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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현장이야기] “몸의 때는 물론 외로움까지 쏴-악!”

이동목욕봉사서비스의 이모저모

본문

‘내 힘으로 목욕을 할 수 없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겪게 될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사람이나 가족들을 위해 목욕을 대신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집을 방문하거나 아예 모든 장비를 갖추고 커다란 차안에서 목욕을 대신 해주는 곳이 서울에서만 8군데가 있다. 이들이 찾아가야할, 몸이 불편해 스스로 목욕을 못하는 사람들이 서울에만 8만 여명. 자칭 ‘때밀이’라고 하는 이동목욕봉사원들을 따라가 보았다.


 서울서만 8개 기관에서 목욕서비스 실시

 “둘이서 사니까, 남편 목욕시키기가 쉽지 않아요. 거기다 사는 게 여의치 않아서 사람을 사서 쓸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작년부터 복지관에서 사람들이 와서 남편 목욕을 시켜주는데, 말도 못하게 고맙죠. 다 알아서 해주니까요.”

 하성구(56, 지체장애 )씨가 서부장애인복지관에서 목욕봉사를 받기 시작한 건 작년 6월부터다. 중풍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서부터 부인 혼자서 병수발을 했다고 한다. 이제 웬만한 건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체격이 좋은 남편을 목욕시키는 일만은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주위 사람에게서 이동목욕서비스를 소개받았고, 지금은 누구보다 남편이 매월 찾아오는 목욕봉사원들을 기다리는 눈치다.

 이동목욕봉사라고 하면 다소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목욕차량을 가지고 가정을 방문하면 주위 사람들이 ‘이동목욕이 뭐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동목욕은 쉽게 말하자면 목욕탕을 각 가정으로 옮겨 놓은 것으로 혼자서 목욕하기 힘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복지 서비스의 하나다. 목욕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각 복지관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혼자서 움직이기 불편한 사람들이다. 즉 노인성 치매나 중풍, 중증장애를 갖고 있어서 혼자서 씻기 힘든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데, 장기간 동안 누워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혼자 힘으로 하지 못하는 몸의 청결유지를 대신 해주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목욕서비스를 하는 곳은 모두 8군데 있다. 이 중에 7군데가 서울시의 보조를 받아 지역사회복지관에서 이동목욕과를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 한 군데는 사단법인에서 운영하는 중앙복지개발원이다.
 8군데 모두 차량을 이용해서 이동목욕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이동목욕에 쓰이는 차량은 두 가지가 있다. 욕조를 각 가정의 방까지 옮기는 ‘이동욕조식’과 흔히 ‘탑차’라고 불리는 형태가 있다.

  이동욕조식은 개조된 승합차의 뒤에 욕조와 장비를 싣고 다니는 것으로 차량의 크기가 작아서 목욕서비스를 나갈 수 있는 지역이 광범위하다는 장점이 있다. 차량의 내부에는 목욕에 쓰이는 물을 데울 보일러 시설과 물탱크, 온도조절기, 물을 옮길 각종 호수와 펌프 등이 구비돼 있다. 복지관의 대부분이 이동욕조식 차량으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고, 올해 이동목욕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 준비 중인 5군데의 복지관 역시 이동욕조식을 사용할 계획이다.

 반면에 탑차는 화물차를 개조해서 차안에 욕조를 비롯한 이동리프트까지, 목욕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갖춰놓고 있다. 탑차의 경우 차의 크기가 커서 주차공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수혜대상자를 차안으로 옮겨 목욕서비스를 실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목욕물부터 때타올까지 없는 게 없는 목욕차량 내부

 이동 목욕서비스를 받기 위한 절차는 간단하다. 수혜대상자 본인이나 가족, 주위 사람들이 해당지역의 복지관에 목욕서비스를 신청하면 되는데 지역이 다를 경우에는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까운 곳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목욕을 신청하는 전화가 오면 복지관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복지사와 간호사가 팀을 이뤄 신청자의 가정을 방문하는 것이다.

 “1차 방문 때는 신청자의 건강상태가 목욕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도 확인하고, 주위 환경을 파악합니다. 목욕서비스를 받는 분의 대부분이 몸이 불편한 분들이기 때문에 건강상태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하고요. 실제로 목욕봉사를 나가면 욕조를 어떻게 옮길 것인지, 차량은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 물은 가지고 가야 하는지 아니면 그 곳에서 연결해서 쓸 수 있는지를 미리 알고 가야 하거든요.”

 서부장애인복지관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김성숙(37) 간호사의 말이다.

 1차 방문으로 수혜자에게 목욕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목욕이 가능한 날짜를 개별적으로 통보하게 된다. 목욕서비스를 받는 횟수는 대략 한달에 한번 정도지만 신청자가 요구할 경우 2주나 3주에 한 번씩 목욕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목욕서비스를 실시하는 당일에는 목욕대상자의 건강상태를 우선 확인한다.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면 서비스가 시작되는데 시간은 한사람에 30분에서 40분 시간이 소요된다. 목욕도중 상태가 나빠질 경우 목욕시간이 짧아지기도 하지만 목욕대상자에 따라 뜨거운 물이 근육을 풀어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목욕시간은 훨씬 길어진다.

 목욕이 끝나고 나면 집까지 데려다 주고 목욕장소를 이전상태로 청소하는 것은 기본이다.

 각 가정에서 몸이 불편한 사람을 목욕시키기 위해 번거롭게 데리고 오고 데리고 가는 데 애를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처음부터 목욕서비스가 끝나 집을 나올 때까지 확실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목욕서비스를 받는 분들은 자신의 몸이 개운해지니까 불만이 없지만 가족들은 다르거든요. 방해받는 걸 무척 싫어해요. 한번은 먼저 방문한 집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다음 집과의 약속시간에 늦은 적이 있어요. 따님이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가정이었는데 나가야 한다면서 이번 달은 서비스를 안받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되면 그 아버지 입장에서는 목욕을 한 달 건너뛰는 거잖아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다른 가족들에게는 피해를 안주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려고 합니다.”

  중앙복지개발원에서 목욕서비스를 하고 있는 오미석(37) 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가족들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목욕을 할 때 가족 중에 한명이 목욕을 돕거나 옆에 있도록 합니다. 중풍이나 장애로 몸이 불편한 분들은 간혹 목욕 도중 경련을 일으킬 경우가 있는데 가족들이 잘 알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확인을 해주거든요. 또 자신의 알몸뚱이를 남한테 맡긴다는 게 쉽지 않은데, 가족이 옆에 있으면 목욕을 받으시는 분들도 부끄러움을 훨씬 덜 느끼시는 것 같고 안정감도 생기니까요.”

 그래서 김미성(24. 길음 종합사회복지관)씨는 가능하면 목욕차 안까지 가족 중에 한 명이 동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복지관도 가족이 동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8년만에 목욕하고 눈물 흘리는 할아버지도

 한번 목욕서비스를 나가는 데는 4명 정도의 인원이 필요하다. 목욕대상자의 환경을 파악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한명과 수시로 수혜자의 건강을 확인할 간호사 그리고 목욕을 도와줄 봉사자 2명이다.

 “일본의 경우 목욕대상자의 성별과 상관없이 여자봉사자들이 목욕서비스를 합니다. 그렇지만 어디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되나요.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누가 목욕을 시켜드리든 상관 않는 분들도 없지는 않지만, 봉사자의 성별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그럼 저희도 조심스러우니까 목욕대상자의 의향에 따라 남녀자원봉사자를 따로 내보내죠.”

 경규광(35)과장이 근무하는 서부복지관의 경우, 남자 사회복지사 2명이 이동목욕과에 배치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힘이 좀 들더라도 둘이서 남자목욕대상자를 담당할 수 있지만 다른 복지관의 경우 남자봉사자를 모집하는데 있어 문제가 많다. 또 전액 무료로 운영하다 보니 목욕물이나 샴푸, 비누나 수건, 때타월까지 모두 준비해 가야 하는데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만으로는 힘에 부치는 일이다.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은 8년 만에 목욕을 하셨다는 할아버지예요. 8년 만에 목욕을 하시고 난 뒤에 얼마나 개운하셨겠어요. 그게 또 감격스러우셨는지 저희를 붙잡고 우시더라구요. 저희도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그런 분들을 씻겨드릴 때가 제일 좋아요. 농담 삼아 저희를 ‘때밀이’ 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목욕하고 개운하다고 좋아하시는 분들을 보면 새삼 이 일에서 보람을 느끼게 되죠.” 장민균(29, 길음사회복지관)씨는 이 ‘때밀이’가 무엇보다 보람있는 일이라며 웃었다.

 작년에 조사한 바로는 서울시에만 몸이 불편해 목욕을 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8만여 명 가량이 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본다면 8만 명의 몇 배가 넘는 수치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너무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직도 그 사람들은 이동목욕차량을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목욕봉사원들의 마음과 몸이 바쁜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글/  서현주 객원기자

작성자서현주 객원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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