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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오히려 정부가 밉고 원장이 고맙다"

솔잎원 장애아동 부모들의 인터뷰

본문

함께걸음에서는 경기도 성남시 솔잎원 장애아동 학대 사건과 관련해 솔잎원에 아이를 맡겼던 부모들을 인터뷰했다.
사건의 또다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부모들은 소식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중증의 장애가 있는 자식을 키우면서 새까맣게 탔을 부모들의 가슴은 또 한번 무너져 내려야만 했다.
이에 함께걸음은 국가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중증의 장애가 있는 아이를 고스란히 책임져야 했던 부모들의 심정을 들어봤다.


인터뷰1 A양(10세)어머니

"일반 학교 보낼 정도로 만들어 주겠다는 말만 믿었는데…"

정말 생각조차 못했어요.
야탑 아파트에서 가르치는 줄만 알았지, 단대동에 그런 시설이 있으리라고는…
교회에서 소개 시켜줘서 알았고, 아이를 보낸 지는 4년 정도 됐지요.
아이를 만날 때야 항상 미리 약속을 잡고 가니까, 그리고 만날 때마다 야탑 아파트에 있었거든요. 다른 곳에 아이가 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어요.

그리고 다른 집은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아이를 자주 만나지도 못했어요. 보러 간다고 하면 캠프나 프로그램 핑계를 대며 안된다고 했어요. 아무리 사정을 해도 안 보여줬어요.

내가 사정사정해서 한 번 보러 가면, 아이를 잠깐 안아보기도 무섭게 원장이 아이 보고 다른 방에 가서 놀라고 일으켰거든요. 너무 오래 안고 있어도 아이가 엄마가 가면 적응 못한다고. 그래서 주로 원장하고 상담하면서 아이의 상태를 들었죠. 항상 갈 때마다 원장은 아이가 좋아지고 있으니 좀 더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8살 때 특수학교를 보내려고 데려오려고 했지만, 원장이 학교 갈 때가 안 됐다고 하더군요. 좀 더 가르쳐 일반학교 보낼 정도로 만들어주겠다고 해서 그 말을 믿었는데…

우리는 그 말만 믿었는데… 그런데 설마, 설마 그러리라고는… 원장은 우리에게 야탑에서 아이들 공부도 가르치고, 운동도 시키고, 환경적응 시킨다고 야외로도 많이 데리고 나간다고 했습니다. 먹는 것도 조미료 안 쓰고 멸치가루 내서 쓴다고 까지 했어요. 먹는 것도 최고급이라고 했고요.

명절 되면 아이가 더 보고 싶어 집에 좀 데리고 올까도 했지만, 원장은 아이가 환경이 바뀌면 상태가 더 안 좋아진다고 해서 그래보지도 못했어요. 엄마 한 번 보면 상태가 안 좋아져서 그것을 회복하는데 일주일이나 걸린다고 해서 그저 참기만 했는데…

이럴 수는 없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좋아요.

인터뷰2 B군(21세)어머니

"국가가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해 주었나요? 저는 차라리 원장이 고맙습니다."


지인언어치료원의 상황을 알죠. 모르는 거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를 다시 치료원에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제 가슴 아프고 놀란 거 어떻게 표현하겠습니까. 

우리 아이는 심한 중증 자폐가 있습니다. 말도 못하고 간질도 있죠. 발작이 심해,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물리거나 쥐어뜯기기 일쑤지만, 막을 수도 없습니다.

교회를 통해서 지인언어치료원을 알게 되었고, 월 100만원 씩 냈었고, B를 보낸지는 한 2년 정도 됐지요.
집에는 시어머니가 파킨스 병과 치매를 앓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어떻게 돌보나요. B가 흥분하면 어린 동생과 시어머니 다칠까봐 그야말로 공포 상황이 됩니다.

B를 치료원에 보내기 전에는 ㅊ재활원에 있었어요. 그러다 사춘기가 되면서 문제행동이 심해져 재활원에서 쫓겨나다시피했죠. 그래서 일주일 정도 같이 지냈는데, 이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지옥이 따로 없는 그 상황을…, 모르실 겁니다.

그래서 고민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다니던 교회에 장애아동부서 전도사가 지인언어치료원을 알려줘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B는 주로 교회에서 만났어요. 아이는 볼 때마다 문제 행동이 많이 줄은 듯했고, 원장이나 교사가 통제를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차츰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언제던가, 지인언어치료원을 소개해 준 전도사가 언어치료원말고 거처가 또 있는 것 같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가보려고 했으나 원장이 꺼려해서 결국엔 못 갔어요. 원장에게 B를 다른 곳에 보내지 말고 야탑에 있게 해달라고 부탁만 했죠. 원장은 알았다고 했습니다.

원장이 아이들에게 그렇게 했다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프지만, 한 편으로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중증인 아이들을 열 명씩이나 돌보면서 어떻게 매일 사랑과 희생으로만 대할 수 있겠어요. 저도 회초리를 쓰는데, 오죽하겠나 싶은 마음도 듭니다. 저희 집에도 아이 때문에 방범창 다 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누가 나에게 백만원 주면서 24시간 그 아이 키우라고 하면 저는 못합니다. 이런 부모 속사정 누가 알겠습니까. 우리 아이는 지체도 있고 자폐도 심하고, 성인이어서 시설에서 받아주질 않습니다. 집에서 있을 상황도 못되고. 그나마 지인언어치료원에서는 이런 우리 애를 받아주었단 말입니다.

장애 아동이 어떻게 가족만의 문제인가요? 국가가 우리에게 해 준 것 무엇이 있나요?
저는 오히려 국가가 밉고 원장이 고맙습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를 받아주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원장이 왜 그런 시설을 부모들에게 속였을까, 하는 생각만 하면 정말 속상합니다. 아이들을 맡긴 부모인데, 왜 우리와 의논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곳에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가 방치되었단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인터뷰3 D군(10세) 어머니

"그럼, 아이를 버리란 말인가요? 이젠 정말 희망이 없는 겁니까?"


D가 다섯 살 때부터 특수교육원이고 조기교육원 등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복지원에도 있었지만, D의 장애가 너무 심하고 난폭해 수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여서, 나가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나니 더 이상 갈 곳이 없더군요.

우리 아이는 갈 데가 없어요. 그나마 여기는 우리 아이를 2년이나 받아줬다고요.
이제 저는 또 어떻게 어디로 헤매고 다녀야 하나요?

장애가 너무 심해 의사소통도 불가능하고 불시에 난폭해지는 아이와 집에 함께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아직 어린 동생도 위험해지고, 제 힘으로는 D의 난폭함을 제지할 수가 없습니다. 천상 아빠가 집에 있어야 하는데, 그럼 저희 가족들은 어떻게 사나요?

성남에 다른 시설이 있다는 것은 작년부터 알고는 있었습니다.
원장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D가 다른 곳에 있다는 말을, 치료원에 있던 아이 중에서 말을 할 수 있는 아이 입에서 우연히 들은 거죠. 물론 원장에게 따졌습니다. 그렇지만 가보기는 좀 그랬어요. 행여 원장 눈밖에 날까 싶어서. 원장을 신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이 맡긴 약자인 부모의 현실입니다.

그래요. 소식 듣고 너무 충격 받고, 가슴 아팠습니다.
장애가 심해도 그 아이는 제가 낳은 자식입니다. 제 가슴 속 어떻게 됐는지,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겠습니까.
원장이 아이를 때렸다고도 하던데, D가 집에 있었으면, 아마도 나한테 맞아죽었거나 우리 둘이 죽었거나 했을 겁니다. 그 상황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란 말입니다. 거기에 놓여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모를 겁니다. 난폭한 상황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발작하는 아이보다 더 센 힘으로 통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면 아이도 부모도 멍들기는 일쑤입니다.

난폭한 아이 제압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욕합니다. 지독한 엄마라고… 그렇다고 지하철 타자마자,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으니 어떤 상황이 있어도 이해해달라고 광고부터 할 순 없지 않습니까? 그저 맘만 졸이는 거죠. 무사히 지나가길 말입니다.

애를 받아주는 곳이 있었다면 부모들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생계를 꾸려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장애가 심하면 이렇게 받아주기만 해도 고마울 지경입니다.
부모 없는 장애아동도 넘쳐나는데, 아이를 보낼 곳이 있기나 한 줄 아십니까?

설사 자리가 난다고해도, 부모 없는 장애 아동 먼저, 영세민 먼저라서 우리까지 기회가 오지도 않습니다.
그럼 아이를 버리란 말인가요? 아니면, 그나마 생계를 포기해 영세민 되란 말인가요?
이젠 정말 희망이 없단 말입니까…

작성자최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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