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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정신지체인의 성(性)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대안마련을 위한 심포지엄

정신지체인의 성, 생의 전반에 걸친 욕구 충족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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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4일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는 작년에 이어 ‘제2회 정신지체인의 성(性)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대안마련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경원사회복지회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이현혜(대구대 연구교수) 상담실장이 ‘정신지체장애인의 성행동 실태와 정신지체인의 성에 대한 교사의 인식 연구’를 발표하고 이 심포지엄을 주최한 대한성공회 나눔의 집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의 유찬호 신부가 ‘정신지체인 기관의 성행동 사례’를 발표했다.

또 일리노이주 평등위원회(Equip for Equality)의 지나 나이디치(Zena Naiditch) 대표가 참여해 미국의 상황과 서비스제공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이 날 마련된 종합토론 시간에는 지정토론을 맡았던 서울 성베드로학교 박용숙 특수교사와 성지장애인작업활동시설 정진옥 시설장을 비롯해 방청석에도 주로 정신지체인 관련 시설종사자들이 참여해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고민들을 나누는 뜻 깊은 자리였다.

 

정신지체인의 성행동 실태와 관련 교사들의 인식정도에 차이 커
첫 번째로 발제한 이현혜 상담실장은 “여성부(2004) 상담통계 분석에 따르면 장애우의 성폭력 피해가 59.7%로 비장애인의 2배에 달하며 그 중 정신지체인이 53.2%로 가장 많은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신지체인의 성적 피해에 대한 대책 및 예방이 시급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렇게 정신지체인의 성폭력 피해가 심각한 것은 성폭력 개념인지, 상황판단력, 사회적 대처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성교육을 통한 올바른 지식 습득과 성태도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정신지체인의 성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성문제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정신지체인의 성행동 실태와 관련 교사의 인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고 연구의 취지를 설명했다.

연구는 서울시 그룹홈 및 특수학교에 다니는 정신지체인 중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의미전달이 가능한 정신지체인 50명과 서울 경기지역의 특수학교, 그룹홈, 장애인복지시설 등에 근무하는 교사 164명을 대상으로 1대1 면접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정신지체인의 성행동 실태와 관련 교사들의 인식정도에 차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정신지체인의 68%가 이성교제를 하고 싶다고 말한 데 반해 교사는 54.9%만이 이성교재에 찬성한다고 응답했으며, 정신지체인의 40%가 이성과 성관계를 하고 싶다고 대답한 반면 교사의 대부분은 이성교제시 손을 잡는 친구사이가 적절하다(41.3%)고 답하고 성교까지 가능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3.9%에 불과해 정신지체인의 욕구와 교사들의 인식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결혼에 대해서는 이러한 인식차이가 더욱 커서 정신지체인의 60%가 결혼하고 싶다고 대답한 데 반해 교사는 결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경우가 12.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수의 교사는 ‘피임교육을 전제로 찬성’(34.1%)하는 의견을 보였고, 불임을 전제로 찬성(26.2%)하거나 반대한다(2.4%)는 대답도 적지 않아 상당수의 교사들이 정신지체인의 결혼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사의 79.9%, 정신지체인의 불임수술 필요성 인정
교사들이 결혼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를 제대로 양육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50.9%)과 ‘부모와 같은 정신지체인을 낳을 것이라는 두려움’(36.4%)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신지체인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임신에 대한 불안감은 불임수술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서 더 잘 드러난다. 정신지체인의 불임수술에 대해 ‘적극 찬성’(12.2%)이거나 ‘필요한 경우도 있다’(67.7%)고 대답한 교사가 전체의 79.9%인데 반해 불임수술이 인간답지 못하다는 대답은 12.2%에 불과했던 것. 결혼 후 불임수술에 대해서도 매우 필요하다(10.4%)와 필요하다(20.7%)가 응답한 교사의 31.1%를 차지한데 비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교사는 11.0%에 불과했다.

이러한 결과는 교사들이 여전히 정신지체인의 불임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이현혜 상담실장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교사들이 정신지체인의 성적 권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현장 실무자로서의 걱정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덧붙여 “정신지체인의 성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부모, 교사를 비롯한 정신지체인 관련 모든 사람들의 성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며 따라서 정신지체인 성교육과 함께 부모, 교사의 성교육이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지체인의 성, 모험과 안전사이의 미묘한 균형이 필요하다
이 날 심포지엄에서 관심을 모은 또다른 사람은 일리노이주 평등위원회(Equip for Equality)의 지나 나이디치(Zena Naiditch) 대표.

그는 “정신지체인 역시 성인으로서 성적인 표현을 할 권리가 있고 성에 관련된 충분한 지식을 접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용당하거나 학대를 당할 위험에 직면하기도 하기 때문에 권리와 책임 양자간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관련기관의 종사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관련 종사자들이 이에 대해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각 기관에서는 정신지체인의 성적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안내서, 규정, 세부 절차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날 나이디치 대표의 주장이었다.

나이디치 대표는 “정신지체인이 성에 대한 지식, 분별력, 자발성을 가지고 있다면 결혼이나 성교에 대해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를 판정할 수 있는 지표로  성행위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성관계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영향을 이해하고 있는지  피임방법을 알고  성병을 예방할 수 있는지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말하고 원하는 것을 나타낼 수 있는지  강요나 부당한 압박을 막을 능력이 있는지  대인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분별력과 판단력이 있는지  일처리와 판단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등을 들었다.

또, 발표를 마치면서 나이디치 대표는 “정신지체인의 성적 권리를 위한 여러 가지 지침과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성적권리 수준에서만 그치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성, 출산, 양육 등의 교육을 받고 집까지 아이에게 적합하도록 수리를 마치고도 유모차의 벨트가 느슨해져 아이가 미끄러지는 작은 실수 때문에 양육권을 박탈당한 정신지체인 부부의 사례나 정신지체를 이유로 이혼과정에서 양육권을 박탈당한 여성 등의 사례를 들며 “성적 권리만이 아니라 사랑, 결혼, 육아 등 정신지체인 생의 전반에 걸친 욕구들을 폭넓게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날의 심포지엄을 준비했던 유찬호 신부는 “그동안 정신지체인의 성문제는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정신지체인의 성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정신지체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성실태가 어떤지, 이들의 성문제 해결을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토론이 활발히 펼쳐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신지체인의 성(性)에 대한 사회적 인식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한국의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대안을 찾기 위한 논의의 장이 계속 마련되고,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다양한 사례들을 정립해 가는 과정에서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느리지만 꾸준하게 사회를 변화시켜나가는 강한 힘이 될 것이다.

작성자조은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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