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유럽의 장애우 정책 발전은 했지만 끝나지 않았다(2)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특집]유럽의 장애우 정책 발전은 했지만 끝나지 않았다(2)

“동서 베를린의 장벽을 해체한 것처럼 장애우의 장벽을 없앤다”

본문

독일, ‘장애를가진사람들의균등에관한법’
다른 유럽 국가들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채택한 것과는 다르게 독일은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 개념을 도입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균등을 위한 법’(일명 장애인평등법)을 제정해 지난 2002년 5월 1일부터 시행 중에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90년대 들어서 미국의 영향으로 영국을 비롯해 홍콩, 호주, 뉴질랜드 등 많은 국가들이 제정하게 되었지만, 독일은 그보다 훨씬 늦은 2002년도에 법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는 독일이라는 사회가 특별히 장애우에 대한 차별감수성이 덜하다거나 심각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알다시피 독일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전쟁국가였고, 독일 통일 문제가 가장 시급한 국가적 현안이기도 했다. 또 워낙 민족, 인종, 종교, 정치적 혹은 철학적 성향, 성적 지향성, 연령 등 그 어떤 차이가 있든 차별 받아서는 안된다는 논의가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다름에 대한 인정은 보편적인 사회적 화두로 자리매김한 지 이미 오래다. 때문에 장애우 차별문제에 사회가 관심을 갖지 않았다기 보다 독일 국민성이라 일컬어지는 지속적인 논의와 신중함 등이 영향을 끼쳐 타 국가들보다 뒤늦은 법 제정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이 법률에서 주목할 것은 ‘장애우(Behinderte)’라는 용어 대신 ‘장애를 가진 사람(Behinderte Menschen)’이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채택해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장애’라는 보다 ‘사람’이란 측면을 훨씬 강조함을 뜻하는 것으로 독일인들의 심사숙고 노력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게 만든다.

독일의 장애관련 법률
독일의 독특한 점 또 하나, 독일에는 사회복지라는 용어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노인복지, 장애우 복지, 아동복지 등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단지 사회정책의 일환으로 각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한 부분으로 이해되고 있다.
사회보장과 관련된 법과 제도는 사회법전에 명시되어 있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90년대 후반부터 장애우의 차별과 중증장애우 노동권을 사회정책적으로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지난 94년 독일 헌법 제3조 3항에 ‘누구든지 장애로 인하여 차별 받아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새로이 삽입된 후 많은 변화를 이끌어낸다.
2000년 ‘중증장애우 실업퇴치를 위한 법’의 제정, 2000년 ‘중증장애우 법’개정, 그리고  2001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사회법전 제9권 ‘장애우의 재활과 참여 ’제정, 2002년 5월부터 시행되는 ‘장애인평등법’등 일련의 흐름 속에서, 독일은 장애우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첨예한 대립 지점, ‘물리적 장벽제거’
그러나 과정이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남용현 연구원은 “장애인평등법을 제정하면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었던 부분중의 하나가 물리적 장벽의 제거 문제와 법을 위반했을 시 제재수단의 확보 및 제재조치의 강도 문제였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경제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다가 결국 경제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상태에서 합의를 보게 되었다. 독일의 일부 장애우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대세에 밀렸다”고 말해, 법이 제정되었어도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평등법에는 장벽제거 규정 외에 목표합의라는 규정이 있어, 추후 다양한 관계자들의 협의 하에 목표를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평등법에 장벽제거(Barrierefreiheit)가 명시된 것을 이 법 제정의 주요 내용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이 법이 있기 전에는 단지 권고 형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 법에 의한 장벽제거의 정의를 살펴보면, ‘건축 및 기타 시설들, 교통수단, 기술적 이용시설, 정보작업체계, 음향적 및 시각적 정보원 및 커뮤니케이션시설, 기타 삶의 영역들이 장애우에게 있어 특별한 어려움이 없이 그리고 기본적으로 외부지원 없이 접근이 가능하고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방정부는 지원 체계와 설치기준 등으로 세심하게 제시해야 하며, 주정부 또한 구체적인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 

 

 

독일의 거이 모든 교통 수단에는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이 가능하다. 시설이 낡았을 경우, 이동형 리프트로 탑승이 가능했지만,
워낙 자전거, 유모차 드으이 이용이 빈번하다보니 탑승구역에는 접이식 의자와 넉넉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미리 예약을 해두면 정해진 시간에
승무원들이 나와 도움을 준다(예약비 3유로)

 

 

 

 

 

 

 

 

 

 

 

 

◀이 마크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탑승    이  가능하다는 표시다. 전철노선에는 휠체어 마크와 이 마크가 모든 역에 표시되어 있어 사전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열차에는 자전거, 유모차, 휠체어
  전용 칸들이 있다.

 

 

 

 

 

 

 

 

 

 

 

◀ 공사중인 관계로 인도까지 파혜쳐진 상황이었는데, 지나가는 길목에 별도의 보행로를 만들어 놓았다.
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동서의 장벽제거가 장애우들의 장벽제거로
그런데 독일 중에서도 베를린에 관심을 갖고 찾았던 이유는 베를린이 장애인평등법 제정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조례를 만들어 물리적 장벽과 정보통신에서의 장벽을 제거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 힘의 이면에는 가슴 아프지만 베를린의 특수성이 반영되어 있다. 동·서독 시절 베를린 시 자체가 분단되어 있었는데, 통일된 후 보니, 동독의 장애우 단체와 서독의 장애우 단체가 고스란히 존재하게 된 것이다. 단체는 장애우들의 거점이었고, 그를 통해 서로 연대하면서 때론 경쟁하듯 실태를 조사하고 대안을 요구하니, 그 활동역량은 타지역의 두 배가 될 수밖에. 동서독의 장벽제거는 장애우들의 장벽제거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 알바트로스 이브이 프로젝트 모비다트
사람들과의 기념촬영
알바트로스 이브이 프로젝트 모비다트(Albatros e.v Projekt Mobidat)
일행이 방문한 곳은 ‘알바트로스 이브이 프로젝트 모비다트(Albatros e.v Projekt Mobidat)’라는 이름의 베를린 중에서도 작은 구역에 위치한 장애우 단체였다. 실제 건축가가 상근을 하고 있었고, 장애를 가진 사람이 대표를 맡고 있다. 독일은 특성상 작은 규모의 조직들이 특성화된 활동을 전문적으로 한다. 그곳 역시 자신들의 마을을 장애인 해방구(?)로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주로 지역 내 장벽이 되는 시설물들을 조사하고 시정을 요구하며, 편의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주는 역할도 한다. 또 1년에 4-50명의 장애우들이 함께 거리로 나와 상점을 다니며 정확한 실태를 파악한다. 이용이 가능한 곳, 의무가 있지만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 전혀 접근이 불가능한 곳 등을 데이터 베이스화 해서 모두 인터넷에 올려 공개한다. 여전히 이러한 활동이 주가 되는 이유는 통일 이후 동베를린 지역이 건물을 신축하는 등 여전히 도시 곳곳이 공사가 한창이고 끊임없이 증, 개축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장벽제거를 해야 하는 대상은 광범위하다. 민간부문은 대규모 신축이 있을 때, 연방과 직접 관련되는 공법상의 법인단체, 공단, 재단을 포함하고, 연방 소유의 대규모 개축 및 증축시에는 공인된 기술규정에 따라 장벽제거의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 기타 건축 및 다른 시설들, 공공도로, 주차장, 도로, 공공교통시설 및 공공대인교통촉진수단 등도 연방의 관련 법률에 따라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

강력한 권리보장, 장애인평등법
이곳의 운영은 노동청의 지원으로 이루어진다.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을 대신하기 때문이라 당연히 여기고 있었고 독일정부가 긴축재정 기미를 보이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큰 타격은 아니라고 한다. 특히 활동에 활기를 띄고 있었는데, 장애인평등법이 시행되면서 2002년부터 건축물이 용도변경을 할 시에는 딘(din)이라는 규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제도적 측면에서는 확실한 보장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도 딘(din)이라고 하는 규정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권고에 그쳐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았는데, 장애인평등법 제정 이후 의무사항으로 바뀌어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단체의 관계자는 “시 재정은 한정되어 있는데 돈이 들어갈 곳이 많아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장벽제거에 있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 중 하나가 아직 사적 건물이 대상시설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꼽았다. 물론 공공건물의 범위라는 것이 대중이 이용하는 시설로 규정되어 일반 상점도 포함되지만, 정부의 홍보부족과 건축가나 일반 시민들의 인식부족으로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시설 설치비용이 상점 임대료의 10%이상 넘지 않으면 꼭 설치해야 하지만, 개인이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다. 또 공공시설에 한해서는  2-30%의 재정 지원을 경우에 따라서는 하지만, 대부분 조언을 해주는 수준에 그치는 형편이라고 한다. 장애인평등법에 의거해 장벽제거가 제대로 명시된 바에 따라 진행되지 않으면, 장애우 단체가 장애우를 대신해 법적 소송이나 단체제소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연방정부 또한 장애우들의 요구를 직접 받아 안기 위해 전권자를 임명하도록 되어있다. 이 전권자는 각 부처의 모든 법률, 규정, 주요한 계획 수립 시 참여할 수 있으며 차별과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협의와 권고의 수준일 뿐 강제력은 지니고 있지 못하다.

 

▲이 스티커는 베를린에서
무장벽 상점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출입문에 부착되어 있는데,
운동적 차원에서 인정해주며
확산될 것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

장벽제거 요구는 당연한 사회적 과제
독일은 1976년부터 이동권 운동을 펼쳐왔다고 한다. 당시 규제 없는 권고가 전부였듯이, 독일정부도 접근권, 이동권을 장애우의 권리라 인정하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장애계의 끝없는 요구로 92-95년에 걸쳐 관련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종합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담아내게 되었고, 2002년 장애인평등법이 제정되면서 이동권이 보편적인 상식의 권리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단지 한 해 두 해 요구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거의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또 여전히 과제일 수밖에 없는 문제로 남아있다. 그 긴 시간 독일 장애계는 끝없이 요구하고 집회하고 연대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 시에서는 육교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횡단보도 설치는 너무도 쉽게 눈에 띈다.  어디를 가든 휠체어나 목발을 짚은 사람, 노인들을 쉽게 만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언제나 자전거와 유모차와 인라인이 함께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건 장애우들의 요구뿐만 아니라 거리의 주인인 모든 시민들이 때로는 당사자가 때로는 지원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보행환경과 교통환경이 변할 수 있었던 건, 이 문제가 특정인의 문제가 아닌 모든 계층에게 해당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우리는 강가나 광장 등 특정 지역에 가야 자전거, 휠체어, 유모차를 볼 수 있다. 꼭 자가용이라는 개인 이동수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여전히 턱도 높고 횡단보도 대신 육교나 지하도를 당연히 여긴다. 버스는 탈 엄두도 못내고 지하철은 엘리베이터 없는 곳이 부지기 수다. 돌아오는 내내 지난 호 함께걸음에 독자기고를 했던 심승보씨의 글이 떠올랐다. “왜 이동권 투쟁은 장애우들만의 외로운 투쟁이어야만 할까!”
장애우들의 이동과 접근의 장벽 없애기 운동은 모든 사람의 문제다.

글 사진 홍여준민기자
도움 신동홍 (베를린대 생태학건축학 박사과정)

 

 

작성자홍여준민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