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관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보는 다른 시각
본문
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사민당 당수 슈뢰더는 선거 유세에서 “과거에 안주하는 사람은 결코 미래를 헤쳐나갈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멀리 독일에서, 그것도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지만 이 말을 작금의 장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칭 ‘장애인직업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에 적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이 드는 것은 왜일까?
역대 정권의 장애우 정책은 실패
건국 이후 실질적인 여야간 정권 교체가 이뤄진 지 7개월여가 지났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 이 시대의 화두는 단연 개혁이다. 개혁은 말 그대로 미래를 위해 과거의 잘못된 점을 뜯어 고치자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 개혁, 경제 개혁, 그리고 제2건국운동으로 불려지는 사회 개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장애계는 개혁의 무풍지대에 놓여 있다. 장애계는 개혁할 것이 없어서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장애계야말로 변화의 물결 한가운데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장애계의 개혁은 누구를 퇴출시키는 작은 개혁이 아니라 장애우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현실을 전면적으로 개선시키는 큰 틀의 개혁이 지금 당장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현 단계에서 장애우 현실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믿는 이유는 물어볼 것도 없이 역대 정권이 장애우 정책이 잘못 시행돼 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책 실패를 입증하기 위해 구체적인 수치를 들 필요도 없다. 여전히 장애우들이 소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역대 정권의 장애우 정책이 실패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다.
이렇게 단정하면 혹자는 역대 정권이 장애우 현실을 개선시키기 위해 여지껏 단계를 밟아 왔다고 강변할 지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장애 관련 양대 법인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고 고용촉진법이 제정된 지 8년 여가 지났다. 이 긴 세월동안 장애우 삶엔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장애우 관련 시설이 늘고, 요금 할인 정책이 시행되고, 장애우들 중 일부가 법에 의해 취업 됐다고 하지만 과연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는가?
장애우들 중 소리없는 다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과거 법안 제개정 과정에서 목 터지게 부르짖었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외침을 다시 강조해야 할 지경에 놓여 있다. 그만큼 여전히 열악한 현실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열악한 현실은 비단 경제위기 때문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역재 정권이 장애우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기자 생각이다. 일 예로 지금 장애우들이 최소한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장애우들이 생존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그 어떤 잘된 복지정책과 고용정책이 시행된들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장애우 현실의 개혁은 정말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의 정부로 불려지는 새 정권의 장애우 개혁은 당연히 장애우들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 주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마침 그 자신 장애우인 김대중 대통령은 장애우 복지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김 대통령이 ‘정부가 앞장 서서 일할 수 있는 장애우들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일을 할 수 없는 장애우는 국가가 보호정책을 마련하라’고 관련 부처에 내린 지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장애우들의 생존권을 보장해 주라는 지시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런 국정 최고 책임자의 관심 표명이 있어서인지 여당인 국민회의가 최근 장애인직업정책기획단을 만들어 장애우 직업정책의 개혁에 나섰다.
기자는 역대 여당이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그래서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국민회의가 초유로 시도했다는 단 한 가지 이유 만으로도 이 기획단 설립을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고 싶다. 그리고 기획단이 (가칭) ‘장애인직업법’ 제정으로 장애우들의 완전 고용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실현성 여부를 떠나 장애우들의 생존권 보장에 한 발 근접했다는 점 때문에 이 시점에서 정말 필요한 장애우 현실의 개혁 조치라고 바라보고 싶다.
공단은 문제가 없는가?
그런데 요즘 장애계가 무척 시끄럽다. 여당이 장애인직업정책기획단을 만들고 장애인직업법 제정을 가시화하자 일부 장애우 단체가 고용촉진공단의 복지부 이관을 반대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흡사 공단의 복지부 이관이 장애인직업법 제정의 전부인 것처럼 공단 이관 문제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서 말이 나온 김에 성명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자. 서두에 오해가 없게 하기 위해 한 마디 덧붙이자면 기자는 결코 여당 입장에서 성명서 내용을 반박하려는 게 아니다. 기자는 그럴 입장에 서 있지 않다. 다만 개인적으로 고용 정책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성명서 내용과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한다.
성명서는 먼저 장애우 고용문제 해결이 단순한 공단의 보건복지부 이관으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중증장애우 고용 문제와 일반고용 속에서 저조한 장애우 고용 문제의 1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것은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장애우 고용에 관한 어떤 책임 있는 행동도 하지 않고 법을 통한 책임 추궁에도 자유롭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이 주장대로 현 고용촉진법은 정부 책임에 관한한 실효성과 법 준수 의무에 대한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역으로 새 정부로 하여금 기존의 고용촉진법을 폐기하고 장애우 고용에 대해 국가 책임과 의미가 확실하게 명문화된 새 고용관련법을 제정하도록 장애계에서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지금 시점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성명서는 ‘경총에서는 공단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은 장애우 고용 정책이 시혜적 보호적 차원에 치중하여 사업주로 하여금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여 장애우들의 취업을 오히려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직업법에서 ‘복지부 장관이 근로감독권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나라 법 체계와 논리에 맞지 않아 장애인직업법이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경총의 장애우 고용에 관한 언급은 재벌들의 연합체의 경총은 고용촉진법이 제정된 지 8년이 지나도록 장애우 고용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장애우 고용문제에 관한 한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성명서에서 주장한 ‘복지부장관이 근로감독권을 갖는다는 것은 장애인직업법의 실효성의 의문을 재기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은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라는 점에 동의한다. 과연 여당의 새 직업법이 장애우 근로감독권을 복지부장관이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설혹 그렇더라도 이 문제는 복지부와 노동부가 정부라는 틀 속에서 머리를 맞대고 충분히 협의하고 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만약 노동부가 장애우 고용 문제는 복지부로 넘어 갔으니 우리는 모르겠다고 장애우 노동 문제를 외면한다면 그건 노동부의 장애우에 대한 명백한 차별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국민 구성원 속에 장애우가 포함되어 있는 한 노동부는 장애우 노동문제에 대한 관심과 감독의 끈을 언제까지나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성명서는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 공단 이관문제와 관련된 일련의 주장은 집권여당의 권련을 이용한 일부 장애계 인사들이 중증장애우 고용을 빌미로 2천억에 이르는 공단 적립금을 어떻게 자기들의 손아귀에 장악할 것인가에 관심의 초점이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면서 공단 이관을 둘러싸고 뭔가 음모의 냄새가 풍기고 있고 구체적으로 공단의 복지부 이관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장애계 인사들이 있다는 것은 완곡한 표현으로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우선 성명서 내용대로 장애우 고용에는 관심이 없고 공단 이관을 통해 떡고물을 챙기려는 장애계 인사가 만약 있다면 누군지 모르지만 그는 천벌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설혹 특정 인사가 공단 이관을 통해 공단 적립금을 손아귀에 장악하려는 시도를 한다 하더라도 이 대명천지에 그런 불순한 의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가능성 여부이다.
이 시점에서 당장 공단 이관이 이뤄진다 해도 몇몇 장애계 인사가 공단 적립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정부 관계자들과 국회의원들이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이상 특정 장애계 인사가 공단 기금을 좌지우지 하도록, 그런 가능성이 예견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도 공단 이관 문제에 동의해 주는 일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공단 이관 문제가 나왔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공단 이관 문제와 관련해 기자가 오히려 제기해 보고 싶은 문제는 왜 성명서는 공단이 그동안 노정해온 문제점은 전혀 지적하지 않고 있는가이다.
단연하건대 공단이 그동안 제 역할을 제대로 해냈으면 굳이 공단 이관 논의가 나올 까달기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 이관 시도가 있다면 오히려 전장애계가 나서 적극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노동부와 공단이 장애우들의 노동 권리가 맞바꾼 피 같은 돈인 적립금을 그동안 제대로 사용했으면 적립금 사용처에 대한 장애계의 문제 제기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한 마디로 공단의 문제점을 여러 가지고 있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나온 ‘공단이 장애우 한 명을 고용하기 위해 수천만원을 썼다’는 웃지 못할 희극적인 지적에서 결정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공단을 개혁하지 않는 한 장애우 현실의 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엄밀한 의미에서 지금 시점에서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단은 개혁을 거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때문에 당연히 성명서에서는 변화를 거부하는 공단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어야 형평이 맞지 않을까 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현실에서 고육책을 찾아야
성명서는 이어 ‘중증장애우 고용의 활성화라는 원칙적인 문제 보다는 공단 이관이라는 결론부터 확정한 뒤 복지부로의 이관에 관한 당위성을 확보한다는 의혹으로 인하여 노동부와 복지부의 부처간의 이권다툼으로 비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시설 보호작업장 중심의 중증장애우 고용 정책이 장애우 고용 정책의 중심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상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단 이관 문제가 노동부와 복지부의 부처간 이권다툼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은 어디까지나 언급된 두 부처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다만 여기서 중증장애우 고용 문제에 관한 언급이 나왔기 때문에 이 기회에 기자는 평소 생각하고 있는 중증장애우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
먼저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직업법이 만약 ‘시설 보호작업장 중심의 중증장애우 고용 정책을 장애우 고용 정책의 중심’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면 기자 또한 결코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둔다. 이는 말 그대로 장애우 고용정책의 후퇴를 의미한다. 그리고 한 걸음 다 나아가 중증장애우들 고용이 시설에서의 보호고용만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에도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이런 시각으로 중증장애우 고용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중증장애우들 가슴에 또 한 번 못을 박는 행위에 다름아니다. 중증장애우들은 결코 제한된 공간에서만 일을 할 수 있는 무능력자가 아니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그렇지 중증장애우들 또한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고, 다양한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중증장애우들이야말로 일을 통한 복지를 간절하게 염원하는, 고용을 통한 복지가 절실한 다수의 장애우들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시각에서 우리 나라 장애우 고용 정책이 경증 장애우 중심에서 중증장애우 위주의 고용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 동안 장애계에서 누차 제기돼 왔다. 기자 또한 오래 전부터 중증장애우 고용을 위한 한 가지 대안으로 중증장애우들의 자영업도 고용으로 한정하고 고용기금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온 바가 있다. 기자가 주제넘게 자영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장애가 심해 기업체 고용이 어렵다면 자영업이라도 하게 해 중증장애우들의 생존권을 보장해 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동부는 일관되게 사업주에게서 걷은 돈은 사업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중증장애우들을 배려하는 고용정책과 자영업 지원 정책 시행을 외면해 왔다. 때문에 기자는 이제 이 시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수천억원의 고용기금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한 번 곰곰이 따져 보자. 현재 장애우 미고용 부담금을 내고 있는 기업주들 중 내가 부담금을 냈으니 나에게 기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할 기업주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기업주들은 미고용 부담을 내고 싶어서 내는게 아니라, 돌려받고 싶어서 납부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법으로 기업에 사회연대 책임을 부과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어차피 기업주들의 인식이 그렇다면, 그리고 백 번 양보해서 노동부 주장대로 기업에서 낸 돈이 장애우 고용에 쓰여질 기금이라면 그 기금을 장애우들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증장애우들이 나눠 쓰자는게 그렇게 잘못된 주장이란 말인가.
그리고 중증장애우 고용문제와 관련해 이 시점에서 또 하나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는 현재 경증장애우와 중증장애우사이에서 벌어져 있는 삶의 질 수준을 좁힐 수 있는 개혁 정책이 이참에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경증장애우들은 고용촉진법에 의해 그런대로 취업이 이루어지는 반면 중증장애우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취업은 커녕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상태에 놓여 있다. 다 같은 장애우지만 장애가 경증이냐 중증이냐에 따라 이렇게 장애우 내부에서도 차이가 벌어진 채 전혀 다름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현재까지 노동부의 장애우에 대한 지원은 중증장애우들은 배제한 채 경증장애우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이렇게 장애우 중에서도 차별 받고 있는 중증장애우들을 위한 역대 정권의 복지대책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혀 가시화된 게 없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복지정책이 됐든 고용정책이 됐든 우선 중증장애우들을 배려하고 중증장애우들의 삶의 질을 일정 부분 높여 주는 정책 시행이 정말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성명서는 중증장애우 고용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중증장애우의 고용 문제와 해결은 정부의 예산 지원을 통하여 해결한 문제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정부가 중증장애우의 고용 활성화를 위해 한 푼의 예산을 투자하지 않는 상태에서 집권 여당이 중증장애우 고용의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논리와 현실에 맞지 않는 공단 이관 문제를 운운하는 것은 분명한 책임회피이며 장애우 고용정책을 후퇴시키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역시 일면 타당성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는 지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왜냐면 현재 한 해 복지부 전체 장애우 복지예산이 1천억원 남짓인데 그 예산을 중증장애우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꺼번에 두 배 이상 증액하는 것이 정부 정책상 가능한가를 물으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국정책임자가 아무리 장애우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지만 그 관심이 IMF사태로 통칭되는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속에서 오로지 중증장애우들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시키기 위해 수백 수천억원의 예산을 증액시키라고 지시하는 것으로 이어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도무지 가능한 일이라고 보여지지 않는다.
때문에 기자는 당면한 중증장애우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가능한 고육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따로 중증장애우 고용을 위해 예산을 배정하는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여당 기획단 논의대로 장애인직업법을 제정해 미고용 부담금을 상향 조정하고, 정부도 부담금을 내도록 강제해서 장애우 일반 고용을 더 강화하고, 대신 모여진 기금으로 중증장애우들에게 다양한 직업을 갖게 해주는 새로운 직업정책의 시행이 지금 시점에서 오히려 더 현실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런 시각에서 복지부가 장애우 고용을 맡으면 부담금 징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에도 찬성하기 어렵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 가지 예로 현재 복지부는 의료보험료가 체납되면 국세 징수법에 의해 강제 징수하고 있다. 복지부가 정부 부처가 분명한 이상 기업들에서 부담금을 제대로 징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말 그대로 기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장애우 입장에 서서 변화를 추동해 내자
성명서는 마지막으로 ‘국민회의가 구상한 기획단 집권 여당을 배경으로 하는 일부 장애계와의 야합을 통하여 신중한 논의도 없이 장애인직업법안을 비민주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고용촉진법을 폐기하고 공단의 복지부 이관을 핵심으로 하는 장애인 직업법안을 장애계의 다양한 의사수렴과 참여를 배제한 채 그 일정을 정기국회 기간인 10월에 상정하여 통과시키려고 강행하고 있음은 심각한 문제이다’라고 여당이 직업법 제정과정을 문제 삼고 있다.
여당이 만약 비민주적으로 장애우 직업정책의 개혁을 시도한다면 그건 규탄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10월 초순 현재 상세한 법안 내용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법안 제정 과정을 비민주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섣부른 예단이 아닐까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자는 여당이 차후 공청회 등을 통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장애인직업법 제정을 밀어 붙이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기자의 걱정은 이런 절차상의 문제 보다도 과연 개혁 법안인, 그리고 장애우의 완전 고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예산이 필요한 (가칭) ‘장애인직업법’이 과연 국회에서 통과 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우려가 더 앞선다. 작금의 여야 대치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정상적인 국회가 열린들 법안의 파격적인 내용 때문에 국회 심의과정에서 분명히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법의 중요한 내용들이 삭제될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되고 있다. 이 점을 지금 장애계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처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기자는 강조하고 싶다.
기자는 단언하지만 현 시점에서 공단이 이관되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그 연장선상에서 일개 기관의 이관 문제를 두고 장애계가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 문제는 장애우 생존권이며 직업을 통해 생존권 보장이 가능하도록 직업 정책의 새로운 그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 그림이 가능하도록 장애계가 늦었지만 개혁을 전제로 올바른 장애우 직업정책이 현실에서 가능하도록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본다.
기자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누가 뭐래도 사회적으로 개혁의 물결이 흐르고 있고 여당이 장애우 직업정책에 관심을 있는 이즈음이 장애우 현실의 개혁을 이뤄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단 변화를 이루어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다시 개혁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 땅의 중증장애우들로 대표되는 말 없는 다수의 장애우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변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기자는 주장하고 싶다. 서두에서 슈뢰더의 말을 빌어 언급했지만 과거에 안주하는 사람은 결코 미래를 헤쳐나갈 수 없다.
고통받는 장애우 입장에 서서 변화를 추동해 내는 것이 지금 정말 필요하다고 기자는 마지막으로 또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글/ 이태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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