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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특집수다방| 영구임대에서 살아가는 장애우들의 삶 이야기

“수급자에서 탈락시키더라도 다만 몇 년 만이라도 유예기간을 줬으면 좋겠어요“

본문


연초부터 양극화가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가 종종 언론에 오르내렸다. 그리고 그때마다 장애우들은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으로 화면에 비쳐졌다. 그러나 그렇게 잠시 화면에 비치는 모습으로 우리가 그들의 삶을 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생계비가 얼마고 임대료를 내지 못한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를 그저 수치로만 아는 것이 아닐까?
그들의 입으로 직접 털어놓은 삶의 이야기는 과연 어떨까?
지금부터 강서구에 위치한 영구임대주택에서 수급권자로 살아가고 있는 장애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미연(가명, 40) : 장애가 있는 남편,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미연씨.

그는 다른 건 다 포기해도 아이의 교육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지체장애2급으로 스쿠터를 이용한다.
돈? 벌고 싶죠. 그래서 예금하거나 적금도 넣고 싶긴 한데 그러면 바로 동사무소에서 연락오고 조사 나와요. 우리도 돈을 모아서 형편이 나아져야 하는데, 다만 백만원이라도 통장에 있으면 동사무소에서 조사나오고 난리니까 그럴 수 없는 거죠.

이소영(가명, 41) : 장애가 있는 남편,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소영씨. 

 
의료비가 많이 들어서 만약 일을 해서 수급권이 탈락되면 버는 돈보다 의료비가 더 많이 들 라고. 
지체장애2급으로 스쿠터를 이용한다.

취업했을 때, 초기만이라도 생계를 보장 해주면 그 다음에는 자리를 잡을 수가 있잖아요. 그러고 나서 수급자격을 박탈해도 될 것 같은데, 지금은 취업을 하면 바로 생계지원을 끊어버려요. 그렇게 하면 취업하고 초반엔 견디기가 어렵죠.


최종영(가명, 49) : 미혼. 현재 자립생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종영씨.

 
그는 현재의 수급권이 장애우를 집에만 있게 만든다며 분개한다.
지체장애1급으로 전동 휠체어를 이용한다.

이곳에 사는 수급권자 대부분 두끼 먹어요. 저 같은 경우는 요리를 할 수 없으니까 한달에 15만원을 주고 식당에서 시켜먹는데 그러니까 남들보다 돈이 더 들어서 점심 밖에 안 먹어요. 두끼 먹을 형편이 안 되죠. 겉에서 보면 티가 안 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 그래요.

샴푸나 빨래비누라도 사면 ‘구멍’ 나는 생활비
함께 : 우선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각자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시나요?
이 : 김미연 씨와 저는 결혼해서 아이가 하나씩 있는데요, 최종영 씨는 연애 밖에 못했어요.
김 : 아냐~, 아직 연애도 못해서 혼자 사는 거지. (웃음)
함께 :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그럼 생계급여가 얼마나 나오나요?
최 : 저는 혼자 살아서 35만4천원 받아요. 자~, 내가 밝혔으니까 다들 밝혀.
김 : 우린 세식구에 72만원 나오나? 거기에 장애수당이 10만원 더 나오죠. 남편도 장애가 있긴 한데 4급이라서 장애수당은 안 나와요.
이 : 저희는 남편도 장애수당을 받기 때문에 김미연 씨보다 10만원 정도 더 받아요.
함께 : 그럼 그 돈은 주로 어떻게 지출되는 건가요?
최 : 관리비가 대략 10만원이 나가고 전화, 핸드폰, 인터넷 등의 통신비로 13~16만원이 나가요. 전기료, 수도세가 대략 3만원이 나가고요. 그리고 식비로 15만원이 들어가죠. 그러니 옷은 얻어 입을 수밖에 없고 샴푸나 빨래비누라도 사는 달은 생활비가 구멍 난다고 봐야죠.
함께 : 그럼 결국 생계급여로는 생활이 안 되는 거네요. 두 분은 어떻게 돈을 지출하세요?
김 : 우리는 둘이 같은 동에 살고 가족 수도 같아서 생활비가 거의 비슷해요. 관리비가 15만원, 아이 교육비로 23만원, 각종 공과금이 13만원 정도 나오죠. 그럼 한 20만원 정도 남는데 그걸로 아이 옷 사고 반찬하면…, 대강 우리가 뭐 먹고 사는지 알겠죠? (웃음)
함께 : (긁적긁적) 실례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반찬을 드시나요?
김 : 뭐 콩나물, 두부 아니면 김치죠. 그게 제일 싸거든요. 어쩌다 한번씩 좀 안됐다 싶으면 삼겹살 한 근씩 사다 먹고…. 뭐 그런 식이에요. 정말 아득바득 살아도 생활비는 모자라요.
이 : 생활하긴 빠듯하죠. 김미연 씨랑 다른 게 있다면 아이가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데 거기 7만원이 들어가요. 그것도 억지로 가서 사정하고 할인한 거죠. 그리고 학원 대신 학습지를 하는데 그것도 12만원이나 해서 만만치 않아요.
함께 : 저축을 생각하긴 어렵겠네요.
김 : 저축? 모자라요. 제가 말했잖아요. 아무리 아껴도 모자란다고.
함께 : 그럼 도와주는 친척은 없으세요?
김 : 친척은 무슨. 아유~, 그것도 남아야 도와주는 거죠. 게다가 한달 살고 말 것도 아니고 맨 날 그런 건데요 뭘.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살아야죠.

문화생활? 여긴 세끼 다 먹고 사는 사람들도 드물어요
함께 : 그럼 각자 생각하는 최저생활비는 얼마인가요?
이 : 언젠가 동에서 한번 써내라고 해서 계산해봤는데 120만원 정도 되더라고요. 우리는 약값이 많이 들거든요. 약값만 20만원이 나왔으니까….
함께 : 그 정도를 받으면 문화생활도 가능할까요?
김 : 문화생활이요? 아니 옷 하나도 못 사입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문화생활은 무슨….
함께 : 그럼 그만큼 생계비를 쓸 수는 없는 상황이니 쓰지 못하는 부분이 생길 것 같은데 뭐부터 지출을 줄이게 되던가요?
이 : 교육비, 약값, 부식비에서 삭감이 되더라고요.
최 : 사실 지금은 어디 나가도 점심 한 끼 사먹지를 못해요. 점심을 사먹으면 써야할 다른 돈이 그만큼 비거든요. 그리고 이곳에 사는 수급권자 대부분 두끼 먹어요. 저 같은 경우는 요리를 할 수 없으니까 한달에 15만원을 주고 식당에서 시켜먹는데 그러니까 남들보다 돈이 더 들어서 점심 밖에 안 먹어요. 두끼 먹을 형편이 안 되죠. 겉에서 보면 티가 안 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 그래요.
김 : 왜~ 그것도 얘기해야지. 시켜먹으니까 점심때 밥 두 공기 시켜서 저녁엔 거기에 물말아 먹는다고. 그 얘기도 해야지, 돈 아끼려고 그렇게 한다고~.
최 : 아~예, 뭐 그러고 살아요.
김 : 진짜 지금 돈으로는 살기가 어려워요. 들여다보면 다 그렇게 정말 중요한 것들도 못 채우고 산다고요. 저 같은 경우는 동생이나 언니네 가면 옷을 얻어 와요. 그리고 시골가서 누가 입은 옷이 예쁘다 싶으면 ‘야, 내놔~라. 내가 옷이 읍다!’ 하는 거죠. (일동 웃음)
이 : 그리고 경조사비도 거의 못내요.
최 : 여기 사람들 보면 알겠지만 열이면 열이 다 가족이나 친척과 사이가 안 좋아요. 친척집에 경조사가 생겨도 빈손으로 갈 수는 없는 거고, 또 빈손으로 가려면 안면몰수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김 : 치과도 그래요. 돈이 없으니까 치료를 꼭 받아야 해도 못 가죠.
최 : 저는 언젠가 이가 너무 아파서 치과에 갔더니 이에 금이 갔다고 하더라고요. 아프니까 응급치료는 받았는데 거기까지만 했어요. 거기까진 의료보호에 해당돼서 돈이 안 드는데 완전히 치료하려면 이빨을 금으로 씌워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돈이 없으니 안 간 거죠. 보철을 무료로 해주는 단체도 있긴 한데 윗니 아랫니 몇 개 이하로 기준이 있어서 정말 없으면 안 되는 경우가 돼야 지원을 해주더라고요. 그러니 어쩔 수 없죠.
함께 : 수급자가 아플 수 있다는 건 생계비에 전혀 고려되지 않는 거네요.
최 : 아프지 않는 것밖엔 다른 수단이 없어요. 솔직히 휠체어 타고 다니면 사고 나는 일이 많아요. 근데 사고 자체보다 사고 나서 자리에 눕게 될까봐 걱정이라니까요. 누가 나를 뒷수발을 해주겠어요. 간병하는 사람이 필요한건데 그럼 황당한 거예요. 지금 받는 생계비로 그 비용을 댈 수 있겠어요? 아휴~, 그거 생각하면 끔찍해요.

수급권은 빈곤의 족쇄
최 : 사실상 수급권은 족쇄예요. 현재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운영하면서 함께 일할 사람들을 찾고 있는데, 일하다보면 활동비가 필요하니까 다만 얼마라도 봉급을 줘야 하잖아요. 근데 그게 안돼요. 돈을 받으면 수급권이 문제가 생기거든요. 저도 센터 활동을 하면서 콜택시를 타고 돌아다니면 많이 나올 땐 한달에 24만원도 들어가요. 생계비를 받아서는 사회활동을 할 수가 없고 그래서 활동비를 받자니 수급권이 문제가 되고 그런 상황인 거죠.
김 : 그뿐만이 아니에요. 만일 제가 부업을 해서 돈을 벌었다고 칩시다. 그래서 동사무소에 돈을 벌었다고 얘기하면 그만큼을 제하고 생계급여가 나와요. 그러니 뼈빠지게 일해서 30만원 받으면 뭐해요. 고마, 그만큼이 깎여 나오는데 뭐한다고 그거 하겠어요? 약값이 더나오지. 내가 피땀 흘려서 일을 하면 뭔가 성과가 남아야 하는 거잖아요. 어느 정도는 눈을 감아줘야 하는 건데 절대 그런 건 없어요.
함께 : 취업하고 싶으세요?
김 : 아유~, 그럼요. 돈 벌고 싶죠. 그래서 예금하거나 적금도 넣고 싶긴 한데 그러면 바로 동사무소에서 연락오고 조사 나와요. 우리도 돈을 모아서 형편이 나아져야 하는데, 다만 백만원이라도 통장에 있으면 동사무소에서 조사나오고 난리니까 그럴 수 없는 거죠.
이 : 우리가 아무리 수급권자라고 해도 앞으로 발전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어떻게 맨 날 생계급여만 받고 살아요. 우리도 좋은 집에 살고 싶고 그런데, 일하면 전부 깎여서 나오니 누가 일을 하겠어요. 그냥 생계급여 나오는 거 먹고 살지.
최 : 수급권자면 다 의료보호 받는 줄 알지만, 사실 큰 수술처럼 진짜 중요한 것들은 혜택을 못 받아요. 그러면 우리도 돈이 얼마만큼은 있어야 하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아요. 그래서 맨 날 하는 얘기지만, 결국 이건 ‘니들은 그것만 먹고 죽으라는 소리’인 거죠.
함께 : 수급자 탈락된다고 할 때 가장 우려되는 건 의료비겠어요?
이 : 장애우들은 많이 아프잖아요. 병원에도 자주 가고. 저만해도 365일 약을 먹어야 하거든요. 장애우가 어디 가서 취직을 해봐야 60~70만원 정돈데, 만약 내가 일을 해서 수급권이 탈락되면 버는 것보다 의료비가 더 나올 걸요.
김 : 나중에 능력을 인정받으면 더 벌게 될는지 몰라도, 당장은 의료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게 부담이 커요. 일을 하고 싶어도 생계비보다 의료보호 끊길까봐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나의 희망은 자녀! 그러나
함께 : 아무래도 최대 고민은 자녀일 것 같아요. 뭔가 투자를 해야 하잖아요.
김 : 그렇죠. 우리 애는 지금 검도를 배우고 싶어 하는데 제가 돈이 없으니까 그렇게 못해줘요. 제일 급한 게 공부니까 그것만 시키는 거죠. 검도보다는 공부가 우선이니까.
이 : 제가 양천구에 살다가 이사를 왔는데, 양천구에는 학교 끝나고 노는 애들이 없었어요. 다 학원을 다닌 거죠. 근데 영구임대주택단지에 오고니까 여긴 학교 끝나면 애들이 돌아다녀요. 아무래도 수급권자가 많다보니까 아이 교육을 포기하고 교육비를 줄이는 경우도 많은 거죠. 방과후에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아이들이 몰려다니는 것 같고. 그러다보니 여기 아이들이 쉽게 비행으로 빠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김 : 우리는 부모가 좀 안 먹더라도 자식 교육을 시키려는 마음이 있는 거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거죠. 저는 돈이 아무리 없어도 우리가 밥을 안 먹고 말지 애들 학원은 보낼 꺼예요. 그게 희망인데 포기할 순 없잖아요.
최 : 요즘 양극화 이야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근데 사회구조상 교육부터 차이가 크게 벌어지니, 여기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더라도 어떻게 경쟁에서 살아남겠어요?
함께 : 부모 원망은 안하나요? 사춘기쯤 되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김 : 아직까지는 어리니까.
최 : 그래도 좀 다행스러운 건, 장애우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좀 착한 편이라는 거죠. 근데 딱 그만큼 자신감도 없죠.
이 : 부모가 장애우다보니 누구랑 싸우더라도 부모가 가서 대들지 못하잖아요. 다른 애들 부모는 비장애우니까…. 그러다보니 위축되는 게 있는 거 같아요.
김 : 사실 우리도 위축되는 게 좀 있어요. 저 같은 경우도 학교에서 오라고하면 가기 싫어요.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어서…. 저도 자신감이 없는 거죠. 낯선 곳에 가는 것도 싫고. 아이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학교에서 오라고 했는데 딱 한번인가 가보고 안 갔어요. 학교에 계단이 있으니까 그것도 그렇고 이런 내 모습 보여주기도 싫고. 괜히 갔다가 애한테 영향을 미쳐서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좁다고? 신체를 거기 맞춰!
함께 : 아파트가 좁아서 불편한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김 : 영구임대아파트도 평수에 따라 다 다르긴 한데 저희는 작은 평수라 욕조가 없는 게 제일 맘에 안 들어요. 장애 있는 사람들은 목욕탕엘 못가잖아요. 허리가 아플 땐 따뜻한 물에 몸을 좀 담그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아쉽죠.
이 : 작은 방도 책상하나 딱 들어가고 아이가 누우면 더 이상 자리가 없어요. 그러니 옷장을 좀 넣어주고 싶어도 그게 안 되죠.
김 : 스쿠터도 집안에 놓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복도에 세워놓고 기어들어가죠. 충전을 할 때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에요. 스쿠터가 복도에 있으니까 우유를 배달하는 구멍이나 창문을 통해 선을 연결해서 충전하는데, 8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난방에도 문제가 많아요. 지금처럼 겨울에 아이가 감기라도 걸리면 충전하느라 방 창문을 열어 놓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 미안하다니까요.
함께 : 스쿠터는 열쇠가 있으니 복도에 세워놔도 되지만, 전동휠체어는 안되잖아요. 최종영 씨는 어떻게 하시나요?
김 : 우리가 최종영 씨 집에 가봤는데 전동휠체어 타고 다니기엔 좁아요.
함께 : 화장실은 사용할만 하세요?
최 : 일단 관리사무소하고 얘기해서 턱이나 화장실은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게 고쳤어요. 근데 그렇게 해도 집이 좁으니까 신체를 거기에 맞춰야 해요. 지금 제가 사용하는 휠체어는 그나마 좀 작아서 가능하지 조금만 더 커도 안 되거든요.
함께 : 강서구는 수급권자가 밀집돼 있잖아요. 그래서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이 : 한곳에 몰려 있으니까 후원금이 줄죠. 장애 예산도 그래요. 절대액으로 봤을 때는 다른 구에 비해 배 이상이 투입되지만 개개인으로 봤을 땐 얼마 많이 받지 못하거든요. 문제죠.
김 : 그러게 말이에요. 왜 다 몰아놨을까. 띄엄띄엄 좀 팍팍 떨어뜨려 놓지.
이 : 강서구에 거주하는 장애우가 작년에 비해 올해 약 2천명 정도가 늘었대요. 지금도 아파트에서 누가 나가면 수급권자이면서 장애우나 노인이 있는 가정이 들어와요. 그렇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이 더 밀집되는 거죠.
최 : 그래도 여기가 마음은 편해요. 다들 비슷비슷하니까. 장애우도 많다보니까 아직 미흡하긴 하지만 장애우  편의시설도 다른 구에 비하면 잘 되어 있는 편이에요.
함께 : 여기서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세요?
최 : 저는 센터 활동을 한다고 바쁘게 돌아다니지만, 다른 사람들은 동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몰려다니죠 뭐. 그래도 여자는 살림이라도 하니까 나은데 남자들은 할 일이 없어요. 복지관이 있어도 단지마다 있는 지역복지관은 노인 중심이고 구에 달랑 두 개 있는 장애인복지관은 아동 중심이라 성인 장애우는 갈 데가 없죠. 솔직히 우리가 잠깐 모여서 얘기하거나 쉴 곳도 없어요. 그러니 장애우들은 집에만 있으면서 컴퓨터에 매달리게 되는 거죠. 모임도 회비 때문에 못해요.
김 : 모인다고 하면 오기는 오는데 다만 3천원이라도 내라고 하면 다 빼요. 돈 없다고…. 다들 먹고 살기 힘드니까 그런 거죠.

희망을 풍기 위한 최소 조건
함께 : 이제 마지막으로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는데요,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 : 암담하죠.
김 : 답답해요. 이렇게 살아야 하나, 맨 날 이렇게 살다 죽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함께 : 살아가려면 희망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김 : 발전의 가능성이 안보이잖아요. 올해도, 내년도, 내후년도 계속 가봐야 달라질 게 없어요. 아이는 벌써 중학교 2학년이니 앞으로 5년만 지나면 대학에 보내야 하는데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죠.
최 : 그렇다고 사회에 나가도 수급자격 때문에 문제가 되죠.
김 : 애가 스무살이 되면 가족이 전부 수급권이 중단되거든요. 엄마 아빠가 장애우인데 애가 벌면 얼마나 벌겠어요. 고등학교 막 졸업하고 나서인데.
최 : 요즘 보통 학교 졸업해서 사회에 나간 남자들이 버는 게 얼마나 되겠어요. 그거 가지고는 가족 전부가 생활하긴 힘들죠. 생각해보세요. 사회생활을 하면 거기에도 돈이 들어가는데…. 현실적으로 감당이 안돼요. 
함께  :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최 : 다만 얼마간이라도 유예기간을 줬으면 좋겠어요. 얼마만큼 벌기 시작하면 지켜봤다가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이 됐을 때 수급권을 박탈하라는 거죠. 사람이 실제 이득이 돼야 일도 하고 싶고 그래야 노동해서 빈곤을 벗어나려고 노력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무조건 봐달라는 게 아니에요. 같은 장애우라도 노력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게 하자는 거지.
이 : 만약에 취업했을 때, 초기만이라도 생계를 보장을 하면 그 다음에는 자리를 잡을 수가 있잖아요. 그러고 나서 수급자격을 박탈해도 될 것 같은데, 지금은 취업을 하면 바로 생계지원을 끊어버려요. 그렇게 하면 취업하고 초반엔 견디기가 어렵죠.
최 : 아니면 우리가 수급자가 재산 기준이 3천만원이니까 우리가 모은 재산이 3천만원이 넘기 전까지는 유예해줘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다른 곳에 전세라도 들어갈 수 있잖아요.
함께 : 아무리 주어진 조건이 열악하더라도 희망이 있다면 살아갈 용기가 생기는 법인데, 말씀을 듣고 보니 현재의 복지제도는 희망의 싹 조차도 짓밟고 있는 것 같네요.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도 갖출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하루 빨리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분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그런 밑거름이 되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행 정리 조은영 기자


 

작성자조은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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