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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2005 한일 장애인 국제교류대회 (3)

일본 중증장애우 사업장 방문기

본문

복지가 아니라 노동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일본의 장애우고용 현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중증장애우가 일할 수 있는 사업장운동이 활발하다는 점에서 보면 큰 차이가 있다.
지난 95년부터 장애우권익문제 연구소는 일본 공동연(일본장애인차별과싸우는전국공동연합회)과의 교류를 통해서 일본의 사업장을 여러 차례 견학했다. 그리고 연구소 차원에서는 그렇게 배운 것들을 중증장애우들의 노동권 확보 방안으로 펼쳤던 사업장 운동에 적용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엔 사업장 운동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퇴보의 길을 가는 사업장도 있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방문은 좀더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중증장애우 사업장 운동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살펴보는 데 필자의 초점이 맞춰졌다.

▲구라시노의 보도. 재활용사업장인
이곳은 재활용품의 대부분을 지역사
회 내에서 수거하고 있다. 정부와 지역사회를 끌어들이고 있는,일본 공동연의 사업장 운동
공동연은 일본 전역의 자립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우들의 조합으로 1984년 결성되었다.
현재 일본에 5천여 개의 장애우 자립작업장이 있는데 그중 2천여 개가 넘는 자립작업장이 공동연에 참여하고 있을 만큼 공동연은 활발한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공동연에 참여한 자립작업장들은 기본적으로 상호교류를 확대하고 공동상품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장애우 현안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공동연의 모습은 장애우 자립장 내의 조합구성을 모색하고 자립작업장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의 노동성, 후생성, 건설성과 협의하여 장애우가 일하는 데 필요한 각종 정책과 권리로써 복지를 요구하는 활동을 하는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공동연의 사업장들은 그동안 장애우에게 가해지는 차별에 저항하고 싸우면서 철저하게 장애우 노동권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여느 사업장들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들 사업장은 중증장애우 역시 제도적 장치에 의한 보호가 아니라 비장애우 장애우가 함께 하는 ‘노동을 통한 사회참여’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지속적인 정책적 협의하면서 장애우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사업장, 노동을 통한 자기실현의 기반

▲공생 심포니. 장애우와 비장애우 사이의
작업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은 이 사업장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 일본 국내산 밀을
사용해 쿠키와 빵을 만들고 있다. 현재는
원두커피 판매 사업도 추진 중이다.

공동연은 사업장 운동 초기부터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자기만족을 얻고 자기 정체성을 찾을 수 있으며 반드시 노동을 통해 자기실현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연의 사업장들은 경증장애우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우 역시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현재 공동연 속해 있는 사업장들을 살펴보면,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작업공정을 최대한 세분화시켜서 중증장애우들이 그 생산 과정에 참여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중증장애우도 노동을 통한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 사업장의 모습은 통해 중증장애우들의 생존을 복지적 차원에서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차원에서 풀어감으로써 중증장애우가 노동자로 함께 일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통합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또 공동연에 속해 있는 사업장들은 일을 통해 얻은 수익을 똑같이 분배한다는 원칙도 가지고 있다. 물론 부양할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조금 더 받기도 하지만 일단 발생하는 수익은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개개인이 어떤 일을 하는가, 얼마나 생산하는가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분배하고 있다. 다만 장애우의 경우 추가로 기초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기초연금을 포함했을 때의 임금 수준이 노동자 간에 일정하게 되도록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업장 방문에서 무엇보다 놀란 점은 사업장들이 모두 10년 이상의 지역사회 활동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철저한 지역운동 실천의 모습은 인쇄사업장을 비롯해서 과자와 빵을 만드는 사업장을 방문하면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우리가 ‘공생 심포니’ 사업장에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만든 빵과 과자를 뇌성마비장애우가 운전해서 납품하고 있었고, 정신지체장애우는 영업팀에서 일을 하면서 비장애우와 함께 지역사회의 학교나 유치원등에 방문하여 홍보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 사업장은 이렇게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꾸준히 활동하면서 지역사회 내에서 믿음과 신뢰를 쌓아나갔고, 제품 개발을 통해 사업장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면서 결국 중증장애우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업장으로 만들어 온 것이다.

▲뽀뽀. 일본 국내산 밀로 만든 무방부제 최고급
쿠키를 고수하는 이 작업장은 작업과정을 세분
하여 중증장애우가 공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가운데 앉은 뇌성마비장애우가 이 사업장의 대표
이다. 일본 사업장 운동의 기반이 된 사회보장제도

한국과 일본의 사업장 운동을 살펴볼 때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사업장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가 있느냐이다. 일본과 한국은 이 지점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현재 일본 정부는 모든 장애우에게 재산에 관계없이 한달에 약 8만 3천엔(83만원 정도)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의 장애우 자립사업장이 지역을 기반으로 그만큼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장애인연금제도의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장애수당 제도만 있을 뿐 연금제도가 없으며, 그나마 있는 장애수당도 경재활동 즉 일을 하면 주지 않기 때문에 일본과 제도적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이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법인에서 운영하거나 사업장 등록이 되어있는 사업장에 운영비도 지급하고 있다.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5백만엔(5천만원)정도가 된다고 하며 전체 사업장을 운영에서 적자를 면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단다. 물론 이러한 장점은 역으로 보면 일본의 경우도 아직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없이는 재정자립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때문에 사업장을 운영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에는 여러 가지 수당들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수당들이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가져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은 현재 7만엔 한도 내에서 주택에 들어가는 비용의 약 50%를 다달이 지급하고 있다. 그 밖에 장애 유무를 떠나 가족부양수당과 운전수당을 지원하고 있고 중증장애우들에게는 별도로 개호서비스도 지원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을 통해 일본의 장애우들은 혼자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이 중증장애우가 지역사회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욕구와 능력으로 이어졌다고 생각된다.

일본의 사업장 운동은 중증장애우의 노동권 보장과 진정한 의미의 사회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업장 운동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영향을 미쳐 관련 정책을 바꿔내고 제도적 지원을 받아냈다. 현재 일본의 사업장 운동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사회복지제도들과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업장 운동 역시 이번 방문을 계기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진정한 중증장애우의 노동가치 현실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 오영철(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실 활동가)

 

▲인쇄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 사업장 네꼬. 가정에
방치되어 있던 재가장애우들을 사회로 끌어내기
위해 사업장을 시작했다는 이곳은 무려 30년의 역
사를 가지고 있따. 이곳은 25년 전부터 지방정부의
지원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동일임금 보
장이 이곳의 기본 가치다.

▲고라꾸 레스토랑. 10년 째 제과공장을 운영하던
이곳은 3년 전 고라꾸 레스토랑을 열었다. 현재 요
리는 비장애우가 서빙은 장애우가 담당하고 있다.
작성자오영철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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