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고 있는 노동부의 "장애인영업장소지원사업"
본문
지난 9월 22일부터 3주간 제17대 국회의 국정감사가 있었다. 그 중 9월 30일에는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국정감사가 열렸는데, 열린우리당 제종길 의원은 “장애인영업장소지원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일명 ‘천호동 프로젝트‘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2004년, 2백억 복권기금을 받아 추진 중인 ‘천호동 프로젝트‘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작년 12월 30일에 건물을 매입하면서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장애인영업장소 지원 사업‘, 중증장애우 우선, 1인당 연간 5천만 원 소득을 목표로
▲천호동의 옛 2001아울렛 건물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하 공단)의 ‘천호동 프로젝트‘의 본명은 ‘장애인영업장소지원사업(이하 영업장소지원사업)‘
공단은 작년 12월 30일,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421-4, 420-6번지의 8층(지하 2층, 지상 6층) 건물을 약 157억원에 샀다. 부지가 5백91평, 건물이 2천6백75평인 이 건물은 ‘2001 아울렛‘이 영업을 철수한 상태였고, 공단이 매입 한지 1년이 다 된 지금도 비어있다.
이 영업장소지원사업은 작년에 복권 기금 2백억을 받아 진행 중이며, 노동부는 현재 건물 리모델링 사업비 1백억 원을 복권위원회에 신청해놓은 상황이다.
영업장소지원사업 계획서에는 “담보능력 부족으로 창업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우에게 영업장소를 지원, 장애우 고용창출과 직업재활의지를 고취하기 위해 집적화된 영업장소를 매입”했다고 제시되어 있다. 또한 공단은 이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올해 5월 로또창업지원단 T/F팀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공단의 박은수 이사장이 장애우 취업의 특화 모델로 성공시키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의지를 보인 사업”이라고 전했다.
또한 계획서에는 ▲웰빙, 실버, 헬스케어를 기본 업종으로 ▲장애우 및 그 가족, 노인, 건강관리 및 웰빙에 관심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지역상권과의 경쟁을 피한, 틈새시장의 전문 할인점 형태로 온·오프라인 상권을 개발하겠다고 제시되어 있다.
사업계획서의 내용을 좀 더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지원대상은 자영업 창업을 희망하는 장애우이며, 이들에게는 실 평수 20평까지 제공하되 중증장애우 5~10여명의 공동창업일 경우에는 100평까지 허용한다는 것이 공단의 기본 방침.
입주한 장애우는 개별점포를 운영하고, 전체 관리는 전문대행사에게 맡길 예정이다. 그리고 입주한 장애우들은 관리비 및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최대 5년 범위 안에서 1~2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입주 가능한 장애우들은 약 70~80명 선. 공단은 이 지원사업으로 장애우 1인당 연간 평균 5천만 원의 수익을 장담했다.
‘장애우가 제시하는 영업장소 매입‘에서 ‘집합건물 매입‘으로 사업변경
그럼 ‘장애인영업장소지원사업‘이 어떻게 시작됐고, 추진 과정은 어떠했는지 살펴보자.
영업장소지원사업의 발단은 2004년 2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수상자들과 청와대 만찬이 있었는데, 기능은 있으나 창업이 어려운 장애우들의 호소를 듣고 청와대가 관련부처에 사업을 지시한 것에서 시작된다. 이로부터 5월에는 사업 예산 2백억을 국회로부터 승인 받았고, 7월에 복권기금 교부를 신청, 사업 추진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예산이 확정된지 6개월이 지난, 04년 11월에서야 사업 계획 최종안을 확정했다. 그리고 회계연도를 넘기지 않기 위해 11월 중순에야 부랴부랴 천호동 건물을 매입, 12월 30일에 간신히 등기를 받았다.
하지만 노동부는 지금까지도 아직 뚜렷한 입장발표 없이, 매입한 건물을 그냥 비워둔 상태. 왜 노동부와 공단은 1년이 다 되도록 건물을 비워놓고 있는 것일까.
그 결정적인 이유는 노동부에 의해 사업이 변경되면서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종길 의원실은 국정감사에서 “당초 계획은 장애우를 선정하여 그들이 희망하는 지역에 건물을 매입할 계획(04년 10월 1일 공문)이었으나, 05년에 건물을 우선 매입하고 입주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04년 11월 11일 공문)으로 변경됐다.”라고 주장했다.
기자가 10월과 11월 공문을 직접 확인 한 결과, 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영업장소지원사업이 현저하게 변경됐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즉 04년 10월까지 ‘장애우가 제시하는 영업장소를 매입‘할 계획이었는데, 불과 한 달 뒤 ‘역세권 등 유망상권 내 집합건물 매입‘으로 바뀌었다.
애초부터 04년 9월에는 입주자를 모집하고, 11월에는 예비자를 선정, 12월까지 부지 매입을 포함한 계약을 마칠 계획이었다.
그리고 계약 시에는 장애가 있는 사람 중에서도 기능경기 대회 입상자, 공단의 직업전문학교 수료자, 대학교내 창업보육센터 입주자, 창업관련 자격증 소지자 및 경력자, 중증장애우에 가점을 줄 계획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2004년 말에 장애우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됐어야 한다.
그러나 ‘장애우 개별지원‘에서 ‘집합건물 매입‘으로 사업 계획이 바뀌면서 사업의 초점도 달라졌다. 즉 장애우의 개별 특성과 영업 전략보다는 상권 특성에 맞는 마케팅 운영전략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또한 전국 장애우가 신청할 수 있었지만, 서울이라는 지역적인 한계도 생겼다. 무슨 장사든지 본인의 지역생활권을 바탕으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집합건물을 사놨으니 그렇지 않아도 이동이 쉽지 않은 장애우들에게 신청에서부터 지역적인 차별을 준 셈이다.
이렇게 사업이 바뀐 것에 대해 제종길 의원실은 “창업 희망 장애우를 모집하고 건물 매입을 진행하다가는 년 내에 배정받은 금액을 모두 집행하기 어렵기 때문(쓰지 못한 예산은 이월되지 않음)”으로 해석했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공단이 장애우 개별 지원에 뜻이 있던 것은 사실이나, 청와대로부터 내려온 사업계획이 집합건물 매입이었다.”라고 밝혔으며, 이번 지원사업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동부가 집합건물 매입을 바득바득 우겼다.”고 답하기도 했다.
상황을 종합해보건대, 집합건물 매입은 노동부의 강력한 지시로 추진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장애우 창업지원‘보다 ‘건물의 효율적 운영‘에 골몰하게 돼
열린우리당 제종길 의원실의 신청하 보좌관은 “애초 사업계획은 기술이나 창업 아이템이 있는 장애우들이 제시하는 사업장을 매입해서 빌려주기였다. 그런데 장애우들의 신청은 아예 받지도 않고 내부에서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그래서 지금은 이 건물을 어떻게 쓸 건지가 관건이 됐다. 관점이 완전히 바뀌어 창업지원 프로그램에서 (건물을 살리기 위해) 그 안에 들어올 사람을 모집하는 꼴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신 보좌관은 “노동부는 건물을 사고 나서야 천호동 상권을 분석하는 연구용역(남서울 대학교 동아시아유통정보센터)을 의뢰해 기본 업종을 구성했다. 용역 결과가 웰빙, 헬스케어 실버 사업이었다. 즉 건물에서 해야 할 장사가 정해진 셈이다. 장애우 개별능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이 건물을 리모델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노동부는 지난 9월, 복권기금 1백억을 리모델링 비용으로 쓰겠다며 복권위원회에 기금운용 변경을 신청했다.
하지만 신청한지 한 달이 되도록 복권위원회에서 지급 결정을 하지 않아 노동부는 속만 끊이고 있는 처지다.
이에 대해 복권위원회 오성호 담당 사무관은 “올해 지급될 1백억은 당초에 건물 매입비였다. 그런데 노동부가 천호동 건물을 리모델링 하겠다고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요청해왔다. 기금의 용도가 달라지는 것이라서 좀 고민스럽다. ▲157억 들여 건물 샀는데, 백억을 들여 리모델링 하는 것이 맞을지, 매입가격의 2/3나 차지하는 금액이고, 앞으로도 건물에 계속 돈이 들어갈 우려도 있다 ▲웰빙, 헬스케어, 실버 관련 업종이 주 사업이라는데 이것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용역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노동부도 이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라고 답했다.
현재 노동부와 공단, 복권위원회가 기금지급을 놓고 협의 중에 있다. 늦어도 다음 달까지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쨌든 올해 회계연도 또한 두 달만을 남겨 놓게 됐다.
신청하 보좌관은 “철저한 계획 없이 시작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건물은 04년 12월 30일에 사고, 사업 타당성 평가는 05년 8월 12일에 마쳤으니 순서가 뒤바뀐 것이 아닌가. 노동부는 지원받은 복권기금을 05년도로 이월할 수 없으니 건물부터 산 것이다. 일단 건물 샀으니, 건물의 효율적 운영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2백억 원은 이미 작년에 장애우들에게 지원됐어야 하는 돈이다. 돈은 이렇게 쓰고 있으면서 올해도 지원 못했고, 내년에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 5월에 오픈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이번 사업 추진과정에 있어 노동부와 공단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지원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대규모 유통업체 전혀 없어
살펴본 것처럼 ‘장애인영업장소지원사업‘의 추진과정과 현 주소는 대략 이러하다.
그렇다면 공단의 계획처럼 웰빙, 헬스케어, 실버 사업으로 장애우 1인당 연간 5천만 원의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영업장소지원사업을 둘러싼 이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실 건물을 사기 전에 주변 상권부터 분석하는 것이 보통 수순이다. 그런데 공단은 157억짜리 건물부터 덜컥 사고 나서, 8개월 뒤에야 상권을 분석해 업종을 정했다. 집합건물을 샀으니 상가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전문적으로 관리를 맡을 대행업체도 필요해진 것이다.
그래서 노동부와 공단은 이 지원사업을 대기업에 위탁 운영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돈 버는 사업에 전문적인 노하우가 없는 공단으로써는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이에 공단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신세계 이마트, 2001 아울렛, 삼성 홈플러스 등 총 7개의 국내 대표적인 유통업체와 위탁운영에 관한 사항을 놓고 접촉했다. 하지만 참여하겠다는 업체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올해 7월에는 운영을 위탁할 자본금 50억 이상, 연간 매출액 5백억 이상인 태형 유통관련 전문기업(혹은 법인)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중앙일보에 내보았지만 허사였다. 참여를 신청한 업체가 단 한 군데도 없었던 것이다.
대형 유통 업체들도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기업 이미지 향상에 사회복지를 애용해오던 그들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유통업체들은 철저히 자본의 생리로만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천호동 상권을 분석했을 것이고, 공단이 추진하려는 기본업종의 수익 또한 따져봤을 것이다. 그리고 장애우들만 7,80여명이 모여 장사하는 건물임도 간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단 측은 2001 아울렛이 계약기간이 완료되어 건물을 비웠다고 했지만, 만약 그 곳이 장사가 잘되는 ‘목‘이라면, 기를 쓰고 계속 장사하지 않았을까.
영업장소지원사업의 주 업종은 건강 관련 용품과 장애와 노인 관련용품 판매이다. 다시 말해 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다. 요즘 유통업체들이 대형화, 백화점화 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 틈바구니 속에서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공단이 사업을 추진할 건물 주변에는 이미 현대백화점과 이마트가 강동지역 전체상권을 꽉 쥐고 있으니 말이다.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천호동 프로젝트의 강점은 투자에 대한 적은 기회비용과 볼런티어 지원에 의한 원가 경쟁력, 커뮤니티 중심의 타겟고객 확보, 미래지향적인 업종 선정과 종합적인 창업지원시스템에 의한 성공률 제고에 있다. 하지만 약점은 치열한 지역밀착형 경쟁상권, 구조적 결함이 있는 상업 공간, 장애우 점주의 영업능력, 그리고 쇼핑센터의 간리운영 조직의 부재 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하나 장애우들이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자가용과 지하철인데, 이 구역은 주차 제한구역인데다가 지하철과의 연계도 쉽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주차 구역을 최대한 확보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도로 건너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나.
어쨌든 공단 측이 전국에서 추천된 후보지 42곳 중에서 심사숙고 끝에 선택했다는 천호동.
공단이 사들인 건물의 2차선 도로 건너까지는 ‘지구단위개발지역‘에 포함돼 개발을 앞두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 건물이 현재 시가 2백2십억까지는 올랐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단이야 손해 본 장사는 아니지만, 공단이 노력해야 할 것은 부동산 차익이 아니라. 생계수단에 목말라하고 있는 장애우들의 숨통을 어떻게, 빠른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틔워주느냐에 있을 것이다.
창업 희망하는 장애우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셈
정리를 좀 해보자면 작년 2월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장애인영업장소지원사업‘은 창업을 원하는 장애우 개별지원과 집합건물 매입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책정된 복권기금을 이월할 수 없으니 결국 연말에 허둥지둥 157억원짜리 건물을 하면서 표류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공단에는 이미 이와 비슷한 장애우 창업관련 지원사업이 두 가지나 있다. 하나는 ‘자영업창업자금 융자‘인데 이는 담보가 가능한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연3%의 전세금을 융자하여 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영업장소전대지원(이하 전대지원)‘으로 이는 담도능력이 없는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전세권 설정이 가능한 건물에 한해서 공단이 건물을 임대하여 장애우에게 임대료만 받고 지원하는 것이다.
2000년도부터 실시하고 있는 두 지원 사업 중에서, 영업장소지원사업은 초기에는 전대지원사업과 유사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아직 지원도 하지 않은 영업장소지원사업 때문에 매년 20억이 넘던 전대지원사업 예산은 올해 절반으로 깎였다. 공단의 고용환경개선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대지원 사업의 예산은 10억원인데, 8월 현재 이미 100% 집행이 끝났기 때문에 올해는 더 이상 신청도 못하는 상황이다.
영업장소지원사업이 작년에 이미 지원됐어야 함을 고려해보면, 창업을 희망하고 있는 장애우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영업장소지원사업과 관련해서, 복권기금은 물론, 공단에도 배정된 내년 예산이 없다. 이번에 복권위원회가 기금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이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노동부와 공단은 죽으나사나 복권기금만 바라보고 있는 처지다.
이에 대해 신청하 보좌관은 “사업은 투자가 기본이고, 실패했을 때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 사업이 잘 되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어찌할 것인지, 현재로선 답이 없다. 위탁 받은 대행사야 손 털고 가면 그만이지만, 장애우들에게는 생계가 걸린 문제다. 이들은 장사를 해서 생계도 유지해야 하고, 관리비도 내고, 홍보를 위한 이벤트 등도 해야 한다. 하지만 장사가 안 되면 홍보를 못하고, 그렇게 되면 장사도 어려워진다. 그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준비된 예산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나 공단이 지원사업과 관련된 내년 예산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에는 속사정이 있다. 창업을 지원해주면 나머지는 본인 책임인 현 상황에서 적자 났다고 공단의 기금을 끌어올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 생계가 막막한 장애우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 건물에 입주한 7,80여명의 장애우들에게 쓸 예산을 쓰겠다고 나서도 국회가 선뜻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부와 공단은 장애우들의 ‘생계‘를 놓고 이래저래 눈치만 보고 있는 처지다.
몇 천짜리 전세를 얻을 때도 고민이 많은데, 하물며 157억원이라는 돈을 쓰면서 무턱대고 건물부터 사다니, 그 돈이 얼마나 큰 건지 감 잡기도 어려운 서민들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단 건물부터 사놓고, 사업 타당성과 상권을 분석해 주 업종을 정한다는 것이 말이다. 이것은 처음부터 철저한 계획 없이 시작된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졸속행정의 예다. 원래 있던 전대사업 예산은 절반으로 깎여 8월 이후로는 신청조차 못하는데다가, 이미 작년부터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졌어야 할 이번 지원사업은 안착도 못하고 둥둥 떠다니고만 있는 상황이니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앞뒤 잴 시간도 없이, 철저한 계획도 없이 부랴부랴 사업을 진행시킨 것 자체가 문제다. 아니 어쩌면 이 지원사업은 태생부터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5월에 확정 받은 2백억이라는 돈을 무슨 수로 연말까지 다 쓰냔 말이다. 애초부터 창업을 희망하는 전국의 장애우들에게 개별 지원하기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그러다보니 담당 공무원들은 자연히 한번에 돈을 쓸 방법을 찾을 밖에.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종길 의원은 이에 대해 “사업 포기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거나 건물 매각 후 로또 복권기금을 다른 용도의 지원금으로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그 대안으로써 “▲비슷한 성격의 장애우 창업지원 사업을 통폐합하고 효과적인 추진방향을 검토해야 함 ▲장애우 창업지원사업의 특화된 영역개발이 필요함(기능보유 장애우 지원, 장애보조기구 등 특화된 상품영역 개발, 전문적인 창업보육과정 지원 등)”등을 제시했다.
현재 장애우 고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들의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책이 필요한지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즉석에서 선심 쓰듯 정책을 지시한 청와대도 이번 지원정책의 표류에 책임이 있다.
그리고 현 장애우들의 상황과 비교분석조차 하지 않고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니 실무만 하면 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관련 공무원들 또한 반성해야 한다. 이들의 정책결정 여부가 곧 장애우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니까 말이다.
노동부와 공단에게 심사숙고 해야 할 일은 매입한 건물의 효율적 관리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과 효율 논리로 기회마저 박탈당한 장애우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글 사진 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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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돈 2백억을 써놓고도 “정책 추진과정을 밝힐 아무런 의무가 없다”고? 함께걸음은 이번 ‘장애인영업장소지원사업‘을 취재하면서 이 사업을 추진한 노동부와 공단을 인터뷰 하고자 했다. 그러나 양 쪽 모두 인터뷰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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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게 꿴 첫 단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스럽다” 함께걸음은 장애인 영업장소지원사업‘ 추진과정에 대해서 노동부와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공식적인 입장을 듣고자 했다. 그러나 두 기관의 잇따른 인터뷰 거절로 무산됐다. 함께 : 이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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