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한일 장애인 국제교류대회 (4)
본문
장애우에게 적합한 성년후견제도가 필요하다
- 한국은 현재 성년후견제도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성년후견제추진연대가 작년 10월 발족하면서 12월에는 국회에서 성년후견제 도입을 위한 첫 공청회를, 지난 5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침해사례발표회를 열어 성년후견제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를 알려내는 활동을 했다.
성년후견제도는 발달장애, 정신장애, 정신지체, 노인성 치매 등으로 특정한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한 제도다. 그리고 또 이들이 타인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보증을 서는 등의 경우에 그에 대해 후견인의 동의를 얻거나 후견인이 대리하게 함으로써 그의 재산을 보호하고, 보호시설 등에 갈 경우 인권침해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신상감호를 실시함으로써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보충하는 제도이다.
일본은 이미 1999년에 이러한 성년후견제를 도입하여 벌써 시행 5년째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일본 방문은 성년후견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본 성년후견제도의 시행 모습과 시행하면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실제로 후견인이 의뢰인을 만나 후견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일본의 성년후견제 도입과정에 참여해 활동했던 오사카 어드버커시 법률 사무소 이케다 나오키 변호사를 만나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성년후견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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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다 나오키 변호사 |
현재 일본의 성년후견제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일본은 금치산·준금치산제도를 개정하여 보조(신설)·보좌(기존 준금치산 제도 개정)·후견(기존 금치산 제도 개정)으로 나뉘는 성년후견제를 도입했다. 후견을 신청하면 보통은 3~4개월 내에 심리가 끝난다. 세 가지 제도 중 어디에 속할 것인지는 의사의 소견을 받아 판사가 결정한다. 이때 소요되는 감정비용은 해를 거듭할수록 낮아지고는 일지만 현재 약 10만엔(100만원)가량이 든다. 치료를 받고 있던 의사에게 감정을 받으면 이보다 더 저렴할 수도 있지만 재판관이 다른 의사에게 감정을 받는 경우는 10만엔 가량이 소요된다.
만약 이 돈도 낼 수 없는 상황에 있다면 리갈서포트에서 돈을 미리 지불하고 추후에 분할상환 하도록 돕고 있다.
후견인은 가정재판소에서 결정한다. 피후견인의 주변에 후견을 맡을 친족이 있는 경우 이들에게 질문지를 보내서 의견을 받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결정을 하는 것은 재판소이다.
후견인의 보수 역시 가정재판소가 결정한다. 가정재판소는 후견대상자의 재산상황, 후견인의 사무비용 등을 고려해서 결정한다고 하지만, 명확한 기준은 공개되어있지 않다. 피후견인이 돈이 없는 경우에는 사례비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보수가 없어도 그러한 이유로 후견을 중도에 중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사례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산이 없는 장애우의 경우에는 이들에 대한 비용을 보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후견인이 자기의사결정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경우를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는가?
보조의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견제할 수 있다.
보통은 주요한 법률행위시에 실패할 수도 있으므로 보조자의 동의를 받아서 실행한다. 그러나 의뢰인이 보조인에게 대리를 하도록 허락하면 보조인인은 의뢰인의 동의 없이 법적 처리가 가능하다. 이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본인이 보조인의 행동에 대한 취소할 권리를 갖지만 본인이 취소를 하지 않은 채 일정 시간이 지나버리면 법률행위가 유효하게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후견인 감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후견감독인은 사례에 따라 다르다. 전문직을 선정하면 후견감독을 따로 두지 않는다. 가족이 선임된 경우에 후견감독을 두는데, 그것도 정기적으로 재산상황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보고를 받는 정도이다.
부모가 임의후견인 계약을 대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언제부터 효력을 발휘하는지?
부모에 의한 임의후견인 계약은 미성년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미성년인 경우에는 애초부터 미성년후견제도가 따로 있어서 재판상이나 친족사이에서 후견인이 설정된다.
만약, 임의후견을 대신해 유언에 재산을 누가 관리할 것인지를 명시하면 재산과 관련해서는 유언에 명시된 사람이 담당할 수도 있지만 지금 말하고 있는 후견인은 법원의 결정에 따른다. 그렇게 해서 재산관리인과 법정후견인이 서로 다른 사람으로 결정되는 경우 둘이 충돌할 수도 있다. 여기에 우선권을 가진 사람은 없다. 이런 경우에 어렵다. 현재는 복수의 후견인이 될 수 있도록 개정했다.
입법과정에서 주요 반대세력이 누구였나?
주로 장애우운동단체들이 성년후견제도가 장애우의 자기결정을 제한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그들은 장애우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통해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일정부분 공감한다. 성년후견제가 아니더라도 정신지체장애우의 경우 성인이 되어서까지 부모의 간섭을 받기 때문에 재산을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상황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해당되는 사람은 소수이다. 게다가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장애우들이 자기결정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당사자가 자기결정을 연습해 본 적이 없는 장애우라면 더 많은 정보를 받으면서 자기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반대에 부딪혔을 때 우리는 일단 성년후견인제도 안에서 피후견인이 본인 의견을 반영하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성년후견제도 이용을 의무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면 이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설득했다.
한국에서 제도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후견제도는 크게 영미식과 독일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론적인 뒷받침이 되어있는 영미식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미식을 따르고 싶었다. 그러나 일본은 독일식 민법을 가져왔기 때문에 영미식 법을 따르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일본은 지금 기존제도에 보조인 제도를 하나 더 추가해서 시행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이론이 뒷받침된 영미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만약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일본처럼 추가하는 방식으로 결정될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것은 일본의 경우 성년후견제도가 노인문제 때문에 입법되었다. 따라서 장애우의 경우에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정신지체장애우를 자녀로 둔 경우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30이 되도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후에 그런 자녀의 재산을 다른 사람들이 관리하게 한다는 데에 걱정이 많아서 후견인 제도를 쉽게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따라서 한국의 입법과정에서는 장애우에게 적합한 후견인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는 성년후견제도가 만들어질 때 개호보험과 함께 만들어졌다. 개호보험의 경우에는 계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인의 입장에서는 연금도 받고 재산도 있기 때문에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할 때 금전적인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지만, 장애우의 경우에는 돈이 없는 사람이 많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제도를 도입할 때는 돈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비용지원이 있어야 제대로 된 제도시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인터뷰진행 성년후견제추진연대 / 통역 정일교
(카톨릭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정리·사진 조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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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케다 변호사의 열강이 끝나고 성년후견제추진연대 사람들과 한컷. 뒤에 보이는 칠판에 하나 가득 쓰여있는 글이 열강의 흔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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