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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예산, 중립이 아닌 ‘양성평등’이어야 한다

여성장애우 예산 분석 토론회

본문

정부 예산은 언뜻 보기에 중립적이고 성(性)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은 현실적으로 생애주기가 다르고, 사회에서 받는 차별의 강도 또한 다르다. 더구나 여성이며 장애우인 경우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성별 차이 때문에 중립적으로 보이는 예산 집행은 결과적으로는 성불평등을 초래한다. 따라서 최근 10여년 사이에 여성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이 ‘성 인지적 예산’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장애우계에서도 ‘여성장애인 예산분석 토론회’가 열렸다. 6월 28일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하  여장연)이 주최한 이 토론회는 “여성장애인의 눈으로 바라본 예산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됐다.

양성 평등을 위한 장애우 예산 전혀 없다

주제 발제를 한 성정현 교수(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성 인지적 예산이란 계획예산, 실행예산, 예산집행과정, 평가의 전과정에 양성의 욕구가 적절히 고려되었는지, 예산에 대한 성분석은 이루어졌는지, 예산관련 인력은 성인지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그리고 세부적인 성구분 통계가 구축되어 있는지를 분석하여 이를 예산에 반영하는 것이다.”라며 발제를 시작했다.

성교수는 “이러한 예산은 정부에게 여성의 인권과 성평등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며 이것은 단순히 여성을 위한 별도의 예산을 두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조절하고 재할당해야 할 자원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성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장애우는 장애에 대한 몰성적인 인식과 몸에 대한 차별적 기준, 그리고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적인 기준으로 인해 무차별적인 억압과 배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러한 이유로 여성장애우는 비장애우와 남성장애우에 비해 교육과 취업의 기회 제한과 자녀 양육과 가사노동, 이동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사회 활동에서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예산이 뒷받침 되어야 하며, 그에 앞서 성별에 따른 통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장애우 관련 예산의 전반적인 현황을 성인지적 관점으로 분석해 발표한 한 양숙미(남서울대학교 아동복지학과)교수는 “2004년 처음 도입되어 예산이 편성된 ‘여성장애인가사도우미 파견’지원을 위한 예산은 성특정적 예산에 속하는 것으로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서 경험하게 되는 임신, 출산, 육아에 디한 어려움과 욕구를 정책에 반영하여 처음으로 예산이 책정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크다. 그러나 장애우 예산 중 양성 평등을 위한 성형평성 예산에 속하는 것은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외에 성특정적 예산으로는 보건복지부의 저소득모자가정 지원을 들었다.

그러나 양 교수는 교육부 예산에서는 여성장애아동에 대한 예산이 따로 편성되어 있지 않으며, 또한 ‘중증 및 여성장애인 고용지원금’이 있기는 하지만 여성 장애우를 고용하는 기업체에 제공되는 것이므로 해당되지 않아 성형평성 예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 노동부 예산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양 교수는 무엇보다도 여성장애우의 욕구와 경험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성별통계가 필요하다고 밝힌 뒤, 또한 정책 및 예산 관련 공무원과 실무자에게 여성장애우의 삶에 대한 이해와 성예산의 중요성 등의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윤정숙(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이 분석은 여성 장애우와 관련한 예산을 다룸으로써 젠더 예산의 영역을 확장해 주었다.”라며 어떤 예산 분석에서도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여성장애우’라는 정체성으로 예산과 정책분석을 시도한 매우 의미 있는 첫 단추라고 평가했다.

또한 “예산은 정책을 숫자로 표현한 것”이라며 “앞으로 이를 더욱 발전시켜 여성농민, 여성노인, 한부모 여성가장 등도 성인지적 관점에서 정책을 개발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여장연은 장애우과 관련된 정부부처 공무원들도 참석시켜 성인적 예산에 관한 얘기를 듣고자 했는데, 박경호(복지부 장애인복지과)정책과장은 “내년 장애우 실태조사때 여성장애우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항목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애령(여성부 사회문화)담당관은 “현 여성부의 인력으로는 관련 민간 전문인을 양성하고, 시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공무원이 현실적으로 성별 통계자료가 있다해도 성인지적 정책까지 고민하기에는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이라며 민간에서 좀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우는(?)자세로 참석했다는 노동부 황선범(기금 담당)사무관은 “성인지 예산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취업 알선이 왜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가 되는 것이 이해가 잘 안된다. 가사도우미는 여성을 고려한 것이 맞는데, 취업 알선은 여성장애우에게 어떻게 더 해줘야 하는지 언뜻 감이 잘 안온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장애우계에서 예산을 성인지적 관점으로 분석, 앞으로 과제를 제시한 최초의 시도다. 우리 사회 장애우의 약 38%, 53만 명에 이르는 여성장애우들은 여성에게 강요되는 삶의 경험(임신, 출산, 육아, 가사노동 등)은 물론이고 장애우로써도 교육, 취업, 결혼 등에 있어서 더 가중된 차별을 받아왔다. 이는 정책이 여성장애우가 갖는 생애 주기를 반영하지 않아 가중된 차별을 더 부추겨 온 탓도 크다.

정부가 집행하는 예산은 그 나라의 사회적 가치와 인식 수준, 자원분배의 우선순위, 사회경제적 욕구 충족 수단 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라고들 한다.

정부는 관련 통계가 없다는 이유로 성인지적 예산 편성과 집행이 어렵다고 한다. 그 핑계는  누워서 침뱉기다. 젠더 통계가 거의 없는 이유는 정부 인식이 그에 못 미치기 때문이니까.

작성자최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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