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비리 끊는 시발점 ‘공익이사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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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8일 서울 잠실 올림픽파크텔 앞.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발의한 ‘사회복지사업법’개정을 반대하기 위해 전국의 시설장들이 모여 규탄대회를 갖는 현장에 ‘성람재단비리척결과사회복지사업법전면개정을위한공동투쟁단(이하 성람 공투단)’ 활동가들의 기습시위가 진행됐다.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고, 장애인 활동가를 장애인 시설장이 막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된 이날 집회는 사회복지시설을 바라보는 극명한 시각차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시험에서조차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출제되는 판에 전국의 시설장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까지 꾸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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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법안으로까지 상정될 수 있었던 건 성람재단의 비리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성람 공투단의 눈부신 활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성람재단 산하 시설에서 자행된 인권침해, 재정비리 등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지만 시설을 관리, 감독해야할 책임이 있는 종로구청에서는 아직까지 ‘나 몰라라’로 일관하고 있다. 또 이사진의 비리혐의 역시 포착됐지만 전면적인 수사대신 솜방망이 처벌로 유야무야하려는 검찰의 태도에서 볼 수 있듯 문제 시설을 처벌하거나 시설운영의 민주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어야만 한다는 문제의식에 대해 공감한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25명이 동참한 가운데 국회에 상정돼 있으며, 정부차원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도 마련 중에 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 보이자 전국 2여개 시설장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규탄대회를 갖는 등 조직적인 개정반대의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장 김문동 비대위 공동대표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하면 사회복지계가 범죄 집단으로 낙인찍는 일이고, 이는 사회복지인에 대한 전면적인 도발’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으며, 한국장애인복지관 이동한 협회장은 “민주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는데 공익이라는 말로 시설장을 도둑놈 취급하는데, 같은 장애인으로 모멸감을 느끼며 운영의 자율권을 침해하려는 행동 이면에 숨어있는 저의를 막아내기 위해 전투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말대로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면 사회복지계 전반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일까. 성람 공투단의 김정하 활동가는 “대부분의 시설장들이 사회복지시설을 ‘개인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면을 잘 반영하고 있는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회복지사업법개정안에 담겨있는 공익이사제 등이 자신들의 재산권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설의 자율권 침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그 싹을 잘라내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공익이사제 도입반발, 시설 소유를 개인 것으로 보기 때문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현행 법체계 내에서는 시설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비리의 고리를 끊을 수 없기 때문에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이 시급하고, 투명한 사회복지 시설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공익이사제’도입을 법안에 담았다. (함께걸음 2006년 12월호 이슈 인터뷰 참조) 즉 설립자 마음대로 이사회를 구성해 좌지우지 못하게 막겠다는 것.
하지만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공익이사가 법인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3분의 1이라는 한계 때문에 사실상 시설개혁을 할 수 없다. 감사제도 강화 등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데 문제의 소지가 있는 공익 이사제를 주장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사학법과 마찬가지로 공익이사제 시행을 통해 정부가 시설 운영권을 손아귀에 움켜쥐려는 음모가 담겨있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모두의 의견을 정리해보면 공익이사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법인운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반발하는 숨은 의미는 개인재산을 투자해 대를 이어 운영해온 ‘개인재산’을 다른 이가 건드리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최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위한 내부 간담회’에 참석한 한 시설장은 “지금은 3분의 1이지만 언제 3분의 3이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 내 돈 들여가며 뼈 빠지게 고생해 지금까지 일궈왔건만, 뜬금없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생겼는데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성격을 보더라도 가장 공익성이 강하며, 시설 운영자금의 99%가 공공기금으로 운영하는 상황인데, 설립 당시 자신의 재산을 투여했기 때문에 사유재산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성람 공투단의 한 활동가 역시 “자신의 재산을 헌납했다고 주장하는 시설을 보면 대부분 한국전쟁 당시 설립된 곳이다. 주장대로 재산을 헌납했다 하더라도, 그동안 후원금이나 각종 보조금 등을 편법운영하며 투자한 비용은 다 회수하고도 남지 않았냐”며 “문제시설이 1%밖에 안 되는 건 족벌경영 등 폐쇄적으로 시설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것이지 실제로 조사하게 되면 그 양은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하듯 국가청렴위원회는 시설의 공익적 성격을 강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에게 전달했다.
지난 2006년 12월 12일에 발표한 권고안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을 통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 법인에서 보조금 횡령, 회계부정과 법인 기본재산의 임의처분 등 비리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관련분야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으며, 시설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려 참여의식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신뢰성 제고를 위해 일정규모 이상 법인에 대해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검토해 추진 ▲ 법인이사가 해임명령으로 정상적인 법인관리가 곤란한 경우 주무관청이 임시이사를 파견해 법인운영을 정상화 유도 등을 권고했다.
시설이 국가 보조금을 통해 운영한다 하더라도 설립자의 재산 출연이 있었기 때문에 공익 이사제 도입은 재산권 침해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과 비영리를 추구하는 사회복지법인이 사유화됨에 따라 각종 인권침해와 정부 보조금·후원금의 횡령 등 재정비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공익 이사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도 오는 2월을 목표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내놓을 준비 중에 있어 또 한 번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시설 솎아내기 위해서도 공익이사제 도입 필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반대 집회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설장은 “소수의 문제 시설들 때문에 선량하고 양심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시설들까지 매도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이들과 똑같이 평가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문제 시설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는 필요하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문제 있는 사회복지법인에 대해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문제 시설에 대한 처벌 강화·예방을 주요 골자로 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은 ‘예비 범죄자 집단으로 규정하려 한다’며 반발하는 건 뭔가 앞뒤가 안 맞아 보인다.
오히려 ‘동반자 의식’에서 다른 시설의 문제도 덮고 넘어가려는 태도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결국 국가가 책임져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해 생긴 갈등의 씨앗이 만들어낸 문제를 장애인 당사자가 고스란히 겪고 있는 셈이다. 이와같이 불합리한 사회구조는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
1_ 현행 사회복지시설의 운영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2 _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상정하게 된 이유는 뭔가. 3_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있어서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항목은 '공익 이사제'다. 공익 이사제에 대해 찬성(혹은 반대)하는가. 찬성(혹은 반대)한다면 그 이유는 뭔가. 4_ 시설 내 법인 이사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됐으면 하는가. 5_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6_ 현재 시설운영에 있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뭐라 보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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