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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8개 복지시설 원생들 위에 군림하는 노재중의 왕국

[초점 1] 노예수용소 ‘양지마을’의 진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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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를 둘러보아도 어디 인기척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외딴지역, 교도소 담장을 연상시키는 3m높이의 기다란 콘크리트 장막,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엄청난 인권유린이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노재중의 왕국, 양지마을(성인 남녀 부랑인시설, 4백64명 수용)이다. 그 실체를 공개한다.

 
  양지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16일 아침 7시 30분. 낮은 구름이 가는 비를 흩뿌리고 옅은 안개가 양지마을 주변을 맴돌 쯤, 서준식(인권운동사랑방 대표), 이성재(국회의원), 김병후(신경정신과 전문의)씨 등을 위시한 조사단, 취재진 등 40여명은 쪽문을 뚫고 수위실을 제압한 후 4m 높이의 창살로 된 정문을 기습적으로 통과했다. 곧 이어 조사단은 정문에서30여 미터 떨어진 양지마을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3분 여만에 여자생활실에 진입하는데 성공, 양지마을의 실상이 최초로 만천하에 공개되는 순간을 맞이하였다.

  “제가 얘기하고 싶은 건요, 교도소가 여기보다 낫다는 거예요. 기간이라도 정해져 있으니.”(양지마을 퇴소자 유모 씨)

  “우리가 여기서 나가면 대한민국 국민인데 여기 있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다. 여기서는 양지원 원생들밖에 안 됩니다.”(양지마을 퇴소자 이모 씨)

  쇠창살을 부여잡고 집에 보내줄 것을 호소하는 원생들의 외침, 양지마을에서 나가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손을 번쩍 드는 사람들, 취재진과 인권단체 사람들에게 양지마을 실상을 알리면서도 후한이 두려운 듯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은 필름과 카메라, 녹음기에 생생하게 녹화되었다.

  이들이 전하는 양지마을의 실상은 소문으로만 떠돌던 수용시설의 모든 비리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단속’에 의한 ‘납치’

  “죄 없이 역전에서 돈이 좀 떨어져서 하루 이틀 보냈다고 여기 와서 5~6년 씩 일하고, 우리같이 멀쩡한 사람들 가둬놓고... 보내달라고 했더니 구타하고...”(양지마을 퇴소자 유모 씨)

  양지마을에 입소한 사람들 중에는 ‘단속’에 의해서 무차별적으로 ‘납치’ 당해 끌려온 사람들이 많다. 부랑인선도 시설운영규정과 생활보호사업지침은 부랑인 수용시설 입퇴소 절차를 엄격한 ‘심사’에 의해 규정하고 있으나 양지마을에서는 허울뿐이다. 조치원, 천안역 근처에서 양지마을의 ‘냉동차’에 실려 온 사람들은 인근 파출소와 양지마을 이사장이 원생들을 늘리기 위해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작업을 하지 않으면 담배도 일체 필 수 없게 하니까, 담배라도 한 모금 피기 위해서 몸이 아파도 아픈 몸을 이끌고 강압적인 일을 하고 있어요. 자기가 자유표시, 의사표시를 하게 되면 정신과 쪽으로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거예요.”

  수용시설에서 노역은 개인의 동의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지게 마련인데 이곳 양지마을, 송현원에서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노동을 해야 한다. 작업동의서는 감사를 위한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거부할 경우는 무시무시한 폭압이 기다리고 있다.

  조사 작업에 참여했던 박래군(38·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 씨는 “작업을 거부하면 곧 폭행이나 독방행 또는 CP라는 신경안정제를 강제로 복용하게 되어 결국은 정신병자가 되기 때문에 원생 가운데 어느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전한다. 즉 치료를 위한 투약이 아니라 징벌의 일종으로 투약하는 것이다. 촉탁의는 있지만 의사는 한 달에 한 번 형식적인 순회만 할 뿐 자격 없는 간호보조사가 이들에 대한 투약을 책임지고 이사장이 지시한다.

  더욱이 원생들이 노동의 대가로 받는 돈은 월 3천원에서 1만여 원에 불과하며 현금이 아닌 카드로 받는다. 그 나머지는 배당이익이라는 것으로 통장에 입금되지만 10여년이 넘게 일한 사람도 1백만원이 채 안 된다. 원생들은 쇼핑백, 가방, 공구함, 유아용 자전거 등을 만들기 위해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일을 해야 한다. 잔업이 있는 경우는 오후 9시까지 일을 하며 일이 많을 때는 며칠이고 밤잠을 못자면서 노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여자원생들의 몸

  또한 상습적이고 구조적인 폭행은 매일 일어나는데 주로 이사장, 원장, 총무 등 간부직원들이 폭력을 행사한다. 최근에는 간부직원들보다 원생들 중에 신임할 수 있는 간부원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하여 직원들을 대행하게 했다. 총실장, 실장(송현원은 감독) 또는 각 작업장 반장으로 이어지는 원생 지위체계를 통해 대리폭력은 이루어진다.

  양지마을의 진상을 최초로 제보한 박영섭(39·양지마을 탈출자) 씨의 부인 박영한(23)씨는 남편이 탈출에 성공하자 노재중 이사장으로부터 얼굴, 팔 등 몸 부위를 계속 맞았다고 밝혔다.

  조사과정에서 이상흔(57·양지마을 퇴소자) 씨는 94년 11월 18일 오후 6시 15분부터 9시 20분까지 구 F동 아래 생활실 안에서 다른 원생들이 보는 앞에서 원장 박종구로부터 머리를 빡빡 깎이고 무릎을 꿇린 후 가슴을 운동화 발로 거세게 채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당시 얼굴을 발로 채여 오른쪽 위 어금니 일부가 깨져나갔다고 호소했다.

  양지마을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행은 일상적인 강간, 성추행의 도를 넘어서 여성의 몸을 간부원생들의 통제를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경악할 노릇이다. 이사장은 시설에 충성스런 원생들에게 간부라는 직함을 주고 ‘살림’을 차려주는데 이사장이 여성을 지목하여 부부 아닌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여자건 남자건 선택의 여지는 없고 오로지 이사장의 명령에 따를 뿐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에게는 장제로 루프수술(피임수술)을 하게 한다. 간부직을 박탈당하는 경우 살림을 깨고 여성에게 채웠던 루프도 강제로 해제한다. 이에 대해 노재중 이사장은 “시설의 간부로서 동거를 허락해주는 예가 있는데 대부분 정신장애우이기 때문에 본인들의 동의하에 루프수술을 하도록 한 후 동거를 허락한다.”는 해명만 늘어놓았다.

  시설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주로 간부원생들과 직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화나 편지를 할 수 없는 조건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아이를 임신한 경우 강제 낙태 당하거나 낳은 아이는 다른 곳으로 보내진다고 한다.


 개미고개 암매장 의혹

  삶에 지친 원생들이 최후의 선택으로 비관 자살하거나, 거듭된 강제노역과 폭행,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나간 원생들은 일명 ‘개미고개’에 매장된다. 물론 이들의 죽음은 제대로 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마대나 비닐에 돌돌 말려 구덩이에 묻힐 뿐이다.

  실제 매장에 참가하였던 간부원생은 “구덩이도 간신히 사람 하나 들어갈 정도로 얕게 파며, 심지어는 비 오는 날 묻고 돌아서는데 발이 밖으로 나온 경우도 있었고, 돌 때문에 구덩이 파기가 어려우면 시체를 구겨 넣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구덩이를 파는데 사람 뼈가 나오는 경우에도 그대로 위에다 묻고는 했다.”고 한다.

  박래군 씨는 “조사해본 결과, 타살의 경우에도 직원과 원생 간부들이 경찰에 가서 미리 입맞춘대로 진술하면 그것으로 풀려난다.”고 전한다.

  울창한 숲 한복판, 아주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개미고개에는 하얀 나무 비목만이 누구의 무덤인지를 가까스로 확인할 수 있을 뿐 봉분이 무너져 평지와 그 경계선도 애매한 무덤이 다수다.

  시설 문제가 제기된 것은 비단 이번 양지마을 뿐만이 아닐 것이다. 시설비리가 폭로되면 여론의 태풍이 휩쓸고 난 자리에 남는 것은 가해자의 뻔뻔한 ‘당당함’과 희생자들의 무기력한 ‘왜소함’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양지마을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대표 최영도), 인권운동사랑방(대표 서준식) 등이 사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 인권단체들은 지난 7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강제구금생활은 ‘특수감금죄’, 강제노역, 상습적인 폭행과 상해, 협박을 가한 것은 ‘특수강도’, ‘특수강도치상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보조금을 횡령하고 건축비 등의 명목으로 담당 공무원을 속여 국고를 착복한 혐의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고소,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양지마을에 대한 감사를 하고 있다. 대검찰청도 양지마을 뿐만 아니라 전국의 시설들을 상대로 내사를 준비한다고 밝혔으며 감사원의 감사도 있을 예정이다. 양지마을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은 빙산의 일각일 뿐 속속 들어오는 제보는 폐쇄시설에 대한 사회적 감시의 고삐를 놓칠 수 없게 한다.

 

글/ 최은아 (인권운동사랑방 총무 사진제공 월간「말」)

 

 

시설재벌 노재중


  사회복지법인 천성원(68.12.1 설립) 이사장 노재중은 충남 연기군에 양지마을(부랑인수용시설), 송현원(정신요양원), 양지요양원(장애우수용시설), 양명보육원(고아원)을 대전 대화동 인근에 자강원(부랑인수용시설), 온달의 집(정신장애우 수용시설, 여자를 수용하는 평강의 집이 내부에 존재), 정화원, 원명학교(청각장애 특수학교) 등 8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시 대화동의 한일병원과 대전 신탄진의 한일병원도 노재중의 소유라고 한다.

  노재중은 형제복지원과 함께 87년에 상당한 사회문제를 일으켰던 성지원(현 자강원)의 원장 출신으로 시설재벌이라 할 정도로 막강한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 노재중은 그의 친인척을 시설의 요직에 배치하여 철저하게 족벌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운영상 비리 등이 철저하게 은폐되어 왔다.

작성자최은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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