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와 사회는 서로를 필요로 하죠
본문
장애우주간인 지난 4월 23일에는 독일의 시각장애 특수교육 전문가인 한스 울리히 리노브 씨의 강연이 진행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이 강연은 ‘시각장애우의 사회적 직업적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독일의 경험에 비춰본 우리 시각장애우교육의 앞날을 전망해 보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35년간 시각장애학교 교사로 또 독일 교육부처 자문위원장으로서 일해온 나름의 경력에 걸맞게 리노브 씨는 시각장애우들이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하기 고려해야 할 점들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였다. 그 상의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중복 시각장애아의 급격한 증가와 장애우교육
현재 독일에는 약 8만명의 시각장애우가 살고 있는데 학령기에 속한 인구는 93년 현재 약 2천명에 달한다.
사실 60년대에 이르기까지 독일에는 약시인을 위한 두 개의 소규모 학교를 제외하면 오로지 시각장애우를 위한 학교들만이 있었고 적절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리고 70년대에 들어와서 사회교육이 사회적 통합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특히 독일연방공화국이 경제적으로 부흥하던 시기에 국가는 학교건축을 재정적으로 충부하게 지원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많은 학교 건물들이 새로 지어졌고, 수영장, 체육관 뿐만 아니라 교과과정도 새로 개정되었고, 특수교육 기자재들도 갖춰지게 됐다.
80년대에 시각장애우 부모들은 사회통합에 대한 열망을 더욱 크게 갖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자녀들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특수기숙사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아 했고,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권리를 얻기 위해 싸워 나갔다.
그 결과 연방의 모든 주의각급 학교에서는 이와 관련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세운 현대식 특수학교가 텅 비게 되는 현상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당시 유럽의 몇 나라에서는 통합교육에 대한 급진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독일은 다소 타협적인 길을 택했다. 충분히 적절한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자세를 갖춘 일반학교에만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장애아동을 받아들이게 되면 따라오게 되는 복합적인 부담을 질 용의가 일반학교 관계자들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학교 취학률은 점차 높아져 35%에 이르렀다. 동시에 지난 15년간 시각장애 뿐만 아니라 정신지체나 지체장애를 가진 중복장애아동을 위해 각급 학교에 독자적인 부서가 도입되었고 뷔르츠부르크 장애우시설기금과 같은 민간단체도 중복장애아를 위한 훌륭한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한편93년 약 1천7백명의 시각장애아동들이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교사들이 14일만에 방문해 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이 시각장애아이들이 수학과 같은 교육을 자라나면서 기하를 완전히 면제해 주기도 하지만 기하의 지식과 경험은 시력 손상 아동의 공간지향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에 필요하다.
시각장애아동은 학교교실에서 자기자리로부터 일어나 비품함 옆에 서 있는 교사를 익숙하고도 쉽게 찾아간다. 그러나 제 자리로 돌아올 때 학생은 길을 잃고 완전히 잘못된 방향을 잡은 채 더듬거리곤 한다.
공간지향능력은 12세에 확고하게 자리잡으며 그 후 이 능력이 개선되는 정도는 극히 미약하다. 그런데 공간지향능력을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시각장애우는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각장애우가 갖는 자연적인 한계가 있을 수는 있으나 체육활동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기하, 체육, 성교육을 미리 배제시키지는 말기를
한 시각장애우 젊은이는 재능있는 피아노 연주자였으나 일반학교에서 사람들은 그에게 점자악보를 제때에 제공하지 못했다. 소리를 듣고서야 한 편씩 음악을 연주하였는데 그와 같이 그렇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면 음악적 재능도 쓸모없이 될 우려가 높다.
시각장애아동이 특수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경우 특수학교 교사들은 비장애학생들과의 접촉을 장려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활용하여야 한다. 학교행사, 소풍, 학급잔치, 학교축제, 적합한 학과에서의 단계적인 공동수업 등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시각장애우나 비장애우나 서로 적절히 접촉할 수 있도록 자라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준비하게 되면 나중에 서로 실망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기숙 학교내 자치조직을 도입했을 때 한 학생의 할머니는 몹시 화가 나서 나에게 항의했다. 내가 그 분의 손주에게 스스로 빵을 자르고 버터와 잼을 바르도록 요구한 것을 제자에 대한 사랑이 전혀 없는 행동으로 오해한 것이었다. 손주에 대한 죄책감으로 끊임없이 돌보고 미처 말로 요구하기도 전에 미리 원하는 것을 갖다 주었던 이 부인과 같은 사람의 경우 손주에게 단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도록 준비시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나도 비슷한 시행착오를 경험한 적이 있었고 그러한 사실을 통해 깨달은 것이다.
한 번은 이주일 동안 어느 시각장애학급의 아동들과 함께 생활할 때 나는 늘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녔다. 자동차통행이 많지 않은 길에서도 그랬던 것이다. 아무쪼록 교사강습회와 학교감독위원회에서는 장애학생을 필요 이상으로 돕는 일은 근본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1970년 미국의 모델에 따라 독일에서도 흰 지팡이를 이용해 보행과 촉각기술을 훈련시켰다. 나는 18세의 시각장애여학생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은 채 처음으로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을 건너는 과정을 감명깊게 지켜본 적이 있다. 스스로 처음 해보는 일이 드디어 성공을 거두자 그녀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이렇게 지난 몇 년 동안 독일 학교에서의 사회교육을 강화했다. 살아가면서 제 때에 제대로 된 식사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직장동료들로부터 식당으로 함께 가는 것을 은근히 거절받게 되기 십상이다. 그렇게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아울러 시각장애우 학교에서 성교육을 시키는 데서 발생하는 특수한 문제들을 나는 여기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그러나 이 분야의 시각정보에 대한 기회를 학생들이 적절하게 갖지 못해 단순히 교육학적 계몽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어렸을 때부터 간단한 설명과 함께 신체 접촉을 통해 계몽활동을 시작할 것을 권하는 바이다.
장애우의무고용 비율6%로 유지노력
1976년부터 장애우를 위한 직업훈련소가 세워졌고, 독일 통일 이후 시각장애우를 위한 세 개의 특수직업훈련원들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92년까지 이 훈련소들은 졸업자의 80%가 확고한 일자리를 알선받을 수 있었다. 97년에는 겨우 20%만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 시각장애우를 위한 독인의 직업훈련시설에서는 4백여 개의 직종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중복장애우의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성공적으로 직업훈련을 마치는 비율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의 직업훈련센터의 경우 학습장애가 있는 시각장애우의 비율은 87년에서 94년 사이에 3%에서 25%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교사들은 늘어나는 교육적 부담을 감당해야 했지만 직업훈련을 마친 사람들의 기술수준은 점차 떨어져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무엇보다 장애학생이 조기에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직업선택은 중등학교를 졸업하기 한 해 전에 시작되어야 하며, 여기에는 직업 실습교육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 졸업반 학생들을 위해 노동청은 직업을 찾기 위한 조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정시에 직장에 나오고 절저하고도 주의깊게 일을 하고 책임을 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에서 더욱 더 존중되어야 한다. 메르세데츠 벤츠 공장의 직업훈련원에서 장애우가 훌륭하게 훈련을 마칠 수 있었던 사례는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현재로서는 사회 전체적인 실업률이 3%이하로 뚜렷하게 감소하지 않는 한 장애우들이 앞으로 노동시장에서 통합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16명 이상의 직원을 둔 관공서와 회사가 전직원 중 장애우의 비율을 6%로 유지하도록 의무화해야한다. 이 비율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독인은 국가에 조정과세를 납부하도록 하고 이 과세는 장애우를 위한 사업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우들을 직업활동과 사회생활에 통합시키는 일은 장애우복지사업의 최대 목표였고, 지금도 그렇다. 국민경제의 어려운 상황과 위기의 징후를 보이는 노도시장이 이 과정을 점점 더 어렵게 하면 할수록, 이를 책임지고 있는 교육자들과 경영자들의 참여와 창의성이 더욱 더 필요하다. 한국에서 장애우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힘과 확신을 갖기를 원한다.
글/ 함께걸음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