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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이 운전하는 건 무서워”

[선입견으로 가로막힌 장애우운전면허] 청각장애우, 여전히 2종으로 제한돼 면허취득 위해 외국까지 달려가 소음많은 공사현장 중장비운전 오히려 유리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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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체장애우에게 1종 면허 취득의 길이 다소나마 열렸던 94년 9월 1일은 청각장애우 2종 운전면허제도가 비로소 시행된 날이라는 의미도 있다. 운전하면서 옆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음악 소리를 크게 한다거나 이어폰을 끼고 운전을 하는 일이 그렇게 낯설지 않은 요즈음이다. 그렇지만 경찰청 관계자들은 청각에 장애가 있다는 사실은 전반적인 교통 문화에 있어 심각한 제한요소라고 생각했고 결국 94년 도로교통법 개정 시에도 청각장애우는 1종이 아닌 2종 면허증에 만족해야 했다. 1종 면허를 받을 수 있는 ‘청각장애우’는 일반인 가운데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난청인 정도의 청력(보청기 착용시 청력 55dB, 어음 변별력 80% 기준)의 소유자여야 한다.

  여하튼 겨울이면 미니트럭에 중국식 호떡을 만들어 파는 청각장애우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94년 이후에 바뀐 현상 가운데 하나다. 청각장애우가 운전하는 차량임을 표시하는 스티커도 만들어져서 청각장애우 운전자는 차량 뒷면 유리창에 이것을 부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거리에서 그 스티커를 만나게 되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다. 면허를 따기까지 넘어야 할 무수한 산들을 무사히 넘은 청각장애우들이 제도 시행 3년째인 현재에도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우들은, 일단 필기시험의 관문을 통과하기도 어렵다. 완전히 문어체인 시험문제들을 청각장애우들이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어 하루 2회 시험 결과 1-2명의 합격자가 나타나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많은 청각장애우와 청각장애인복지회의 문제제기로 현재에는 청각장애우들끼리 25인치 화면에 수화로 제시되는 시험을 문제지와 더불어 치르고 있다. 그러나 시험장소 크기에 비해 화면도 작고 놓친 문제를 반복해 볼 수 없어 그다지 큰 도움은 안된다는 것이 주변의 설명이다.

  그리고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하더라도 마음 놓고 운전 실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도 힘들다. 장애우 무료 운전교습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국립재활원이나 송파탄천운전연습장에서도 별도의 수화통역사와 차량의 배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청각장애우는 거부하고 있다. 사설 학원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어렵사리 실기면허시험장까지 가게 돼도 응시차례를 호명하는 방송이나 시험요령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우들의고달픔은 계속된다. 따라서 청각장애단체들은 기능시험장에 수화통역사를 고정적으로 배치하든지 동행해서 시험장으로 함께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래 저래 난관에 부딪히는 청각장애우들은 급한 김에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는 원동기 면허에 도전해 보려고 시도한다. 그렇지만 그건 또 청각장애우 마크나 볼록거울을 달기가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아예 기는 시험조차 볼 수 없게 돼 있다.

  그래서 차라리 국제운전면허증을 따려고 시도하는 청각장애우들도 적지 않다. 국제면허를 따서 다시 국내면허로 바꾸는데 1주일이면 된다며 유혹의 손길을 뻗는 전문브로커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운전면허는 따지도 못한 채 브로커에게 돈만 날리는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억울함은 가중되고 있다.

  전반적인 상황은 이렇게 열악하지만 근본적으로 청각장애우들은 이전부터 경찰청에 1종 면허 허용을 요구해왔다. 청각장애우가 택시영업을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하지만 1종 대형까지 문호가 열린다면 청각장애우들이 개척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소음이 많은 공사장에서 청각장애우가 중장비를 운전한다면 다른 건청인들보다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청각장애인복지회 정광희 씨는 “외국은 대체적으로 웬만하면 면허를 내주는 분위기인데 우리 나라는 좁은 도로 여건 등을 이유로 되도록 면허발급을 억제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청각장애우와 같은 장애두들이 특히 더욱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선입견으로 장애우에게 막혀 있는 장벽응 깨는 일과 효율적으로 도로교통의 흐름을 통제하는 정책을 만드는 일은 별개의 일일 것이다.

 

글/ 한혜영 기자

작성자한혜영 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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