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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차별없는 세상만들기 전국 걷기 대행진

‘차별’, 우리사회가 용인해서는 안 될 공공의 적

본문

“차별은 무엇보다 차별 당하는 당사자의 삶을 위협합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정규 노동자라는 이유로, 장애우라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른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그리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이들은 뭘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절망의 벽과 맞닥뜨립니다. 차별은 생계를 위협하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와 존엄성을 파괴하며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건전한 가치와 상식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되는 공공의 적입니다.”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한 주간 전국적으로 ‘차별없는 세상만들기 전국 걷기 대행진’(이하 차별철폐대행진)이 개최되었다.
여성, 비정규, 장애, 이주, 빈곤·실업 관련 단체와 양대노총, 시민사회단체, 문화단체 등 모두 32개 단체가 참여하여 전국 13개 시·도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13일 국회 앞에서의 기자회견으로 시작하여 여성(14일), 장애우(15일), 비정규직(16일), 이주노동자(17일), 빈곤·실업(18일) 등 5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부문별 행사를 진행하고 19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 모여 ‘차별철폐 한마당’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행사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될 비규직보호입법, 이동보장법률, 차별금지법 등을 염두에 두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하여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차별철폐대행진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의 장애차별 감수성 부족에 더하여 장애우단체가 전체 행사 준비에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겹치면서 행사에 참여한 장애우들에게 차별철폐의 행사에서마저 장애우차별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여준 행사이기도 했다.

차별철폐대행진이 선포되다.
지난 13일 조직위는 서울 여의도에서 출범식과 차별철폐 행진을 개최하여 차별철폐대행

 
진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조직위는 출범식의 기자회견을 통해, “차별은 생계를 위협하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와 존엄성을 파괴하며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건전한 가치와 상식을 무너뜨린다”고 지적하면서 차별을 “우리 사회가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되는 공공의 적”으로 규정했다.
또 이러한 차별과 배제는 사회구조적으로 발생되는 문제로 “약자나 소수자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기득권자뿐만 아니라 이러한 차별을 은연중에 당연시하거나 불가피하게 바라보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시각에 기대있다”고 지적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출범식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다함께 “평등세상으로 나아가자”는 구호를 외치고 국회에서 영등포까지 걸음걸음 차별철폐의 염원을 담아 행진했다.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 선포,
“모든 운동은 차별을 없애는 것에서 출발한다”

 
15일, 차별철폐대행진에 참여한 장애우 단체들은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을 선포하고 장애우차별철폐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오전에 정립회관에서 신답역 시설관리공단까지의 걷기 행사부터 시작되어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서명전과 거리문화제로 이어졌다.
“장애인 차별에 저항하라”는 슬로건을 내건 거리문화제에는 장애우 관련 단체의 관계자뿐만 아니라 차별철폐대행진에 참여한 다른 단체들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였다.
이 자리 함께한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격려사를 통해 “차이가 인정되지 않고 차별로 이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모든 운동은 차별을 없애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차별철폐의 의지를 보였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해“우리 모두가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며 “장애인을 구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은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해 그 자리에 모인 참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단체는 요즘 장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 온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고용장려금축소철회를위한중증장애인사업장공동대책위원회, 장애인교육권연대, 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대책위원회, 정립회관민주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장애인체육진흥법제정추진연대,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한국장애인IL단체협의회 등 모두 9개 단체이다.
각 단체들은 이 거리문화제에서 직접 차별을 겪고 있는 당사자의 입을 통해 장애계의 현안을 알림으로써 그 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당사자가 그동안 겪은 분노와 슬픔 그리고 장애우 차별철폐 절박함을 그대로 전했다.

2시간여에 걸친 장애인 차별철폐 행진
문화제를 마친 오후 5시부터는 대학로에서 동대문운동장까지 차별철폐 행진이 진행되었

 
다.
‘장애인차별에 저항하라’는 현수막을 필두로 ‘장애차별철폐’, ‘장애인권쟁취’, ‘열사정신계승’ 등의 글귀가 적힌 만장이 앞서고 약 150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이 그 뒤를 따라 행진했다. 대오 앞에는 방송차량이 시민들에게 행진의 의미와 우리의 요구를 전했다.
행진대오가 동대문 네거리에 이르렀을 때, 차별철폐 행진 참여자들은 대오를 재정비하고 지나는 시민들에게 행진의 의미와 우리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 잠시 멈춰 섰다.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차량의 이동이 중단되자 일부 오토바이 배달업자들이 “장애인이면 집에나 있을 일이지 왜 거리로 나오느냐”며 행진대오로 돌진했고, 이에 대해 행진 참가자 중 한명이 “우리는 그동안 몇 십 년을 집에 갇혀 지냈다.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이야기하기 위해 나온 짧은 시간마저 참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라는 게 말이 되냐”며 장애우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작은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2시간여에 걸친 이날의 행진은 동대문운동장역에서 그곳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행진의 의미와 우리의 요구안을 알리고 인근 공원에서의 정리집회로 마무리 되었다.

 

 

 

 

 

 

 

 

 

 

 

 

차별철폐 선포식, “평등권은 생명과 같이 보장되어야 한다”
19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 조직위는 각 부문별 참여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주간의 차별철폐대행진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각종 문화행사와 대중적인 차별철폐 선포식을 통해 일반 시민들과 함께 대행진의 의미를 공유하고 실천을 결의했다.
또, 각 부문별 부스를 따로 설치하고 ‘도전, 평등벨’ 등 부문별로 재미있는 행사들을 진행하였기 때문에 여의도 문화마당을 찾은 시민들뿐만 아니라 참여단체들도 각 부문간 서로 다른 차별의 경험과 요구들을 공유하고 연대의식을 쌓을 수 있는 자리였다.
같은 시간에 진행된 영산줄 만들기 행사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도 자신들의 전통의상을 입고 함께 참여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어진 ‘차별철폐 인간띠잇기 행사’에는 2천5백여명(경찰추산)이 참여해 여의도 문화마당 일대를 행진했으며, 참가자들은 행진을 마치고 문화마당으로 돌아와 ‘차별철폐 선포식’을 진행했다. 선포식은 차별철폐 줄다리기와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각 부문별 요구사항이 담긴 선언문 낭독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 선언문에서 조직위는 “차별이 특정 계층 집단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 사회 저변까지 광범위하게 만연되어 있고, 형태를 달리하며 재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부당한 차별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평등권은 생명과 같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일상적인, 너무나도 일상적인 장애우차별

▲차별철폐 돛단배를 타고 모의 국회에 요구안을
전달하는 이 나르이 주요행사 장면.
그러나 장애우는 돛단배에 오르지도 못하고
모의국회에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 올라야 할
리프트에는 오르지 못한 채 참여해야 했다.
장애 차별이 다른 차별의 영역과는 달리 삶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를 뚜럿이 보여
준 사건이다.
그러나 장애우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행사는 차별철폐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조차 장애우 차별이 이어져 아쉬운 행사로 남았다.
주요 행사로 마련된 영산줄다리기 행사에는 이주노동자, 여성, 비정규 노동자, 빈곤·실업팀만이 참여하고 “장애우 여러분의 뜨거운 응원을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장애우들은 줄다리기 행사에서 배제되었다. 장애우의 의사나 실제의 능력과 상관없이, 체육행사라면 의례히 장애우를 열외시키고 그것을 배려라고 생각하는 사회. 그러한 사회문화 속에서 자랐기 때문일까? 과연 차별철폐대행진의 출범식에서 조직위가 지적한 것처럼 차별은 “차별을 은연중에 당연시하거나 불가피하게 바라보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시각”에 의해 재생산되었다.
문화행사를 위해 마련된 무대에서도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아 일일이 휠체어를 탄 장애우들을 무대로 들어 올리는 동지애(?)를 보여야했으며, 차별철폐 돛단배를 타고 모의국회에 요구안을 전달하는 상징적 행사도 장애우는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참여(?)해야만 했다. 돛단배에 함께 오르지 못하고 돛단배 옆에서 따로 참여하고, 모의국회에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 올라야 할 리프트에도 오를 수 없어 요구안을 전달하는 다른 부문의 대표자들은 아래에서 바라보아야만 했던 것.
문화행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장애여성공감 박영희 대표는 “행사를 준비하느라 모두들 고생하셨지만, 이러한 차별철폐 행사에서도 장애인이 소외되었다”고 지적하며, “기분이 나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채로 문제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차별철폐를 목적으로 한 행사에서 장애우 차별문제 중 가장 기본적인 접근권의 문제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은 조직위 측이 장애우에 대한 차별감수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 조직위 측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조직위의 일원으로 참여하고도 행사 이전에 적극적으로 장애우의 입장을 알려내지 못한 장애우단체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행사를 마치고 차별철폐대행진 행사 준비에 참여했던 이동권연대의 윤성근씨는 “조직위에 각 부문별로 한명씩 참여하게 되어있어서 장애우 대표도 참여는 했으나 장애우 부문의 행사 준비 때문에 여력이 없어 전체 회의에 자주 참여하지 못한 탓에 19일 전체행사를 살펴보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차별을 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장애차별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얼마나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지를 너무나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행사는 다소 씁쓸하게 마무리 되었다.

 

**박스기사
-우리의 요구-
1. 여성 : 우리 여성들은 임신, 출산, 노동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담당하면서도 차별받고 있다. 이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산전후 휴가 90일을 사회분담화 하고 차별없는 노동권을 보장하라!
  - 여성의 비정규직화를 중단하고 차별철폐와 고용안정을 보장하라!
  -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라!
  - 국가가 나서 보육시설을 늘리고 운영을 책임져라!
  - 평등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가족관련법을 개정하라!
2. 장애인 : 우리 장애인들은 동정이 아닌 인권을 요구한다.
  -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라!
  - 고용장려금 축소 철회하고 중증장애인 생존권 보장하라!
  - 일반예산 확보하여 장애인노동에 대한 국가책임 실천하라!
  - 통합교육기관 증설하고 장애인교육법을 제정하라!    
  - 장애인연금제 도입으로 중증장애인경제권 보장하라!
  - 장애인복지시설 사유화를 방지하고 이용자의 민주적인 운영참여를 보장하라
  - 장애인체육에 관한 업무를 문화관광부로 이전하고 장애인체육진흥법을 제정하라!
3. 비정규노동자 :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우리 비정규노동자 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파견업종 전면 확대 등 정부의 비정규 개악안을 즉각 철회하라!
  - 일용, 임시, 계약직 등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라!
  -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여 차별을 철폐하라!
  -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고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
  - 파견법을 폐지하고 불법파견 근절하라!
  -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임금의 50% 이상 보장하라!
4. 이주노동자 : 노동을 하면서도 국적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우리 이주노동자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현대판 노예제인 연수제도 즉각 철폐하라!
  - 폭압적인 합동단속과 강제추방 정책을 당장 철회하라!
  -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 사면 합법화하라!
  - 외국인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권을 보장하라!
  - 정부는 즉각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유엔 협약”을 비준하라!
5. 빈곤 실업자 : 일자리 부족과 불평등으로 고통 받는 우리 빈곤실업자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최저생계를 보장하라!
  - 주거기본권을 보장하고 공공의료를 확대하라!
  - 사회복지 예산을 증액하라!
  - 소득 공제를 확대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라!
  - 사회적 지원 강화하는 자활지원법을 제정하라!
  - 적극적 고용정책으로 일자리를 보장하라!

글·사진 조은영 기자

작성자조은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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