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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 특별기획 (4)| 다시 들춰보는 함께걸음 역대기자들의 취재수첩 ③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첫 걸음

본문

중증지체장애우를 처음 취재하던 그 날
‘함께걸음’에서 200호 기념호를 발간한다면서 청탁을 해왔다.
원고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책상에 앉으니 ‘함께걸음’에서 일하는 동안 마주했던 수많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자기 삶의 테두리 안에서 정말 힘껏 살아내던 아름답고 귀한 얼굴들… 허나,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이 작은 지면에서 다시 쏟아내기는 어렵겠다 싶어 ‘함께걸음’ 과월호를 뒤적이다가 2001년 봄에 떠났던 ‘장애우 국토종단-도시탐험’ 기사에 눈길이 멈추었다.

나는 ‘함께걸음’에서 일하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중증장애우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었다. 학교 다니던 시절 장애아동생활시설에서 자원활동을 했다는 것, 가까운 지인이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장애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잡지 만드는 일이야 4년 넘게 해왔던 것이니 별반 두려울 게 없었지만 장애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그것을 독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일은 참으로 막막한 숙제였다. 우선을 장애를 가진 취재원을 만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처음 중증지체장애를 가진 취재원을 만나 취재를 하던 그날 나는 얼마나 쩔쩔맸는지 모른다.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온몸의 경직된 근육을 있는 힘을 다해서 쓰고 있는 듯한 그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짠하고 불편했다. 가령 그가 나에게 건네줄 서류를 휠체어 뒤에 매달린 가방에서 꺼내기 위해 기를 쓸 때 그걸 내가 꺼내주는 것이 그를 돕는 것인지 그가 혼자 꺼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그를 돕는 것인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들어도 알아듣기 어려운 그의 말에 알아들을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다시 말해달라고 해야 하는 건지 알아들은 몇 마디로 대충 이해를 해야하는 건지…

▲2001년 5월호 특집으로 이나라 기자가 썼던 장애우 도시탐험
국토종단 "땅끝에서 서울까지 동행취재기"에 실린 사진.
2001년 4월 13일부터 7박8일 동안 장애우 6명, 비장애우 4명으
로 참가단을 구성해 떠난 장애우 도시탐험 국토종단은 대도시
에서의 장애체험을 통해 편의시설 환경을 몸을 부딪혀 점검하
고, 이를 통해 장벽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메시지를 전
달하고자 기획됐다.

2001년 5월, ‘장애우 도시탐험, 국토종단 동행취재기’
막연한 동정의 시각을 갖는 것을 경계하고 장애복지를 시혜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면 안된다고 마음을 다잡아도 그 불편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취재원과 헤어지고 나서도 한참을 그 고통의 정체를 규명해보려고 꽤나 에너지를 쏟았지만 별다른 답을 얻지 못한 채 ‘함께걸음’에서 활동을 시작한지 두 달만에 ‘장애우 국토종단-도시탐험’이라는 기획취재가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 동행 취재는 장애 현장 경험이 없는 내가 ‘함께걸음’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가책’을 다소 해제해주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도시탐험의 모든 과정이 진행자의 도움 없이 각자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첫 번째 도시탐험 관문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목적지를 바로 눈앞에 두고도 턱의 높이가 조금이라도 낮은 길을 찾아 우회하거나 위험한 차도를 가로지를 수밖에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했고, 은행에서는 너무 높은 턱 때문에 예금청구서를 엎드린 채 써야했다. 시각장애우들의 경우 길을 건널 때 점자유도블록이나 음성유도신호기 등의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이들의 도보는 실질적으로 목숨을 담보하는 것이었다. 필요한 물건을 사러 상점에 들렀을 때는 걸인 취급당하기 일쑤였고, 모처럼 야구경기장에 갔을 때 경기장 직원들은 3루수 방향에 사람이 없어 한산하다며 장애우들의 장기 결정권을 무시하고 3루수 방향에서 관람할 것을 종용했다. (분명히 우리는 외야석 쪽에 앉기를 원한다고 말했는데도 말이다)
그러는 동안 나는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는데 어쩌면 변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내가 ??서있는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길을 걸을 때면 노면이 고르지 못한 것에 화가 나기 시작하고 건물을 지날 때마다 무수한 턱을 공연히 차서 발가락을 다쳤다. 장애우들을 유아 취급하고, 그들의 결정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는 이들을 만날 때는 나도 모르는 사이 그런 문제들에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지만, 서로 동일한 입장에 놓여보는 것은 서로를 쉽게 이해하고 연대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애을 이해하는 첫걸음, 함께걸음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사색』에서 “친절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나는 ‘함께걸음’이 독자들에게 ‘입장의 동일함’을 경험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 직접 만나지 못하지만 기사를 통해 서로 같은 입장에 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키워간다면 서로 다른 곳에 서있더라도 연대할 수 있고, 사랑하게 되고, 친절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글 이나라
저는 2001년부터 02년까지 함께걸음에서 활동했지요. 지금은 한국잡지협회 홍보팀에서 사보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답니다. 떠나온 지는 오래지만 항상 ‘함께걸음’과 같이 걷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성자이나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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