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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미국 일본의 정신지체관련법이 주는 시사점

정신지체장애우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본문

장애 특성 때문에 이중차별 받는 정신지체장애우들

정신지체인들의 삶에 대하여 한두번씩은 접해보지 않은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의 일상적인 무관심 속에 묻혀 특히 정신지체인들의 비인간적인 삶은 계속되어 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을 새삼스럽게 경악시킨 최근의 현대판 노예시리즈인 노예할아버지(73세), 노예청년(33세), 노예며느리(35세)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더 아프게 할 뿐이다. 이러한 현대판 노예의 중심에 정신지체인의 현실이 놓여 있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지체인들의 인간다운 생활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그들의 인권은 어디 갔고, 장애우으로서 누려야 할 복지서비스 권리는 어디로 갔는가? 아니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어쩌면 그들에게는 인권이나 복지서비스 등이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한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장애인복지 관련법과 제도는 있으나 정신지체인을 위한 제도와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정신지체인은 장애 특성이 때문에 법과 제도에서도 차별받고 있는 것이다.

정신지체인은 발달장애우와 함께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요즘에 유행하는 장애우 당사자주의 외침에 본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조차 없어서 장애운동에서도 소외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장애부모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교육권 확보와 훈련을 위한 노력이 일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땅의 13만여 명(정신지체와 발달장애 포함)의 등록 장애우의 현실은 척박하기만 하다.

그들은 부모와 가족의 보호를 벗어나게 되면 갈 곳이 없는 존재들이며, 기껏해야 시설이나 또 다른 사람들에 의해 돌보아질 수밖에 없는 가장 소외된 장애우들이다. 이들에게도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어야 하건만, 이를 대변해 줄 제도적 장치가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책적 대안은 필요하다.

미국 일본 특별법 통해 정신지체장애우 지원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서로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정신지체인에 관한 특별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정신지체인의 경우 특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다른 장애유형과 구별하여 특별법으로 다루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정신지체인과 발달장애우(자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발달장애(Developmental Disability)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들을 위한  「발달장애법」(The Developmental Disabilities Act of 1984)을 만들었다. 이 법의 목적은 발달장애우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서비스와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발달장애우의 권리로서 헌법상의 권리에 더하여 적절한 치료, 서비스 및 재활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여 보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하여 포괄적인 서비스 규정을 두고, 여러 가지 서비스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연방교부금을 조성한다.

특히 발달장애우 고용에 있어서는 재정지원을 받는 자는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를 취하여야 하며, 자격 있는 장애우에 대해서는 차별 없는 대우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정신지체인에 관한 특별법으로서 「정신지체인복지법」을 별도로 제도화했다. 따라서 정신지체인 복지서비스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통하여 정신지체인의 자립과 사회경제활동에의 참가를 실질적으로 이루고 있다.

이 법의 대상은 18세 이상의 정신지체인이며, 복지사무소나 정신지체인갱생상담소 제도를 통하여 전문적 상담지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갱생상담소는 18세 이상의 정신지체인의 의학적, 심리적, 직능적 판정을 행한다. 또한 정신지체인 시설로서 주간서비스센터, 갱생시설 및 수산시설, 복지홈 등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정신지체인 복지서비스의 실시주체는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있으나, 기초자치구(市町村)와 광역자치구(都道府縣)가 적절하게 그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기초자치구(市町村)에서는 복지상담소를 통하여, 광역자치구(都道府縣)에서는 갱생상담소를 통해 정신지체인복지사가 배치되어 서비스 업무를 실시하고 있다.

정신지체인복지사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를 복지사무소나 갱생상담소에 직원으로 임용하는 제도로서 정신지체인 복지에 관한 상담, 조사 및 지도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 및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을 행하여야 한다.

법을 통해 장애인식 바꿔야

이렇게 미국과 일본의 경우를 보면 정신지체인의 권리와 생활보장을 위하여 여러 지원 서비스를 제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적은 정신지체인들도 지역사회에서 지역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통합되어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에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신지체인들이 복지서비스와 인권유린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더욱더 제도화의 필요성은 크다. 왜냐하면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법에 의하여 강제되고 제도화됨으로써 일반인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는 법이 필요하며, 법제도를 통하여 인식개선 효과와 서비스 실시를 행함으로써 정신지체인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특별법으로서 정신지체인복지법을 만든다면, 그 법제도의 내용으로 어떠한 점들이 포함되어야 하는지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법의 목적은 정신지체인의 잠재적 가능성을 극대화하도록 지원하며, 정신지체인의 자립생활과 사회·경제생활에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인간다운 생활을 실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정신지체인의 특별한 권리들을 명시하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의료·교육·훈련·재활·지도의 권리, 경제적 생활 보장 및 일할 권리, 지역사회에서의 가족생활을 할 권리, 후견인을 둘 권리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서비스 대상을 정신지체인 외에도 우리나라 현행법상의 발달장애우(자폐)를 포함시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신지체와 발달장애는 비슷한 상황 속에서 현실적으로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서비스 실시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로 하되 위탁할 수 있으며, 국가는 서비스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여 지자체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한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재정적 지원이 원칙이고, 일본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된 역할과 책임을 가지면서 국가가 비용 일부를 보조해주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만큼 국가가 서비스비용의 대부분을 지원하되,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의 정도에 따라 지자체의 비용부담을 정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정신지체인을 위한 적절한 복지시설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정신지체인을 위한 주간서비스센터, 정신지체인복지관, 정신지체인그룹홈, 직업재활시설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성인정신지체인을 위한 쉼터도 필요하다. 특히 정신지체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그룹홈 형태의 자립생활모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성인 정신지체인을 위한 복지지원 전무해

다섯째, 정신지체인들에게 전문적인 상담과 적절한 서비스를 연계해주는 역할을 담당할 지역센터를 지자체마다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다. 이 지역센터에는 정신지체인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는 전문상담요원을 배치하고, 센터에는 운영위원회를 두되 이 위원회에는 당사자(부모 등)가 1/2 이상 참여하도록 한다. 이 센터를 통하여 정신지체인에 대한 적절한 배려 및 보호 조치를 하고, 필요한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즉 상담 및 서비스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여섯째, 정신지체인의 경우에는 가족지원제도를 적극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정신지체인에게는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당사자의 결정을 대신하기도 하므로 가족에 대한 지원과 교육이 꼭 필요하다. 또한 정신지체인에게는 위탁양육가정(Foster Home Care) 또는 위탁부모(foster parents) 제도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위탁가정제도는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고 정상생활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특히 고려해볼 제도라고 할 것이다.

일곱째, 정신지체인도 궁극적으로는 직업생활을 하여야 하므로 지원고용 등의 통합고용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들의 직업생활을 도와줄 직업보조인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다. 특히 18세 이상의 정신지체인에게는 전문상담을 통하여 직업훈련 실시 등을 우선하여 실시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정신지체인의 경우에도 국가의 지원하에 최저임금이 보장되어야 한다.

여덟째, 정신지체인들을 학대하거나 착취하는 사람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여야 한다. 정신지체인을 대신하여 재정을 관리하는 자가 횡령하는 경우에도 처벌대상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정신지체인이 국가로부터 수당 등을 받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수급여부를 담당공무원이 확인하도록 법적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벌칙규정을 두어야 한다.

아홉째, 정신지체인의 경우에도 당사자주의는 실현되어야 한다. 다만 장애 특성상 부모나 가족 및 후견인 등에게도 당사자성을 인정하여야 하며, 당사자 단체로서의 지원과 활동도 보장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신지체인의 특성은 교육, 훈련 및 재활 서비스가 적절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인내심과 끈기를 가지고 실시하여야 한다. 전문적인 임상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속적인 사회성 변화를 추구한다.

종합적인 서비스 접근을 필요로 하므로 이에 대한 특성에 맞는 서비스 실시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특별법을 통한 지원은 무엇보다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재정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정신지체인의 인권과 복지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도 인격체로서 대우받으면서 살 수 있도록 어느 유형의 장애우보다 더욱 사회의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그들에게는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하겠다.  

작성자우주형 교수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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