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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값 때문에, 지역주민 반대 때문에 멀리 더 멀리

[특집] 지역사회와 시설, 그 ‘거리’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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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멀어질수록 땅값이 싸기 때문에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시내 외곽으로 밀려가는 시설들이 있다. 그 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렇게 옮겨지는 시설이나 외진 곳에 새롭게 들어서는 시설에 장애우들이 옮겨간다는 사실이다. 장애우들을 진정한 우리 이웃으로 가까이 불러 오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시도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회복지법인 에덴하우스는 현재 경기도 파주군 규화면 신촌리에 새로운 근로시설과 수용시설 건물을 공사 중이다. 서울 개포동에 있던 2백32평 규모의 기존 시설의 규모를 확대하면서 1천9백평 정도의 부지가 필요해졌는데 기본 부지 바로 인근의 땅을 매입하기가 어려워 이주가 불가피했다는 것이 에덴하우스측의 설명이다.

  홍성규 총무부장은 “맨처음 현재의 부지에 시설이 자리잡을 때만 하더라도 산 중턱이었는데 그 동안 주변 지역이 한참 개발돼서 이제 완전히 주택가 사이에 둘러싸이게 되는 형편이 돼버려 부지 활용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완전 이주는 아니고 기존 시설은 앞으로 이용시설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업적응훈련이나 사회적응훈련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용하기가 이전보다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 홍 부장은 “일산 신도시와 가깝고 시내 중심에서 완전히 떨어진 곳은 아니어서 시설과 장애우들이 그렇게 고립될 우려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에덴하우스에는 67명의 장애우가 직업훈련을 받고 실제 일하고 있지만 신축 시설로 옮겨가면 40여명이 많은 1백 명 정도가 훈련과 취업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열악한 국내 직업재활 실정에서 볼 때 그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앞으로 시설을 나와 자립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스스로도 그러한 인생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시내 중심과의 그 ‘거리’는 분명 문제가 된다. 그 사람이 앞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들의 생활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사회 현실감각을 익힘에 있어 어찌됐건 물리적인 그 ‘거리’는 결국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에덴하우스, 서울에서 파주로 이주 추진중

  이보다 앞서 93년 시설 확대에 따른 부지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서울에서 경기도 광주지역으로 옮겨간 삼육재활센터의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사실 그 두 시설처럼 도심 가까이 있었던 시설이 외곽으로 옮겨가는 경우는 전체 시설 가운에 소수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외진 곳으로 옮겨가고 싶은 시설장이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고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김종민 과장은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보다 중요한 점은 장애우들이 옮겨진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게 옮겨가는 시설에, 아니면 산 깊은 곳이나 외딴 섬에까지 하나 둘씩 들어서는 요양원과 같은 시설들에 장애우들이 옮겨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18세 미만의 아동을 수용하도록 하고 있는 시설에서 자립을 하지 못하고 성인기를 맞은 장애우들이 ‘전원조치’에 따라 다시 성인 재활시설로 옮겨지거나 중증장애우를 위한 요양원 혹은 비인가시설들로 옮겨지는 것이다.

  그렇게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장애우들이 옮겨가는 시설이 외진 곳에 들어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땅값이 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애우시설을 혐오시설로 여기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큰 이유를 차지한다.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 서울 밀알학교, 대전 서구 장애우복지회관(현 건강체련관), 지애학교 등으로 이어지는 건립반대 사건들에서 주민편의시설인 이용시설조차 이웃에 들어서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지역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 현상은 쉽게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안산장애우자립장의 경우 시에서 설정한 도심 인근의 부지를 의회 의원들이 반대하며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을 제시해 더욱 큰 실망을 던져주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지방자치시대 이후 표를 의식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 움직임에 손을 들어주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사실이다.


복지부, 시설에 재활프로그램 운용 유도

  올해 새롭게 복지부의 설립인가를 받은 수용시설 가운데 재활원은 4개소(지체 2곳, 정신지체 2곳)이고, 요양원 3개소(사회복지법인 승가원의 상낙원, 백십자사의 장봉 혜림원, 강릉 늘사랑의 집의 성지원)이다. 새롭게 인가를 받은 장애우종합복지관 14개소와 3개소 등 이용시설이 17개소에 달하는 사실에 비춰보면 이제 우리 나라의 장애우복지체계가 시설 수용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 장애우복지 체계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듯 하다.

  복지부 장애인제도과 김진호 사무관은 “시설 설립에 관한 권한이 시도 단체장에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정책의 조율이 당장은 어렵지만 입소시설 신축은 동결시키고 이용시설 중심으로 전환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 개인적인 소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용시설만 많이 늘어난다고 해서 우리 나라도 지역 사회 중심의 장애우복지체계로 변화해간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기존 수용시설의 장애우들이 어떻게 지역 사회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는지를 살피고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수용시설 위주의 장애우복지체계의 구조는 쉽게 전환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개선노력의 일환으로 올해 복지부 장애인제도과는 기존 입소시설에서 장애우들의 사회통합 및 재활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그것을 평가하여 예산지원을 하겠다는 지침을 세우고 프로그램 공모를 실시한 바 있다. 모두 1백16개소에서 신청을 해왔고 이 가운데 14개 시설이 선정됐는데, 6개월의 시범 기간 동안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의 시행착오를 면밀히 검토하며 앞으로의 전국적인 확대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홈에 입주하기 전에 시설 내에 마련된 가정집과 같은 주거공간에서 생활하며 가정생활이나 일상생활 등과 같은 기능을 미리 훈련받는 그룹홈 입주전 준비가 준비가정생활 프로그램을 제안한 장봉 혜림원과 생활관 프로그램을 제안한 광주 행복재활원이 예산지원을 받으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두 시설의 시범사업은 시설 생활자의 전체 숫자에 비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생활자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운영상의 어려움을 가져올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물론 그 두 시설은 드물게 이미 시설 외부에 완성된 형태의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김진호 사무관은 “이제까지의 장애우복지가 시설 운영 지원관련 예산을 확보하는데 그쳤고 그것도 의식주 해결과 같은 기본적인 운영비 지원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나 이제부터 추가적으로 재활프로그램의 효율적인 운용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특별사업은 기존 시설 운영비 지원예산인 4백40억 가운데 1억 2천만원을 확보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에 관한 예산을 보다 확충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룹홈 입주 전에 이미 가정형태의 공동 생활에 필요한 세부적인 내용의 훈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그룹홈 입주와 연결되기는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다. 시설 장애우들이 지역사회에 결합되어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유일하게 제도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이 공동생활가정(그룹홈) 프로그램도 주택마련문제나 생활지도교사의 인건비와 생활비 지원 문제 때문에 복지부나 시도에서도 대폭적인 확산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립회관에서는 96년부터 자립생활프로그램의 한국적 도입 방안 고민하기 시작하며 올해 5월 자립생활지원 지도자연수회를 개최하고 했다. 아직 정책적인 현실화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으나 선진국의 선례를 볼 때 시설의 소규모화와 시설 생활자들의 재배치에 있어 우리 나라에서도 앞으로 그러한 프로그램의 의미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 번 시설 장애우가 되면 영원한 시설장애우가 되는 현실, 그리고 그 장애우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웃들이 사는 지역중심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되는 현실을 가만 살펴보면 하나의 실마리로는 풀리지 않을 장애우복지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장봉혜림원 임성만 원장은 “시설을 유지하고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을 장애연금형태로 장애우 개인에게 지금해서 장애우 당사자가 스스로의 재활에 가장 적합한, 쾌적한 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미 이용시설에는 도입이 된 바 있지만 하루 빨리 수용시설도 평가제에 따른 인센티브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장애우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끌어오는 방안의 하나로 신도시를 계획할 때 처음부터 장애우 이용시설과 수용시설을 미리 지역 사회 내에 깊숙이 배치하도록 하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한국 장애인복지시설협회 김종민 과장은 “장애우 시설이 현실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고, 장애우가 그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할 엄연한 구성원으로 생각한다면 일산이나 분당과 같은 신도시 개발계획을 세울 때 관공서와 같이 미리 배치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하며 “일본에서는 그런 방안이 시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장애우들을 진정한 우리 이웃으로 가까이 불러 오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한혜영 기자

작성자한혜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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