시의 경우만이 아니다. 따라서 장애우의 매점 및 자판기 운영이 제도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까지의 조례제정이 시급히 요청되는 것이다.

  조례가 제정된 대구광역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98년 3월 현재 전체 5백78개 중 1백 74개, 즉 30.1%, 광주광역시는 2백 50개 중 45개로 약 1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라남도의 경우는 1천개의 매점과 자판기 가운데 단 14개(1.4%)만을 장애우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주시처럼 조례 제정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곳도 있다. 전주시는 지난 97년 1월 ‘공공시설 내의 매점 및 자동판매기 설치허가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다시 조례의 부칙 ‘적용례’에 ‘이 조례 시행 이전에 설치되거나 계약 체결된 매점이나 자동판매기는 이 조례를 적용하지 않는다’라는 꼬리표를 달아 신규 건물에만 한정시키고 있다. 이렇듯 전면적으로 활성화하는 데에는 조례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신규건물에도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이와 관련해 현황조사를 실시한 전주시 오정래의원은 “첫째, 기존 매점이나 자판기들이 공공시설내 점용허가 미취득 및 별도 계약서 없이 점용되고 있고 둘째, 신규 건물에 한해서 적용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것 또한 공무원 상조회와 부녀회, 일반인 등이 운영하는 등 조례안을 위반하고 있음이 밝혀졌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를 제재할 법적 조치가 없어 또 다시 세부 조례 규정안을 제정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오정래 의원은 올 초 신임 전주시장과의 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올해 1백21대 매점 자판기 중 40대를 장애우에게 우선 허가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고 한다. 현재 장애우단체의 요구와 장애우들의 기대가 높고 공무원들이 구조조정 바람 탓에 행정에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개선이 가능할 것 같다고 오 의원은 덧붙였다. 아직까지 행정책임자의 결단이 법보다 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결과야 환영할 만하지만 법치주의를 지향한다는 우리 사회가 행정 책임자의 굳은 결단과 계획 마련으로 법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절실히 요구되는 요즘이다.

  이러한 지자체의 움직임은 지난 4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공공시설내의 매점이나 자동판매기가 장애우에게 우선 허가되도록 하기 위한 ‘장애우 우선 허가 활성화 계획’이 나오면서부터이다. 이는 대통령의 지시와 더불어 IMF 경제체제 하에서 더욱 생계 곤란을 겪고 있는 장애우들의 빗발치는 간절한 요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복지부는 각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추진요령 등을 통보하고 적극 협조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 기관의 장애우 우선 운영 계획을 취합한 결과 현재의 운영률 4.2%에서 2002년까지는 23%선으로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5년 동안의 개선 계획은 목표치가 이 23%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에 만족할 장애우들은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 모자가정 등에도 근거법이 있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협의·조정이 필요하고, 각 지자체에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활성화 방안을 계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지켜볼 일”이라고 답했다.

  또한 복지부에서는 이를 책임있게 지도, 감독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전년도 장애우 우선 허가 실적을 매년 1월말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이 지난 7월 국무회의 때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한편 “정부 기관부터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정부종합청사의 경우 모든 자판기를 총무처 퇴직공무원 모임인 ‘총무회’라는 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그 중 일부가 장애우에게 할당될 전망이다.

  이렇듯 복지부를 비롯해 각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장애우 우선 운영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계획을 잡아 나가고 있어 장애우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장애우와 장애우단체의 관심과 역할이 중요시 되고 있다.

  장애우들이 매점 및 자판기 운영을 법에 근거한 권리로 확보하는 길은 하나밖에 없는 듯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이 얼마나 사심을 버리고 관례에서 벗어나 장애우들의 되물림되는 빈곤을 막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가일 것이다.

  어려운 때이지만 이들에게 공무원으로서의 첫 출근 할 때의 ‘첫마음’을 기대해 본다.

 

글 여준민 (한국장애인복지공동대책협의회 간사)

 

 

“장애인복지법을 몰랐을 때가 맘이 편했습니다”

역 내 가판 허가권 거부당한 이성조씨

  5월 12일 장애인복지대책협의회로 5장 분량의 장문의 팩스가 도착했다. 안양에 살고 있는 이성조(54, 청각장애2급) 씨가 보낸 그 편지글에는 지하철역 근처에서 아이스크림 가판을 하려고 허가를 받기 위해 여러 관공서를 찾아다녔으나 모두 안된다는 답변만 들었다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장애우의 매점 및 자판기 운영 우선권을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 씨가 그간 받은 차별과 부당함을 소개한다.

— 복지부와 철도청 등에 민원을 통해 요구한 것을 무엇이었나.

  “우리나라에 장애인복지법이 있고 거기에 매점 운영권 보장에 대한 조항이 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나도 국가로부터 뭔가 혜택을 받아 생활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그렇다면 서울대공원이나 에버랜드, 수원역처럼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담당부처니까 복지부에 도움을 요청한 거다. 그런데 에버랜드와 서울대공원은 직영, 입찰방식을 취하고 있어 어렵다고 하고, 경기도는 노점은 도로법상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 문제라 장애인복지법과는 관계가 없다는 둥 딴소리만 늘어놓더라. 계속 팩스를 통해 민원을 신청하니 복지부에서 어느 날 직접 오라고 해서 담당공무원에게 철도청에 전화해 장애인복지법의 취지를 잘 좀 설명하라고 채근하기도 했다. 그러나 철도청에서는 수원역이 혼잡해 승객의 진로를 방해하니 다른 역을 물색해보라고 하다가 또 철도청 내 매점 및 자판기 영업은 ‘홍익회’를 통해서 운영하니 허가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복지부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협조공문’을 보내는 것 뿐이라면서 잘 처리되지 못해 미안해하긴 했다. 그렇지만 동일한 정부기관인데 행정방향이 이렇게 갈라져 있으니 말 따로 행정 따로가 아닌가.”

— 서울지방철도청에서 거부한 사유는 뭐였나.

  “철도청이 처음엔 그저 수원역은 복잡하니 다른 역을 물색해봐라 하더니 그 다음엔 여객의 통행에 불편을 준다, 홍익회 판매물품과 동일하다, 허가해 줬을 경우 파급효과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계속 바꿨다. 하지만 수원역 광장에는 에버랜드 셔틀버스와 매표소가 세워져 있어 승객통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고, 내가 하려는 것은 1평도 안되는 장소에서 아이스크림이나 판매한다는 것인데 승객불편 운운하는 것은 허가해 주지 않으려는 핑계일 뿐이다. 홍익회 판매 물품은 제과회사에서 생산하는 것이어서 내가 하려는 아이스크림, 쉐이크, 슬러시와는 다르다. 또 허가해 줄 경우의 파급효과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말은 서울지방철도청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복지부동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내가 계속 항의하니까 철도청이 뒤로 물러서면서 ‘홍익회’가 담당이니 그쪽과 직접 얘기하라고 했다. 왜 정부기관과의 문제를 법인인 ‘홍익회’와 얘기해야 하나. 이들 공무원을 찾아다니면서 받았던 무시와 차별은 더욱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 철도청 운영규정이 따로 ‘홍익회’도 나름대로의 설립취지를 갖고 있는 단체라면 인정해야 하지 않나.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철도청과 홍익회의 모습을 보면, 너무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다. 아무리 운영규정에 명시되어 있다고 해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솔선수범해서 매점 및 자판기 운영권에 대한 조항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알아본 바로는 철도일을 하다가 장애우가 된 공상자들도 사실 푸대접을 받고 있고, 수익금도 전체가 유가족이나 원호대상자에게 주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좀 더 자료를 취합해야겠지만 이번 일을 꼭 국무총리, 감사원, 청와대까지 알리고 말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여름도 다 지나갔으니 아이스크림 장사는 이제 물 건너갔다. 거짓말로 사람을 무시하는 철도청과 홍익회와는 이제 상대하지 않겠다. 이것으로 내 문제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꼭 해결하고 말겠다. 그리고 서울로 이사를 올 생각이다. 안양보다는 서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 데 수월할 것 같고, 서울 도시철도공사에서는 매점, 자판기 등을 장애인에게 우선해 준다고 하니까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작성자여준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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