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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마! 내 말을 들어!!”

2006 이현준 열사 1주기 추모문화제

본문

 

지난 3월 16일,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고 바람까지 불어 사람들의 몸을 움츠러들게 했지만 이현준 열사 1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린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는 이현준 열사를 기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현준 열사는 근육의 힘이 점점 빠져 나가 결국에는 몸을 움직일 힘조차 없어지는 근육디스트로피라는 희귀질병을 가진 중증의 장애우였다. 그러나 그는 글쓰기를 무기로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해 장애전문지 월간 ‘함께걸음’ 기자, 장애우계간지 열린지평 객원기자, 장애우통신동아리 나누리 시삽,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연구원 등의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2001년부터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실의 활동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기서 장애인기초연금제, 성년후견인제도, 콜택시, 장애비하용어 정리, 차별금지법, 활동보조인제도, 자립생활제도 도입 등 그동안 한국 사회가 나 몰라라 한 정책을 제시하고 실현을 요구하는데 많은 힘을 쏟았다. 이는 그가 한국 사회에서 중증의 장애를 갖고 산다는 고통과 차별을 이미 몸소 체험한 사람으로서 실제적인 정책생산이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현준 열사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그의 나이 40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직접적 사인은 가래가 기도에 막혀 발생한 호흡곤란. 당시 그는 자신의 힘으로 책상에 손을 올려놓는 것도 어려웠고 잠자는 동안 몸을 뒤척여줄 기계를 이용해야 했을 정도로 장애가 심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도울 사회적 지원체계는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이 어이없는 죽음은 활동보조인 서비스와 같은 사회적 지원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상의 버거움을 온전히 그 혼자서 떠안아야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이현준열사추모사업회는 “고 이현준 열사를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의 삶 자체가 장애차별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며 “매 순간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중증의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삶에 대해 끝나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자존심을 꼿꼿하게 세우고, 모순으로 점철된 세상의 차별과 억압에 저항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그를 기억해야만 합니다. 아니 장애해방 참 세상을 바란다면, 기억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살아지는’ 삶을 온 몸으로 거부하고 ‘인간답게’를 실천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열사이고, 그가 꿈꾸었던 세상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장애해방’의 그 길에 함께 가야 합니다.”

이현준 열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외침이 그곳에 모인 모두의 가슴에 열사의 뜻을 아로새기게 했다.

 

<함께걸음>은 故이현준 열사의 뜻을 새기기 위해 그가 <함께걸음>등에 기고했던 글들을 연재합니다.

작성자조은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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