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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바울이 운다, 인권유린 현장 바울선교원의 실체

미신고 시설, 인권이 없다 (1)

본문

 

지난 3월 15일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는 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조건부신고복지시설생활자인권확보를위한공대위(준)’(이하 시설공대위)가 주최한 이 날 기자회견은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바울선교원’원장 최모 씨, 현 안양시장(신중대)과 안양시 사회복지과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자리였다.

시설공대위는 바울선교원 최 원장에 대해 시설 생활인들의 개인 돈은 물론, 기초생활보장수급액, 각종 후원금 등 업무상 횡령, 정신보건법, 사기·여신 전문 금융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시설공대위 측은 “시장은 사회복지사업법상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의 주체이며 사회복지과장은 사회복지시설 담당자다. 따라서 관내 복지시설인 바울선교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할 직무상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바울선교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해 선교원에서 상시적으로 발생한 횡령 등 불법행위와 생활인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관한 행정처분이나 형사고발조치 등의 직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수행하지 않거나 거부했다.” 며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인권유린과 횡령 등을 일삼은 시설에 대한 관리소홀 책임을 물어 인권단체가 관련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장애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바울선교원은 지난 3월 10일 화재로 전소되어 시설 생활인들도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태다.
함께걸음은 지난 2월 바울선교원 관련 제보를 받아 활동을 시작한 시설공대위와 사전 방문조사부터 결합해 취재를 했다.
바울선교원의 첫 조사부터 현재까지, 함께걸음 기자의 취재수첩을 공개한다.


2월 3일 오전, 바울선교원을 방문하다

▲화재 전의 바울 선교원 전경과 생황인들의 모습
시설공대위의 현장조사 당시 생활인들은 라면과 김치,
밥 한대접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각종 질병과 장애가
있으며, 고령인 사람들이 먹기엔 너무나 형편없는
식사였다.

“여기는 사람 살 곳이 아니야. 나 좀 나가게 해줘 응? 여기서 어떻게 살라고.”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미신고 복지시설인 바울선교원.

시설공대위는 바울선교원과 관련된 제보를 받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 및 성폭행, 비인간적인 생활상, 횡령 등의 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한 시설공대위는 조사를 위한 사전방문을 계획했다. 본격적인 조사 전에 우선 현장에 가서 시설이나 생활인들의 상황을 파악하려는 것. 거기에 기자 또한 신분을 감추고 잠입했다.

공대위 측은 원장이 의심하지 않을 핑계를 만들어 바울선교원을 방문했다.
바울선교원은 안양 시내와는 거리가 있지만, 비교적 주택가 근처에 있었다. 그러나 선교원은 한눈에 보기에도 낡은 슬레트 지붕을 얼기설기 갖다 붙인 허름한 가건물이었다.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해 작전(?)을 짜고 선교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의외의 풍경이 벌어져 있었다.

‘ㅇ’라는 기독교 인터넷 방송에서 취재를 나온 것이다. 때문에 최 원장은 여기저기 안내하느라 정신없는 듯 했다. 그래서 다행히 기자는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시설 생활인들을 만날 수 있었고, 슬쩍슬쩍 사진도 찍었다.

기자는 ‘ㅇ’방송에서 도대체 무엇을 취재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취재에 여념이 없는 피디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피디는 “바울선교원은 기독교 쪽에서는 유명한 곳인데 모르시나봐요?”라며 이 곳을 소개해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곁에 있던 최 원장에게 정말 힘드시겠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자는 그만 복장이 터져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못 본 척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ㅇ’는 기독교 쪽에서 비교적 영향력 있는 인터넷 방송이란다. 이렇게 시설 소개가 나가면 후원이 물밀 듯 들어올 테고 원장만 얼씨구나 할텐데, 기자는 내심 안타까웠다.

어쨌든 기자는 시설 곳곳을 차례로 들여다보았다.
생활인들은 이러한 방문객에는 이미 익숙한 듯 시큰둥했다.

선교원에는 알콜중독, 지체 장애 및 정신적 장애, 교도소 출소자를 비롯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생활하고 있었다. 겨우 추위만 피할 수 있는 지붕 아래, 텔레비전 시청과 예배 이외의 별다른 프로그램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살고 있는 듯 보였다.

선교원 내부의 어떤 방들은 서로 다른 문으로 연결되어 있고, 방이 아닐 것 같았는데 막상 문을 열어보면 사람이 누워있기도 했다. 그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의 후미진 곳에 외진 방이 있기도 했다.
창문 없는 구석진 어떤 방은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듯 비좁아 보였고, 문이 없는 화장실도 있었고, 어느 방에는 아예 방 안에 변기가 있었다.

여자 숙소에 누워있던 한 할머니는 기자를 붙잡고 “계속 병원에 있다가 며칠 전에 막내 아들 차타고 여기 왔는데, 여기는 사람 살 곳이 아니야. 나는 아들들 전화번호도 못 외우는데 어떻게 해. 나 좀 나가게 해줘 응? 여기서 어떻게 살라고.”하며 흐느꼈다.

그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잠깐 동안, 벽이며 장판에는 애들 손가락만한 큰 바퀴벌레들이 활개를 치고 다녀 선교원의 환경상태를 짐작케 했다.
선교원에 간 활동가들은 각자 선교원의 열악한 환경들을 점검했고, 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몇 가지 정보를 알아냈다.
공대위 측은 사전방문을 이정도로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현장조사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2월 3일 오후,  제보자를 만나다
“원장에게 맞아서 이마가 찢어져 피범벅이 되고, 이빨이 흔들리는 공포스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구요!”
바울선교원 방문 후 기자는 시설공대위 측와 함께 선교원의 비리를 제고하겠다는 제보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제보자는 선교원과 오랜 기간 알고 지내온 터라 그간 선교원에서 벌어졌던 내용을 상세히 기억했다.

먼저 제보자의 내용을 간추려보면  원장의 생활인 기초생활보장수급액 및 개인 돈 횡령 , 후원금과 물품 착복  원장 및 원장남편의 폭력과 성폭행  비인간적인 생활환경 등이었다.

제보자는 선교원의 생활인들 중에서 상당수가 입소비를 내고 선교원에 들어왔다고 했다. 불법 시설인 미신고 복지시설은 입소비를 받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원장은 입소조건으로 버젓이 입소비를 요구하고 있었다. 원장은 이와 관련해 증빙서류를 해주지 않았고, 돈이 없어서 못주겠다고 버티고 있는 상태라서 생활인들은 나가고 싶어도 못나가고 있는 상태라고.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입소비는 몇 백만 원부터 3천만 원이 넘는 금액까지, 액수가 상당했다.

또한 원장이 시설생활인들의 교통사고 보상금이나 국가로부터 나오는 장례비 등까지 가로채고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제보자는 “이상하게 수급권자가 아닌 사람도 선교원에 들어오면 수급권자가 된다”며 원장이 수급권자인 생활인들의 통장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원장이 ㅊ교도소에 설교하러 다닌 지 10여년이 넘는다. 교도소에서는 중병에 걸려 죽을 날을 받아놓은 사람들을 가출소 시키는데, 이들을 보낼 데가 없으니 이런 미신고 시설로 보내고 있다.”며 “교도소 출소자들의 경우, 교도소에서 작업해서 벌은 약간의 돈이 있는 통장을 가지고 나오는데 원장은 이들을 받는 조건으로 그 통장을 내놓을 것을 강요했다.”라고 했다. 제보자는 청송교도소 교도관의 소개로 한 사람이 후원금 1억을 보내줬으나 이도 원장 개인의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최 원장 아들이 호주에 있는데, 한 달에 몇 백만원씩 용돈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제보자의 증언도 가히 충격적이었다.
선교원의 정신적 장애가 있는 한 여성 생활인의 경우, 같이 생활하던 남편이 수감되자 원장이 강제로 다른 남성 생활인과 결혼 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원장은 이 여성을 경북 안동에 신축한 시설에 있는 남성에게도 보내 부부생활을 강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덧붙여 그는 생활인들끼리의 성폭행이나 폭력은 물론, 원장 남편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장도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으나 묵인하고 있단다.

제보자는 “생활인들이 원장과 알콜중독자인 원장남편에게 수시로 구타를 당해, 이마가 찢어져 피범벅이 되고, 이빨이 흔들릴 경우가 다반사여서 매우 공포스러워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알콜중독자인 생활인들도 술이 취하면 거동이 어려운 장애우들을 지속적으로 폭행한다고 했다.

식사는 푸드뱅크에서 들어오는 것이나 시장에서 팔다 남은 야채 등을 얻어오고 있으며, 가까운 교회에서 후원하는 옷가지들도 좋은 것은 업자에게 팔고, 팔지 못한 것들만 생활인들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수도요금 아끼려고 지하수를 이용하는데 부유물이 육안으로도 보이는 것을 그냥 식수로 쓰고 있다고. 그런 탓인지 선교원 생활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피부병을 가지고 있으며, 머리도 짧게 깍을 수 밖에 없단다.

이렇게 제보자의 증언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들이었다.
국민소득 2만불을 외치고, 최첨단 IT강국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요즘 시대에, 왜 미신고 복지시설들에는 ‘상상을 초월하는’일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들이 장애우가 아니었다면 원장이 생활인들을 사람취급하지 않는, 이런 반인권적인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전국 각지에 천여 개가 넘는 미신고 복지시설이 있다.
물론 복지 시설 중에서는 국가도 버린 사람들을 거두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사회와 분리되어 있는 그 곳에서, 이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과연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3월 9일 오전 12시, 바울선교원 현장 조사를 시작하다
“밤이 무서워요. 남자들이 틈만 나면 여자 방에 들어와서 행패를 부려요. 나도, 다른 여자들도 많이 당했단 말이예요!”
시설공대위는 사전방문 결과를 토대로 드디어 바울선교원에 대한 본격적인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공대위는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 아동학대예방센터 등의 몇몇 시민단체들과 언론사,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 변호사 등을 조직해 3월 9일 오전 바울선교원을 찾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들어가자 최 원장은 어디서 취재를 왔나 싶어 반갑게 맞이했다. 그러나 이내 사태가 파악되자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이러는 거야? 나는 할 얘기 없어!!”라며 면담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리고 곧바로 사무실에 들어가더니 선교원 현황이 적혀있던 칠판부터 지우기 시작했다.

국회의원이 바울선교원에 떳다는 소식을 들은 안양시청은 부랴부랴 사회복지과장, 동사무소 사회복지전문요원, 정신보건센터 직원 등을 선교원으로 급파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느냐는 공대위의 항의에 안양시 사회복지과장은 “미신고 시설이라 지원한 것이 없어 감사가 불가능하죠. 몇 번 온 적은 있지만, 시설이 열악한 것 외에 들은 바도 없습니다. 몇 년전 알콜중독자의 폭행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는 사건도 없었고요. 이렇게 성폭행이나 기타 폭행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어쨌든 복지부에서 지침이 내려와야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결정합니다.”고 밝혔다.

공대위 측이 미신고 시설이라고 할지라도 신고시설에 준하게 관리하게 되어 있지 않느냐고 다시 따져 묻자 사회복지과장은 지원한 돈이 없어 장부 볼 권리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사람 있나 없나만 체크한 정도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안양시청이 가지고 있는 생활인 명단 중에는 바울선교원에 없는 사람도 많아 그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기자도 생활인들을 만나 취재를 시작했다.
선교원에 온지 6년째며 가족도 없다는 김 모씨(59. 남. 지체1급)는 “중풍으로 거동을 못하게 되자 어느 날 친구들이 둘러메고 여기에 버리고 갔다”며 “맨날 혼자 누워있는 것이 일상이죠. 뭐. 술 취한 사람들에게 맞는 것도 부지기수죠. 어쩝니까? 막을 수도 없고 말리는 사람도 없는데… 무방비로 맞기만 하는 거죠. 주정뱅이들은 시간만 나면 정신 오락가락하는 여자들을 끌고 나가요. 나가서 뭐하겠어요? 뻔하지. 원장도 그런 일 다 알아요. 수급권? 저는 수급권자인데 통장도 도장도 없어요. 어떻게 된 건지…누가 어떻게 쓰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 곳은 법 밖의 곳이에요. 여기에 왔으면 이 곳 법을 따라야겠죠.”고 말했다.

또한 현 모씨(42. 여)는 “남편 사망 후 갈 곳이 없어서 다른 목사 소개로 아이와 함께 여기에 오게 됐는데요… 여기는 원장이 대통령이에요. 여기서 김씨와 결혼했는데, 그이는 술만 먹으면 애도 때리고 저도 때리기 일쑤예요. 저는 밤이 무서워요. 밤마다 사건들이 있어요. 그리고 남자들이 틈만 나면 여자 방에 들어와서 행패를 부리는 통에 더 무섭죠. 나도, 다른 여자들도 그 짓 많이 당했어요. 가족요? 천안에 엄마와 오빠가 있죠. 하지만, 저보고 여기서 죽으래요. 왜 태어나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나가서 식당 일이라도 하면서 혼자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 모씨(51. 남. 지체1급)는 이 곳에 온지 벌써 11년째.
그는 열세번이나 탈출을 시도했으나 그 때마다 다시 잡혀 이 곳으로 왔다고 한다.
“술 취한 사람들이 엄청 때리죠. 원장 남편에게도 맞았죠. 누워 있는데, 아귀도 맞고 발뒤꿈치로 가슴팍도 맞았죠. 원장요? 원장도 여기 사람들 툭하면 때리죠.”라고 증언했다. 그리고 “반찬? 김치 멸치… 또 뭐가 있나… 생각 안나요.”

이 모씨는 자신이 수급권자이지만 통장과 도장을 원장이 모두 가져갔다고 말했다. 현재 수급액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또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른다고.

또한 이 씨는 “원장이 내 의료보호 카드도 가지고 있어요. 병원 한 번 갈려면 의료보호 카드 달라고 얼마나 사정을 해야 하는지 모릅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러는 와중에 최 원장은 슬그머니 선교원을 빠져나가 어디론가 도망쳐 버렸다.

이렇게 긴박한 상황에서 공대위는 활동가들을 통해 생활인들과의 1:1면접조사를 했고, 생활인이 입원해 있다는 병원 등을 찾아가 조사를 했다.

그리고 장향숙 의원실과 공대위 측은 조사 후 고소인 정 모씨와 함께 안양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시설 내 일어날 수 있는 보복조치 등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원장은 모습을 감춘 채 측근 생활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무실 내의 금고와 서류 등을 지키도록 조종했다. 그리고 오후 내내 지인들을 보내 상황을 염탐했다.

이에 공대위는 안양경찰서에 즉각적인 증거압수(생활인 통장, 후원금 장부 등)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따라서 공대위 측은 불안해하는 생활인들을 안정시키고, 증거인멸이나 원장 측근 생활인들에 의한 폭력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네 명의 활동가가 시설에 남기로 했다. 또한 안양경찰서에 강력히 요구해 의경 2명을 배치했다.

이렇게 긴박했던 3월 9일이 저물고 있었다.

3월 10일 새벽 5시, 바울 선교원 화재 발생
“소화기도 없고 수도는 잠겨 있어 물이 나오질 않았다. 초기에 충분히 끌 수 있었는데, 불

▲3월 10일 새벽 바울선교원에서 불이 났다.
화재 진압 당시의 사진. 새벽 5시경 발생한 화재는
15분만에 선교원을 집어삼켰다고 한다.
을 끌 방법이 없었다”
3월 10일 새벽 5시 30분경.
정적을 가르며 핸드폰이 요동을 쳤다.
“바울 선교원에 불이 났어. 빨리 좀 와줘. 빨리!!” 공대위 활동가의 다급한 목소리.
잠을 자던 기자는 정신없이 카메라를 챙겨 허겁지겁 택시에 올라탔다.

15분후 도착한 선교원 길목. 그러나 이미 소방차 예닐곱 대가 길을 막고 있었고 근처에는 자욱한 연기와 코를 찌르는 탄 냄새가 가득했다.

아직 날이 밝지도 않은 컴컴한 상태에서 자욱한 연기 속에 선교원 밖에는 생활인들이 내복차림으로 추위에 떨며 넋이 나간 채 모여 앉아 있었다. 119 구조대원들은 화상 입은 생활인을 들것에 옮기고 있었으며, 상황을 확인하는 사람들과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고함소리로 현장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

5시에 발생했다는 화재는 15분만에 선교원을 집어삼켰다고 한다.

선교원에 남아있던 박숙경(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팀장은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퍽하고 전기가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뛰어나와 확인해보니 여자 숙소 뒤에서 불이 붙고 있었어요.”고 밝혔다.

마침 교대 중이던 의경 4명과 경찰 1명, 남아있던 활동가들은 불길 속에서 자고 있던 생활인들을 부축해 구조하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던 배장훈(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실)간사는 “뒷방에 있던 장애우들을 데리고 나오는 순간 불길이 전체로 확 번졌어요. 그래서 더 정신이 없었어요. 마지막으로 두 명을 데리고 나오는데 이미 화기가 마당까지 뻗치더라고요. 그래도 여기 사시는 분들을 모두 구한 뒤라 정말 다행이예요.”라며 숨가빴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조된 생활인들이 새벽 어둠 속 추위에 떨며
앉아 있다. 현장은 상황을 확인하는 사람들과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고함소리로
마치 전쟁터 같았다.
그리고 불을 처음 발견한 박모 의경과 김모 의경은 “교대 중에 불을 발견하고 소화기를 찾았으나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엌에 가서 수돗물을 틀었지만 잠겨 있어 물도 안 나오던 걸요. 초기에 충분히 끌 수 있는 불이었는데, 불을 끌 방법이 없었습니다.”고 말했다.

그렇게 날이 밝았다. 화재가 모두 진압된 것은 6시30분 경.

다행히 이들의 활약으로 40여명의 생활인들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고, 우선은 근처의 복지관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리고 현장을 수습하는 도중, 공대위 측은 증거가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금고가 타지 않은 것을 발견, 관련 공무원에게 강력히 주장해 전기톱 등을 이용해 금고를 부쉈다.

금고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순간, 금고 주변에 모였던 공대위 활동가와 관련 공무원 십여명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족히 백여 개는 되는 통장과 도장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기자가 임의적으로 펼쳐 보았던 몇 개의 통장은 모두 시설 생활인들의 수급권 통장과 도장이었다.

최 원장의 횡령혐의가 명백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3월 9일, 오후 안양시 수리복지관에서의 바울선교원 생활인들

“최 원장에게서 자꾸 전화가 와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자기에게 오라고… 다시 시작하재요.”

연락을 받은 수리복지관은 바울선교원에서 온 38명의 생활인들을 위해 따스한 먹거리와 의류, 목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안양시청에서는 복지관내에 임시 상황실을 마련,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바울선교원이 불타버리고 더 이상 선교원과는 연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자, 그동안 불안해하던 생활인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그리고 시설의 화재 소식을 들은 각 언론사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바울선교원과 생

▲금고 안에는 족히 뱅여 개는 되는 통장들과
도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 원장의 횡령 혐의가
명백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활인들을 취재하러 몰려들어 북새통이었다.

안양시청은 선교원의 생활인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공대위 측에 협력을 요청하였고, 공대위도 기꺼이 힘을 합했다.

그러나 안양시청의 대책마련 과정을 지켜 본 공대위는 실망을 넘어서 분노하고 있었다.

안양시청 측이 무조건 빠른 시일 내 수습하는 것에만 몰두해, 이들을 그야말로 짐짝 치우듯 어디로든 보내버리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였기 때문이었다.

공대위 측에 따르면 “안양시는 생활인들 중에서 정신장애우를 정신보건법이 허가한 시설이 아닌 시설로, 그것도 전문의 진단도 없이 입소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생활인들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음은 물론, 보내려는 시설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보내려고만 하고 있다. 생활인들 중에는 부부도 있는데, 무작위로 여기저기 시설 빈자리에 채우려고 한다.”며 격분했다.

날이 저물고, 생활인들은 복지관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129긴급후송차량이 복지관에 도착해, 한 장애우를 데리고 가겠다며 찾아 다녔다. 공대위의 확인결과, 129관계자에게 연락한 사람은 최 원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공대위의 연락을 받고 그 장애우를 데리고 가기 위해 가족이 오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복지관에 있던 선교원의 한 장애우는 “최 원장에게 계속 전화가 와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자기에게 오래요. 다시 시작하쟤요.”라고 전했다.

이렇게 최 원장은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 죽을 뻔한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더니, 어떻게든 다시 이들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고 혈안이 된 사람 같았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쳐 바울선교원 생활인들은 3월 12일까지 복지관에 머무르면서 각자의 길을 떠났다.
(38명 중에서 다시 시설(신고, 미신고 포함)로 간 사람이 18명, 노인전문요양원 및 병원으로 7명, 최 원장 사택으로 2명, 귀가 및 자립 11명이다)
그리고 지난 3월 15일, 시설 공대위는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바울선교원’원장 최모 씨, 현 안양시장(신중대)과 안양시 사회복지과장을 수원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시설공대위는 바울선교원 최 원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 : 불법적으로 1백만원에서 3천만원에 이르는 입소금을 받아 가로챔(약 2억 5천만원)  보상금 횡령 : 시설 생활인들의 장례비, 교통사고 보상금 등 횡령   후원금· 후원물품 횡령   기초생활보장 수급액 횡령 : 2005년 2월 기준 한 달에 약 1650만원에 달함.  시설생활인 명의의 가판대, 학교 매점 운영권 매도 및 횡령  정신보건 법 위반 : 정신장애우의 경우에는 허가된 시설에서만 받을 수 있으나 불법적으로 의사의 진단도 없이 수용해 옴  사기· 여신 전문 금융법 위반 : 생활인들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이들의 명의로 카드를 만들어 사용해 다수의 생활인이 신용불량자인 상태임 등으로 고발했다.

또한 시설공대위 측은 “시장은 사회복지사업법상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의 주체이며 사회복지과장은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담당자다. 따라서 관내에 있는 복지시설인 바울선교원에 대해서 관리 감독을 할 직무상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바울선교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해 선교원에서 상시적으로 발생한 횡령 등 불법행위와 생활인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관한 행정처분이나 형사고발조치 등의 직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수행하지 않거나 거부했다.” 며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리고 지난 3월 17일 원장 남편 노 모씨가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것에 이어, 행방이 묘연했던 원장 최모 씨는 25일 새벽에 긴급 구속되었다.

 

작성자최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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