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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국가직 공무원 응시자에게만 지원되는 확대답안지

장애우 공무원 시험지원, 중앙 공무원 응시자에게만 주는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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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장애우 의무고용 적용제외분야를 대폭 줄이는 것을 골자로 개정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올해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공안직, 검사, 경찰, 소방, 경호 및 군인에만 장애우 의무고용 적용제외가 한정된다.
이에 올해 초 중앙인사위원회(이라 중앙위)는 ‘장애우들의 공직진출 문호가 대폭 넓어졌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내용인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시행으로 중앙위가 주관하는 7,9급 공채시험의 경우 채용구모가 지난 해 104명에서 195명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논문형으로 출제되는 고등고시 2차 시험에 응시하는 장애우에게는 본인의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7급 이상 공채에 응시하는 장애우들에게는 확대OMR답안지(이하 확대답안지)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공부는 했지만, 시험을 볼 수가 없다
여기까지 보면 장애우들의 공직사회 진출 기회가 폭넓어졌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법 개정이 무색할 정도로 현실적인 지원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중앙위의 이러한 장애우 공무원 시험지원은 중앙위가 시행하는 공무원 시험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지방은 ‘따로’란다. 즉, 중앙위의 위와 같은 장애우 지원은 국가공무원에 응시하는 장애우들에게만 해당되고, 지방직 공무원은 각 지자체가 알아서 하기 나름이라는 것.
실제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에는 공무원 시험에 접근이 되지 않아서 시험을 볼 수가 없다는 장애우의 상담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04년 4월에는 이 모씨(23. 뇌병변 2급)가 국가공무원 시험응시를 위해 대필서비스를 중앙위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중앙위는 2004년 말에 차별시정 권고를 받았다. 중앙위의 이번 조치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시행된 것으로, 이 씨의 끈질긴 노력이 낳은 결과다.
그리고 올해 3월과 4월, 인천과 충북의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엄 모씨(33. 뇌병변 2급)는 두 지자체에서 확대답안지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엄 씨는 “두 곳 모두 확대답안지를 제공하면 시스템을 바꿔야 하고, 예산이 없기 때문에 지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우선 3월 시험은 시간이 별로 없어서, 하는 수 없이 기존 OMR답안지에 연습해서 시험을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중아위가 제공하는 확대답안지(아래)와 기존 OMR
답안지(위). 확대답안지가 2배정도 크고 응시번호나
주민번호 등도 쓰게 되어있다.  “확대답안지 필요한 정도인데, 공무 수행 할 수 있어?”

그래서 기자는 장애우 응시자로 가장해 전국 9개 도청의 고시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확대답안지를 요청해보았다. 그 결과 경북도청, 전담도청, 제주도청. 3곳 만이 올해부터 확대답안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확대답안지를 제공할 수 없다고 밝힌 나머지 도청들은 채점을 따로 할 수 없어서, 관련지침이나 법이 없어서, 등의 이유를 들며 거절했다. 기자와 통화한 고시담당 공무원들 중에는 확대답안지가 뭐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확대답안지로 필기는 합격해어도 면접에서 떨어지면 더 맘 아프지 않겠냐”고 미리 위로(?)해주는 공무원도 있었다. 고시 담당 공무원들은 대부분 “확대답안지 가 필요할 정도인데 직무 수행이 가능하가도 생각하는가”라고 되물었다. 담당 공무원들은 “시험은 무조건 똑같이 치러야 한다”, 그 정도는 인식할 수 있어야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다” 라는 태도였다.
그렇다면 과연 ‘무조건 똑같이’는 누구의 기준을 강요하는 것인가 되짚어봐야 한다. 비장애우 기준으로 제작된 답안지와 시험방식은 장애우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기준’이 아니라 ‘차별’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직무수행이 가능한지를 선별하는 과정이 바로 시험인데, 그러면 최소한 시험을 볼 기회는 제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장애우 공무원 시험 차별과 관련된 활동을 해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조병찬 간사는 “지자체 공무원들은 개인이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이 곧 시험의 의미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공무원들은 장애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개정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시행으로 올해부터는 장애우 의무고용적용제외도 거의 풀렸다고들 한다. 또한 장애우 공무원 비율이 소속 정원의 2%미만인 경우에는 신규채용시 5%를 장애우 공무원으로 뽑아야 하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가 의무고용해야 할 장애우 공무원 비율도 늘었다.
이번 중앙위의 장애우 공무원 응시자 지원책들은 그간 공직진입에서 차별받아왔던 장애우들에게는 분명 의미가 있는 조치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관할이 다르다는  이유로 중앙위가 모범을 보이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은 개정되는데, 현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공직 진출 기회가 이렇게 넓어졌다고 큰 소리 치면 뭘 하나,  ‘기회’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비장애우들은 시험공부만 열심히 할 때, 장애우들은 시험볼 때마다 답안지 체크하는 연습도 하고 지자체에 전화해서 확대답안지 요구도 해야 하는 것이 현 상황이다. 장애 있고, 게다가 지방에서 사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글 사진 최희정 기자

 

작성자최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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