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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시설 반 이상이 문제 심각

미신고 복지시설 민관합동 실태조사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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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3일에 열렸던 "미신고 복지시설 내 생활
인, 어떻게 살고있나?" 토론회 모습. 이번 조사는 최초의
민간합동 실태조사 였다.

지난 2005년 12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미신고복지시설 내 생활인, 어떻게 살고 있나?’라는 제목으로 미신고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관합동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는 전국의 275개의 미신고복지시설을 대상으로 한 민관합동 조사결과 중 민간위원들의 조사내용만을 분석하여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번 조사는 보건복지부의 「미신고복지시설 지원 및 관리대책(2005.5)」에 의해 2005년 9월부터 11월까지 시행된 것으로 ‘최초의 민관합동 조사’라는데 의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생활인에 대한 직접적인 면대면 조사라는 점에서 기존 조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생활인의 인권’의 관점에서 미신고복지시설을 평가한 이번 조사는 2006년 심사청문을 과정에서 시설의 존폐여부를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동안 복지부는 미신고시설 안에서 지속적인 인권침해가 일어나 비판이 계속되자, 지난 2004년 3월부터 5월까지 각 시군구 담당자를 통해 미신고시설들의 인권실태와 상황을 조사하게 하였다. 당시 조사로 전국의 1200여개(2005.1 기준)의 시설 중 겨우 18곳만이 문제시설로 적발되고 그중에 10여개 미만의 시설이 폐쇄됐다.

그러나 조사 이후 경기도의 B시설, 강원도의 S시설, 경기성남시의 G시설 등에서 엄청난 인권침해와 비리가 밝혀졌다. 이 시설들은 2004년 조사를 통해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시설로 조사되었거나, 공무원의 추천에 의한 기금지원까지 이루어지는 등, 복지부의 조사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드러냈다.

이에 조건부신고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공대위(이하 시설공대위)는 ‘선평가 후지원과 민관합동방식의 생활인 조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였고, 복지부는 이 요구 부분을 수용하여 ‘선지원 후평가 제외대상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를 실시했던 것이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민관합동조사를 통한 시설의 폐쇄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지침이여서 미신고시설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최초로 밝힌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민관합동 조사과정은 쉽지 않았다. 먼저 일부의 시군구에서는 ▲복지부의 지침과 상관없이 민관합동조사를 전혀 이행하지 않는 곳(서울 은평구, 강서구, 광주광역시 등)이 있었고, ▲하루에 7개의 시설을 조사하자는 등 지침에 대한 이해 없이 빨리 조사를 해치우려 하거나, 주관적으로 조사 대상을 축소시키는 시군구, ▲민간조사위원에 대한 정당한 일비 지급 없이 ‘와서 자원봉사 해 달라’고 조르는 시군구, ▲시군구에서 섭외한 민간위원이 ‘무엇을 왜 하는지’도 모른 채 불려나온 경우, ▲조사과정에서 다른 미신고 시설장을 포함시켜 조사를 방해하거나, 시군구 공무원이 ‘시간 없으니 그만 하고 가자’며 오히려 시설장과 식사약속을 하는 경우 등도 있었다.

사람 살곳 아닌데도 시군구는 속수무책
지난 2005년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의 275개에 대한 미신고복지시설 인권실태 민간위원 조사결과는 아래표와 같다. 이 조사는 시설운영의 개방성과 민주성, 주거시설로의 적절성, 노동과 교육권, 폭행 및 징벌, 성폭행여부, 회계 및 운영의 투명성, 수급권 관리여부 등 총 20개 항목의 52개 질문을 통해서 생활인 인권실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였다. 조사의 원칙으로는 최소한 3명이상의 생활인을 직접 면접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사표를 작성하였다.

조사결과는 위의 표와 같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몇 가지는 ▲기본권인 자유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시설(입퇴소의 자유, 신체의 자유 및 안전, 종교의 자유)과 그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무한 점▲의식주와 의료, 노동, 교육 등 사회권 전반에 있어서도 매우 열악한 점 ▲특히 수급권을 일괄관리 하는 등 재산권에 있어서도 80%이상이 침해되고 있음에도 운영자는 전혀 문제의식이 없다는 점 ▲결정적으로 연령과 장애유형에 상관없이 하루종일 시설안에 갇혀서 아무것도 할수 없는 방임상태가 계속되어 이는 ‘사회복지서비스기관이 아닌 단순 수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 ▲일부 노동력이 있는 생활인들은 없는 직원들의 노동을 전담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가는 전혀 지불되지 않는 점, ▲시설환경이 열악한 경우도 매우 많아 도저히 사람이 살 곳이 아님에도 시군구는 속수무책이라는 점 등이다.

이렇게 시급히 대응이 필요한 시설조사 결과를 놓고도 시군구와 복지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탈시설 패러다임으로 사회복지 근간 뒤집어야
앞으로 민관합동조사 결과는 2006년 3월부터 5월까지 각 시군구에 구성될 ‘청문심사위원회1)’로 그 결정이 넘어가 있다. 청문심사위원회가 얼마나 ‘생활인의 인권’의 잣대로 ‘탈시설’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시설의 존폐여부가 달려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신고운영자들의 거센 민원을 고려해 폐쇄보다는 시설양성화 방안을 주로 선택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실제 일부에서는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청문심사위원회의 결정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지금까지 수용시설 일변도의 복지정책을 미신고시설에서부터 전환하고, 운영자라는 이익집단의 입장이 아닌 ‘시설생활인 인권’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인정하느냐의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설인권연대2)를 비롯한 전국의 민관합동조사에 참여한 단체들은 지금까지 진행한 민관합동조사내용을 바탕으로 무분별한 양성화가 아닌,  ‘보편적으로 사람이 살만한 주거 공간’과 ‘인권과 삶의 질’을 보장받는 ‘주거서비스중 하나’가 되도록 당사자들과 연대하여 정부대응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탈시설과 지역중심적 복지체계로의 재편, 자립생활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라는 기본원칙을 가지고 이제는 사회복지근간을 확 뒤집을 때인 것이다.

2005년 12월 13일에 열렸던 ‘미신고 복지시설 내 생활인, 어떻게 살고있나?’ 토론회 모습. 이번 조사는 최초의 민간합동 실태조사 였다.

1)청문심사위원회는 각 시군구별로 사회복지협의체의 인력을 중심으로 별도로 구성할 계획이다. 청문심사위원회에는 시설조사에 참여한 민간위원은 심사의 객관성 유지를 이유로 참여치 못하게 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청문심사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조사결과 반영여부와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2)시설인권연대는 ‘사회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의 준말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활동한 ‘조건부신고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공대위’가 발전적 해체되어 전환한 연대체이다.


▲충북 ㄱ 시설 생활인 방 벽면의 곰팡이

▲충북 ㄱ 시설 생활인들이 방에서 변기로 사용하고 있는 고무통과 침대로 쓰고 있는 스티로폼

[사례] 경기도의 ㅇ시설

경기도에 위치한 ㅇ시설은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15명의 생활인이 살고 있었다. 방안은 온통 곰팡이로 덮혀 있어서 마치 도배지 색깔이 원래 그런 색이었는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방안은 살림살이와 쓰레기가 뒹굴고 있었으며, 냉장고 안은 썩은 냄새로 도저히 사람이 먹을 만한 음식이 들어있지 않았다.

본래의 시설장은 00목사라는 사람으로 조사당시 시설에 거주하던 부인 00목사와 함께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시설장은 거의 오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실제 운영자인 부인은 이런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었다.

또한 시설장부인은 아프면 병원을 가기 보다는 본인이 안수기도를 한다고 말하는 등, 자신이 어떤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지 조차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장부를 보여달라는 조사자들에게 오히려 큰소리치며 보여주지 않았으며, 생활인들의 수급권통장을 일괄관리하고 있었다.

한겨울에도 난방한 적이 없고, 조사 당시인 9월에도 한기가 올라와 발이 시려웠다. 사람들은 한기 때문에 방에 나무판을 깔고 그 위에 이불을 덮고 생활하고 있다고 증언하였다. 이런 곳이 버젓이 기도원의 간판을 걸고 사회복지시설을 한다고 하니, 그곳에 ‘수용’된 장애우의 참혹한 상황은 이루말 할 수 없었다.

더욱이 시설 내의 가사노동을 도맡아 하고 있는 정신지체여성이 낙태수술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한다. 시설장 부인이 생활인중 청각장애를 가진 남성과 결혼을 시켜줬다고 하나, 그 남성과 한방을 쓰고 있지 않고 가끔만 잠만 같이 잔다고 했다.

그런데 시설장부인의 친구인 어떤 남성이 가끔 와서 그녀와 같이 자고 간다고 증언하였다. 이 여성에게 인권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마치 ‘사치’ 같았다.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그녀 혼자서는 도저히 이런 생활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작성자김정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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