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향기 대신 불협화음만 있는 ‘사랑의 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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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4년 12월3일 장애우들 사이에 작은 설레임이 있었다. 한국장애인고용축진공단(이하 공단)과 지하철공사가 임대계약을 맺고, 서울시의 지하철 역사 내에 ‘사랑의 꽃집’이라는 이름으로 꽃판매업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사랑의 꽃집’과 관련된 운영권 일체는 한국절화농업협동조합(이하 조합)에 맡겨졌다. 그 후 3년4개월이 지난 지금 ‘사랑의 꽃집’ 운영은 본래의 의도가 퇴색될 지 모른다는 장애우들의 우려와 더불어 불안한 발걸음을 걷고 있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노사간의 불실신이 빚어낸 불협화음
장애우 고용 증진을 통한 장애우 복지 기여라는 애초 취지와는 걸맞지 않게 현재 사랑의 꽃집은 운영자와 장애우들 사이에 구조조정과 부당해고, 임금체불, 근무태만, 공금횡령, 근무시간 단축과 임금삭감, 경영미숙으로 인한 적자누적 등등 살벌한 말들이 오가고 있다. 누구 잘못을 탓하기 전에 이런 단어들이 오고가는 사업장이라면 그 심각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의 꽃집을 사이에 두고 고용된 장애우와 운영 주체인 절화조합이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 12월이다. 이 해 공단과 조합이 맺은 계약기간이 끝나고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꽃집에 고용된 장애우들이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재계약을 맺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애초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꽃집 운영을 절화조합에 맡기면서 계약서에 “절화조합이 사랑의 꽃집을 운영함에 있어서 제 3자에게 위탁하지 않고, 직접 운영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는 단서를 못박았다. 공단이 이런 단서를 내세운 것은 제 3자가 사랑의 꽃집을 운영하게 될 경우, 장애우들의 고용을 확대한다는 본래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고 결국 장애우를 이용한 이권챙기기로 전락하고 말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절화조합은 이런 계약을 어기고 처음 의도와는 달리,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기로 한 사랑의 꽃집 21개소 가운데 14개소를 개인(조합내의 목포지소)에게 위탁관리형식으로 맡겨 재계약시점까지 왔다. 일이 이렇게 되자 공단은 조합과의 재계약을 거부했고 조합은 위탁관리를 하던 14개소의 꽃집을 직역으로 돌리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겨우 99년까지의 재계약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비록 꽃집운영에서 목포지소는 물러났지만 이때부터 조합과 장애우들 사이에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 불신이 다 사그러들기 전에 노사간의 문제가 대두됐다.
근무시간 단축만이 경영합리화?
97년 3월 목포지소에 대한 위탁관리 문제가 철회되고 나서부터 사랑의 꽃집은 조합에서 직영으로 운영해 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잦은 임금체물(4월 현재까지도 직원들의 임금 두 달치가 밀려있는 상태다)이 문제가 됐고, 조합측은 경영미숙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장애우들의 근무태도 불성실로 인해 만성적인 누적 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98년 2월, 적자경영에 대한 해결 방침으로 조합측이 내세운 것은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이었다. 당연히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임금도 삭감하겠다는 것이 근무시간 단축의 주요 골자였다. 여기에는 IMF한파로 인한 매상하락이 주요 이유로 덧붙여졌다.
조합의 장종혁 상무의 말에 의하면 “졸업식과 화이트데이 등이 있어서 비교적 꽃이 잘 팔린다는 지난 2월과 3월에도 절화조합은 평균 3백만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것이다. 물론 절화조합은 장애우를 고용한 업체에게서 주는 정부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적자를 면하기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근무시간 단축과 임금삭감은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조합의 이런 설명에 대해, 사랑의 꽃집에 고용된 장애우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합에 돈이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이유가 딴 데 있다는 주장이다. 조합측이 작년에 계약을 어기고 목포지소에 위탁운영을 맡겼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목포지소를 내보내면서 위약금으로 목포지소에 큰 돈을 지불했고, 그 이후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애매하게 자신들만 구조조정이라는 명목하에 희생을 강요당할 수는 없다는 것이 얼마전 설립된 사랑의 꽃집 노조쪽의 입장이다.
노조쪽이 강경하게 나가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조합이 처음 지하철에 ‘사랑의 꽃집’을 시작할 때 작성한 협의서에 근무시간과 관련된 8시간이라는 조항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합측의 근무시간 변경은 계약파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합측은 장애우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협의서는 공단과 조합의 전임자들이 합의한 것이니만큼 다시 만들 수도 있고, 근무시간과 관련된 문제는 노사간의 문제지 공단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사랑의 꽃집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 유용구 부장은 “근무시간이 노사간의 문제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지만 조합측의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가 문제의 발단이다. 조합측이 직원으로 고용된 32명의 장애우들과는 사전협의를 한적이 없고 장애우들의 동의를 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조합측의 결정은 일방적인 게약불이행에 해당될 수 있다. 따라서 조합이 6시간 근무를 고수할 경우 공단 나름대로의 방법을 물색할 수도 잇다”고 장애우편을 들고 있다.
꼬리 감춘(?) 해결점 찾기
IMF로 실직자들이 늘어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 32명의 장애우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나앉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공단도 이런 상황까지 가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고 조합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해결점은 꼬리를 감춘 채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앞이 안보이는 문제’라는 말만 나오고 있다.
지난 3월2일 새로 부임한 절화 조합 안광일 조합장은 ‘사랑의 꽃집’을 확대해 전국적인 규모의 사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절화조합측이 근무시간 단축이라는 편협한 방안이 아니라 좀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려는 방법을 검토해야 할 터인데, 절화조합은 현재까지는 장애우들에게 일방적인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4월 초 현재 절화조합측이 32명의 장애우들에게 내세운 조건은 6시간 근무에 월급43만8천원이다. 이 액수는 그 동안의 월급 55만원에서 약 20%를 삭감한 액수이다. 그런데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조합측은 정부로부터 고용한 장애우 1인당 20만2천원의 고용지원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고용한 장애우들에게 지급하는 금액은 예전에도 1인당 33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이 액수를 판매부진을 이유로 23만원으로 줄여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너무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사랑의 꽃집에 근무하는 장애우들은 열악한 저임금에 시달리고 이다. 따라서 단순한 노사간 대립으로 사랑의 꽃집 문제를 보기 보다는 업종 변경, 공단의 직접 개입과 운영 등으로 장애우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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