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추련, 이번 정기국회에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안) 상정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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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법조인들이 법률안을 본다면 법리적 고찰과 토론이 모자라지 않았는지를 의심할지도 모르지만, 법조항마다 달아놓은 박종운(장추련 법제정위원장) 변호사의 각주를 읽어보면서 이 법률안이 당사자의 입장에서 현실적 제약을 돌파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많은 고민 끝에 만들어진 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법률안은 10년 전에 비해 우리나라의 입법경험과 입법기술이 상당히 민주화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법으로 내용과 과정 모두 모범적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창의적인 입법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9월 10일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가 마련한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안)(이하 법률안) 제정을 위한 지역 종합 공청회’에서 발제자로 참여한 곽노현(방송대 법학과 교수) 씨가 발제를 시작하며 꺼낸 말이다.
이 공청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가 지난 5월에 공개한 법률안 초안이 서울지역의 장애인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지역의 목소리를 담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지난 7월 8일 부산을 시작으로 8월 23일까지 대구, 광주, 제주 등 9개 지역에서 개최한 공청회 논의 내용을 정리하고 법률안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중증장애우에 대한 배려, 국가의무 강화 등이 법 내용면에서 쟁점이 될 듯.
이날 공청회에는 지역의 의견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대구 DPI의 장삼식 공동대표와 충북장애인인권연대 박옥주 정책차장이 직접 참여했다. 이들이 전한 지역의 의견을 요약하면 법률안에 중증장애인 및 장애유형을 고려한 내용을 삽입할 것 국가의 의무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명시할 것 그리고 법률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장 씨는 “여성장애인의 경우 상징성과 의미를 고려하여 따로 장을 마련하였으나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고 “중증장애인이 장애인 사이에서 또다시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대구 장애우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밖에도 “장애유형에 따른 내용이 충분히 담기지 못했다”고 법률안의 문제를 지적하고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시각장애인과 관련하여 삽입되어야 할 내용을 세심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박씨는 “충북은 이 법률안을 환영하며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충북의 분위기를 먼저 전했다. 그러나 그는 이 법률안의 경우 “이동보장법률안에 비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정이 적었다”고 평가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또 “국가 및 지자체의 의무를 명기할 때는 행·재정적 측면도 구체적으로 명기하여 국가의 인식과 의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지적들은 여성장애우의 장을 따로 독립시킨 것과 함께 법 제정과정에서도 이미 한차례 논의를 거쳤으나 뚜렷하게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률안 수정과정에서 또다시 논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전문가, “형사처벌 대상을 최소화해야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
전문가로서 공청회에 초청된 곽노현(방송대 법학과 교수), 염형국(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 모지환(대불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씨는 이와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법률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곽씨는 법률안에 대해 대단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법률안의 처벌조항이 과도하게 형사처벌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하면 장차법의 집행주체가 경찰, 검찰이 되기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이하 위원회)의 힘이 약화된다”고 경고하였다. 그는 대신 위원회에 전속고발권(법률 위반 여부를 위원회가 판단하여 검찰에 고발할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두어 위원회에 힘을 실어줄 것을 제안했다.
염 씨 역시 이 법률안에 처벌조항으로 징역과 벌금이 많다고 지적했다. 염 씨는 “형사정책적 측면에서 사소한 차별행위를 모두 형사처벌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처벌조항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의견을 밝혀 두 법조계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했다.
염 씨는 또 위원회에 대해서는 장애라는 분야의 특성을 고려할 때 “법률안에서 위원회를 대통령직속의 독립기관으로 명시한데 동의한다”고 밝히면서 “이 경우 주무부서는 당연히 복지부가 아닌,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가 되어야 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곽 씨는 이에 대해 장애문제만을 전문으로 하는 독립위원회를 구성하기를 원한다면 장애계가 그에 대한 강력한 논거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청중석에서 논거의 예로 어떤 것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곽 씨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재 가지고 있는 권한이 권고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강제력이 너무 약하다는 점, 장애유형이 다양하고 차별이 삶의 전반에 걸쳐 발생한다는 장애문제의 특수성, 그리고 소극적인 차별금지를 넘어 적극적으로 차별을 수정하기 위한 조치들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끊임없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예로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작년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차별로 진정된 사건(84건)들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도입되어 국가 경제가 거덜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모씨는 “이 법률안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영역에서 발생되는 차별”이라고 말하고 이 법률안이 통과되면 차별의 양상이 “더 다양화 되고 간접차별이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 영역에서의 차별을 어디까지 구제할 수 있는지가 이 법률안의 성패를 좌우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법률안이 통과되면 단순히 정책만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이 변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제정이 늦어지더라도 기존의 패러다임 변화까지 염두에 두고 현장의 목소리도 담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충북인권연대 박옥주씨가 “보건복지부와 국가인권위원회의 법제정 움직임 때문에 그럴 만한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모씨는 “정부가 제발 가만히 있어주었으면 좋겠는데 나서는 것이 문제”라고 답답함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모씨는 “오히려 법제정이 필요한 논거를 마련하는데 정부를 활용할 것”을 제안하면서 “내부의 역동을 몰라서 얘기하기 쉽지는 않지만 장추련이 보다 긴 호흡으로 성과주의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바램을 전했다.
또 정당 지지발언을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정하원 의원실 손상욱 정책보좌관이 법률안 도입에 따른 예산문제를 지적하자 모 씨는 이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도입되어 국가 경제가 거덜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장추련 내부에서 이 문제를 고민해볼 필요는 있겠지만 국가가 재원문제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면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장추련, 오는 정기국회에 법률안 상정 계획
장추련은 이날의 공청회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각 지역의 장애우 당사자들과 전문가들로부터 얻은 의견을 정리하여 9월 말부터 법률안 수정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정안은 10월 중순경 장애인단체장들과 장추련 상임집행위원회를 중심으로 내부 검토를 할 예정이고 오는 정기국회에 법안 상정을 위하여 10월 하순 무렵 국회에서 법률안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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