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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쌀 개방 어떻게 봐야하나

농민투쟁, 우리의 식량주권을 위한 투쟁이다

본문

2005년 11월 23일, ‘쌀협상비준동의안’이 농민단체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통과되었다. 비준안 동의 때문에 농민단체들의 투쟁은 거세게 진행되었고, 그 투쟁에서 두 명의 농민이 경찰폭력에 의해서 희생당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이제 우리는 과연 ‘쌀협상비준동의안’이 무엇이기에 농민들이 목숨을 던져가며 투쟁하는지, 쌀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진지한 물음을 던져보아야 할 것이다.

▲2005년 12월 31일 전용철 농민과 홍덕표 농민의 영결식장에서는
우리농업을 지키겠다는 참가자들의 결심을 담은 피켓들이 넘쳐났
다 ⓒ오마이뉴스 박준영

2006년, 총 22만5575톤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2004년 12월 30일 정부는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대신, 쌀의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면서 관세화를 10년 더 연장하는 이행계획서 수정안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에 통보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쌀협상비준안을 국회가 통과시켰다. 이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서 합의한, 쌀에 대한 10년간의 관세화 유예가 2004년 종료됨에 따라 실행된 조처였다.
1993년 12월 체결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은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농산물 수출국의 이해를 담은 협상으로서 농산물 수입개방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회의였다. 이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개도국의 지위를 획득하여, 쌀을 특별취급품목에 포함시킴으로서 예외 없는 관세화에서 10년간의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 의해서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국내소비량의 1%인 35만석의 쌀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4년에는 국내소비량의 4%인 142만석이 수입됐다. 다행히도 수입된 쌀은 가공용 원료만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쌀협상비준안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쌀 관세화를 유예 받는 조건으로 개방 비율을 4%에서 7.96%로 올렸고, 그 중 일부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올해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할 쌀 수입물량은 총 22만5575톤이며 이중 10% 2만2257톤(15만 8천석)이 소비자용으로 시판된다. 이런 비율로 보면 2013년 소비자 판매용 수입쌀은 전체 수입 쌀 중에서 30%로 늘어 11만 6506톤(81만석)이나 된다. 2010년 국내 쌀 소비량을 3천만 석으로 예상하면, 약 2.9%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2005년 12월 15일 홍콩의 거리에서 농민들이 삼보일배
투쟁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오도엽

농업을 보호하는 것이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니?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0%.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쌀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농산물의 자급율은 바닥을 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농산물의 대거 유통은 우리 농촌의 붕괴를 가속화 시키며, 식량주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농산물 시장 개방을 적극 주장하는 측은 마치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이 폐쇄되어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농산물 시장은 쌀을 제외하면 이미 완전 개방 상태다.
우리가 먹는 쇠고기의 절반 이상은 수입산이고, 대형 슈퍼마켓에는 수입 과일들로 넘쳐난다.  농업구조가 취약한 탓에 농산물 관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농산물 시장은 이미 세계에서도 가장 개방된 시장 중의 하나다. 따라서 당면한 문제는 농산물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냐 아니냐가 아니고, 마지막 남은 쌀 시장마저 개방할 것인가, 그리고 이미 개방된 농산물에 대해서는 얼마나 수입을 확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무역에 의존하고 있고,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농림어업부문의 비중은 GDP의 4%(2002년)다. 농가인구는 전체 인구의 7.5%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산품 수출을 희생한다면 소탐대실하는 결과라는 것이 개방론자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관변 경제학자들은 계량모델을 이용하여 농업부문을 개방하면 할수록 경제성장과 국민후생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숫자로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위와 같은 엄청난 결론이 너무도 단순한 논거를 바탕에 둔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자유무역에 따른 값싼 농산물의 수입이 증가하면, 농민들은 피해를 입지만, 농산물 가격의 하락으로 소비자들이 더 큰 이익을 얻기 때문에 나라 전체로는 후생이 증가한다는 것이다는 것이 그들의 논거다.
이들의 계량모형에서는 오늘날 국제협상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즉, 식량안보, 농촌지역사회의 유지, 환경 및 국토의 보전, 문화 및 전통의 계승, 도시인의 안식처 제공 등은 농산물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12월 23일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더이상 농민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 잘
못된 쌀협상 국회비준 강행처리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철우

농촌 붕괴 가속화 시키는 정부
우리의 식량자급률이 20%대로 떨어졌고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5% 수준에 지나지 않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마지막 보루인 쌀 시장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국가의 의무이다.
정부는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농림업의 비중이 낮다는 사실만 강조할 뿐 농림업이 농촌지역의 기간산업이고 거의 대부분 시·군 취업자의 절반이 농업취업자라는 사실은 감추고 있다. 이번 쌀비준안의 통과는 우리나라 농촌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에 따른 농업붕괴, 농촌붕괴가 가속화될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같은 농산물수입국이지만 농촌지역에서조차 농업취업자가 소수에 지나지 않는 이웃 일본과는 사정이 매우 다르다.
도하개발의제(DDA)농업협상이 제5차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에서 논의된 의장 초안을 토대로 타결될 경우,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농업부문의 총소득이 15조원에서 9조원으로 감소하고, 자연감소분을 제외하고도 농업취업자 25~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그들의 대부분은 새로이 취업하기 어려운 50대 이상의 농민이다. 누가 이들의 생존권을 책임질 것인가.
농업개방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잘못되었다. 정부 관료와 언론, 관변연구기관은 각료회의 결렬 이후 농업개방 대세에 대응해서 농업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정부는 80년대 말 이후 10여년 간 농산물시장개방 불가피론을 내세워 농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것만이 우리 농업과 농촌의 살 길이라고 주장하면서 엄청난 돈을 농업구조조정에 사용했다. 그러한 막대한 재정투융자에도 불구하고 농업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되지 못했고, 농촌의 형편이 나아진 것도 하나도 없다.오히려 무리한 농업 구조조정책이 농민들을 상환 불가능한 막대한 농가부채의 수렁에 빠트렸으며, 실패한 농정정책은 결국 농촌의 붕괴만을 가져온 것이다.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는 농민들과 쌀 주권
‘아스팔트 농사 잘 지은 것이 벼농사 10년 잘 지은 것보다 낫다’라는 절박한 농민의 농담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고, 올해 농민들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곳곳에서 분신이나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으로 절박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만큼 절박한 농촌의 현실을, 실패한 농업정책의 단면을 온 몸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쌀협상 비준안의 통과 전부터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의 재고량이 넘쳐나고, 쌀값하락에, 추곡수매제도의 폐지에 농민들의 생존권은 날로 열악해 져만 가고 있다.
자유무역이라는 기치아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는 농민들의 생존권을 송두리째 빼앗고 있으며, 식량주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체제 하에서 무한경쟁으로 내몰리는 농민들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렇게라도 저항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농정 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모두 농민에게 전가시키고, 쌀 수입을 대책 없이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은 농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정부는 우리의 생존권을 송두리째 포기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농촌의 붕괴를 가속화 시키고 있으며, 검증되지 않은 수입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  당장에는 싼 가격으로 쌀을 비롯한 농산물을 공급받는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강대국에 의해 식량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쌀은 단순히 경제 논리로 표현할 수없는 중요함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을 유지하는 가장 큰 생산물이며, 국민 전체가 주식으로 먹고 있는 먹거리다.
이러한 먹거리를 우리가 우리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하지 못한라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우리의 목숨을 내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리로 나서고 있는 농민들의 목숨 건 생존권 요구는, 농민들만의 절박한 요구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생명을 지키고 주권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인 것이다.

글 김치성 (원불교인권위원회 활동가)

작성자김치성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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