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절차상 여성장애우 인권실태와 인권증진방안 연구 결과 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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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법무부가 주최하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주관한 ‘형사절차상 여성장애우 인권실태와 인권증진방안연구’의 결과 발표회가 있었다.
박숙경 팀장(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발표회는 이은미(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 공동연구원이‘형사절차상 여성장애우 인권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고, 고명신(변호사) 공동연구원의‘형사절차상 여성장애우 인권증진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호중 교수(한국외국어대학 법학과)와 장명숙 소장(한국여성장애인연합 성폭력상담소), 박명수 계장(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여성계), 박래군 상임활동가(인권운동사랑방)가 토론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국내 형사절차상 여성장애우 피의자, 혹은 피고인의 인권실태나 보호에 대해 고찰한 선행연구는 거의 전무하고, 여성장애우 피해자에 대한 연구도 비장애여성 중심의 성폭력 또는 가정폭력 연구나 장애우 연구에서 부분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발표는 장애계에 큰 관심을 모았다.
차별 없이는 또하나의 디딤돌
또한 7명의 법률 전문가, 사회복지전문가 및 현장 활동가로 구성된 연구진이 심층면접으로 여성장애우 피의자 혹은 피고인,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증언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당시 조서 등의 관련 서류와도 대조하는 작업 등을 펼치는 등, 경·검찰의 여성장애우에 대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특히 발표회에서는 여성장애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나와 경찰 신고 단계에서부터 수사과정에서 느낀 점을 직접 증언해 현장감을 더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의 연구가 전무한, 형사절차상 여성장애우가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연루되어 조사 또는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피해 경험에 대한 실태를 파악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제시한 형사절차상에서 여성장애우의 인권을 보장하는데 필요한 법적, 제도적 보완책 또한 매우 설득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형사절차상 여성장애우에 대한 인권실태 조사는 전국 24명의 피의자 여성장애우와 7명의 피해자인 여성장애우들을 연구진들이 직접 방문해서 인터뷰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이 연구는 여성장애우 피의자인 경우 ▲체포 및 구속단계 ▲경찰, 검찰 수사단계 ▲공판 단계 ▲변호인 접견권 및 입회권 ▲의료 및 기타로, 여성장애우 피해자의 경우는 ▲경찰, 검찰 수사단계 ▲경, 검찰의 수사과저이나 ▲공판에서 있어 느낀 점이나 개선할 점으로 나누어 조사했다. 이러한 각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장애우로써 겪는 어려움 ▲여성으로써 겪는 어려움 ▲법 제도 및 관련기관에서 발견되는 문제점 등으로 나누어 결론을 내었다.
‘여성’이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 여성장애우 피의자 사례들
“변호사 선임되기까지는 가족면회도 피의자 권리도 듣질 못했어요. 무조건 때리고, 때릴 권리가 있다고 말을 하고 때리더라고요.”
“끌려가면서 경찰들이 겨드랑이를 잡고 차에 옮겨 실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다가 남자 경찰들이 몸을 만져서 불쾌하고 수치심을 느꼈어요.”
“구속되기 전에 갑상선 수술을 받아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oo경찰서 수사관이 말하지 않는다고 욕설을 하면서 주먹, 구둣발로 구타했어요. 구타를 심하게 당해서 몸을 굽히거나 앉지도 제대로 못했는데 경찰서에서는 치료도 못 받았어요.”
“원래 잘 들리지 않는데다 판사님 목소리가 너무 작은 거예요. 거의 아무 것도 못 들었어요. 안 들리니 아무 말도 못하고 내려왔죠. 반성문에 귀가 잘 안 들린다고 썼는데 소용없었어요.”
*R 여성장애우 피해자 사례들
“물어본 거 또 묻고 또 묻고...게다가 얘가(피해자)가 유도한 거 아니냐는 식으로 물어보더라고요. 기가 막혀서...”
“가해자가 도망가는 바람에 1년이나 수사가 멈췄잖아요. (정신지체 3급 등록증이 있는데도 믿을 수 없다며 정신과의 심리검사결과를 받아오라고 요구함). 정부가 인정하는 건데 장애인등록증이며 정신지체 관련한 서류를 다 준비해가도 못 믿는 거예요.”
“처음 신고했을 때는 도착이 늦어서 딱 현장 목격이 안 됐구요. 그래서 가해자는 사라진 뒤였고, 두 번째 똑같은 시간에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와서 가해자를 보고 저에게 한다는 말이, 너 아무나 보고 너한테 그랬다고 괜히 합의금 뜯어낼 명목으로 그러는 거지, 단정을 지어버리더라고요. (중략) 다시 이런 신고 하면 당장 감옥에 보내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서기서 무마를 시키더라고요.”
‘형사절차상 여성장애우 인권실태’를 발표한 이은미 공동 연구원은 “위의 내용은, 이번 연구에서 발표된, 여성장애우들이 피의자와 피해자로써 형사절차상에 놓이게 됐을 때 실제로 경험했던 사례들이다. 이 몇 가지 사례만으로도 ‘여성’이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비장애우들에 비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은 여실히 드러난다.”며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피의자인 여성장애우의 경우(24명)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분포를 보였으며, 중학교 졸업이하 13명으로 50%가 넘었다. 장애유형으로는 지체장애가 54.2%였고, 죄명은 사기가 9명으로 가장 많았다.
여성장애우 피의자들이 형사절차상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다.
▲법 용어나 질문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 ▲모든 장애유형에 있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형사절차에 대한 정보접근이 어렵다 ▲여성에 대한 배려부족, 폄하, 무시로 인한 위축감이 크다 ▲적절한 의료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눈에 띄지 않는 경증장애우들은 더 많은 어려움을 경험한다 ▲수사기관의 장애우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다음으로 여성장애우 피해자의 경우(7명)에는 대부분 성폭력에 관련된 사건들이 많아 이들이 노출을 꺼려 인터뷰를 진행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7건의 사례 중, 5건이 성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그 외 폭력 1건, 가정폭력 1건) 특히 그 중 4명이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20대 여성이었는데, 이들의 피해유형이 모두 성폭력 사건이라는 것은 정신지체 여성의 성폭력 피해를 한눈에 짐작케 하는 유의미한 수이다.
여성장애우 피해자들이 형사절차상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다.
▲형사절차에 관련된 정보접근이 어렵고 도움이 매우 필요하다 ▲여성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인한 2차 피해를 경험한다 ▲수사기관의 장애특성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어려움이 크다 ▲병원 등 관련기관의 성폭력 사건과 장애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
이에 대한 인권증진방안으로써 고명신 공동연구원은 먼저 여성장애우 피의자나 피고인의 경우 “최근 법무부가 인권보호수사준칙 개정안을 내기는 했지만 강제성이 없다. 또한 인권교육에 관한 교육내용이나 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따라서 장애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검사나 관련 전문가가 장애영역별 장애 특성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고 월 1회 이상이나 1년에 10시간 이상과 같이 구체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이행치 않는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적법절차를 무시한 불법체포 등에 대한 제재 등을 내용으로 현행 형사절차법령을 개정할 것과 수사기관 및 법원에 특별한 주의 의미를 부여하고 조치내용을 기록하게 하는 등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여성장애우 피해자의 경우 수사와 관련해서는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고지 의무 실질화, 2차 피해방지를 위한 수사방법의 개선, 영상물의 촬영이나 보존 제도의 확대, 보조인이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동석 일반화, 피해자의 신분보장과 명예 보호를 위한 증인심문방법의 개선 등을 제시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형사절차상 여성장애우 피의자, 혹은 피고인의 인권실태나 보호에 대해 고찰한 선행연구는 거의 전무하다. 그나마 여성장애우 피해자에 대한 연구도 비장애여성 중심의 성폭력 또는 가정폭력 연구나 장애우 연구에서 부분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형사절차상에 있는 여성장애우들의 현황이 이러할진대, 실제로 드러나지 않은 헤아릴 수 없는 사례들에서의 인권실태는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어쩌면 위 결과들은 빙산의 일각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이번 연구는 그간 여성장애우들에게 가해진 이중의 차별을 불식시키기는 또하나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글 사진 최희정 기자
박스기사 : ‘특별한 주의에 대한 권리(rights to spectific attention)’
- 유럽연합의 형사절차상 특정한 절차적 권리에 대한 기본결정 제10조에 대해서
이번 연구는 2004년 4월 유럽연합이 발표한 ‘형사절차상 특정한 절차적 권리에 대한 기본결정’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이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 기울여야 하는 특별한 주의에 대한 내용인데, 좀 더 자세히 소개하기로 한다.
자유, 평등 그리고 박애를 이념으로 하는 프랑스 혁명의 정신은 유럽의 주변 국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그 결과 전반적으로 유럽의 국가들은 자유 못지않게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는 실질적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복지)국가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편 국제연합(UN)등 국제기구도 인권문제를 더 이상 각 나라의 국내문제로 방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장애우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입법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 역시 회원국에게 여성이나 장애우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방임하지 않도록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적극적, 능동적으로 규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형사절차상 특정한 절차적 권리’에 대한 기본결정은 회원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보호권고규정(minimum standards for the rights)이다.
즉, 정신적, 감정적 장애가 있거나 미성년자에 대하여는 공정한 재판을 위하여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형사절차의 진행 중에 이러한 사정이 발견되면 즉시 특별한 주의를 다하여야 하고 이러한 조치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제10조)라는 규정과 청각, 시각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통역, 번역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제6조 제3항), 장애가 있는 피의자등에 대하여 의료적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제 3자를 참여토록 해야 한다는 규정(제11조)은 형사절차상에 놓여 있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우의 인권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형사절차상 특정한 절차적 권리에 대한 기본결정’은 결국 국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수사나 재판에 있어서 각자의 장애유형이나 사회 경제적 특성에 따라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 맞춤형 형사절차를 유지해야 함을 권고 하고 있다. 또한 장애우 등 사회적 약자의 형사절차상 권리를 예산이나 기타 어떠한 이유로 소홀히 방임해서는 안되며, 장애우가 합리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형사절차를 실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제시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권리’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지내왔다. 또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그러한 권리는 어떠한 방법으로 실현할 수 있는지는 더더욱 알기 어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가권력이 주동적 역할을 하는 형사절차에서는 다분히 불편과 부당함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자괴감을 보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왔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이러한 ‘특별한 주의에 대한 권리’에 대한 규정은 비단 유럽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형사절차상의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반 인권적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각 국가가 최소한의 의무를 실행토록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국가의 시혜가 아닌 ‘인간의 권리’로서 받아들이는 사회적 토양과 모든 국민은 법 앞에 실질적으로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이 실현될 수 있도록 앞으로 우리 나라에서도 유럽연합의 ‘특별한 주의에 대한 권리’에 대한 이러한 규정에 대한 도입과 실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글 신현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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