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은 나, 당당한 자립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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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5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는 세 번째 ‘한국여성장애인대회가’ 열렸다.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하 여장연)의 주최로 진행된 이 날 행사에는 여장연의 10개 지부, 약 3백여명의 여성장애우들이 모여 ‘내 삶의 주인은 나-당당한 자립생활’이라는 주제로 이틀 동안 토론회와 결의대회를 가졌다.
특히 행사 이틀째인 16일에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국회의원에게 정책과제를 전달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이틀 동안 진행된 ‘한국여성장애인대회’의 열기를 〈함께걸음〉이 취재했다.
여성장애우의 자립생활, 닻을 올리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여성장애인대회의 주제는 ‘내 삶의 주인은 나-당당한 자립생활’이다.
‘자립생활’은 요즘 장애계에서 하나의 큰 물줄기이다. ‘자립생활’이 한국에 도입된 것은 90년대 후반이지만, 2000년대 초반 중증장애우들이 장애운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자립생활에 관한 관심이 증폭했다. 또한 중증장애우들을 중심으로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등으로 전문화, 세밀화되고, 당사자주의 논쟁과 맞물리면서 ‘자립생활’은 이제 논쟁거리가 아니라, 이 땅에 반드시 정착시켜야 할 하나의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장애계의 흐름 속에서 여장연 또한 여성장애우들의 자립생활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 땅에 숨겨져 있던 여성장애우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모이기 시작했던 90년대 후반부터 이미 여성장애우들의 자립생활에 대한 항해는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올해로 여섯 살이 된 여장연을 중심으로 한 여성장애계는 그 짧은 몇 해 동안 여성장애우들의 숨겨져 온 현실을 드러내는 것만 해도 숨이 찼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역량과 경험을을 바탕으로 이제는 여성장애우들의‘자립’을 더욱 힘주어 주장하고 있다.
여장연의 이예자 상임대표는 “여성장애우야말로 자립생활이 정말로 필요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여성장애우들이 늙은 부모와 함께 살다가 부모 사후에 고립되는 것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여장연은 그래서 초창기부터 여성장애우들의 자립생활에 계속적인 관심을 가져오고 있었다.”며 “여성장애우의 자립생활은 ‘자립생활’이라고 불리우는 현 장애계의 운동과 출발부터 다르다. 물론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써 공통점은 있겠지만, 이것은 장애운동에서 여성장애우 운동이 따로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써 또다른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여성장애인대회를 통해서 여성장애우들이 우리는 아직도 끝없이 전진해야 한다는 것을 결의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여성장애우의 자립생활, 여성장애우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
대회 첫 날, 여성장애우의 자립생활에 대한 주제 발제를 한 부산여성장애인연대 최경숙 회장은 “자립생활이란 장애우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당사자가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선택하고 관리하며 지역사회에서 만족한 삶을 사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또한 왜 여성장애우 자립생활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30여년의 장애우 인권운동 역사에서 여성장애우의 자리는 없었다. 그리고 자립생활 패러다임 또한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자립생활 운동은 장애우 당사자의 주도적이고 역량 있는 삶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같은 선상에서 여성장애우의 권리와 존엄성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여성장애우의 자립생활의 방향은 여성장애우의 경험에 근거하고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성인지적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충북여성장애인연대 임환덕 사무국장, 장애여성공감 김상희 간사, 마산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김영순 소장, 그리고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회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회에서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회장은 “지금 자립생활운동은 지금 막 태동하고 있는 시기다. 지금 여성, 남성을 가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립생활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이념이며 정책화되어야 할 운동이다. 그런데 이렇게 편을 가르기 시작하면 종국에는 장애별로 나눠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립생활 운동이 크기도 전에 성장을 멈출 수도 있는 것이다.
여성의 권익확보가 나름대로 정당하기는 하지만, 자립생활 운동을 먼저 정착 시키고 떠오르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면 될 것이다.”라고 주장해 참석한 여성장애우들로부터 장애 관점은 있으나 성인지적 관점은 없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틀 동안 여성장애인대회에 참석했던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여성장애우의 자립생활이란 말 그대로 여성장애우들이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이지만 장애우들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특히 여성장애우들 현실은 더욱 그러하다. 여성장애우들이 주체적으로, 능동적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자립생활을 여성장애우들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 사회에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장애우들의 자립을 막고 있는 것은 사회다.” 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장 의원은 “여성장애우가 자립생활 운동을 하는 것은 지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주체가 되서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누가 누구에게 자원을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다. 그 자원이 장애계에 있는가? 우리는 자원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그것은 다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고 단호히 말했다.
아무도 뒤쳐지지 않게, 모두 함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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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장연의 이예자 상임대표가 열린우리당 장향숙의원에게 정책과제를 전달하고 있다. |
제3회 여성장애인대회에서는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여성장애인 자립생활 권리 선언’을 채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발표된 ‘여성장애인 자립생활 권리 선언’의 주된 내용은 여성장애우는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누리고 참여할 권리가 있다 여성장애우는 정책과 제도 및 서비스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여성장애우는 감수성과 특수성에 알맞은 자립생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여성장애우는 모든 대중교통수단과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접근 할 권리가 있다 여성장애우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여성장애우는 동료상담을 받고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적절하게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여성장애우는 자조단체 및 자립생활센터 등을 운영하며 이를 위한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여성장애인 10대 정책과제 및 2004년 중점과제’를 이날 참석했던 열린우리당 장향숙, 강기정 의원,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 한나라당 정화원, 진수희 의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제3회 여성장애인대회의 실무를 진행한 여장연의 이희정 간사는 “그동안 여성장애인 대회 중에서 이번 대회에 참석인원이 가장 많았다. 이는 자립생활에 대한 여성장애우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기존의 남성 중심의 자립생활이 너무 뿌리 깊이 박혀 있고, 한국적인 자립생활 모델도 없는 상황이어서 여성장애우에게 맞는 자립생활 모델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여성장애우들이 스스로 나서서 찾고 공부해나간다면 급진전 할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6년 제 1회 전국여성장애인대회를 시작으로, 2002년에 이어 올해 제 3회를 맞는 한국여성장애인대회
2년마다 열리는 여성장애인대회의 슬로건들을 살펴보면 당시 여성장애계의 현안을 짐작해볼 수 있는데, 제 1회 때는 ‘나의 장애 드러내기’였고, 2회 대회의 주제는 ‘여성장애우의 모성권 확보’였다. 그리고 올해는 앞서 밝힌 것처럼‘내 삶의 주인은 나-당당한 자립생활’이었다.
장애를 드러내지도 못했던 사회적 상황에서 여성들이 누려야 하는 권리보장으로, 그리고 이제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써 당연히 성취해야 할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여성 장애우들. 2년 후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여성장애우 10대 정책과제
1. 관련부처 내 여성장애우 전담인력 배치와 국회의원 및 고위 결정직에 여성장애우
할당제 실시
2. 인권향상과 사회인식 개선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
3. 여성장애우의 모성보호 비용 사회분담화와 지원제도 마련
4. 여성장애우 폭력 근절을 위한 제도와 피해자 지원체계 마련
5. 여성장애우 건강권 보장과 건강관리 체계 구축
6. 장애우의 평등한 교육권 보장을 위한 제도 마련
7. 현실성 있는 여성장애우 생계대핵 마련과 평등한 노동권 보장
8. 여성장애우 접근권 보장을 위한 지원제도 마련
9. 여성장애우 자립생활 지원 제도 마련
10. 여성장애우 단체지원 확대
2004년 복지분야 여성장애우 중점 과제
1. 여성장애우 활동보조인(도우미) 파견제도화
2. 여성장애우 전담부서 신설 및 전담인력 배치
3. 장애우분야 성별통계 구축
2004년 여성분야 여성장애우 중점과제
1.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신규지원
2.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운영비 추가지원
3. 여성장애우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비 추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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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여성장애인연대 공연모습 |
기자는 이 날 대회에 참석한 지역의 여성장애우 중에서 ‘충북여성장애인연대’ 여성장애회원들을 만나 자립생활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 장주연(뇌성바미 2급)
대학교 때부터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 처음에는 그것이 자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와서 진정한 의미의 자립생활을 다시 한번 고민하고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은 자금만 있으면 독립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돈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내 생활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역시, 자립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걸림돌은 돈이다. 돈이 있어야 성인인 내가 많은 것을 자립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돈을 어디서 버느냐는 직업과 연결된다. 그러나 나처럼 중증의 장애를 가진 여성들이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자리는 고사하고, 기회조차 없다.
#이선희(뇌성마비 2급)
나는 6년 전에 자립했다. 그동안은 내가 가족 안에서 내 발언권이 없었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내 혼자 생활하고 있는 지금은, 내 생활을 내가 결정하며 책임도 내가 진다. 그것이 너무 좋다. 비로소 내가 인간임을, 성인임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 이성옥(척수장애)
우리들은 살아남으려면 자립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지역의 많은 여성장애우들은 자립을 할 수 없는, 아니 자립을 못하게 가로막혀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다시 말해 생존권조차 위협받는 상황이다.
#염분(시각장애 1급)
여성장애우들에게도 당연히 자립이 필요하다. 말할 필요도 없다. 인간이라는 것을 설명해야 인간임을 아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자립생활은 내 스스로 결정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급 시각장애를 가진 나는 혼자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나를 도와줄 사람을 내가 고용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능력은 가졌으면 한다. 그러나 나이도 많고 장애도 심한 나는 돈벌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자립생활은 경제적인 자립과도 밀접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지역에서는 경제활동의 기회가 더 좁고 편견도 심해 도시의 여성장애우들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 있다.
#임환덕(지체장애 5급)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장애우들은 그야말로 가려져 있다.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드러낼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 우리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그만큼 더 냉혹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조차 적은 우리에게 자립생활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장애우에게 자립은 종종 ‘탯줄’을 끊는 것이라고들 한다. 나에게 영양분을 끊임없이 공급해주던 어떤 것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와, 내가 영양분을 내게 공급하려는 것이 자립생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16년 전부터 혼자 살아 왔다. 나는 처음에 집 떠나면 죽는 줄 알았다. 그 정도로 자립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니 나에게 자립은 탯줄을 끊은 것과 같다. 지역에서는 여성장애우들이 정보에서 더 소외되어 있다. 당사자주의도 서울에서는 논의가 끝난 상황이지만, 지역에서는 그때서야 시작하는 상황이다. 자립생활도 여기에 와서 처음 듣는 지역의 여성장애우들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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