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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도 선생님이에요”

[탐 방] 부산지역 조기특수교육기관, <무지개 어린이집>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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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4백만 명이 모여 사는 대도시, 명실공히 한국 제2의 도시라는 부산. 하지만 장애우복지 수준은 열악한 한국의 복지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그 이름에 걸맞기 않게 너무나 낙후되어 있고 그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우들의 교육 상황 또한 예외가 아니다.
  부산에는 40여 개의 발달장애아동을 위한 조기교육기관들이 있다. 이 중에 다양한 조기특수교육을 모범적으로 행하고 있다고 알려진 ‘무지개 어린이집’을 찾아보았다.


 장애아 부모가 세운 특수교육기관

  어느 날 갑자기 자신 앞에 던져진 자식의 장애,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풀어가야 할지를 몰라 이곳 저곳을 전전긍긍하며 애태우는 부모의 심정이란 비단 당사자가 아닐지라도 짐작이 갈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병원과 기관들을 찾아보아도 마땅하게 자식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하고 커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란 당사자가 아니라면 느끼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부산 서구 동대신동 주택가에 위치한 <무지개 어린이집>. 개원한 지 이제 2년이 되는 이 어린이집의 원장 하진숙(38) 씨도 그런 경험을 누구보다 몸으로 직접 체험한 장애아 부모다.

  이제 13살이 되는 재용이는 뇌성마비와 정신지체를 함께 갖고 있는 장애아다. 어렸을 때는 자폐증상까지 보였지만 지금은 없어져 하 씨를 기쁘게 한다.

  “재용이가 어릴 때에는 저도 다른 장애아동을 둔 어머니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병원들이나 교육기관들을 전전긍긍 헤매고 다녔어요. 하지만 당시 부산에서는 우리 아이가 물리치료, 인지지도, 생활훈련 등을 통합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죠. 학령기가 돼서 특수학교엘 보내게 되었는데 거기에서도 중증장애아동을 위한 교육 여건이 너무나 안되어 있었구요. 그래서 중증 장애아동들도 생활훈련과 교육들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절실하다고 느꼈고 제 아이를 돌보면서 다른 아이들도 함께 한다는 생각에서, 일반아동과의 통합은 힘들더라도 자기들 또래끼리나마 한 장소에서 통합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이 어린이집을 설립하게 된 거죠. 사실 아무리 장애아라도 신변처리가 안되면 일반 타기관에서 교육받기가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거든요.”

  ‘무지개 어린이집’은 일반주택 1층 60평과 지하 78평을 임대해서 운영하고 있다. 1층에는 부모대기실을 포함하여 4개의 개별교육실이 있고, 주로 장애아동 개인의 치료특성에 맞는 개인지도를 각각 분야에 전공한 교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지하는 인가가 아직 나지 않았지만 활동실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장애아동이 일반 외부 놀이시설을 이용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그것을 내부로 끌어들인 것이라고 한다. 그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육시설까지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특이한 점은 이 곳에서는 장애 아동들이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시간을 부모님, 특히 어머니와 함께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개별교육실에서 선생님들과 어머니가 함께 대화하며 가정에서처럼 함께 지도한다.

  현재 이곳은 하 원장을 포함해서 7명의 직원이 30여 명의 장애 아동의 교육을 맡고 있다. 아동의 연령층은 0세에서 12세까지 폭이 넓은데, 80%정도가 뇌성마비 아동이 차지한다. 나머지가 정신지체나 다운증, 자폐아 등이다. 이 중 심한 뇌성마비 아동들에겐 보이타교육을, 좀 경한 뇌성마비 아동들에겐 보바스 교육을 행하고 있고, 인지교육,  특히 통합교육(물리·언어·신변처리 훈령 등)과 실생활 훈련에 중점을 두면서 운영을 하고 있다.


 “장애우단체에서도 교육문제는 무관심”

  부산에서는 조기특수교육기관이라고 불릴만한 기관이 40여 개 된다. 하지만 장애아동을 최소 8시간 정도 보육까지 함께하고 있는 시설은 부산에 5개 정도밖에는 없다. 대개 언어치료실 형태의 클리닉기관들 뿐이다. 특히 뇌성마비 아동들에겐 필수적인 물리치료와 같이 치료도 받고 보육까지 함께 하는 기관은 지금 이 무지개 어린이집 뿐이다.

  실제로 여기에서 교육받고 있는 한 뇌성마비 아동의 학부모는 “일반 종합병원의 물리치료실 등을 수 차례 다녀봤지만 시간적으로나 아이의 특성에 맞는 치료의 측면에서나 너무나 부족한 게 많았는데 이 기관을 알게 돼서 무척 고맙지만 집에서 거리가 멀다 보니 오고 가는 시간과 수고가 만만치 않다”며 이런 곳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을 비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장애아 조기교육분야에서 일해온 하원장은 때로 외로움이나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털어 놓는다.

  “부산에 장애우단체나 연합회, 협회 같은 것은 많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폭넓은 활동을 하는 부모회와 같은 조직이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전에도 부모회 활동을 해보긴 했지만 지속적이지 못하더라구요. 아이는 계속 커가고 있는데 사회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부모들 스스로 해결할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는 조직이 절실하거든요.”

  지금 이 어린이집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준비를 사회가 해주지 않는다면 부모님들의 힘으로라도 ‘그룹홈’ 같은 것을 만들어서 재활원과 같이 사회와 분리된 형태가 아닌 사회와 통합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게 꿈이라고 한다.

  “막상 시작할 때는 시설 규모가 이쯤의 공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공간도 부족하려니와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햇볕도 많이 받을 수 있고 가급적이면 땅과 모래, 자갈이나 돌도 밟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양산의 모처에 심신수련원 형태의 공간을 마련해서 장애아동들이나 부모님들이 제한된 장소에서나마 마음껏 활동하고 생활할 수 있는 곳을 만들려고 계획 중이에요.”


 레크레이션협회와의 즐거운 만남 기대

  현재 많은 장애아동들은 초기에는 병원에서 장애를 발견하거나 진단 받게 되지만 점차적으로 장애에 대한  판별이나 물리· 언어 · 직업 · 사회적응 등의 재활을 위한 치료 및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조기교육기관, 병원, 센터를 전전하며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장애 아동의 출생에서 사회성원으로 자립할 때까지의 각각의 프로그램을 당당하고 관할하는 총체적인 기구가 마땅히 있어야 한다고 하 원장은 덧붙여 지적한다.

  그리고 장애우들에게도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까지도 장애아동들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하원장의 지론이다. ‘장애우에게 여가활동은 생명’ 이라는 철학으로 장애우의 삶을 질을 향상시켜 주고자 노력하는 한국레크레이션협회와의 만남은 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 입장에서 또 하나의 삶을 위해 크나큰 기대이며 설레임이기도 하단다.

  의욕과 사명감만을 가지고 이런 미개척분야에서 일해 왔지만 비영리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하원장에게 던져지는 고민은 많다. 절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교사수를 확보해주기 위해 애쓰다 보니 교사 인건비 부담 등 운영상의 어려움을 후원회원의 후원금과 부모님의 교육비, 시설 직원의 봉사 정신에 의존하고 있다.
 
  “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법인이나 종교단체여야 지원을 받는다는 법규정에 의해 개인이 설립 주체가 되는 저희 어린이집은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죠.” 단지 종교나 법인이 아닌 개인이며, 각기 다른 지역 내에 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는 게 지금 하원장의 심정이다.

  “또 한가지 순차적으로 장애 아동에 대해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어야 부모님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장애 자녀의 교육을 중단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시킬 수 있죠. 이번 달부터 교사 한 사람의 인건비를 구청에서 지원해준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에요.”

  우리 사회 곳곳에 몰아치고 있는 경제 위기의 여파로 저비용 고효율을 외치곤 한다. 장애우 문제에 있어서 악순환의 재생산을 차단하기 위한 첫 걸음이 바로 장애아동들의 조기발견과 치료를 포함한 교육이다.

  그 사회 경제학적 효율성으로 보나 각 개인의 삶의 질로 보나 여기에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 정책적 배려를 행하는 것이 IMF시대의 지혜는 아닐까?

작성자장수호 부산지사 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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