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에서 벌어진 장애아 학대의 진실
본문
지난 5월 16일, 경기도 성남시 단대동의 주택가 옥탑방에 갇혀 학대받던 장애아동들
![]() |
| ▲밖을 내다보는 아동들 |
이와 관련된 제보를 받은 "조건부신고복지시설생활자인권확보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준)"(이하 시설공대위)는 두 차례의 사전 방문으로 옥탑방 아이들의 감금 및 학대상황을 확인, 장애인권단체 및 아동학대예방센터, 언론사 등과 함께 합동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밝혀진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 시설의 원장 최 모씨(50세,남)는 야탑동에 "지인언어치료원"이라는 사설치료교육원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 원장은 잘 꾸며진 야탑동의 치료원에서 입소상담 및 부모 상담을 하고, 그 후에 아이들을 단대동의 옥탑방(이하 솔잎원)으로 옮겨 사실상 "사육"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설치료교육원은 현재 전국적으로 어디에 얼만큼이나 있는지, 어떤 내용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 미신고 복지지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번 솔잎원 장애아동학대 사건을 함께걸음이 심층 취재했다.
"나의 마지막 봉사, 칭찬은 못해줄망정 이게 무슨 짓이냐"
이번 장애아동학대 사건은 경기도 성남시 단대동 주택가의 옥탑방에 있던 "솔잎원"에 자원활동을 간 중학생들의 제보로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제보를 받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김정하 활동가는 "솔잎원에 자원활동을 나간 학생들이, 원장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아동의 뺨을 몇 차례 때려 코피가 터지는 것을 보고 교사에게 말했고, 이 상황을 들은 교사가 제보해 조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시설공대위는 4월 28일과 5월 12일 두 번에 걸쳐 학생 및 교사와 함께 솔잎원을 방문, 장애아동을 감금, 학대하는 상황을 확인했다.
특히 두 번째 사전방문 시에는 원장이 중증의 장애아동들만을 남겨둔 채 외출 중이었고, 원장이 알려준 대로 열쇠를 찾아서 따고 들어갔다고.
심한 악취와 불결한 위생상태, 보호자도 없이 방치하고 있는 상황과 아이들의 몸 여기저기에 든 멍 자국까지.
이에 시설공대위는 지난 5월 16일 장애인권단체 및 아동학대예방센터, 언론사 등과 함께 시설을 급습, 장애아동들을 성남시 소망재활원으로 옮겨 긴급일시보호 시켰다.
솔잎원의 최 원장은 지난 20일 ▲장애아동 학대 방임 등의 아동복지법 위반 ▲감금·폭행 등의 상해죄 ▲시설인가에 관한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가 인정되어 구속됐다.
그럼 지난 16일 현장조사 당시, 솔잎원 상황을 짚어보자.
성남시 단대동 주택가 한 가운데, 3층짜리 건물 옥탑에 있는 솔잎원은 한 사람이 지나기도 위태로운 좁고 가파른 복도와 계단, 2~3층 사이에 있는 철문까지 거쳐야 했다. 이러한 옥탑구조 안에서 현관문까지 밖에서 걸면, 사실상 옥탑방에 있던 장애아동들은 갇힌 상태였다.
당시 솔잎원에는 8세부터 25세까지 중증의 발달장애나 자폐, 정신지체가 있는 아동들이 남녀구분 없이, 보호할 사람조차 없이 방치되어 있었다.
옥탑은 방 두 칸, 거실 겸 주방,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열 명의 아이들이 사용할 만한 교구는커녕 기본적인 살림조차 거의 없었다. 방에 있던 살림살이로는 스테인레스 밥그릇 대 여섯 개와 물주전자, 가스레인지, 이불 두 어 채, 칫솔 하나, 대형 쓰레기봉투가 차지하고 있던 장롱 등이 전부였다. 아이들의 대부분은 속옷도 입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식사나 잠자리 등을 얼만큼이나 배려 받았을지, 충분히 짐작이 될 것이다. (당시 원장은 옥탑에 있는 열 명의 아이들 이름조차 거의 모르고 있었다.)
방과 거실 전체는 신문지로 온통 도배되어 있었고, 안팎으로 방범창이 처진 창문도 잠금장치를 철사로 묶어놓아 열 수조차 없었다.
조사 당일에도 원장은 시설에 없었고, 밖에서 문이 잠겨진 상태로 아이들만 있었다.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우루루 몰리자 아이들은 흥분해 소리를 질러댔다. 시설공대위와 인권단체들은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한편, 그 중에 의사소통이 되는 몇 명의 아이에게 원장의 폭력적인 상황을 확인했다.
한 아이는 다듬이 방망이를 가르키며 "원장님이 저걸로 OO를 때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아동학대예방센터 주진관 씨는 솔잎원의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중증의 장애가 있는 아동들만 방치하는 상황 자체가 아동학대인 긴급상황이다. 더구나 사고에 무방비인 아동들만 남겨둔채 밖에서 문을 걸고 외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시설공대위 및 장애인권단체들이 실태파악에 여념이 없는 동안, 현장에 출동했던 성남시청 사회복지과 담당자는 슬그머니 계단을 내려가 원장에게 전화를 해주었다.
연락을 받고 온 원장은 3층에 있었음을 주장하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최 원장은 "내가 3층에서 살면서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아이들만 방치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자원봉사 오는 사람들도 많아서 사실상 아이들만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항변했다. 또한 최 원장은 "신문지를 도배한 까닭은 이렇게 신문지를 죽죽 찢으면서 아이들의 손근육이 발달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방범창을 손으로 드르륵드르륵 긁는 시범은 보이며 "이런 소리도 음악치료의 일환이며, 내가 새로 개발한 치료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야탑동 치료원에서 이렇게 중증의 장애아동들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들어 이 옥탑방을 마련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야탑동 치료원에서 교육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 원장은 아이들을 때린 적도, 학대한 적도, 가둔 적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아이들 똥 빨래도 내가 직접하고, 국산콩으로 담근 된장도 직접 끊여서 먹인다"며 빨래통에 담겨있던 옷가지들이나 된장항아리 등을 확인시켜주는 등, 웃지 못할 헤프닝도 벌였다.
최 원장은 "나도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이다. 장애가 생기니 장애우들의 마음 알겠더라. 그래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힘든 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칭찬은 못해줄망정 갑자기 쳐들어와서 이게 무슨 짓이냐. 정말 억울하다."며 격분했다.
신문지 찢게 하고, 창살 두드리는 소리 들려주는 것이 종합적인 재활교육?
![]() |
|
▲신문지 찢게 하는 것이 종합적인 |
앞서 말한대로 "솔잎원"이라는 미신고시설을 운영하던 최 원장은 지난 20일 ▲장애아동 학대· 방임 등의 아동복지법 위반 ▲감금·폭행 등의 상해죄 ▲시설인가에 관한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가 인정되어 구속수사중이다. 그리고 경찰 조사에서 최 원장은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이며 특수교육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자격증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 원장은 이 시설을 만든 지 일 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인근지역 주민들은 2003년 9월경에 이사왔다고 전했다.
그리고 최 원장은 "솔잎원"외에도 1999년부터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에 "지인언어치료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시설이 열악하다라는 말도 부족한 솔잎원에 비해, 지인언어치료원에는 특수교사와 보조교사가 있었고 깔끔하게 정리된 교구와 숙식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지인언어치료원 개원시부터 일했다는 특수교사 김 모씨도 아이들이 치료원과 솔잎원을 번갈아 다니면서 교육을 받아왔다며 원장을 적극 옹호했다. 하지만 그녀는 단대동의 옥탑에는 만들어진 초기에만 다녀갔을 뿐이라고 밝혀, 그 곳의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솔잎원에 있는 아이들을 언제 봤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치료원에 있던 파트타임 보조교사는 "본지 몇 달됐다."고 얼결에 답했다가 당황해, 다른 말로 얼버무려 상황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충격적인 또 한가지 사실은 아이를 보낸 부모들은 대부분 단대동의 옥탑방을 몰랐다는 것이다.
지인언어치료원외에 다른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부모도 몇몇 있었지만, 옥탑방에 직접 가본 부모는 없었다. 따라서 부모들에게, 아이들이 동물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솔잎원에 있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셈이었다.
부모들은 입소상담은 물론 면담 때마다 지인언어치료원이나 교회에서 아이를 만났다고 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아이니 주로 원장하고만 상담을 했던 상황.
부모들에 따르면 최 원장이 아이가 좋아지고 있으니 기다려라, 일반학교 보낼 정도까지는 만들어주겠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부모들은 아이의 일상이나 교육에 대해 혹시나 하는 의심이 들어도 장애가 심한 아이를 맡긴 약자 입장에서 그것을 확인해 보기는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렇게 최 원장은 이러한 부모들의 약점과 의사소통이 안되는 아동의 장애를 십분 이용해 악랄한 범죄를 저질러 왔던 것이다.
장애아동 볼모로 벌인 한 편의 사기극
![]() |
| ▲지인언어치료원내부 |
최 원장은 지극히 상반된 이 두 시설로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
위와 같은 상황들을 종합해본 결과, 기자의 머릿 속에는 이런 가상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우선 최 원장은 이미 언어치료원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특수교사 김 모씨와 함께 성남시 야탑동에 "지인언어치료원"을 개원한다.
개원해 보니 학교나 복지관, 시설 등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의사소통이나 신변처리도 잘 안되는 중증의 자폐나 정신지체 등의 장애가 있는 아동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중증 장애아동의 부모들은 생계나 교육 등의 이유로 아이들을 맡길 곳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도 눈치를 채게 된 것이다.
그래서 최 원장은 이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리면 장사(?)가 되겠다는 구상을 한 것이다.
게다가 현재 사설치료원은 간판만 달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은가.
최 원장은 사업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서 지인언어치료원에는 4~5명의 장애아동만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부모들에게 개별교육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또 다른 시설이 필요하게 된다. 부모와의 모든 면담은 어차피 언어치료원에서 하면 되니까, 다른 시설은 단지 아이들을 수용하는 용도로만 만들면 되는 계산이 나온다.
앞서 말한대로 "솔잎원"이라는 미신고시설을 운영하던 최 원장은 지난 20일 ▲장애아동 학대· 방임 등의 아동복지법 위반 ▲감금·폭행 등의 상해죄 ▲시설인가에 관한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가 인정되어 구속수사중이다. 그리고 경찰 조사에서 최 원장은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이며 특수교육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자격증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말한대로 "솔잎원"이라는 미신고시설을 운영하던 최 원장은 지난 20일 ▲장애아동 학대· 방임 등의 아동복지법 위반 ▲감금·폭행 등의 상해죄 ▲시설인가에 관한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가 인정되어 구속수사중이다. 그리고 경찰 조사에서 최 원장은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이며 특수교육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자격증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최 원장은 이 시설을 만든 지 일 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인근지역 주민들은 2003년 9월경에 이사왔다고 전했다.그리고 최 원장은 "솔잎원"외에도 1999년부터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에 "지인언어치료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시설이 열악하다라는 말도 부족한 솔잎원에 비해, 지인언어치료원에는 특수교사와 보조교사가 있었고 깔끔하게 정리된 교구와 숙식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지인언어치료원 개원시부터 일했다는 특수교사 김 모씨도 아이들이 치료원과 솔잎원을 번갈아 다니면서 교육을 받아왔다며 원장을 적극 옹호했다.
하지만 그녀는 단대동의 옥탑에는 만들어진 초기에만 다녀갔을 뿐이라고 밝혀, 그 곳의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솔잎원에 있는 아이들을 언제 봤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치료원에 있던 파트타임 보조교사는 "본지 몇 달됐다."고 얼결에 답했다가 당황해, 다른 말로 얼버무려 상황을 짐작케 했다.그러나 충격적인 또 한가지 사실은 아이를 보낸 부모들은 대부분 단대동의 옥탑방을 몰랐다는 것이다.
지인언어치료원외에 다른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부모도 몇몇 있었지만, 옥탑방에 직접 가본 부모는 없었다. 따라서 부모들에게, 아이들이 동물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솔잎원에 있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셈이었다.부모들은 입소상담은 물론 면담 때마다 지인언어치료원이나 교회에서 아이를 만났다고 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아이니 주로 원장하고만 상담을 했던 상황. 부모들에 따르면 최 원장이 아이가 좋아지고 있으니 기다려라, 일반학교 보낼 정도까지는 만들어주겠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부모들은 아이의 일상이나 교육에 대해 혹시나 하는 의심이 들어도 장애가 심한 아이를 맡긴 약자 입장에서 그것을 확인해 보기는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이렇게 최 원장은 이러한 부모들의 약점과 의사소통이 안되는 아동의 장애를 십분 이용해 악랄한 범죄를 저질러 왔던 것이다.최 원장은 지극히 상반된 이 두 시설로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
위와 같은 상황들을 종합해본 결과, 기자의 머릿 속에는 이런 가상 시나리오가 그려졌다."우선 최 원장은 이미 언어치료원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특수교사 김 모씨와 함께 성남시 야탑동에 "지인언어치료원"을 개원한다.개원해 보니 학교나 복지관, 시설 등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의사소통이나 신변처리도 잘 안되는 중증의 자폐나 정신지체 등의 장애가 있는 아동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중증 장애아동의 부모들은 생계나 교육 등의 이유로 아이들을 맡길 곳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도 눈치를 채게 된 것이다.그래서 최 원장은 이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리면 장사(?)가 되겠다는 구상을 한 것이다.게다가 현재 사설치료원은 간판만 달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은가.
최 원장은 사업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서 지인언어치료원에는 4~5명의 장애아동만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부모들에게 개별교육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또 다른 시설이 필요하게 된다. 부모와의 모든 면담은 어차피 언어치료원에서 하면 되니까, 다른 시설은 단지 아이들을 수용하는 용도로만 만들면 되는 계산이 나온다.
아이들은 어차피 의사소통조차 잘 안되고, 된다 해도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니 옥탑방의 상황이 알려질 걱정은 별로 없는 셈이다. 아이를 만나겠다고 하는 부모들이야 갖가지 핑계로 따돌리면 그만이니까."
비록 기자의 상상이지만, 틀림없는 것은 최 원장이 장애아동과 부모들에게 "교육"을 미끼로 사기를 쳐 장사했다는 것이다.
도보로 5분 거리의 동사무소도 몰랐다고 발뺌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 또 하나.
솔잎원은 주택가와 상가가 빼곡히 있는 단대동의 한 시장통 사거리, 3층 건물의 옥탑에 있다.
장애가 심한 아이들이 집단 생활을 하는 상황이니 동네 주민들이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아이들을 열 명이나 데리고 있겠다는 사람에게 흔쾌히 세를 줄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니 흔히 말하는 동네 주민들이 봉사하는 미담이나 반대로 지역이기주의인 님비현상이 있거나 할 법하지 않은가.
원장은 주민들이 자주 도와준다고 했지만, 기자의 취재결과로는 솔잎원 인근 지역주민 중에는 그 옥탑까지 올라가 본 이는 거의 없었다. 이들은 "중증의 장애아동들만 있는 옥탑까지 올라가 볼 이유도 별로 없고", 한 번 올라가보려고 해도 "건물 주인여자가 사는 3층에 철문이 잠겨 있는 경우가 많다" 고 답했다.
현장 조사에서 원장은 3층에서 살면서 옥탑의 아이들을 위해 똥빨래도 하고, 식사도 직접 만들어 올라와서 떠먹인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지 본다면, 건물주와 원장이 합심(?)해 솔잎원을 지역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시켜왔으며, 사실상 장애아동들을 사육해왔다는 그림도 그려지는 것이다.
사정을 모르기는 동사무소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단대동사무소와 솔잎원은 같은 골목에, 도보로 5분이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기자는 한겨례, MBC, KBS 등을 통해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다음 날 단대동사무소를 찾아갔다. 그런데 동사무소 공무원들도 매스컴을 통해서 알았단다.
단대동사무소는 작년 하반기에 솔잎원에 현장조사를 갔다고 한다.
기자는 현재 다른 구로 자리를 옮긴, 작년에 솔잎원을 방문 조사했던 최 모 사회복지전문요원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최 씨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동네 부녀회장이 장애우들만 모여 사는 곳이 있다고 하길래, 마침 복지부에서 미신고복지시설 양성화지침이 내려와 있기도 하고 그래서 조사를 나갔다.
조사를 갔을 때 원장은 3층 사택에서 만났고, 애들은 자원봉사 아주머니와 함께 있었다. 당시 시설을 물론 열악했다. 그 정도 냄새는 미신고 복지시설 어디나 다 난다. 워낙 아이들이 많고 대소변 처리가 안되니까."라고 설명했다.
똥빨래며 건강도 좋지 않을 아이들의 식사준비 등에 익숙치 않을 50대 남성인 최 원장이 마지막 봉사라고 여기고 직접 다 해줬다며 주장하고 있는 솔잎원의 상황과 미신고 복지시설은 당연히 열악하다는 담당공무원의 복지인식 수준.
우리 사회 미신고 복지시설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중학생도 감지하는 인권유린, 왜 공무원들만 모르나
이번 사건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최 원장이"지인언어치료원"이라는 사설치료교육원과 "솔잎원"이라는 미신고 시설을 운영하면서 벌인 사기행각이었다.
최 원장은 부모들로부터 월 60만원에서 100만원의 교육비를 받아 챙기면서도 중증의 발달장애, 자폐,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부모도 모르게 열악하기 짝이 없는 솔잎원에 감금하고 학대해 왔던 것이다.
최 원장은 말도 잘 못하고, 몇몇 아이의 경우 신변처리도 불가능할 정도로 중증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든 더 낫게 해 보겠다는 부모의 간절함을 철저히 짓밟고 이용했다.
김정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활동가는 이번 사건에 대하여 "장애의 특성상 아동들이 부모에게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십분 이용한 사기"라며 "부모들이 최 원장에 대해 약간씩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의심스럽다고 또 어찌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용기를 못내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원장이 사기 친 것으로만 결론 내려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시설의 이름을 걸고 자행되는 여러 반인권적인 행위에 대해 국가가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사설복지기관을 감독하지 않고 있으며, 또 이런 상황에서 사설복지기관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장애아동과 부모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복지가 적절한 방법으로 공공화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설과 관련해서 계속 같은 문제가 되풀이해 발생하고 있다.
물론 이를 이용해 사기를 친 한 개인도 나쁜 놈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사회구조의 문제다."라고 지적하며 "이는 시설중심으로 가는 복지정책의 근본부터 뒤집어야 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솔잎원은 작년 하반기에 단대동사무소가 현장 조사를 한 후, 성남시청 사회복지과에서 올해 초 다시 조사를 벌여 복지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복지부의 복지자원정책과 조귀훈 사무관은 "미신고 복지시설 한 두 개를 처리할 수는 없고, 미신고 복지시설 양성화 지침이 종료되는 오는 7월 이후 민관 합동 조사를 해 일괄 처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솔잎원을 방문했던 공무원들은, 서로 미리 짜기라도 했는지, 솔잎원과 그 안에 있는 장애아동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슷했다.
그들은 "미신고 복지시설의 악취는 기본, 열악한 환경은 당연"하다는 식이었다. 한마디로 별로 문제될 것이 없었고, 또 문제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성남시청에서는 복지부의 미신고 시설 양성화 정책에 부응해, KT&G가 돈을 대는 "미신고 복지시설 설비 개보수 지원 사업"에 솔잎원을 추천하기까지 했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번 사건은 솔잎원에 자원활동을 갔던 중학생들에 의해서 세상에 드러났다. 중학생의 눈으로도 감지되는 인권유린의 상황인데, 일명 사회복지전문가라는 담당공무원들은 왜 몰랐다는 것일까.
복지시설에 현장조사를 나가는 담당공무원들은 과연 누구와 눈을 맞추고, 누구의 말을 듣고 있는 것일까.
최근 생활인들에 대한 인권유린, 보조금이나 후원금 횡령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기도 안양시 바울 선교원이나 강원도 인제군 귀둔심신수양원의 경우도 현장조사를 한 담당공무원들은 "별 문제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김정하 활동가는 "시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유린의 문제를 시군구 담당 공무원이나 복지부 관계자 등의 인권에 대한 약간의 감수성 결여나 직무태만 정도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피해자들에게는 모든 인생이 격려 있기 때문이다.
시설의 인권유린 문제는 이들이 받을 수많은 서비스 중에서 한 두 개의 서비스를 못 받아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학대나 감금, 성폭력의 문제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범죄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관련 공무원들의 책임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안된다. 이것은 분명한 직무유기다."라고 못 박았다.
오랜 기간, 당사자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사적인 영역을 보장받지 못하고 강제적인 규율에 얽매여 단체 생활을 하는 곳이 시설이다. 시설은 위의 이유만으로도 반인권적인 존재다.
그러나 복지부는 현재 1200개로 추정되는 미신고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신고시설의 조건을 완화해 돈까지 주면서(2004년부터 2006년까지 천 억여 원의 예산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양성화하고 있다. 그리고 복지부는 1200개 중에서 최소한 1100여개는 신고시설로 전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있는 미신고 복지시설 대부분을 제도권에 넣어주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함께걸음과의 통화에서도 "조건을 완화해 누구나 시설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시설 위주의 복지정책을 더욱 견고하게 할 것임을 내비쳤다.
현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나 쉽게 복지시설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복지정책의 중심은 누가 있어야 할까.
그것은 시설운영자가 아니라, 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는 중증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단체생활 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있다. 그리고 원장의 경영난은 헤아리지만 그 안에 사는 장애우들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들이 시설에서 보내는 삶 또한 단지 일괄처리 할 대상일 뿐이다.
"사설치료교육원, 우후죽순처럼 하고 있지만 현황도 모르고, 규제할 법도 없다"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이 아동들을긴급히다른일시보호처로옮기고있다 최 원장은 "지인언어치료원"이라는 명패를 내걸고 "특수아 전문치료교육기관"이라며 중증의 장애아동을 받아 미신고 복지시설까지 만들었다.
특수교육과 관련해 아무런 자격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최 원장이 치료원을 운영하고, 교육목적으로 이용하는 치료원이 시설처럼 운영된 것은 사설치료교육원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사설치료교육원은 학원법에도 특수교육진흥법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야말로 틈새시장이다.
사정이 이러니 사설치료교육원에 대한 설비 기준은 물론 교사 자격에 관한 기준조차 없다. 행정처분을 할 근거가 없으니, 정부가 사설치료교육원의 현황파악을 할 이유 또한 없다.
작년 12월 국립특수교육원이 발표한 "유아특수교육의 수혜대상 확대를 위한 사설특수교육실 평가 인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사설치료교육원은 전국적으로 "조기교실", "언어치료실", "특수교육센터", "발달연구소"등의 이름으로 난립해 있다고 한다.
현재 학원과 교습소는 개인이 운영하는 유료 시설이나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아 교육감으로부터 시설 설비 기준은 물론 수강료까지 지도감독 받고 있단다.
이에 반해, 사설치료교육원은 어떠한 국가기관의 규제도 받고 있지 않으며 그 역할과 위치가 모호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저질의 서비스에 장애 영유아와 그 가족들이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권택환 연구사도 "사설치료교육원은 이 계통에 조금만 공부한 사람이면 다하고 있다고 본다. 우후죽순처럼 하고 있지만 현황은 모른다. 별 자격이 없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치료한다고, 돈 받아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현재 없다."고 인정했다.
권 연구사는 "그동안 사설치료교육원이 워낙 취약해 문제가 되고 있어온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공교육에서의 특수교육 전달체계, 그러니까 특수학교나 특수학급도 모자라는 판이라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라고 변명했다.
덧붙여 권 연구사는 "학교가 없어서 학원이 생기냐"면서 "특수교육을 공교육화 시키고 국가가 할 만큼 해도 이러한 사설치료교육원 시장은 아마 계속 생길 것이다. 이는 부모들이 자녀의 장애를 인정하지 못하고, 좀 더 배우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수요 때문에 공급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권택환 연구사에 따르면 사설치료교육원과 관련된 의원입법발의가 되어 있는 상황이고, 이는 학원법에 넣을지, 아니면 특수교육진흥법에 포함시킬지, 그도 아니면 평생교육법에 넣을지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했다.
장애 때문이든 병 때문이든지 간에 아픈 자식이 더 좋아지기만 한다면야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것이 부모 입장이다. 더구나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중증의 장애가 있는 자식이 아닌가.
국가는 당연히 아동과 부모들이 여러 사회복지 서비스 중 맘에 드는 것을 선택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배우거나 보호받을 수 있고, 거기에다가 검증된 전문가에게 더 높은 질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장애 유무를 떠나서 미래를 짊어질 다음 세대를 위해 국가가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사회 안전망이다.
게다가 장애가 있는 아이라면 더 견고한 사회 안전망이 필요함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턱없이 부족한 장애영유아 공적 교육 체계와 주 단기 보호 서비스, 서비스 대상을 선별하고 있는 지역사회 복지관, 자격요건도 까다롭고 파고들 자리조차 없는 신고시설 등은 부모들이 위험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사설치료교육원이나 미신고복지시설을 찾게끔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면밀히 살펴보면 여러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복지부는 올 7월 이후 미신고 복지시설 문제를 어떻게든 단칼에 해결하겠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달려들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사설치료교육원의 난립으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우선순위가 아니여서 못했다는 변명만 하고 있다.
문제를 알지만 묵인하는 것은 정부가 여기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틈새에 교묘히 파고들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아동의 장애를 이용해 아이들을 학대 감금하면서도 "교육"을 미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최 원장의 계산이 치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장애아동에 대한 정부의 현실적인 보호대책이 부재한 가운데 가족에게만 책임이 부과되는 현실에 놓인 부모들은 이제 아이를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있다.
이러한 삼각구도 한가운데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더 깊이는 의사소통은 물론 신변처리도 잘 안되는 중증의 장애아동들이 놓여져 있다.
솔잎원에는 열 명의 중증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갇혀 있었다.
복지부가 한두 개의 문제만 따로 처리할 수 없다며 미신고 복지시설 양성화 지침의 마감기간인 올 7월까지 미루고 있는 동안, 교육부가 사설치료교육원과 관련한 법을 어느 법 체계에 넣을지 고민하는 동안, 부모가 설마 하는 의심을 외면하고 생계에 매달리는 동안, 솔잎원 아이들은 창살에 갇혀 신문지를 찢고, 원장의 방범창 긁는 소리를 듣고, 공포스런 폭력을 견디며 숨죽이고 있었다.
우루루 몰려든 기자들의 후레쉬 세례에 놀라 비명을 지르고,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낯선 곳에 억지로 옮겨져야 하는 당황스런 상황에 놓였던 것도 바로 아이들이었다.
솔잎원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이 아이들이다.
하지만 학대와 감금으로 얼룩졌을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책임지겠다는 어른은 없었다. 각자의 입장과 고통만을 토로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이번 사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가 있는 이 아이들의 삶이다.
솔잎원에 조사를 갔던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 있는 교육부과 복지부 담당자들이 여기에 민감하게 주목했다면, 솔잎원 아이들의 삶은 더 일찍 바뀌었을 것이다.
|
"애들 장애가 너무 심하니까, 전기자극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함께걸음은 사건직후 성남의 중부경찰서에 조서를 쓰기 위해 온 최 원장과 특수교사 김 모씨를 만났다. 이들에게서 솔잎원과 지인언어치료원에 관한 더욱 상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에 최 원장과 김 교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한다. 솔잎원과 지인언어치료원, 시설을 두개로 분리한 이유는 무엇인가?
|
|
가족의 상황을 고려하는 국가지원, 장애아동 보호의 일순위 치료교육은 장애아동의 평생을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교육과정이다. 치료교육을 언제 어떻게 받느냐 또한 매우 중요하다. 유병주 소장은 한마디로 "서구 유럽에서는 장애아동이 가족의 보호 아래 교육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