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시설 밖으로 나가는 일반 아동, 시설 안에 머무르는 장애 아동
본문
탈시설화가 장애계의 화두가 된지 오래다. 그러나 탈시설화를 논의하는 자리에서조차 시설화라도 제대로 이뤄졌으면 하는 장애우 당사자들의 바램들이 쏟아져 나올 만큼 장애우의 현실은 열악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0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우의 15.5%(약 22만5천명 추산)가 시설입소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현재 신고시설의 수용인원 1만8천여명의 10배가 넘는 수치이다. 그러니 정부의 관리감독의 손길이 전혀 닫지 않는 미신고 시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시설비리와 인권유린의 문제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수요를 생각하면 시설의 공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탈시설화 추세일 뿐 아니라 우리사회 내에서도 시설의 문제가 공공연한 사회문제가 되었음에도 장애계에서 탈시설화 논의가 쉽사리 합의되지 않는 것은 이러한 현실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는 지난 7월 13일 저소득층 아동보호 대책안을 발표하면서 서울시내 양육시설(옛 고아원)의 기능을 지역사회아동센터로 확대 전환하여 저소득층 아동에게도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지역아동센터는 방과후 지도, 아동들의 소질개발을 위한 기능교실, 심리·집단검사, 장애아동·학대아동 프로그램 등 전문서비스도 실시할 예정이며 일반 복지관 및 사설기관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24시간 보육이나 장애아 보육 등의 특수보육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시설중심이었던 기존의 아동복지 정책이 지역사회 일반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폐쇄적인 시설을 개방하여 지역사회와의 소통의 통로를 마련해 줄 뿐만 아니라 시설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유린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장애계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그러나 이 정책을 장애아동생활시설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 서울시내 소재 양육시설의 입소율은 갈수록 감소해 74%에 불과하지만 장애인생활시설의 경우 삼성농아원을 제외한 아동시설의 입소율이 100%를 넘어서기 때문. 지역사회에 시설을 개방할 여유는커녕 당장 장애아동을 수용할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다. 장애아동은 시설에서 생활할 경우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들로 초등학교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방치되기 쉽다. 때문에 일반아동에 비해 시설에서의 생활이 아동학대의 상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높은 입소율을 보이는 것은 장애우 케어의 책임이 전적으로 가족에게만 지워져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결국 장애우의 시설문제는 국가의 장애우 지원정책과 맞닿을 수밖에 없다. 장애우 케어의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이전에 그것이 사회전반의 책임이라는 동의가 우선되어야 하는 문제인 셈이다.
*박스기사-서울시 채규평 아동복지팀장과 황인자 복지여성정책보좌관 인터뷰
“장애아동과 시설을 공유해나갈 예정이다”
이번 정책을 구상한 서울시 채규평 아동복지팀장과 황인자 복지여성정책보좌관을 만나 이번 정책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이번 정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시설보호 아동은 갈수록 감소해 현재 입소율은 74%에 불과한데도 기존의 아동복지 정책은 시설보호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예산이 과다하게 소요된 측면이 있었다. 게다가 과거에는 혐오시설로 시의 외곽에 위치하고 있던 양육시설이 서울시의 팽창, 발달로 인하여 지금은 지역사회의 중요지역에 위치하게 되었다. 따라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이 보육시설을 짓는 것보다 이러한 기존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예산절감의 효과가 크다.
- 궁극적인 정책방향은 무엇인가? 양육시설의 폐지인가?
그렇다.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장기적인 맥락에서는 기존의 양육시설을 폐지하고 입양 혹은 가정위탁제도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미 아동양육시설은 지금 법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법인 설립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 지역아동센터로 기능이 확대되는 23개 양육시설은 어떻게 선정된 것인가?
서울시 관할의 양육시설은 33개이지만 서울시에 소재하고 있는 양육시설은 24개이다. 이중 ‘소년의 집’은 카톨릭에서 운영하는 상당히 커다란 시설로 경계선급 정신지체아동이 많다. 따라서 이 시설은 아동특수교육과 의료서비스 기능으로 특화시키고 나머지 23개 양육시설의 기능을 지역아동센터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 해당 23개 양육시설과는 이미 논의가 된 것인가?
처음 각 시설장들은 이러한 정책에 대해 두려움을 표명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정책 방향과 시설입소 아동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형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했다. 문제는 입소 아동의 수에 따라 지원하는 현재의 제도이다. 이러한 정책 때문에 시설에서는 입소아동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아동을 놓치지 않으려고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가정위탁제도로 전환하려는 정책방향과 맞지 않다. 이러한 현재의 제도를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보건복지부와 이 문제를 논의 중이다.
- 시설생활 아동과 센터이용 아동간의 갈등이나 인식 문제 등의 예상되는 문제는 없는가?
현재 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93.7%가 부모가 있는 아동이다. 따라서 시설에 있는 아동들도 스스로 고아라는 생각이 없다. 게다가 이미 시설에서도 학교 친구들을 시설에 데려와서 함께 노는 아이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함으로써 인식개선을 시도하는 곳도 있다. 또 지역내에 도서관이 없는 지역에서는 이미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생각과는 다르게 이런 문제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갈등이 있다면 지역아동센터가 생기면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아동교육관련 사업자들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이것은 계속 계도해 나갈 예정이다.
- 지역아동센터로 기능이 확대되면서 아동상담과 방과 후 학습생활지도, 소질개발을 위한 다양한 기능료실을 운영할 계획이며, 24시간 보육이나 장애아 보육 등의 특수보육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이를 위해 일단 시에서 지원하여 각 시설에 전문인력을 세명씩 추가 배치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양육시설 내 유휴시설과 24시간 근무인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기존보육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방과후, 야간, 24시간 보육과 장애아 보육 등의 특수보육 서비스도 제공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존예산의 대체활용 뿐 아니라 이에 따른 보육시설 및 장애우편의시설 설치비용을 각 3천만원씩 지원하고 이를 전담하는 교사나 특수교사의 인건비 전액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직 어느 시설에서 어느 정도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
- 이러한 정책이 구체화되어 시행되는 시점은? 다른 생활시설 예를 들어 장애아동생활시설 등에도 이러한 정책을 확대할 계획은 없는지?
이 정책은 오는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장애아동생활시설의 경우는 우리의 담당이 아니다. 앞으로 장애인복지과와 논의가 되어야겠지만 우리도 장애아동과 일반아동의 통합교육이 옳다고 생각하고 장애 아동과 시설을 공유해 나가는 방향으로 생각 중이다.
글 조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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