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장려금 축소 문제와 해결책에 관한 공청회
본문
보이지 않아요, 중증장애우 노동자
“왜 내 주변에는 장애우 노동자가 없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에도 집회현장에 나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허했습니다. 그곳에 참여한 중증장애우들은 당당한 노동자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노동권이란 일 해야 하는 사람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인데, 이번 고용장려금 축소로 또다시 진입 전 어려움과 해고 위험 앞에 놓여졌습니다. 도대체 이런 결정은 누가 내린 걸까요? 속만 답답하네요. 누구 이 결정에 참여한 분 있으면 말씀 좀 해 보세요.”
지난 6월 16일 ‘고용장려금 축소 철회를 위한 중증장애인사업장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서 마련한 「고용장려금 축소의 문제점과 대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사회를 본 장애여성공감 박영희 대표가 공청회를 정리하며 전한 말이다. 오후 2시부터 6시 30분까지 장장 4시간 반 동안 1-3부로 나누어 열렸을 장도로 보기 드물게 후끈한 열기를 전한 공청회였지만, 박 대표의 마무리 멘트는 ‘건진 것 하나 없이 오히려 입장의 차이만 확인했다’는 허탈함이 묻어나 있다.
수그러들지 않는 고용장려금 축소 문제
이번 공청회는 고용장려금 축소가 최근 장애계 최대 현안 중의 하나임을 반증하듯,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 공대위 참여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중증장애우의 일터를 일구고 수급권자로 살기를 거부하며 당당한 노동으로 독립생활을 희망하는 그들의 모습엔 사뭇 진지함이 베어있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환경노동위 소속)이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단 의원은 고해성사와도 같은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장애우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에 깊게 고민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환노위에서 활동하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해 노동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 열심히 공부하고 논의할테니, 언제든 찾아와 나를 깨우쳐 달라”라고 말해, 장애우 노동정책이 국회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비춰 큰 박수를 얻기도 했다. 이 날 함께 참석한 두 명의 보좌관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토론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 토론자로 참석한 노동부 이우영 사무관을 잔뜩 긴장하게 하기도 했는데, 이우영 사무관은 공청회가 끝나자, 스스로 보좌관을 찾아가 이렇게까지 된 경위를 다시 설명하고 자료를 보이는 등 방어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럴 땐 ‘도둑이 제발 저려서?’라고 봐야 하나?
철회는 불가능, 후속조치에 만족하라?
사실 고용장려금 축소 철회에 대한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공대위를 구성해 집회와 토론회 등을 개최하며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지만, 그 어디서도 진지한 맞대응을 하고 있지 않고,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여전히 땜질처방에 가까운 후속조치만을 내놓은 후, 할 일 다했다는 자세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물론 얼마 전 노동부는 추경예산을 통해 400억 원, 로또 복권기금을 통해 200억 원, 총 6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위한 성의는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부는 “고용장려금 축소는 중장기 적인 대책 속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복잡한 검토 문제만 남아 있을 뿐, 철회는 가능하지 않다”고 단호히 못박고 있어, 팽팽한 줄다리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기반성은 없고 남 탓만
이 날 공청회에서 토론자나 방청석에 있던 사람들이 한결같이 주장한 내용을 간추리면, 한마디로 “고용장려금 축소를 철회하고 원상복귀 시킨 후에 다른 대안을 모색하라”였다.
만일 고용장려금의 인상조치가 애초부터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금액이라면, 그걸 결정한 노동부는 급박한 철회보다 그로 인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사업장, 중증장애우 입장에서 훨씬 현실성 있는 계획을 수립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최근 3년 간 총 25건, 약 8억 원의 부정 수급권자가 검·경찰, 공단에 의해 적발되었듯이 임금보존의 성격으로 장려금이 변질되어 도덕적 해이를 낳고 있다”는 주장과 “고용장려금의 인상 때문에 기금지출이 수입을 초과해 기금운영에 어려움이 초래되었다”고 모든 것을 고용장려금 탓으로만 돌리려고 하는 것은 표면적이고 근시안적인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자기반성은커녕 오히려 “일단 정책이 과정을 거쳐서 경정되면 추진될 수밖에 없는 것,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양해해 달라”는 입장만 고수했다.
공청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런 장려금 축소로 오늘, 내일 문 닫을 위험에 처해져 있는 사람들이었다. 또 일터를 통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사회적 역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었다. “함께 대안을 모색하자,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무엇을 원하는가”란 종류의 말을 듣길 희망했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 고용장려금 문제는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당당히 말하는 노동부 사무관 앞에서 기가 질린 표정으로 화답할 뿐이었다.
노동과 복지의 이분 구도를 넘어
관악 나눔의 집 장애인센터‘함께사는 세상’의 유찬호 신부는 “장애우 고용과 사업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정책을 결정하면서 왜 한번도 사업주들과의 진지한 대화가 없었는가”가 가장 안타까운 지점이라고 말한다. 또 그는 “관련 학계에 계신 분들은 우리 보다 정보도 빠르고 아는 것도 많을 텐데, 왜 학자적 양심에 따라 목소리를 내지 않는지도 궁금하다”며, 전반적으로 침체 혹은 뒷짐지고 있는 전문가 집단에도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신지체 장애 아들을 둔 부모 임용옥 씨는 “우리 아이가 일을 하지 못한다면 다시 시설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만드는 고용장려금 축소 정책은 후퇴된 정책이다”라고 주장한 후 “한번 결정된 정책이라도 왜 바꿀 수 없는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꿔야지, 잘못된 것임을 알고도 시행한다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며 노동부의 근거 없는 당당함에 강하게 질타했다.
다행히도 이 날 노동부는 질타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사무관만 참석했고 또 해묵은 논쟁인 ‘고용’이냐 ‘복지’냐는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지점을 정확히 보자던 대구대 직업재활학과 나운환 교수는 “많은 토론회나 세미나를 통해 노동부 관계자들은 장애가 심한 사람은 복지부 사회보장 차원에서 급여의 대상이지 왜 고용이나 직업재활 대상이냐?는 말을 자주 한다”며 문제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노동자로 보느냐 아니냐”하는 인식의 전환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직업을 가질 의사만 충분히 갖고 있으면 누구나 ‘노동자’이기 때문에, 장애우 노동정책을 경쟁과 효율의 잣대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이 언뜻 감이 오지 않는다면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발달장애, 정신지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농사를 하거나 빵공장에서, 까페에서 일을 하고 있다. 휠체어 이용자가 기계 앞에 앉아 조립을 하고 있고, 전신마비 장애우가 보험설계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뇌병변장애우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다.
이래도 그들이 노동자라고 하는 걸 부인하겠는가.
글·사진 홍여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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