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재단 이사진 교체 외면하는 종로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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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대규모의 시설재벌인 성람재단.
성람재단의 조태영 전 이사장이 한 시설에서 빼돌린 나랏돈만 27억원에 이른 것으로 경찰조사 드러났다. 따라서 성람재단 소유의 다른 시설에 대한 감사나 수사확대 등의 조치를 취할 법하지만 관할관청인 종로구청이나 검찰은 외면하고 있다.
시설에서의 비리가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시설재산을 이사들의 "개인소유"로 착각하는데서부터.
이 전형인 성람재단 비리의 고리를 끊기위해 장애우·인권단체 등이 모여 공동투쟁단을 결성하고 "이사진 전원사퇴 및 민주이사 선임", "사회복지시설법 전면개정"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종로구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간 공동투쟁단의 모습을 <함께걸음>이 취재했다.
이성 상실한 종로구청
성람재단의 관할구청인 종로구청에 비리문제의 해결을 요구해오던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 전면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이하 공동투쟁단)"소속 150여명의 회원은 종로구청에 "성람재단의 비리 이사진 전원해임과 민주적 이사진 교체 및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요구하며 지난 27일 종로구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시설비리, 이젠 정말 지겹다. 이번 성람사태가 일어나게 된 배후에는 이사장의 측근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종로구청의 묵인이 있었다. 지난 2004년도에 조태영 전 이사장의 부인이 성람재단에 근무한 것처럼 조작해 1억 4천만여 원을 횡령 등 여러 비리혐의를 포착했음에도 관리감독은커녕, 환수조치에 그쳤던 종로구청은 조태영 전 이사장이 구속한 상황에서도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홍승하 최고위원은 "시설문제의 책임이 정부와 지방정부에 있음은 검증이 필요 없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체계의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집회를 마친 공동투쟁단은 종로구청장을 만나기 위해 종로구청에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의해 입구가 봉쇄되자, "종로구청장이 성람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해결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고 선포했다.
이어 종로구청 출입구 앞에 천막을 치자, 이를 철거하기 위해 동원된 종로구청 측 용역직원, 공익근무요원등과 몇 차례의 몸싸움이 벌어졌고, 저녁 5시경 천막의 일부가 강제 철거됐다.
천막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우 활동가를 강제로 끌어내고, 폭력을 행사한 데 항의하기 위해 구청 민원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종로구청 직원들은 문을 막아서며 "여기는 우리 집이다. 우리 집을 우리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왜 너희가 와서 설치냐"고 폭언을 퍼부었으며,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둘러싸고 밀치는 등 취재를 방해했다.
구청직원, 술 취한 채 장애우·여성 활동가를 폭행 및 성추행
이들의 추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동투쟁단은 쏟아지는 폭우를 피하기 위해 부서진 천막 골조물 위에 비닐을 설치해 농성을 계속 진행하자 저녁 10시경50여 명의 구청직원들이 찾아와 남아있던 장애우 및 여성 활동가 20여 명을 끌어냈다.
김정하 활동가에 따르면 "여성들과 휠체어를 타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이 대부분이었던 천막에 건장한 구청직원들이 몰려들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일부 직원은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만취상태에서 "공무집행 중"이라고 떠들며 욕설을 퍼붓고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활동가에게 성추행까지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조현민 활동가는 "휠체어는 중증장애우에게 있어 몸과 같다. 이를 함부로 잡아 끄는 것을 못하게 말렸더니 뜯어낸 플래카드를 양쪽에서 둘둘 몸에 감고는 목을 조르는 비 상식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동투쟁단은 폭행과 성추행을 한 혐의로 구청직원 두 명을 고소했으며, 이들은 종로지구대에 현행범으로 연행돼 종로경찰서 폭력 2팀에서 조사 받은 후 불구속으로 풀려났다. 종로구청 역시 "공동투쟁단이 신고되지 않은 장소에서 불법 집회를 연 후 도로에 불법 시설물을 설치했기 때문에 정당한 행정집행을 한 것뿐"이라며 "시설인권연대 외 10개 단체를 집회신고 위반, 업무방해, 폭행, 공공시설물파손 등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복지등수 1등, 복지 마인드 0점인 종로구청
종로구청의 상식 이하의 행동은 28일에도 계속됐다.
장대비를 피하기 위해 승합차 두 대를 이용해 천막을 치고 농성을 지속하자, 28일 오전 10시경 구청 직원 200여 명과 견인차, 경찰 3개 중대 등을 동원해 3차 "농성장 진압작전"을 벌여 차량과 비닐을 압수했다.
여준민 활동가에 따르면 "10여 명의 중증 장애우와 여성활동가만이 천막을 지키고 있을 때, 구청직원들이 달려들어 강제철거하기 시작했다. 이를 제지하는 여성 활동가의 사지를 잡아 들어올려 웃옷이 벗겨졌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또 차량을 빼앗아 가지 못하도록 차 밑으로 들어가자 이를 강제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많은 활동가들이 심한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 활동가는 "더 황당한 것은 구청직원들에게 강압적으로 끌려 나온 공동투쟁단 회원을 경찰이 인의 장막을 쳐서 불법 감금했다. 이 과정에서 왜 우리를 감금했으며, 미란다 원칙을 말해주지 않은 것은 물론, 소속도 밝히지 않은 채 1시간 가량 감금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공동투쟁단 회원 30여 명은 종로구청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종로구청 안으로 또 다시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방패와 곤봉을 휘둘렀으며, 종로구청 직원들이 던진 모래 주머니에 취재 중이던 기자가 부상당할 뻔 하기도. 오후 2시경, 공동투쟁단이 또다시 천막을 설치하자 구청 측은 "주말까지는 철거하지 않겠다"고 밝힌 후 한발빼는 모습을 보였다.
그 사이 조태영 전 이사장을 비호하는 성람재단 어용노조원 100여 명과 시설생활인 등이 7월 31~8월2일까지 종로구청 앞에서 집회를 신청, 공동투쟁단 맞은 편에서 집회를 열며 종로구청 대신 공동투쟁단과 싸우고 있다.
성람재단 책임 놓고 보건복지부·서울시청·종로구청 핑퐁싸움
그렇다면 종로구청은 왜 공동투쟁단의 집회를 "비 인권적인 만행"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강제 해산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걸까?
종로구청 임병의 사회복지과장은 "성람재단의 문제는 아직 재판 중에 있기 때문에 범죄사실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구청이 나서서 처벌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청 앞에 몰려와 농성하는 시위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사진 해임명령 등 어떤 행정처분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임 과장은 "경찰부터 감사원까지 조사를 해도 드러나지 않은 혐의를 우리가 관리·감독한다 해서 드러났겠냐"며 "재단 사무실이 종로구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관리책임을 갖게 된 것이지만 실제 시설들은 강원도 철원, 경기도 여주 등에 있어 사실상 관리·감독의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시설 거주지의 시·군·구에서 관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우리 역시 철원군에 업무협약을 통해 관리업무를 이양하려고 했지만 저쪽에서 거부해 무산된 적이 있다"면서 "사실 시설 관리 감독의 1차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2차 책임은 서울시청에 있다. 법적으로 봤을 때 임·면권도 없는 우리를 몰아세워 모든 책임을 지라 하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업법 시행령 25조 1항에 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사회복지법인에 관한 권한 중 임시이사의 선임, 해임명령, 시정명령 또는 사회복지법인 설립허가의 최소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위탁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이 조항에 의해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청에 위임했으며, 서울시청 역시 사회복지사업법 52조(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의 권한은 그 일부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 및 시행령 25조를 근거로 위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종로구청은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청의 방관 속에서 성람재단의 실질적인 관리책임자 역할을 해오며 100억원이 넘는 돈을 주물러 왔다.
이 때문에 공동투쟁단은 실질적인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종로구청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고, 이런 사실들이 곤혹스러운 종로구청은 어떻게 해서든 성람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공통투쟁단의 집회를 무리수를 써가면서 막은 것이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돼야 시설비리 원인 뿌리뽑을 수 있어
법원의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이사진의 해임 등을 할 수 없다는 구청 사회복지과장의 주장 역시 청암재단이나 에바다 학교의 선례를 봤을 때 "면피용"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대구시는 청암재단의 횡령혐의가 드러나자 이사와 감사 등 비리 관련자를 해임 조치했다. 에바다 학교 사건 역시 판결에 앞서 이사들을 해임하고 관선이사를 선임한 바 있다.
공동투쟁단은 종로구청 측이 "이사해임 및 민주이사 선임"을 주저하는 이유에 대해 모종의 음모가 있는 것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개인의 재산을 투자해 지금의 사회복지법인으로까지 성장했기 때문에 성람재단이 공공의 것이 아닌 "이사들의 재산"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이사 등이 파견된다는 것은 재산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은 명약관화. 이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종로구청이 성람재단의 재산권을 "보호"해주기 위해 이사해임 등의 조치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시설과 관련한 법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시설을 운영하려는 이들의 접근을 원친적으로 차단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하며, 시설생활인들이 지역사회에 나와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생활을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며 "이 중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인 이사진 구성과 관련해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상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별한 관계에 있는 자가 이사현원의 5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고 된 것을 "사회복지시설을 설치 운영하는 법인 이사의 구성에 있어서 종사자대표, 이용자대표, 시 군 구의 장이 추천하는 자가 과반수 이상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로 개정해야, 지금처럼 사회복지법인을 개인의 재산으로 생각해 더 많은 이득을 취하기 위해 벌어지는 비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 찾아낸 27억 횡령혐의, 검찰 넘어가 9억5천으로 줄어들어
한편 28일 오전 11시 의정부지원에서 열린 1차 재판에서 조태영 전이사장에게 징역 5년이 구형됐다. 당초 경찰이 밝혀낸 27억 원 중 상당부분 후퇴한 9억5천만 원만 기소됐다고.
공판에 참석한 성람공대위 신동진 활동가는 "수많은 비리와 탈세를 저지르며 한 시설에서만 27억원을 황령한 조태영 전 이사장에게 검찰은 9억5천만 원만 기소했다. 이것도 대부분 개인횡령이 아닌 법인공금을 전용한 혐의로 둔갑했다. 장애우에게 돌아가야 할 부식비 등을 횡령해 아들 유학까지 보내는 등 개인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낸 상황에서도, 눈물을 흘리며 모든 잘못을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비용들이 장애우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사업에 전용됐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었다"면서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고 자임하는 법원마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면 법원 또한 성람재단을 비호한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태영 전 이사장의 2차 재판이 오는 8월 11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공동투쟁단은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비리 이사진 전원해임", "민주이사진 구성"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종로구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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