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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나도 한마디] 더 현실적인 통합교육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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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장애아동의 순회교육을 담당하면서 접하게 되는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1년 전 순회교육을 하던 중 17세의 뇌성마비 재가장애우를 발견하여 1년 동안 가정방문을 하면서 읽고 쓰기도 가능하니까 장애우의 부모에게 인근에 있는 지체부자유 특수학교에 입학시킬 것을 권하고 함께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장애우의 부모는 학교를 둘러보고 매우 흡족해 하셨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는 아동을 기숙사에 들여보내려면 아동의 보호자가 부말과 공휴일에는 아동을 가정에 데리고 가야 되고 또 월요일에는 학교에 데려다 줘야 한다고 했다. 그 학생 한 명을 위해서 스쿨버스를 따로 운행 할 수도 없고 주말에 기숙사에 남은 학생을 관리할 직원도 없다는 것이다. 또 교육적으로도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가정에서 가족들과 지내는 것이 학생에게 좋다고 했다. 만약 그러한 규정이 없다면 아이를 한 번 입학시켜 놓고 1년 내내 한 번도 들어다 보지 않는 부모들이 많아질 거라는 게 학교측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농사를 지으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학부형은 1주일에 이틀을 아동을 데리고 와야되고 또 데려다 줘야하는 일에 매달리느니 차라니 그냥 집에 머물러 있게 하는 게 낫다며 그 동안 몰라서 아이를 방치해 놓았지만 이제라도 순회교사가 방문하여 가르쳐 주고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고스럽겠지만 선생님께서 조금만 더 맡아달라”는 부탁까지 덧붙여 결국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 학생에게 좀 더 적절한 교육적 배치를 해주고 나는 또 다른 아동에게 신경 써야겠다는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다. 단순한 문제인 것 같으면서도 경제적인 문제가 걸려 큰 장애물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특수학교에 입학을 시키고 싶어도 경제적인 사정으로 인해 시키지 못하고 있는 부모와 아동들이 많다. 절대빈곤의 상태에서는 교육뿐만 아니라 생존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그런 사람들을 위하여 약간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주말에 기숙사에 남은 아동들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을 한 명 배치하든지 아니면 출퇴근 비용을 지원해주면 될 것이다.

  또 순회교육을 하면서 발견한 9살 난 경증 뇌성마비아동을 일반학교에 입학시키고 난 후 3개월이 지났을 때, 그 학교 교장에게서 좀 보자는 연락이 왔다. 지난 3개월 동안 담임이 그 아이를 업고 다니며 수업을 진행했지만 장애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은 전혀 준비를 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다른 아동들에게 피해가 너무 많아 더 이상은 학교에서 받아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아동이 학교에 나와 수업을 받는 동안에는 아동의 어머니가 보조자로 함께 나와 수업시간에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는 조건으로 일반학교에 계속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장애아동이 취학하고자 할 때 해당 학교장은 그 학생을 받아 들여 그 학생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는 특수학교의 원칙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기관 편의적인 주장만이 앞설 뿐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학교의 교장만의 잘못이 아니라 거의 모든 일반학교에서는 통합교육을 실시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 또 알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아동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런 교사들에게 무조건 통합교육을 강요했을 때 형식적인 통합적인 통합은 되겠지만 그것은 그 학교의 천덕꾸러기를 하나 더 안겨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교육당국은 말로만 통합교육을 논하지 말고, 장애 아동을 담당하는 교사나 학교에 이익을 줄 수 있는, 좀 더 현실적인 통합교육 방안을 검토해 주기 바란다.


글/ 유종열 (합천 영전초등학교 교사)

작성자유종열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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