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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공익이사제 도입,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대표발의한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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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7일부터 29일, 종로구청을 출발해 국회 앞까지 삼보일배로 간절한 마음을 전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공익이사제 도입'을 주장하며 2박3일간 삼보일배를 했다.
그리고 이들 중에 「사회복지사업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있다.
사실 「사회복지사업법」은 그동안 '시설운영법'이라는 악명을 떨치며 시설비리를 낳게 하는 주범 중의 하나로 지목받아 왔다.
이에 〈함께걸음〉은 현 의원에게 개정안이 담은 주요 내용과 방향을 들어봤다.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이번에 발의한 사회복지사업법(이하 사복법) 개정안이 사회복지법인 공공성과 생활인 권리 확보에 중점을 둔 것으로 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무엇인가.
개정안 준비과정을 먼저 얘기하는 것이 좋겠다. 이번 법안 작업은 의원실과 민노당 정책위원회, '사회복지시설민주화와 공공성쟁취를 위한 전국연대회의(이하 시설민주화연대)'가 함께 마련한 것으로, 사회복지시설이 저지르는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복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했다.

사회복지시설 비리가 비슷한 방법으로 반복해 발생하는 이유는 단지 일부 비양심적인 운영자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가 현행 사회복지 지원체계를 시설확충을 중심으로, 공급자 위주로 하고 있는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공급자 중심 지원체계는 관리감독은 쉽지만, 반면에 취약한 이용자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복지시설을 사유재산으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 한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복지법인이 시설을 재산 축재 수단으로 활용하는 순간, 피해는 바로 생활인 몫으로 돌아간다. 재산 축적을 위해서 저지르는 비리 때문에 서비스 질이 낮아지고, 생활인은 영리추구 수단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에 입퇴소시 당사자 의사를 확인하고, 생활인 기본 권리를 법으로 명시한 이유는 뭔가.
현재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는 시설 수용에서 한 발짝도 못 벗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공급자 위주로 만든 법과 지원 정책이 시설비리와 생활인 인권침해를 낳고 있는 근본 원인임은 이미 밝혔다. 성람공투단 활동가들은 이 문제를 '침묵의 카르텔'이라고 표현하더라. 행정 관리 하기 쉬운 시설확충 위주 정책을 계속하는 정부, 장애우는 격리해야한다는 편견에 암묵적으로 동의해 온 국민, 그리고 장애우들을 재산 축적 수단으로 삼아 온 시설 운영자, 국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도저히 책임질 수 없던 장애우 가족, 이 4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그동안 사회가 시설 생활인 인권침해에 대해 침묵해왔다는 것이다.

우리가 개정안에 입퇴소시 계약서 작성하게 하고 생활인 권리를 명시한 조항을 넣은 것은 공급 위주로 짜 놓은 구조에 균열을 내고, 생활인 중심으로 지원체계로 바꾸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유럽은 시설 입소 전에 법원 판결을 받게 해 강제 수용 가능성을 사전에 막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일부 시설 운영자들은 시설 운영비 지원이 생활인 수에 비례한다는 점을 악용하여 노숙인을 강제로 납치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들은 당사자 동의가 없어도 대부분 입소가능하다. 시설 입소자는 평생 감금되다시피 시설에 살거나, 시설 생활을 꼭 원하는 사람이 강제로 퇴소당하기도 한다. 더구나 생활인들은 이외에 또 다른 인권침해를 당해도 외부에 알릴 수도 없는 형편에 처해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정기적으로 생활인 의사를 확인하는 관리감독체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에 시설 이용자 권리를 규정하고 입퇴소권을 보장하게 했으며, 시설이 받는 각종 평가와 계획에도 인권 보장 규정을 신설했다.

7년 넘게 종로구청에서 국장으로 일한 공무원, 성람재단 대표이사 취임
복지법인에 공익이사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며,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회복지시설은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예산으로 운영비 대부분을 충당하는 공공시설이다. 나랏돈이 들어가는데 이를 제대로 집행하는지 감시하는 최소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상식이다.
지금도 사회복지시설을 3년마다 평가를 하지만, 운영관리의 적정성 위주로 평가하는데 그친다. 그러니 회계부정을 파헤치거나 생활인 인권이 잘 지켜지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시설 소재 시군구에서 관리감독을 한다지만 형식적 수준이고, 지역사회 내에서 사회복지법인이 갖는 영향력과 위상을 볼 때 감사를 제대로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사회복지법인에 공익이사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복지시설 운영에 관한 모든 중요한 결정을 하는 곳이 이사회이므로, 이사회부터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담은 공익이사제는 이사 정수 중에서 3분의 1을 추천하여 선임하는 안이다. 위원회 구성과 선출방법까지 법에 명시했기 때문에 이 내용이 국회를 통과하면 실제로 공익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즉 시설종사자와 생활인, 지역주민들에게 신망과 존경을 받는 전문가들이 그 지역 사회복지법인 이사 맡아 운영위원회에 참여 하는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성람재단처럼, 현재는 비리를 저지른 이사를 해임해봤자 이사회가 이사장 측근으로 결원을 채우면 그만이다. 비록 소수지만 공익이사가 이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다면 설립자와 이사장이 제왕처럼 전횡을 부리는 낡은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 개정안에 '임원 결격 사유'에 '5급 이상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재직한 자'를 추가했다. 사회복지공무원 출신이 복지시설 이사로 재취업한 실 예가 있는가. 그러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가.
   
 
   
 
이 조항은 개정한 사립학교법을 준용한 것이다. 지난해 말 개정한 사립학교법 22조는 4급 이상 교육공무원 출신이 학교법인 임원을 할 수 없게 했다. 법인과 관공서가 결탁해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막고자 하는 뜻이다.

사회복지법인을 지도 감독하는 시군구의 5급 이상 공무원은 관리자급이다. 그래서 학교법인과 마찬가지로 사회복지법인과 관공서 간에도 부정하게 결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번 국정감사 때 성람재단 산하 문혜장애인요양원을 직접 시찰해본 결과, 관련 공무원이 눈감아 주지 않았다면 발생할 수 없었던 문제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문혜장애인요양원과 은혜장애인요양원은 2003~2004년에 복지부에 󰡐장애인복지시설 치과유니트 지원사업󰡑을 신청해 시가 4천 만 원에 이르는 고가 치과치료 장비를 받았다. 치과유니트를 지원하는 목적은 치과진료를 받기 어려운 여건에서 생활하는 장애우들의 구강 건강을 위한 것이므로 지원받은 치과장비는 반드시 해당 장애우 시설 내부에 설치해 운영해야 한다.

성람재단은 지원받은 치과장비를 문혜요양원 신관 2층에 설치했다며 사진까지 찍어 종로구청에 보고했다. 그러나 현장을 직접 가보니 장비를 설치했다던 신관 2층은 2년째 사용을 안 하는 상태였다.
성람재단은 장애우 요양원 인근에 재단 수익사업 시설인 󰡐철원치과󰡑를 운영하고 있는데, 치과 유니트를 이 치과에 설치해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우 외에도 인근 주민들에게 유료 진료를 하고 있었다. 이에 국고지원금 전액 환수조치를 했다.

이러한 비리는 주무관청인 종로구청 담당공무원이 1년에 한 번씩만 시설을 방문해 제대로 사후감독을 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만약 사회복지법인이 저지르는 돈벌이를 눈감아주던 공무원이 그 법인 임원을 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는가. 전직 관리급 공무원들이 재직시 동료나 부하직원들과 맺은 인간관계를 악용해 유사한 비리 행위를 계속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개정안에서 정한 범위인 󰡐사회복지공무원 퇴직 후 5년 이내󰡑에 해당하진 않지만, 성람재단이 최근 선임한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거둘 수가 없다.

조태영 전 이사장 구속 이후, 성람재단은 이사장 아들을 이사로 선임한 것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자 아들과 측근 일부를 해임하고 지난 9월 21일에 전직 공무원 출신 김 모 씨를 새로운 대표이사로 앉혔다. 그런데 이 사람은 지난 1994년부터 2002년까지 7년이 넘게 종로구청 국장으로 근무했던 사람이다.

이번 개정안을 준비할 때 사립학교법인이나 의료법인 등을 다룬 유사 법안과 비교하는 작업도 했을 것이다. 다른 법인 운영규정에 비해 사회복지법인 운영 규정이 느슨했던 것은 사실이다. 유사 법안과 비교해보면서 느낀 점은.
법안 준비 과정이나 제출 후에도 󰡒작년 사립학교법 개정 때와 비슷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들었다. 우리도 그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 당시 사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 속에서도 결국 공익이사제를 도입해 학원 운영의 민주성·투명성·공공성을 확보했다.

현재 사복법은 설립과정, 운영형태, 시설(학교)과의 관계 등이 사학법인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처음에 설립자가 토지 등 재산을 내서 법인을 설립하고, 법인 이사회가 운영에 대해 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공공성을 확보할 열쇠가 이사회에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그래서 공익이사제 조문을 만들 때 개정 사립학교법 내용을 많이 참고했다.

그러니 반대의견이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사회복지시설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해법이 과연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사회복지법인 공익이사제, 투명성 확보를 위한 최소 조건
공익이사제 도입을 바라보는 다른 당 의원과 복지법인 측 반응은 어떤가.
개정안 제출 이후 의원실로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 꼭 필요한 법을 제출했다고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꽤 있었다.
그리고 몇 몇 사회복지법인 운영자에게서 󰡒평생을 걸고 시간과 돈을 투자해 일군 복지시설을 나라가 뺏어가겠다는 거냐󰡓, 󰡒일부 문제 시설 때문에 순수한 열정으로 일하는 법인 운영자 대다수를 범죄자 취급하면 안된다.󰡓는 내용으로 전화가 오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 핵심이 공익이사제 도입이다보니,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운영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복지시설은 국민 세금을 투여하는 공공 자산이니까,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사회발전 추세다. 지금 당장은 반대하는 사람들도 차츰 동감할 것이라고 믿는다.

사복법을 전면개정안으로 준비하다가 급하게 부분 개정안으로 발의했다고 들었다. 그 이유와 빠진 내용이 궁금하다.
여러 전문가들이 장시간 공을 들여 전면개정안을 준비했지만 현실적으로 정치 일정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 방대한 양을 가진 전면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이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현재 17대 국회도 하반기여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설령 어렵사리 제출한다고 해도 국회 일정상 17대 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 그래서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들만을 추려 일부개정안으로 조정했다.

전면개정안에 포함하려 했다가 빠진 내용들은 △ 시설 수용인원 하향 조정 등 탈 시설정책의 명시 △ 사회복지노동자의 처우개선 △ 지역사회 재가복지서비스 지원체제를 만들기 위한 전담공무원 확보 및 관련 지침 마련 △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에 대해 바우처 또는 현금 급여 지급 등이다.

이번 개정안 통과 가능성과 앞으로 계획은.
현 : 사복법 개정안 제출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절반은 왔다고 생각한다.
사립학교법과 마찬가지로 사회복지법인, 시설운영자와 종사자, 시민사회단체 사이에 의견차이가 매우 크다. 현실적으로 민노당은 소수정당이기 때문에 개정안을 가결시키려면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야 하고, 이를 위한 강력하고도 끈질긴 활동도 필요하다.

다행히도 보건복지 상임위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본 법안 취지에 동감하고 있다. 또 공익이사제에 정부도 관심이 있으니, 큰 틀에서는 복지부도 우군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현재 복지부도 공익이사제를 포함해 사회복지법인 공공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별도 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 초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번에 사복법을 개정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원내에서 벌이는 노력 외에, 국회 밖 활동에도 최대한 연대할 것이다. 그러나 혹시 개정안 통과가 어렵다면 내년 초 정부안과 병합심의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월 27일~29일에 진행한 󰡐사복법 개정, 사회복지법인 공익이사제 도입 기원을 위한 48시간 연속 삼보일배󰡑는 그 첫 출발이다.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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