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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장애우 보장구 지원비,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

관련업체와 장애인 단체들이 하는 이권개입에 멍드는 전동휠체어 의료급여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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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작년 4월부터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를 장애인 보장구에 포함해,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을 적용해왔다. 전동휠체어, 스쿠터는 최근 4~5년 사이 민간단체, 정부기구, 기업 등이 벌인 나눔 행사로 급격히 대중화한 장애인들의 대표 이동수단 중 하나다.

이 전동휠체어, 스쿠터 부정수급 문제가 이번 국정감사(10월 11일~30일)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전동휠체어, 스쿠터 부정수급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여기에 관련 업체와 장애인 단체가 개입해 있다는 것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다.

이러한 부정수급 피해는 결국 장애 당사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함께걸음〉이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부정수급 실태를 파악했다.


의사 검수 후, 전동휠체어 회수해 되팔기도 해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부정수급 문제를 묻자,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구청 공무원은 "솔직히 알면서도 못 잡고 있다. 실사하려면 불시에 해야 하는데, 무턱대고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미리 연락하고 가보면 빌려서라도 갖다놓기 일쑤다."라며 한숨부터 뱉었다.

그이는 "구청에 들어오는 제보를 보면, 업체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장애우들 명의를 모으고 있고, 여기에 장애인 단체들이 일조를 하는 것 같다. 단체들은 회원들을 부추겨 전동휠체어나 스쿠터가 굳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도 신청을 강요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공짜로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를 받아다 주겠다는데 장애인들이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공짜라는 말에 현혹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주변 얘기로는 나눔 행사 등으로 이미 전동휠체어를 받은 이들이 중복 신청한 경우도 많고, 심지어 팔아먹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이 구청만의 속사정은 아니다.
기자와 전화통화를 한 다른 구청의 담당공무원은 "목숨 내놓고 일하고 있다. 부정수급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환수하기 쉽지 않다. 환수라도 할라치면 장애인 단체나 회원들이 몰려와 난리를 피운다."고 속내를 털었다.

그이는 "신청 현황을 보면 장애인 개인이 신청하는 것보다 업체나 단체를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혼자하기엔 절차가 까다로워 장애인 단체에 의뢰해 신청한다고들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장애인 단체들이 회원가입과 회비를 종용한다고 한다. 회원 가입을 하면 단체가 아는 업체를 알선해 준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아마도 관련 업체들이 중간에서 이문을 챙기는 것 같다. 전동휠체어는 의료급여액이 209만원인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싼 대만산 전동휠체어를 장애인들에게 공급한다고 하니까, 최소 50만원은 넘게 이익을 본다는 얘기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다. 전동휠체어 제조업체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실제로 값싼 대만 전동휠체어를 컨테이너 째로 들여와 업체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의료급여 신청은 209만원에 딱 맞춰서 하지만, 대만산 전동휠체어는 그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이문이 생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물건을 다 팔면 이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런 업체를 통해 제품을 구입한 장애인들은 A/S를 받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며 관련 업체들이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으며 그 피해가 장애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의사에게 검수를 받은 후 업체가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를 회수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의사에게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를 지급받아서 탔다는 것만 보여주는 것이다. 이 보장구가 그다지 필요치 않은 장애인들과 업체들이 이런 수법으로 짜고 209만원을 지급받으면 서로 나눠 먹는다."는 사례도 전했다.


2005년 수입 한 전동휠체어 중에서 86.6%가 대만산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지난 10월 13일 국정감사에서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부정수급 문제를 제기했다. 장 의원은 "조사 결과 ▲6세 아동, 105세 노인, 치매할머니, 손 못쓰는 노인까지 전동휠체어를 받았고 ▲보장구 업체와 장애인 단체가 결탁해 보장구 구입을 유도하고 ▲중복 지급받은 경우도 많으며 ▲업체가 싼 가격으로 수입해서 비싼 값에 공급해 중간에서 차익을 챙기고 있고 ▲시군구에서는 보장구 지급시 확인조차 안하는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를 한 장향숙 의원실 김명신 보좌관은 "2005년 한 해 동안 수입한 전동휠체어와 스쿠터 중에서 대만산이 86.4%를 차지한다. 대만산 제품은 국내산의 절반 가격도 채 안된다. 이 점을 이용해서 업체들과 장애인 단체가 결탁해 장애인들 명의를 도용해 보장구를 신청하고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복지부는 지난 7월, 전국 시도별 장애인보장구 의료급여 지원 및 이용실태를 조사했다. 그리고 지난 9월 복지부는 장애인 보장구 의료급여 지원절차를 개선한 지침을 내놨다.

복지부가 개선한 주요 내용은 장애인 보장구 지급 과정에서 판매업체가 하는 대행을 금지했고, 장애인 보장구 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는 의사를 장애유형별로 지정했다. 그리고 시설 장애우는 5명당 1대로 제한했다.

전동휠체어와 스쿠터 부정수급 문제 원인에 대해 복지부 의료급여팀은 "전동휠체어와 스쿠터가 고가여서 생기는 문제다. 우리도 부정수급에 업체가 끼어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의료급여액보다 싼 제품을 팔면 이문이 남는다. 게다가 업체들이 보장구 신청에서 검수까지 대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시군구도 이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전동휠체어와 스쿠터에 대한 민원이 너무 많다보니 서류상 하자가 없거나 기재해야 할 내용이 좀 미비해도 그냥 지급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시설 장애인들에게 전동휠체어를 제한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동휠체어나 스쿠터가 고가 장비라서 보관이나 관리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고 말했다.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장애인 보장구 지급권한은 시군구에 있고, 우리는 관련 정책이나 지침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지침을 개선해 내려보냈다. 다른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복지부, 지침만 달랑 내려보내고 사실상 무방비
장애인 보장구 의료급여는 고가인 보장구 구입이 어려운 저소득 장애인들에게 보장구 구입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전동휠체어나 스쿠터 등 장애인보장구를 받고 싶은 이는 진단서 발급이 가능한 의사에게 장애인 보장구 처방전을 받아 지자체에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시군구에서 적격 통보를 받으면 보장구 판매·제조업체에서 보장구를 구입하고 의사에게 검수 확인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보장구 구입비용을 지자체에 청구하면 된다. 
다만 신청자가 비용을 선지급하기 어려워 업체가 선지급을 했다면 지자체는 업체에 보장구 구입비용을 지급할 수도 있다.

복지부 의료급여팀에 따르면 2001년부터 법정 장애인 보장구를 지정해 의료급여를 시행했으며 현재 총 59개 유형의 보장구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는 작년 4월부터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를 장애인보장구에 포함해,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을 적용해왔다. 현재 전동휠체어와 스쿠터 의료급여 지급액은 각각 209만원, 167만원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05년 장애인보장구 의료급여 총 지급액(178억3천768만원) 중에서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지급액 비율이 64.7%(115억4천703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비해서 2005년 건강보험 총 지급액(216억6천916만원) 중에서 전동휠체어와 스쿠터가 차지하는 비율은 30%를 조금 웃돈다. 자기 부담금이 20% 있는 건강보험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 배 이상 난다.

장애인 보장구를 지원한 것이 6년째인데, 왜 최근 부정수급 문제가 불거지는 것일까.
사실 장애인 보장구 부정수급에 대해서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는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 부정수급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는 전동휠체어와 스쿠터에 책정한 의료급여액보다 훨씬 값싼 대만산 전동휠체어와 스쿠터가 시중에 나돌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업체들과 장애인 단체들이 저지르는 농간을 알면서도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전동휠체어나 스쿠터가 꼭 필요한 장애인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전동휠체어와 스쿠터 신청이 폭주해, 예산이 바닥나 지급을 못하는 지자체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부정수급 문제를 잘 알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왜 더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일까.
답은 뻔하다. 어찌됐든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면 되니까 꼭 잡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는 것이다.

지난 얘기지만 장애인 LPG도 부정수급은 적발도 안하고 장애인들이 탓만 하더니 제한 사용량을 줄인 전례가 이미 있다. 혹시 LPG처럼 전동휠체어나 스쿠터 의료급여도 어느 날 덜컥 내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작성자최희정 기자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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