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인제도, 그것이 알고싶다(3)
본문
법정후견인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습니다.
첫째, 현행 민법은 자연인만을 법정후견인으로 예정하고 있어서, 고령자의 개호를 업무로 하는 사회복지기관과 같은 법인은 후견인이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배우자가 있는 경우 배우자가 1차적으로 후견인으로 선임되는데, 고령으로 인해 능력이 쇠퇴하여 한정치산 또는 금치산선고를 받은 고령자의 경우, 그 배우자 역시 고령자인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더욱이 배우자를 법률상의 배우자에 한정함으로써 사실상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른 경우에는 곤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즉 이 경우 939조에 의한 후견인 사퇴나 940조에 의한 후견인 해임절차가 없는 한 법률상 배우자가 후견인이 되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셋째, 선고를 받은 자의 직계혈족이나 방계혈족이 후견인이 되는 경우, 대상자가 복수로 있는 경우에는 연장자가 선 순위자가 됩니다. 그런데 연장자를 선 순위의 후견인으로 규정함으로써 피후견인보다 더 고령자가 후견인이 된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를 안을 수 있습니다.
넷째, 현행법은 사실상 후견인을 1인으로 한정하여 재산관리와 신상 감호를 맡기고 있습니다. 후견인의 직무는 극히 포괄적인데, 대체로 재산관리와 신상 감호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신상 감호의 경우에는 피후견인의 배우자나 근친자가 적절할 수 있으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재산관리사항에 대해서도 이들이 적절한지는 의문입니다. 또 1인의 후견인이 복잡하고 다양한 후견업무 전부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문제입니다. 보다 전문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복수의 후견인제도가 바람직할 것입니다.
다섯째, 한정치산자의 후견인은 재산관리권과 대리권만을 갖게되므로 신상보호에 관한 권리의무는 없습니다. 따라서 금치산자의 경우처럼 후견인의 요양 감호 의무를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치산자의 후견인 경우 신상보호에 관한 규정은 요양 감호 의무로 한정되어 있어서, 개호 등을 요하는 본인의 요구에 충분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여섯째, 후견감독기관으로 친족회와 가정법원이 있는데, 친족회의 경우 후견감독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가가 의문입니다. 오히려 근친간의 불화를 조성하는 면도 있고, 또 가정법원도 실효적인 후견감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후견감독인 제도가 실제로는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어서, 후견감독의 실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다는 지적이 일반적입니다.
이처럼 현행 우리 후견제도는 경직적인 이원적 제도로 되어 있기 때문에, 고령자나 정신지체·정신장애우 등의 개별적 판단능력 실태나 보호의 필요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응 및 장애우 복지의 충실을 위한 새로운 시책에 대한 사회적 요청이 점차 높아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불충분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년후견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예를 살펴볼까요?
우선 이 제도 시행의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프랑스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프랑스는 앞서 언급한 행위무능력자제도(표현이 거슬린다고 해도 우선 법적 표현이기 때문에 그대로 표기합니다)의 문제점을 일찍 인식하고 1968년에 법 개정을 시도하였습니다. 개정 프랑스 법은 장애의 정도에 따라 종래의 2유형에서 사법적 보호(프랑스 민법 제491조 이하), 후견(492조 이하), 보좌(508조 이하)등 3유형의 제도를 단계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사법적 보호
사법적 보호는 「정신적 능력이 질병, 병약 또는 고령에 의한 쇠약에 의해 감퇴하고 있는」경우나, 「육체적 능력의 감퇴가 의사의 표현을 방해하는 것」중 어느 하나에 의해 「민사생활상 보호를 필요로 하는」경우에 피보호자의 능력을 박탈하거나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잠정적인 제도로 빈번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사법적 보호는 의사가 검사에게 신고하거나, 후견 또는 보좌개시 절차의 계속을 받은 후견판사가 임시재판(decision provisoire)에 의해 심리기간중 요보호자를 사법적 보호 하에 둘 수 있는 제도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의사가 치료를 받고 있는 자가 제490조 소정의 원인에 의해 민사상의 일상행위에 있어서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검사에게 이를 신고하여 보호하는 것입니다. 임의적 신고와 입원에 동의하지 않는 입원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자격을 지사로부터 받은 시설이나, 그 이외의 시설이라도 보호가 필요한 입원환자를 수용하고 있는 시설에서는 의사가 먼저 신고를 하는 이런 의무 신고제가 사법적 보호에 해당합니다.
사법적 보호를 요구하는 의사의 신청 혹은 후견판사의 재판은 검찰청의 목록에 등재함으로써 공시됩니다.
사법적 보호를 받게 된 성년자는 권리행사능력에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제491-2조 1항). 다만, 그가 한 행위 및 체결한 계약은 ‘단순한 손해(lesion)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고, 과다(exces)한 경우에는 감경할 수 있습니다’(동조 제2항)
여기서 취소(recision) 또는 감경의 인정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데, 이때에는 피보호자의 자산, 상대방 또는 제3자의 선의·악의, 당해 거래의 유·무용이 고려됩니다(동조 제3항).
사법적 보호는 피보호자 본인의 법적 능력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피보호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기관은 없고, 피보호자의 재산관리에 관해서만 후견판사의 감독 하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견판사는 모든 경우에 직권 또는 후견신청권자의 신청에 의해 위임의 철회를 명할 수도 있습니다.(제491조의 3, 3항) 또, 후견판사는 직권으로 ‘그 승인에 따라 계약사항 전반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을 명할 수도 있습니다.(동조 4항)
‘후견’의 개념에 대한 설명은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글 이영규(한양대 법대 강사)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