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립회관 정상화를 위해 싸우는 몇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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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공대위에서 퇴진을 주장했던 이 사회에 의해 새오운 정립회관 이사장으로 선임되면서 공대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정립회관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정립회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현민씨가 공대위측 입장을 보내왔다.
지난 여름과 겨울 가장 더운 날과 가장 추웠던 날들을 함께 했던 동지들에게 다시 한번 우리가 투쟁해야하는 시간이 돌아왔음을 이야기하기가 참 미안하고 죄송스런 맘뿐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내건 단식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너무 힘들어 ‘아! 정말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여성조합원의 이야기와 조직폭력배들이 새벽에 농성장을 깨부수고 들어와 자고 있던 여성동지들은 자다가 큰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눈앞에 검은 옷에 마스크를 한 깍두기들이 보여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는 한 여성동지.
그 자리에 함께 없었음이 평생의 죄스러움이 되고, 함께 단식을 하지 않았음이 영영 짐으로 남겨져 맘 한편이 늘 답답한데, 이제 이완수가 이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얘길 정말 어떻게 꺼내야 될지 정말 그런 소식은 전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 목소리가 아닌 핸드폰 문자의 힘을 빌려 전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으로도 우리 맘을 표현할 길 없는지, 기가 찬 모습으로 넋을 잃은 사람도 있었고, 화를 넘어 헛웃음을 보이는 동지도 있었다.
“관장을 퇴임하기로 한 것이지, 이사장이 되는 것은 상관없다”
어떻게 231일의 투쟁으로 얻어낸 관장 퇴임인데, 6월이면 그는 물러날 것이고 새로운 정립회관의 발전적 모색을 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는 것인데, 그래서 그동안 조금만 참고 버티던 우리였는데, 이제 관장보다 더 높은 위치의 이사장이라니. 싸움을 벌였던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렇게 순식간에 무시와 냉대로 대응하며, 합의안마저도 져버릴 수 있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관장을 퇴임하기로 한 것이지 이사장되는 것과는 상관없다”는 그 이야기는 또 어떻게 가능한지. 지나가는 사람이 보더라도 이는 분명 공대위를, 바로 우리를 기만하고 농락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 것이다.
우리는 결단코 우리가 힘이 있다거나 권력이 있어서 이 투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힘과 권력은 없어도, 이 투쟁이 정당하기 때문에, 함께 하는 많은 동지들이 있기에, 스스로를 믿고 동지를 믿었기에 승리를 확신했었다. 그래서 가장 적당한 시기에 투쟁을 정리해야 하고 그것이 완전한 승리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모두 승리라고 판단하고 그것들을 성과로 이후에 현장에서 다시 정립회관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이후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와 합의서에 서명을 하였고, 그것을 보고 또 보아도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위안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 드는 생각은 우리가 정말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 광진구청의 중재가 있었기에 믿는 구석도 있었던 것인데, 어떤 말로도 표현될 수 없는 분노와 배신감 그것은 나만이 아닌, 231일을 함께 했던 우리 조합원동지들과 공대위동지를 모두가 그러할 것이다.
소아마비협회 이사들은, 단식하는 동지들에게 “걱정된다” “감동을 보여달라” “앞으로 잘 될꺼다” “이완수관장이 이사장될 리 없다”는 등 보기에도 낯간지러운 이미지 관리용 멘트를 날렸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들은 한자리씩 차지했다. 정립회관 이사장과 관장으로, 정립전자 원장으로.
그들의 행동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될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그 원하는 것을 위해 어떻게 싸웠는지 알면서, 그래서 자신들 스스로가 합의의 당사자이면서. 합의서와는 전혀 관계없다거나 혹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저들의 행동에, 또 다시 ‘투쟁’을 외치며 갈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들이 비록 힘과 권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투쟁의 정당성과 돈이 아닌 투쟁의 힘 바로 "동지"가 있기에 오늘 주저앉지 않고 다시 꿋꿋하게 일어설 것이다.
▲중증장애우들은심한배신감에분노의목소리를높였다
사회복지시설의 민주적 운영, 시설 인권의 기본정립회관 투쟁에서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저들이 이야기 하는 저들만의 합법성과 우리들이 주장하는 우리 투쟁의 정당성이다.
사회복지시설에서 ‘공금횡령과 참혹한 인권유린이 아닌 비민주적 운영쯤이야!’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에바다 비리이사들의 에바다 농아원에서의 갖은 공금횡령 및 인권유린과 대구 청암재단 원장의 비리, 그리고 조건부미신고 시설의 수용자들에 대한 인권유린이 왜 일어났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것은 그 시설장, 원장 개인이 정말 나쁜 놈이고, 성격이 더러워서가 아니라, 아무리 착하고 천사와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장기집권에 친인척운영에 그리고 모든 것이 자신들만의 법인 이사회에서 모든 결정과 전횡을 일삼을 수 있는 구조라면 누구라도 시설에서 악덕 원장, 인권유린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장하는 비민주적인 운영구조에 대해 그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우리가 한국소아마비협회의 이완수 이사장 결정에 반대 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하자, 정립회관 쪽에서는 직원들과 각 협회 산하 시설장들에게 이완수가 이사장된 것에 지지하는 성명서에 도장을 받으러 다녔다.
이 내용은 이완수 이사장 결정의 정당성인데, 그 정당성이라 함은 ‘한국소아마비협회 자체 인사에 관여하지 말라’와 ‘합법적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다’라는 것이다.
저들의 논리는 자신들의 절대 권력에 대한 확인과 인정 외에 아무런 내용이 없다.
그리고 저들은 자신들의 합법성에 대한 주장과 이에 대한 힘겨루기 차원에서 ‘직장폐쇄’를 공공연히 떠들고 다닌다. 자신들의 땅에 자신들이 지은 건물이 바로 한국소아마비협회 소유의 정립회관이라는 것이다. 정립회관이 사회복지공공서비스 기관이고, 1년에 10여억 원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음은 온데간데없다.
지금까지 이 땅의 사회복지가 공공서비스 영역으로 제대로 자리매김 되기보다, 정치적인 입지를 삼기위한 수단으로, 부를 축척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시설장과 법인의 복지시설에 대한 사유화 의식이다. 국가의 책임을 대신하는 역할이라기보다, 자신이 만들었고 자신이 오랫동안 경영해왔기 때문에 ‘내 것이다’는 식의 최고 권력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과 소유욕의 지나침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복지성역의 기존의 기득권세력과의 투쟁을 시작한 것이고, 1차전에서 반쪽의 승리라고 이야기 했으나, 다시 2차전 투쟁을 앞두고 있다.
그들에게 패배는 없었을지 모른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에바다 투쟁승리와 대구 청암 투쟁에 대해, 그 외의 모든 투쟁을 자신들이 당당히 승리하였노라 외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있는 수천, 수만이 될지 모를 소위 사회복지시설에서 일어났었고,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더럽고, 추악한 기득권세력들의 행태들과 각종 인권유린과 비민주적인 독단적, 독선적 운영에 대한 투쟁에 결코 우리가 주저앉고, 좌절할 수 없는 것은, 그곳은 바로 사람이 살고 있고, 그곳에서 희망을 찾는 그리고 그들의 삶을 계획하는 장애우, 노인, 아동들이 있으며,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회복지노동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단순히 ‘수용시설’, ‘이용시설’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너무나 많은 이들이 이 자본주의 사회와 격리되어 살아가고 있으며, 그곳을 뛰어넘어야만 진정한 인권이 발현될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시설을 뛰어넘기 위해 지금 시설의 민주운영과 시설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결국 시설을 없애는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내가 10여 년 전에 만났던 장애운동을 하던 선배들은 장애운동의 주체로서 정립회관을 점거했고, 시설비리 척결과 민주적 운영구조를 외쳤다. 그러나 10년 후 나와 중증장애우 동지들이 이 자리에서 투쟁을 이야기 할 때 그들은 이미 기득권세력이 되어 버렸다. 이미 그 선배들은 우리에게 장애운동을 교육시키고, 투쟁에 함께 했던 동지가 아니다. 새벽 폭력침탈과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목숨을 건 단식농성에 침묵했다. 정립회관 측과 더불어 공대위의 투쟁에 당당하게 반대 입장을 내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권력을 쫓아가며 기존의 기득권세력에 편승하고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미 그들은 우리와 다름 삶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기존의 기득권세력과의 정면투쟁을 통해 시설의 구조를 바꾸는 싸움을 할 것이고, 이후 결국에 그러한 시설을 없애는 투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중증장애를 가진 이들이 지역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으로, 동지로 만나야 할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이 투쟁을 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이 투쟁에서 한 가지 더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이용자와 노동자가 중심이 된 시설민주화투쟁. 저들은 공대위가 외부단체라고 늘상 부르짖고 있지만, 우리는 정립회관민주화를 위한 공대위야 말로 저들이 그렇게도 입버릇처럼 말했던 ‘자립생활’을 통해 스스로의 당사자성을 인식하고 장애운동 주체로 성장하는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란 것이다.
정립회관의 노동자들과 중증장애당사자들의 투쟁은 그 투쟁의 시작만큼이나 그 투쟁과정에 있어서 중증장애를 가진 이들이 주체가 되는 투쟁을 만들었다.
폭력침탈의 현장에서, 목숨을 건 단식의 그 순간에도 늘 선봉에 섰던 것이 바로 이 투쟁의 핵심인 사회복지노동자와 중증장애 당사자였고, 그들은 바로 이 투쟁을 통해 전체 노동운동진영과의 연대의 장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이러한 투쟁이 바로 노동운동의 성장과 모든 진보적인 운동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것은 함께 매일 밤 농성장을 지켰던 연대동지들이 장애를 가진 동지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또한 장애운동과 노동운동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고민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힘내자. 지금 우리의 투쟁이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이더라도,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것’일지라도 그 바위가 꼭 깨져야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꼭 깨고야 말 것이다.
‘단 한명이 투쟁할 지라도 그가 제대로 모든 것을 걸고 싸운다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하였다. 바로 그것이 ‘나’라는 결의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온갖 폭력과 협박에도, 어떤 징계와 해고에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숨에 대한 위협에도, 우리가 결코 물러서지 못함은 그들의 폭력이 아무리 두렵고 몸서리치게 끔찍하더라도 우리들의 투쟁이 정당하기에 그것에 물러설 수 없다. 그러했기에 나의 동지들은 본인의 다리와 같은 전동휠체어에 대한 반납요구에도, 자신의 생존의 필수조건인 활동보조서비스 중단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건 투쟁을 하였고, 그 맘이 결코 흔들리지 않는 한, 그 정신이 결코 변하지 않는 한 우리는 투쟁할 것이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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