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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무슨! ‘내 새끼’지

미신고시설 지원관련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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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6일 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보건복지부 주최로 ‘미신고시설 지원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인권단체가 문제제기한 부분에 대해서 보건복지부가 먼저 나서서 공청회를 주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변용찬(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조건부 신고시설에 대한 바람직한 지원방안’을 발제했으며, 복지부 복지정책과 손건익 과장외 8명(목원대 심재호 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연구위원, 경기도 사회복지과 송유면 사무관, 참여연대 이찬진 변호사, 강원도 사회복지과 최상집 사무관, 한국종교계사회복지대표자협의회 김광수 회장, 시설공동대책위원회 박숙경 팀장, 한겨례신문사 권복기 기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그리고 2백명이 넘는 시설 및 단체 관련자가 참석해 복지부의 향후 조건부 시설에 대한 지원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민감한 자리’라는 거 알고 계시죠?

이 날 공청회는 보건사회연구원의 대회의실이 복도까지 꽉 찼고, 회의실 밖에 스피커까지 가동해 미처 회의실에 들어가지 못한 시설 관계자 등은 밖에서 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와 토론을 경청하는 등, 자못 심각한 분위기였다.

공청회에 앞서 조건부 복지시설 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 인권활동가 십여명은 ‘수용시설 확대하는 복지부는 각성하라’, ‘탈시설화 역행하는 대형시설 지원반대’, ‘인권침해 문제 시설 즉각 폐쇄하라’등의 피켓을 들고 약 20여분간 침묵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공청회 준비를 하던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가 “오늘은 시설 운영자들이 많이 오는 자리예요. 민감한 자리라는 거 알고 계시죠? 그러니 시위를 접어주세요!”라며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미신고 시설의 인권유린 및 비상식적인 시설 운영 등이 사회 문제화 되자, 2002년 5월 ‘2005년 7월 31일까지 시설·설비기준 및 인력 기준을 갖춘 신고시설로의 전환을 조건부로 사회복지법령상 행정처분 및 처벌을 유예하는 조건부 신고제도’를 발표했다.

또한 2005년 7월까지 신고하지 않은 시설에 대해서는 폐쇄 및 전원조치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복지부는 신고시설의 기준과 시설장 자격 요건 등을 대폭 완화해, 미신고 시설을 법적 테두리 안으로 양성화하겠다고 밝혔으나, 발표 이후 조건부 신고 시설로 전환한 곳은 26개에 불과했다. 그래서 복지부는 부랴부랴 시설 관계자들과 관련 단체 종사자들을 불러 미신고시설 지원과 관련된 내용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2004년 4월 현재 총 미신고 시설은 1천 96개소이며 여기에 2만 2백45명이 생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미신고 시설들이 설비기준 등을 충족시켜 신고시설로 전환키 위한 비용은 총 1,440억원이 들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올해는 510억원을, 내년에는 339억원을 잠정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삼성이 지원의사가 있어 협의 중이라고 한다.

변용찬 연구위원은 주제 발제에서 “소규모일수록, 시설장의 자부담이 클수록, 신고자격요건 기준에 근접할수록, 신고전환에 제약이 없을수록 우선 지원할 것이다. 또한 지원 받은 후 신고 시설로 전환하지 않으면 환수조치 등의 조치를 할 것이며, 인권교육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떻게 자식들을 한대도 안 때리고 키우냐

이 날 참석한 시설 관계자들은 복지부의 이러한 지원 방안에 많은 관심과 함께 원망을 드러냈다. 경북 상주에서 정오네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김장호 씨는 “객석에 계신 여러분들의 모습이 마치 천사와 같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우리는 같은 심정일 것이다. 높으신 분들이 이렇게 정말 모르나 싶다. 가족이 버린 사람들, 길거리에 쓰러진 사람을 당신들은 지나쳐 갔다. 하지만 우리는 데리고 와서 같이 살았다.

20년이상 내가 데리고 살아온 ‘내 새끼’를 갑자기 ‘클라이언트’로 부르란다. 어떻게 내 자식이 하루아침에 ‘고객’이 됐냐. 그리고 사람이 잘못하면 한대 때릴 수도 있지, 어떻게 자식들을 한대도 안 때리고 키우냐. 문제 있는 아이 한 번 키워보쇼. 그런 소리 못하지.”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또한 한국종교계사회복지대표자협의회 사무국장 이호영 씨는 “지금 천 개가 넘는 시설 중에서 인권 문제 있다고 드러난 곳이 8곳이다. 이 8곳 때문에 인권공동실사니, 교육을 하겠다는데, 우리를 다 범죄자로 모는 처사다. 그리고 시설장들이 착해서 조건부시설로 전환하면 복지부가 인건비 준다고 해서 전환했다. 그랬더니 주지도 않고, 시설장들은 지금 자괴감에 빠져있다. 그래서 전환하는 시설이 저조한 것이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손건익 정책과장은 “미지수 5개를 주고 방정식 1개를 풀라고 하면 어떻게 푸냐”며 “민간기금 유입에 말이 많은 것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사회적 합의가 안되서 예산 못주겠다는데 어쩌란 말이냐. 치매노인이나 정신지체 장애우들을 수용한 시설에서 인권침해의 여지가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인권침해는  사람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다. 그러니 인건비 지급하겠다고 하는 거 아니냐. 비판에 앞서서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복지부에게 힘을 모아주는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달라”라며 참석자들을 나무랐다.

또한 손 과장은 “지원을 어떻게, 어디를, 얼만큼 할 것인지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가 생각한 것을 집행할 수나 있을지 답답하다”며 “어쨌든 고민하고 있으니, 더 자세한 내용은 곧 발족할 시설발전위원회를 통해서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이 날 공청회는 미신고 시설 지원 방안에 관해 논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시민단체에서 짜고 한 단체에서 집중적으로 질문을 하고 있다는 등, 비상식적인 언사와 참석자들을 탓하는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참석했던 시설 관계자 중 상당수는 그들끼리 뭉쳐 마치 무슨 종교행사를 치르듯 시설 관계자가 발표하면 “맞습니다”, “박수”등을 연호했다.

시설 안에서 생활하는, 혹시 지금도 천원 이하의 식사를 강요당하고, 며칠씩 갇혀 있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에 떨고 있을지 모르는 생활자는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인권문제가 발생하는 미신고 시설들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 없이, 그저 ‘양성화’방편만 내세워, 또다른 공권력을 손아귀에 쥐어 주는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복지부가 발표하는 한 문장에 사회로부터 시설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달려있음을 정부 관계자들은 잠자는 시간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시설 관계자들은 ‘가족같이 산다’라고 포장된 소유욕과 위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활자들은 엄연히 시설관계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작성자최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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