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풍랑 예상되는 "장애인차량 LPG 유가보조금제도"
본문
이번 제256회 국회는 11월에 올해 추경 및 내년 예산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를 겨냥해 지난 10월 4일, 한나라당은 8조9천여억 원에 이르는 감세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장애우 차량용 LPG(액화석유가스) 면세안이 포함되어 있어 장애계가 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면세와 관련해서 지난 4월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이 「조세특례제한법」개정안을 상정한 바 있다.
그러나 면세안에 대해 각 당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고 복지부도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달 중순에 열릴 재정경제부위원회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장애인차량 LPG 유가보조금제도’(이하 유가보조금제도)가 또 어떤 풍랑을 겪을지 장애우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함께걸음〉이 유가보조금제도를 둘러싼 정부와 각 당의 입장을 취재했다.
LPG 면세시, 1인당 월평균 최대 7천 4백 원 더 혜택 받는다
11월에 진행될 제256회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활동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지난 10월 4일 총 8조9천여억 원에 이르는 감세안을 발표했다. 특히 장애계의 이목을 모은 것은 ‘장애우 차량용 LPG의 면세화’안인데,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이미 정화원 의원 대표발의로 「조세특례제한법」개정안을 상정한 바 있다.
지난 4월 개정안 상정 당시 정화원 의원 측은 “장애우용 차량에 대한 LPG 세금인상액 지원은 법적근거를 바탕으로 한 세액감면 형태가 아닌 정책적 고려에 의한 예산지원형식으로 운용되고 있어 매년 예산 부족을 문제로 장애우의 이동권 보장이 위협받고 있다.”며 “LPG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 및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LPG를 공급받기 위한 면제유류카드를 교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제출했다.
장애우 차량용 LPG를 면세로 하면 뭐가 어떻게 달라진다는 것일까,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은 대략 이렇다.
현재 장애우들이 차량용 LPG를 사용하고 지원받고 있는 금액은 (월 250리터 한도 내에서)리터당 240원이다. 이 LPG에는 특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판매부과금이 포함되어 있는데,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면세안은 이 중에서 판매부과금을 제외한 3가지 세금을 면세로 하자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소비세제과는, 올해 9월 4주 LPG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면세시 장애우들이 추가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리터당 29.59원이라고 한다. 그러면 현행 월 250리터 한도를 모두 사용할 경우 한 달에 약 7천4백 원 정도를 더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화원 의원실의 윤종오 보좌관은 “재경부가 면세를 반대하는 이유는 장애우 차량에 한해서만 LPG를 면세해 주면 다른 분야에서도 면세 요구를 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유가보조금제도가 계속 흔들려온 이유는 장애우 이동권을 기본적인 권리로 보지 않고, 정치적인 수단으로 써 왔기 때문이다. 소득이 없거나 불안정한 사람의 기초생활을 법으로 보장하는 것처럼, 장애우들의 주된 이동수단인 LPG도 안정적인 면세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2000년도정부의LPG세금인상발표당시장애계의집회모습
민노당, 면세는 포장지일 뿐 결국엔 장애우 복지 예산 확대에 악영향면세안에 대해서 민주노동당 좌해경 정책연구원은 “한나라당은 LPG 면세안을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포장지일 뿐이다. 왜냐하면 현행 유가보조금제도로 지원받는 것이나 면세로 받는 것이나 LPG를 사용하는 장애우의 입장에서는 지원금액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보다 직접세가 적어 불평등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렇게 면세나 감세로 간접 지원하면 세금구조를 더욱 왜곡시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적자재정에 허덕이는 정부의 세수부족도 악화시킬 것이다. 전체 정부예산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야 사회복지 예산확보도 쉬워진다. 하지만 세수를 줄이는 면세는 결국엔 사회복지 예산 확대도 어렵게 할 것이다. 이는 장애우 복지예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좌 연구원은 “현재 정부는 유가보조금제도에 대해 정확한 재정수요는 물론 장기적인 방향조차 없는 상황이다. 유가보조금제도는 설계부터 잘못됐다.”며 “정부가 장애우 이동권에 대한 철학적 관점이 있다면 2000년대 초반에 장애우들의 지하철 사고가 터져 나왔을 때부터라도 장애우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좌 연구원은 현재 유가보조금제도의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했다.
사실 그동안 유가보조금제도를 둘러싸고 차가 있는 장애우와 없는 장애우들 사이에 형평성 논쟁이 계속 되어 왔다.
좌 연구원은 “물론 LPG가 장애우들의 이동에 기여했고, 경제적 부담도 줄여주고 있다. 그러나 혜택을 받는 장애우들은 등록 장애우들의 20%정도다. 뿐만 아니라 현행 유가보조금제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장애등록은 하지 않은 장애우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그나마 차를 소유한 장애우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자라고 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권자인 장애우들이나, 운전이 불가능한 중증 장애우, 시설 장애우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차가 있는 장애우들에 비해 차가 없는 장애우들의 이동권은 정책적으로 보장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좌 연구원은 이러한 맥락에서 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는 안이 필요한 상황인데, 한나라당 면세안은 기존의 혜택을 유지시키는 결과만 초래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민노당은 현행 유가보조금 제도를 우선은 유지하되, 장기적으로는 장애우들에게 이동수당에 관한 현금지원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니 저소득층부터 단계별로 지원하는 의견이다. 동시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대중적인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특별교통수단을 만들고, 저상버스를 대중적으로 운행토록 하자는 대안을 내놨다.
![]() |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실, 면세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면세안에 대해서 열린우리당은 “서민생활과 직결된 세금은 낮추는 쪽으로 검토 중이지만 세수부족 우려 때문에 많은 것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장애우 차량용 LPG에 대해서는 부가세 면제에 한해서 검토해 볼 여지는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실 측은 “면세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장향숙 의원실의 김명신 보좌관은 “현 추세는 면세를 확대하는 쪽이 아니다. 그리고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서 면세로 하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라고 밝혔다.
김 보좌관은 “우리는 장애연금제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장애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쪽으로 무기여 장애연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동, 요보호, 정보접근, 건강지원 등 다섯 가지 수당이 포함되어 있다. 연금제도 안에서 장애우들이 수당과 LPG 지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했다.
유가보조금제도, 장애우 환심 사기 위한 ‘땜빵용?’
복지부에 따르면 (이하 2004년 기준) 등록장애우 약 161만 명 중에서 LPG 차량을 소유한 장애우는 46.7(28.3%)만 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장애우 수송용 LPG 소비량은 8억4천442만 리터로 전체 수용용 LPG 소비량의 40%를 차지한단다. 작년에 2천189억 원, 올해 2천458억 원의 유가보조금이 장애우들에게 지원되었다.
그렇다면 장애우들에게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유가보조금이 지원되어 온 것일까. 이를 설명하려면 우선, 제도를 도입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정부는 1990년 장애우 차량에 한해 저가의 LPG를 연료로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그런데 IMF 때문에 저가의 LPG 수요가 폭발하면서 세수가 감소하자, 정부는 2001년 7월부터 제1차 에너지세제개편을 단행, 2006년까지 휘발유:경유:LPG 가격 비율을 100:75:6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 정부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LPG에 부과되는 세금을 2006년까지 매년 71~72원 인상하기로 한 것이다.
예상외로 장애우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가 매년 세금인상분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 바로 ‘유가보조금제도’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LPG차량연료 할인카드를 복지카드 겸용으로 발급했다.
갑자기 오른 세금에 항의하는 장애우들을 잠재우기(?) 위해서 정부는 2001년 7월부터 1년 단위로 리터당 매년 70원(01년7월~02년6월), 140원(02년7월~03년6월), 210원(03년7월~04년6월)씩 세금인상분을 지원했으며 현재는 리터당 240원이 지원되고 있다.
그런데 LPG 오남용 문제가 제기되면서 2001년 7월에는 LPG 지원에 대해 연간 3천리터(월 250리터)로 제한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이를 잠정적으로 폐지하고 제한량을 1회 충전시 4만원 이하(1일 2회 한정)로 바꾸었다. 그러다 2004년 12월에 연간 3천 리터로 다시 상한선을 바꿨다.
여기서 잠깐, 장애우들이 유가보조금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한번 짚어봐야 할 것 같다. 2001년 이후로 정부는 LPG 지원 상한선을 손바닥 뒤집듯이 몇 번씩 바꿨다. 그리고 장애우들도 그 때마다 크게 반발해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장애우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에서 유가보조금제도는 소득에 상관없이 자동차로 이동하는 장애우들에게 이동수당처럼 지급되어 왔기 때문이다. 장애우들에게 피부로 느끼는 복지정책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유가보조금제도가 들어갈 것이다.
![]() |
| ▲2004년말복지부의LPG상한선재조정당시여의동에서열렸던집회의한장면 |
2006년 장애우 복지예산 4천908억 원 중에서 49%가 유가보조금
유가보조금제도가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것은 그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꼭 짚어봐야 할 것은 복지부가 수요를 예측하지 않고 세운 정책이 낳은 문제와 형평성에 관한 문제다.
먼저 유가보조금제도를 시행하는 복지부부터 따져보자.
현재 유가보조금제도가 2003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적자가 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복지부에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유가보조금제도는 IMF 때문에 저가의 LPG 수요가 폭등해 휘발유나 경유로부터 거둬야 할 세금이 줄어, 이를 메꾸고자 LPG의 세금을 올리면서 시작된 제도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다른 에너지보다 그나마 저렴했던 LPG 가격이 오르자 생계 유지를 위해 LPG를 사용하던 장애우들은 치솟는 LPG 세금을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분노한 장애우들에게 줬던 ‘세금인상분 지원’이라는 떡고물이 바로 유가보조금제도다. 그나마도 복지부는 유가보조금제도 시행 5년 내내 LPG를 쓰는 모든 장애우들을 못 믿겠다며 다른 대안도 없이 자의적으로 결정한 상한선도 몇 번씩 바꾸어왔다.
민노당 좌해경 연구원의 말처럼 복지부가 유가보조금제도를 도입한 시기는 지하철 리프트 안전사고 등으로 인한 장애우들의 사상자가 드러나면서 이동권의 문제가 이슈화되기 시작하던 때다. 그러나 정부는 단순히 개별 사고를 축소 혹은 은폐하는데 급급했을 뿐, 장애우들의 이동권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고려할 것인지는 별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복지부는 유가보조금제도를 시행하면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2001년도에 시작한 유가보조금제도에 대해 작년에서야 ‘장애인승용차 LPG연료 지원개선방안’ 연구용역을 했다. 사업 시행 전에 했어야 할 연구용역을 사업시행 5년이 되서야 진행하니, 이건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이 아닌가. 그러니 재정수요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2년 23만5천명이던 장애우 LPG차량 이용자가 2004년에는 32만3천명으로 37%가 증가했다. 이에 2002년 608억원에 불과하던 유가보조금이 2004년에는 2천18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폭발적인 수요량을 미처 예측하지 못해 이미 2003년에는 151억을, 2004년에는 5백억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이렇게 적자행진을 계속하는데도 복지부가 손 놓고 있는 이유는 뭘까. 혹시 유가보조금을 지원하는 예산이 복지부 돈이 아니어서 그런가. 사실 엄밀히 따지면 유가보조금은 복지부 예산은 아니다. 유가보조금은 복지부 예산이 아니라, 산업자원부의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이하 에특회계)’에서 편성하고 있는 예산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내년 장애우 복지 예산이 4천908억원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은 이 돈의 49%(2천415억)가 에특회계에서 지급되고 있는 유가보조금이다. 유가보조금은 올해 이미 전체 등록장애우를 위한 복지부 소관 22개 사업예산 총액(1천643억원)의 1.5배였다.
그래서 복지부는 LPG 오남용 적발도 안하는 것일까. 사실 장애우용 LPG 오남용 문제는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복지부도 안다. LPG를 사용하는 장애우들조차도 오남용만 제대로 단속해도 유가보조금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부정 사례가 적발된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복지부는 인력이 없어서 단속할 여력도 없단다. 여력이 없는 건지, 단속할 마음이 없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유가보조금제도, 차가 있는 장애우들에게만 5년간 7천억 원 지원
뿐만 아니라 유가보조금제도는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 받아왔다.
유가보조금은 LPG 자동차를 사용하는 장애우들에게만 지원되는 돈이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유가보조금 지원이 시작된 2001년부터 올해까지 약 7천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차가 있는 장애우들에게만 지급됐다.
이에 비해서 차가 없는 장애우들이 상대적으로 억울한 것은 사실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내년도 장애우 복지예산의 49%가 등록장애우 중에서 28.3% 에게만 쓰여질 돈이니까 말이다. 장애우들이 효율적으로 이용할 대중교통이 전무한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이 예산의 차이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차도 없고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는 가난하고 중증의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동’은 개인의 삶을 바꿀 수도 있는 문제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유가보조금제도 외에 장애우들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는 별로 의지가 없다. 정부는 작년 말에 통과된 「교통약자편의증진법」 때문에 마지못해 저상버스 도입 예산을 책정하기는 했지만, 〔표-2〕에서도 나타나듯이 아직 생색내기 수준이다.
예산은 곧 정부가 그 분야에 얼만큼 의지가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서다.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인 이동권을 장애우들에게도 보장해야 한다는 의지만 있다면 장애우들도 맘 놓고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서울시 한복판을 가르는 청계천도 2년 여 만에 거짓말처럼 뚝딱 만든 정부가 아닌가. 그러니 어쨌든 정부가 현재 차가 없는 장애우들을 상대적으로 홀대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유가보조금의 이러한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이동수당(가칭)이다. 복지부도 이동수당을 놓고 고민하다가, 그럼 유가보조금 폐지할 거냐는 장애우들의 반발에 의식해 아직 결론 난 것은 아니라며 입장을 보류하고 있다.
이동수당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민노당은 물론 열린우리당도 찬성하고 있는 방법이다. 다만 각 당의 입장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차가 없는 장애우들에게 이동수당은 지급해야 한다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내년 지방선거 장애우 표 의식해서 저토록 쩔쩔매는 걸까
그렇다면 현재 정부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
재정경제부는 한나라당의 면세안에 대해 일단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권혁세 국장은 “사실상 지금도 면세에 가까운 금액을 보조해주고 있다. 유가보조금을 받는 것이나 면세나 별 차이가 안난다. 하지만 그나마도 면세를 해버리면 국가의 재정손실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권 국장은 “만약 국회에서 면세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제한량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재경부가 면세안을 반대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LPG면세를 요구하는 쪽이 장애우 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이에 대해 권 국장은 “택시나 화물업계 쪽에서도 면세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우 쪽을 면세해주면 이들의 요구도 더 거세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현재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복지부 장애인정책팀 김정우 사무관은 LPG 지원정책에 관해서 “지원책은 물론 앞으로의 방향조차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15일, 장애우 관련 단체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복지부는 개선방안으로 두 가지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1안은 ‘장애우들에게 유가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원칙적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교통수당을 차등지급함. 다만 예외적으로 차량운행이 불가피한 중증장애우는 유가보조금을 계속 지급함’이다. 그리고 2안은 ‘현행유가보조금을 전면 폐지하고 교통수당을 차등지급함’이다. 어쨌든 당시 자료에 의하면 유가보조금을 축소 혹은 폐지하고 교통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의중이 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지난 10월 중순 이 회의 자료가 유출돼 파문이 일자, 복지부는 장애우들의 반발을 의식해 허둥지둥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아이디어일 뿐이다.”라며 직접 수습에 나섰다.
어쨌든 이렇게 복지부가 홈페이지에 팝업창까지 띄우면서 해명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갑자기 복지부는 왜 친절하게도 “유가보조금 폐지설은 오해”라며 손사래까지 쳐주고 있는 걸까.
앞서 밝혔듯이 현재 LPG 차량을 소유한 장애우가 46만7천 명이라고 한다. 이들을 둘러싼 가족(평균 4인 가족이라고 치면)까지 합하면 187만 명에 이른다. 물론 이런 산수쯤이야 복지부도 알고 있을 터. 그렇다면 복지부로써는 LPG와 관련해 한두 번 겪은 장애우들의 반발도 아닐 텐데, 왜 저렇게 쩔쩔매고 있는 걸까.
187만 명은 내년 5월 31일에 있을 지방자치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수다. 여당은 지난 10월 26일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전패해 지도부 퇴진론까지 나왔었다. 그러니 내년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다.
혹시 현재 복지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까닭은 내년 지방선거 때문이 아닐까. 당장 187만이라는 표가 오갈 상황이니 설득력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복지부는 어떻게 해서든 유가보조금제도를 또 한 번 ‘장애우 표몰이를 위한 카드로 쓰겠다는 속셈인 걸까.
현재로선 유가보조금제도가 현행 그대로 유지될지, 면세가 될지, 아니면 보조금이 폐지되고 현금을 지급하는 수당으로 갈지에 대해 정부와 각 당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자의 취재 결과, 유가보조금제도를 갑자기 없애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46만 명이 넘는 장애우들의 기득권이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세 당이,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차가 없는 장애우들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니 복지부도 유가보조금과 현금지급 방식의 교통수당을 놓고 어떻게 절충할지를 고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황을 종합해보면 유가보조금을 당장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복지부로서는 한정된 현재 예산 안에서, 유가보조금제도의 적자 행진과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LPG 상한선을 낮추고 남는 예산으로 이동수당을 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갈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정말 이렇게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기자의 바램이다. 이거야말로 근본적인 대안 없이 비겁하게 양다리만 슬쩍 걸치는 꼴이니까 말이다.
기자는 유가보조금제도를 취재하면서 “그 돈 안받아도 좋으니 우리가 맘 놓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먼저 빨리 마련해달라”는 생각을 가진 장애우들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복지부가 장애우들도, 비장애우들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쉽고,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진정 동의한다면 돈 몇 푼으로 당장 장애우들의 환심만 사려고 해서는 안된다. 장애우들도 비장애우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형편과 상황에 따라서 가장 효율적인 이동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글 최희정 기자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